리치, 헌터가 되다! 20화
시작부터 A급(1)
-뀌…… 뀌익?
뼈로 이루어진 비가 내린 자리에는 전신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오크 주술사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그 모습에 앞에서 본 나이트와 대치하던 오크 전사는 물론 오크 궁병들까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본 나이트는 그런 빈틈을 놓칠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주인님에게 대적한 죄. 목숨으로 갚아라.
촤아악!
-뀌이이익!!
본 나이트는 오크 전사를 방패 위로 올려쳐서 가드를 풀어내고 무방비 상태가 된 오크 전사의 가슴팍을 뼈 검으로 사선으로 베어냈다.
곧 오크 특유의 초록색 피가 뿜어져 나오더니 오크 전사는 숨을 거두었다.
자신의 동료가 눈 깜짝할 사이에 죽자 옆에 서 있던 오크 전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본 나이트를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둘이서 겨우 막던 본 나이트를 오크 전사 혼자서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남은 오크 전사는 자신의 동료와 같은 최후를 맞이했다.
-뀌익! 뀌익!
앞에서 자신들을 보호해 주던 오크 전사들이 죽자 오크 궁병들이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본 나이트의 주인인 최진혁을 향해 볼트를 쏘아냈다.
하지만 그런 오크 궁병들의 공격에도 최진혁은 손가락을 한 번 까닥거릴 뿐이었다.
최진혁의 그런 모습에 오크 궁병들이 입꼬리를 올리면서 곧 다가올 최진혁의 최후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날아간 볼트는 최진혁이 손짓 하나가 만들어낸 본월에 막혀서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자신들의 최후의 공격이 무로 돌아가자 오크 궁병들은 석궁을 든 팔을 늘어뜨리고 체념했다.
체념을 하고 있는 오크 궁병들에게 뼈로 이루어진 머리가 셋 달린 본 하운드의 화염 브레스가 쏟아졌다.
-뀌이이이이익!!!
단말마와 함께 오크 궁병들은 앞서간 오크 전사들의 뒤를 따라갔다.
* * *
“우와아아아아!!!”
본 하운드의 화염 브레스에 오크 궁병들이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지자 강당 안은 흥분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거기에는 D급으로 성공리에 시험을 마친 김민혁과 이정우도 있었다.
그 둘은 처음에 자신들이 최진혁과 김혜진을 무시한 것을 자책을 하면서도 둘을 열심히 응원했다.
4단계는커녕 3단계도 제대로 클리어 한 사람이 극소수인 것을 가정할 때 최진혁의 5단계는 세계 최초였기 때문이다.
“이거 정말 5단계도 클리어하는 것 아니야?”
“그러면 세계 최초로 5단계를 클리어한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 되겠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가지는 힘은 어마어마했기에 강당에 모인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금 이 자리에 있음을 감사해하며 자신들의 시험보다 최진혁의 영상에 집중했다.
그런 마음은 감독관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감독하는 시험장에서 세계 최초로 5단계 클리어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감독관의 얼굴은 흥분으로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강당 안을 가득 채운 흥분은 김혜진이 헬하운드를 성공리에 잡아내고 4단계에 돌입하자 절정에 달했다.
그 모습을 협회장실에 있는 TV로 바라보는 있는 성지혁 협회장과 김민식의 얼굴에도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 * *
바깥에서 다른 사람들이 흥분으로 가득 차서 세계 최초를 연호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최진혁은 여태까지와는 달리 자리에 앉아서 5분의 휴식 시간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트롤은 만만치 않은 몬스터였다. 본 나이트는 물론 본 하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보통 트롤들을 잡으려면 상처 저주나 치유 불가 저주를 사용하거나 불로 상처 부위를 지져가면서 사냥을 해야 하는데 현재 최진혁의 낮은 서클로 그런 저주들을 구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본 하운드의 브레스는 대량 살상이나 파괴력에 중점을 두었기에 상처 부위를 정확하게 지지는 것 또한 불가능했다.
