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 헌터가 되다! 19화
압도적(3)
달그락-
“흠, 싱겁군.”
고블린들의 시체 위에 서서 뼈를 달그락거리고 있는 본 나이트를 본 최진혁이 말했다.
확실히 고블린들은 코볼트보다 버거운 상대임은 분명했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일 뿐 최진혁에게는 아니었다.
물론 본 애로우 다섯 발로 코볼트들을 죽인 것과는 달리 스켈레톤 워리어를 사용해서 시간은 1~2분 정도 걸렸지만 그래도 사용된 마나는 더 적었다.
어차피 5단계까지 가야 했기에 시간보다는 마나 소모를 줄이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트롤은 지금의 최진혁에겐 꽤 버거운 몬스터이기 때문이다.
트롤 특유의 압도적인 회복력을 막을 방법이 지금 당장은 없었다.
그랬기에 한 번에 모든 화력을 쏟아 부어서 잡을 작정이었기에 한 톨의 마나도 아까웠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이에 고블린들의 시체가 사라졌다. 그와 함께 최진혁의 입이 열렸다.
“다음.”
* * *
“우와아아아!! 저거 뭐야? 스켈레톤? 쩐다!!”
“신기하다. 마법형 헌터 중에 저런 능력을 가진 헌터가 있었나?”
“없지! 세계 최초야! 세계 최초!! 드디어 우리 나라도 SSS급 헌터가 나오는 건가?”
가상현실에서 최진혁이 선보인 본 나이트의 위용에 바깥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응시생들은 남녀요소 가릴 것 없이 흥분한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최진혁처럼 무언가를 소환하는 헌터는 오직 정령형 헌터뿐이었다.
거기에 최진혁의 본 나이트는 갓 각성한 이의 소환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
왜냐하면 E급의 몬스터인 고블린을, 그것도 잘 짜여진 파티 형태의 고블린을 고작해야 1~2분 사이에 도륙했기 때문이다.
그것만 보아도 본 나이트는 D급, 아니, C급에 근접한 헌터의 실력이었다.
거기에 언데드이니만큼 사람과는 달리 고통도 두려움도 없기에 어지간한 C급 헌터와 붙여놔도 압승일 것이 뻔했다.
실제로 최진혁이 추정한 본 나이트의 추정 등급은 C~B급이었다.
푸쉭-
최진혁의 그런 압도적인 광경에 다른 응시생들이 캡슐에서 나온지도 모른 채 멍하니 TV만을 바라보았다.
응시생들의 그런 모습에 캡슐에서 나온 응시생들이 의아해했지만 이내 그들도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TV 속 최진혁의 모습에 집중했다.
왜냐하면 지금 막 최진혁의 앞에 또 다른 빛 무리가 나타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 * *
-이번에 나오는 몬스터는 헬하운드입니다. 전과 같이 다섯 마리가 나오는 것은 똑같지만 헬하운드의 특성상 하운드가 같이 나오므로 실제 상황을 반영하여 총 다섯 마리의 하운드가 추가됩니다.
감독관의 말에 최진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헬하운드라면 처음 지구에 온 순간 잡아본 몬스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당시에 최진혁은 불안정한 몸뚱이를 가지고도 헬하운드와 하운드 무리를 도륙했었다.
물론 그 뒤에 마나 탈진이 올 뻔하고 근육통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지금과는 많이 다른 상황에서도 최진혁은 압승을 거뒀다. 그리고 지금은…….
-주인님에게 맞서는 적에게 죽음을.
자신의 앞에서 뼈 방패와 뼈 검을 든채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본 나이트가 있었다.
“이번에는 나도 몸을 좀 풀어야겠군. 아직 두 번째를 꺼낼 타이밍은 아닌 것 같으니.”
최진혁의 말마따나 헬하운드를 상대하는 데 두 번째 스켈레톤인 본 하운드를 꺼내는 것은 솔직하게 낭비였다. 아니, 애초에 손해였다.
지금 최진혁은 마나를 아끼려고 하는 상황인데 본 하운드를 꺼내면 마나 소모가 두 배로 늘어난다.
본 하운드의 특수 능력인 브레스 또한 사용할 때마다 최진혁의 마나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진혁의 목을 뿌득 꺽으면서 몸을 풀면서 빛 무리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이내 빛 무리들은 앞서서 코볼트와 고블린과 같이 헬하운드로 변했다.
-컹컹컹!!
태어남과 동시에 다섯 마리의 헬하운드와 다섯 마리의 하운드들이 최진혁과 스켈레톤 워리어를 보고 짖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최진혁에게 달려들었다.
그것도 일자로 달려드는 것이 아닌 원형으로 포위를 하면서 달려들었다.