그렇게 최진혁은 가부좌를 틀고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도 잠시 어느새 휴식 시간 5분이 끝나고 최진혁의 눈앞에 예의 빛무리들이 모여들자 최진혁은 눈을 뜨고 빛무리들을 노려보았다..
그에 동조하듯이 빛무리가 터져 나갔고 사라진 빛무리를 대신해 초록빛 피부를 가진 키 3미터의 거인, 트롤이 나타났다.
-쿠오오오!!
트롤 파티는 앞선 고블린과 오크 파티와는 구성원이 달랐다.
일단 방패를 들고 있는 트롤 방패병는 한 마리뿐이었고, 사람 몸뚱이만 한 몽둥이를 들고 있는 트롤 워리어가 셋에 마지막으로 트롤 족장이 하나였다.
앞선 파티와는 차원이 다른 구성에 아무리 최진혁이라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아르말딘 대륙에서였다면 저런 트롤들은 감히 최진혁을 바라보지도 못했겠지만 여기는 아르말딘 대륙이 아니었고, 최진혁 또한 9서클의 아크리치인 아르만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최진혁은 숨을 한 번 고르고는 심장에 있는 두 개의 서클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트롤들이 최진혁에게 달려들었다.
시작은 방패를 들고 있는 트롤전사였다.
-쿠아아악!!
-캬하아악!!
달려든 트롤 방패병을 본 나이트가 마주 달려가 방패를 후려쳤다.
힘은 본 나이트가 더 셌지만, 키와 덩치 그리고 트롤 특유의 회복력 탓인지 피해는 얼마 없었다.
그렇기에 본 나이트는 본 하운드의 기동력을 살려서 치고 빠지기로 트롤 방패병의 힘을 빼기 시작했다.
“디그, 디그, 그리스, 디그…….”
본 나이트와 본 하운드가 트롤 방패병를 맡고 있을 때, 달려드는 트롤 워리어들을 보면서 최진혁은 디그 마법으로 트롤들의 다리 정도 깊이의 구덩이를 파내고 그리스 마법으로 바닥의 마찰력을 0으로 만들면서 트롤 워리어들의 공격을 저지했다.
-쿠하아악!!
하지만 트롤 족장의 피어에 최진혁의 그리스 마법이 깨져 나갔고, 디그 마법으로 생성된 구덩이는 트롤 워리어들의 발을 그리 오래 붙잡고 있지 못했다.
디그와 그리스 마법으로 다른 마법들을 사용한 시간을 벌어보려고 했던 최진혁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손을 휘저었다.
최진혁이 손을 휘저음과 동시에 최진혁의 주위로 수십여 발의 본 애로우가 생성됨과 달려오는 트롤 워리어들의 몸에 틀어 박혔다.
-쿠아아아악!!!!
트롤들의 고통에 찬 신음 소리에 최진혁이 손가락을 까딱하자 멀리서 본 나이트와 함께 싸우고 있던 본 하운드가 바람처럼 달려와 브레스를 내뿜었다.
트롤들은 본 하운드의 브레스에게서 느껴지는 뜨거움에 기겁을 하면서 몸을 뒤틀어 피하려고 했지만 각 관절에 틀어박힌 본 애로우가 그 행동들을 제한했다.
그렇게 트롤들은 움직이지 않는 다리 때문에 속절없이 뿜어진 브레스에 정통으로 휩쓸렸다..
콰아앙!!
브레스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피부 아래에 있는 근육들이 드러나고 전신에는 화상으로 가득한 트롤 워리어들이 서 있었다.
하지만 오크들을 단번에 재로 만들어버린 브레스로도 트롤들에게 그리 의미 있는 피해를 주진 못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상처가 치유되고 화상 자국들이 사라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화상과 관절에 박힌 본 애로우로 인해서 거동이 불편해진 트롤들을 도륙한 이가 있었다.
-죽어라 대적자들이여.