그런 헬하운드들의 모습에 최진혁이 피식 미소를 지으면서 손가락을 까딱였다.
드드드득!
까딱거림과 함께 땅바닥에 뼈들이 솟아올라 최진혁과 본 나이트를 둥글게 감쌌다.
본 월을 응용해서 즉석에서 만들어낸 방어벽을 보면서 최진혁은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마법들을 만들어냈다.
“본 애로우, 본 애로우, 본 미사일, 본 미사일…….”
그렇게 수십 여발의 본 애로우와 본 미사일이 허공을 수놓자 최진혁은 그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그리고 본월을 해제했다. 본월이 해제되자 본월을 자신들의 날카로운 발톱으로 벅벅 긁던 헬하운드와 하운드가 최진혁에게 달려들었지만…….
푸슝!
최진혁이 들었던 손을 내림과 동시에 최진혁의 주위를 위성처럼 돌고 있던 본 애로우와 본 미사일들이 특유의 공기 터지는 소리와 함께 달려드는 헬하운드와 하운드를 벌집으로 만들었다.
-깨갱! 깨개갱!
개들의 단말마와 함께 헬하운드와 하운드들은 싸늘한 시체로 변했고, 그와 함께 밝은 빛무리가 터지면서 시체들이 사라졌다.
헬하운드 무리가 나타난 지 정확히 5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 * *
푸쉭-
최진혁이 헬하운드 무리를 학살하고 4단계, 오크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김혜진의 옆에 놓여 있던 캡슐 두 개가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거의 동시에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김민혁과 이정우가 일어났다.
둘은 1단계와 2단계를 간신히 통과하고 3단계에 나타난 헬하운드 무리와 약간 싸워보고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항복을 하고 나왔다.
그리고 같이 일어난 자신의 라이벌을 보면서 으르렁거렸다.
“내가 좀 더 늦게 나왔다!”
“아니! 내가 10초 더 늦게 나왔거든?”
하지만 둘이 캡슐에서 나왔음에도 주위에서 알아봐 주는 사람이 없자 둘은 어색했는지 자신들의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멍하니 TV를 바라보고 있는 감독관에게 걸어갔다.
“저기요? 감독관님?”
“……예? 아! 나오셨군요?”
“네…… 나오긴 했는데…….”
“제가 잠시 한눈을 팔고 있었네요. 죄송합니다. 어디 보자…… 두 분 다 2단계 클리어에 3단계는 중도 포기.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감독관의 말은 둘은 마주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아마 두 분의 필기시험까지 합하면 D급을 받으시겠군요. 축하드립니다.”
대부분 헌터들의 시작 F~E인 것을 감안하면 둘은 꽤 높은 등급을 받은 셈이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뭘 저렇게 열심히 보고 있는 겁니까?”
“아! 두 분도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보고 가시죠. 꽤 괜찮은 경험이 될 겁니다.”
“누구 볼 사람이 있습니까?”
“2등으로 캡슐에 들어가신 김혜진 님도 대단하시죠. 1등으로 들어가신 최진혁 님은…… 대기 중이셔서 김혜진 님의 상황부터 보시죠.”
“대기요?”
“예, 몬스터를 다 잡으셔서 대기 중이십니다.”
대기 중이라는 말에 이제 헬하운드를 잡겠거니 하면서 둘은 김혜진의 상황을 보여주는 TV 앞에 섰다.
앞에서 보고 있는 이들이 많았지만 꾸역꾸역 비집고 들어갔다.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감독관의 말에 둘은 잘해봐야 얼마나 잘하겠냐는 생각을 하면서 TV를 보았다.
그리고 TV 속 김혜진의 모습에 그 생각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TV 속 김혜진은 헬하운드와 하운드들을 상대로 전혀 밀림 없이, 아니, 한 마리, 한 마리 차근차근 잡아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김혜진의 모습에 둘은 입을 떡 벌리고 옆에서 비슷한 얼굴로 TV를 보고 있는 감독관에게 물었다.
“지금 헬하운드들이랑 싸운 지 얼마나 된 건가요?”
“이제 한…… 3분쯤 됐을 겁니다.”
“……3분이라고요?”
감독관의 말에 둘은 당황했다. 시험은 끽해야 십 분을 살짝 넘었다.
그런데 헬하운드들과 싸운 시간이 3분이란다. 즉 1단계와 2단계를 합쳐서 7분 정도가 걸렸다는 말이다.
둘은 십 분 동안 죽을 둥 살 둥 싸워서 겨우 3단계 문턱을 밟았는데 자신들이 그러는 동안 이미 김혜진은 헬하운드와 싸우고 있었다는 사실에 D급을 확정받을 때 느낀 자만심은 죽어버렸다.