바로 어느 오크 전사들을 처리하고 달려온 본 나이트였다. 뼈 방패와 뼈검을 나타난 들고 본 나이트는 트롤 워리어들에게 바람처럼 쇄도했다. 그리고 단숨에 뼈 검으로 트롤 워리어 하나의 목을 날렸다.
스걱-
B급, 거기에 중형종이라 두꺼운 가죽과 뼈를 가지고 있는 트롤이었지만 전 9서클 아크리치였던 최진혁이 만든 본 나이트의 뼈검까지는 막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본 나이트가 트롤 워리어 한 마리의 목을 날릴 때쯤 나머지 두 마리의 트롤 워리어의 상처들은 모조리 나아 있었고, 관절에 박힌 본 애로우도 새로 생겨나는 새살들에 밀려서 저절로 뽑혔다.
특유의 회복력으로 모든 상처를 치료한 트롤 워리어들은 자신의 동료를 죽인 본 나이트를 향해 흉성을 터뜨리면서 나무 하나만 한 크기의 몽둥이로 본 나이트를 후려쳤다.
보다 상위의 존재였기에 뼈 방패로 몽둥이를 막아내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하고 본 나이트는 방어 자세로 들어갔다.
그리고 최진혁은 그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심장에서 돌고 있는 두 개의 서클을 한계까지 돌리면서 낮게 읊조렸다.
“단기 결전으로 간다.”
최진혁의 본 나이트는 충분히 뛰어나고 강력한 소환수였지만 최진혁의 파티에서 가장 강한 것은 본 나이트도, 그의 기승수인 본 하운드도 아닌 최진혁 본인이라는 사실을 최진혁은 보여주었다.
스윽- 스윽- 스윽- 스윽-
최진혁의 서클들이 터질 듯한 속도로 돌아가면서 생기는 고통에도 최진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본 나이트와 싸우고 있는 트롤 워리어와 그들 뒤에서 최진혁을 보면서 킬킬거리고 있는 트롤 족장을 보면서 손을 까닥거렸다.
그리고 최진혁의 손짓과 함께 수백 발의 본 애로우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본 애로우들은 계속해서 허공을 가득 메웠다.
훗날 이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올린 사람 덕분에 최진혁은 인피니티 애로우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그 별명처럼 수없이 많은 화살이, 소나기처럼 트롤들에게 쏘아졌다.
* * *
푸쉭-
특유의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캡슐이 열리고 그 안에서 최진혁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전등에서 나오는 빛에 눈을 찡그리던 최진혁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요한 강당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이게 뭔…….”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최진혁이 입을 염과 동시에 강당에 모여 있던 다른 응시생들이 강당이 떠나가라 함성을 질러댔다.
“최진혁!! 최진혁!! 최진혁!!”
응시생들은 최진혁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그 모습에 최진혁이 당황하며 감독관을 바라봤지만…….
“최진혁 씨! 정말 대단하십니다! 정말…… 정말 5단계를 클리어하실 줄이야!!”
“아니, 그러니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상황…….”
“당연히 최진혁 씨의 활약에 이렇게들 환호하시는 거죠! 저도 저분들과 똑같은 심정입니다!! 최진혁 씨는 지금 세계 최초로 5단계를 통과하신 거라고요!”
“그래서 내 점수는 어떻지?”
세계 최초고 나발이고 자신의 점수를 궁금해하는 최진혁의 모습에 감독관은 싱긋 웃으면서 채점 결과를 말해주었다.
“최진혁 씨 필기시험 100점 만점에 실기 또한 100점으로 1위십니다. 이 점수는 전국에서 통계를 낸 점수이고요. 실기시험 또한 마찬가지로 총 5단계로 구성된 시험에 5단계 전부를 클리어하셨으니 종합 점수 1위에 협회장님과 다른 심사위원들에게 여쭈어본 결과…….”
거기까지 말하고 약간 뜸을 들이고는 감독관은 다시 입을 열었다.
“최진혁 씨는 A급 헌터입니다.”
그와 함께 강당이 폭발할 듯한 엄청난 함성이 응시생들에게서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