김혜진의 영상에 주목하고 있을 때 옆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에 둘의 고개가 돌아갔다.
“와! 나온다 나와!!”
“최진혁 짱이다!”
김혜진의 영상 앞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최진혁의 영상 앞에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기에 둘은 의아해하면서 감독관에게 말했다.
“저 사람들 왜 이렇게 흥분해 있는 겁니까? 그리고 저 최진혁이라는 사람보다 지금 보고 있는 김혜진이라는 사람이 더 뛰어난 것 아닙니까? 최진혁이라는 사람은 이제 헬하운드를 잡는 것 같은데…….”
“……무슨 소리십니까? 최진혁 씨가 이제 헬하운드를 잡는다뇨?”
감독관의 말에 둘은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감독관을 쳐다보았다.
그들의 시선에 감독관이 둘을 향해 무어라 말하려 할 때, 최진혁의 영상을 보고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크다! 오크!!”
“최진혁 씨는 이제 4단계, 오크를 잡으실 예정이십니다.”
감독관의 그 말에 둘은 할 말을 잃고 조용히 최진혁의 영상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 * *
-뀌익! 뀌이익! 뀌익!
돼지 소리를 내는 얼굴을 돼지 몸은 근육질의 사람인 몬스터 오크의 등장에 최진혁은 손에 쥐고 있던 뼛조각을 바닥에 툭 던졌다.
바닥에 닿자마자 뼛조각은 본 하운드로 변모했다.
그런 본 하운드에 위로 본 나이트가 올라타는 모습을 보면서 최진혁은 오크 파티의 구성을 살피기 시작했다.
“구성은 고블린 파티와 같군.”
2단계에서 만난 고블린 파티와 오크 파티의 구성은 같았다. 전사 둘과 궁병 둘 그리고 주술사 이렇게 다섯 마리였다. 하지만 구성은 같을지라도 지니고 힘은 차원이 달랐다.
일단 고블린은 E급 몬스터였고 오크는 C급 몬스터였다.
거기에 오크와 고블린의 신장 차이, 그리고 근육질의 몸에서 나오는 힘은 감히 고블린과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C급이라는 등급답게 머리도 고블린보다 좋아서 고블린 주술사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오크 주술사는 다룰 수 있는 주술이나 저주의 종류가 많았다.
그랬기에 이런 오크 파티는 숙련된 C급 헌터 5명 정도나 B급 헌터 정도의 힘이 필요했다. 그리고 최진혁에게는 그 정도의 힘은 충분했다.
애초에 이미 오크들은 신도림역에서 질리도록 잡아보았다. 물론 전부 몽둥이를 든 일반 오크였지만.
-뀌이이익!!
시작은 오크 파티였다. 방패를 들고 서서히 접근하는 오크 전사 둘이 본 하운드를 탄 본 나이트와 부딪쳤다.
-죽어라!
하지만 두 마리의 오크 전사가 붙었음에도 본 나이트는 밀리지 않고 둘을 막아내었다.
오크 전사 둘이 본 나이트를 막아내지 못하자 오크 주술사가 당황해하며 지팡이를 흔들면서 본 나이트에게 저주를 걸려고 했다.
파스스.
하지만 그런 저주는 최진혁의 마나 간섭에 의해서 무로 돌아갔다.
마나 간섭은 자신의 마나를 상대의 마법(주술)에 있는 마나에 끼워 넣음으로써 마법을 해제하는 방법이었다.
디스펠과는 달리 서클에 구애받지 않고 1서클부터 9서클까지 모두 사용이 가능한 방법이었지만 뛰어난 마나 친화력 등이 없으면 잘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최진혁에게는 그 모든 것이 만족되었다. 뛰어난 친화력과 9서클까지 올라본 경험이 최진혁에게는 있었다.
발동조차 되지 않는 자신의 주술에 오크 주술사가 발을 구르면서 오크 궁병들에게 무어라 명령을 내렸고, 동시에 오크 궁병의 석궁에서 볼트들이 스켈레톤 워리어에게 날아갔다.
활보다 사정거리가 짧지만 대신 파괴력이 배는 좋은 석궁이었기에 정통으로 맞는다면 아무리 본 나이트라도 파손의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드드드득!
최진혁의 본월이 볼트를 막아냈다. 물론 거리가 가까웠기에 볼트는 본월을 뚫고 본 나이트의 몸에 닿았지만 본 나이트에게 피해를 줄 정도의 힘은 남아 있지 않았다.
석궁까지 먹히지 않자 오크 주술사가 분개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며 오크 궁병들을 닦달할 때였다.
푸슝!
오크 주술사의 머리 위로 본 애로우와 본 미사일로 이루어진 비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