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 헌터가 되다! 18화
압도적(2)
약간의 소란스러움을 뒤로하고 필기시험 합격자들은 헌터 협회 내부에 있는 커다란 강당으로 모였다.
그런 그들을 반긴 것은 달걀 모양의 가상현실 캡슐이었다.
놓여 있는 캡슐들을 합격자들이 보고 있을 때, 단상 위에 서 있던 감독관의 입이 열렸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헌터 라이센스 실기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들어오시면서 받으신 종이들이 있으시죠?”
감독관의 말에 사람들이 입장 전 협회 관계자가 나누어줬던 종이를 꺼내 들자, 감독관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네, 그 종이 맞습니다. 그 종이는 여러분의 필기시험 점수순으로 배부를 드린 것들입니다. 필기시험이 1등이다? 그러면 종이에는 1이 적혀 있을 겁니다. 이 종이는 협회에서 시험을 보신 분들의 등수만으로 뽑은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 1번부터 10번까지 나와주세요.”
푸쉭!
감독관의 말과 함께 캡슐의 전면부가 열렸다. 그리고 단상 위로 열 명의 사람들이 뚜벅뚜벅 올라왔다.
그리고 그중에는 당연히 최진혁과 김혜진이 있었다.
“오! 이 두 분이 바로 최초로 필기시험을 만점 받으신 분들이군요. 만나 뵈어서 영광입니다.”
익살맞게 말하면서 과장되게 악수를 구하는 감독관의 말에 단상 아래 있던 사람들이 깔깔대며 웃어댔다.
그리고 개중에 저 사람들이 만점자라고? 하면서 놀라 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진혁의 몸은 적당한 근육들로 꽤 괜찮았지만 입고 있는 옷이 펑퍼짐했기에 그다지 드러나지 않았고, 얼굴은 어디에서나 볼 법한 평범한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진혁과 김혜진의 뒤로 걸어오는 이들이 워낙 잘 알려져 있기도 했고 말이다.
“그리고 이분들 뒤로 오시는 분들은…… 김민혁 씨와 이정우 씨군요? 각 길드의 유망주분들을 이렇게 뵙다니 참으로 영광입니다.”
그 뒤로는 일반인들이었기에 감독관이 웃으면서 악수를 해주며 무운을 빌고는 캡슐에서 한 발짝 물러나며 말했다.
“이제 총 10분이 단상에 오르셨는데요. 이제부터 이 가상현실 캡슐로 들어가셔서 몬스터들을 잡아주시면 됩니다. 어때요, 쉽죠? 여러분들이 사냥을 하시는 모습은 여기 앞에 있는 커다란 TV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상현실 내에서는 고통이 백 분의 일로 낮춰져 있으니 고통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거기에 단계는 5단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나오는 몬스터의 종류는 F~B급 몬스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1단계 몬스터를 못 잡으면 F 잡으면 E등급입니다. 보통 헌터들이 한 등급 낮은 몬스터를 혼자서 잡을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하여서 책정한 겁니다. 즉 5단계에 있는 트롤을 혼자서 잡으신다면 시작부터 A등급 헌터가 되실 수 있으시겠네요! 하하하!”
감독관의 말에 단상 아래에 있던 이들은 물론이고 단상 위에 올라와 있는 이들도 피식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에 모여 있는 이들 중 대부분은 각성을 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고, 몬스터라고는 유튜브 같은 곳에서나 가끔 보던 이들이었으니까 말이다.
거기에 마지막 단계에 있는 트롤은 B급 몬스터이지만 특유의 회복력 때문에 B~A급으로 평가되는 몬스터였다.
그런 몬스터를 초짜인 그들이 잡는 것은 꿈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었다. 딱 한 사람만을 제외하고 말이다.
‘트롤이라…….’
주머니 속에서 뼛조각들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최진혁을 빼고 말이다.
* * *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캡슐 안에 들어가 눈을 감고 있던 최진혁의 귀로 감독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린다.”
-그러면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가상현실 안에서는 가지고 계신 물건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혹은 안에서 필요한 것들을 만드실 수도 있고요. 다만 평범한 철검이나 방패 같은 것들이니 유의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알겠다.”
최진혁의 알았다는 말과 함께 실기시험이 시작되었다.
시험이 시작되자 어두컴컴했던 주위가 밝게 빛나더니 이내 푸르른 초원이 나타났다.
‘분명 자신은 캡슐 안에 있었는데’라는 생각을 하던 최진혁은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는 지팡이 하나를 소환했다.
평범한 나무에 적당한 등급의 마석이 박혀 있는 양산형 지팡이였지만 최진혁에게는 아무래도 좋았다.
-준비되셨습니까? 시험이 시작되고 나면 쉬는 시간은 하나의 단계가 끝났을 때만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도 최대 1분이니 유의해 주세요.
“알겠으니 이제 시작해라.”
-예,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1단계 몬스터는 코볼트입니다. 숫자는 5마리입니다.
감독관의 말을 끝으로 최진혁의 앞에 5개의 푸른빛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내 푸른 초원 위로 코볼트 다섯 마리가 생겨났다.
-키르륵! 키륵 키륵!!
생겨난 코볼트들은 가죽갑옷과 날카로운 단검들을 들고 있었다.
키는 초등학생 정도의 키였지만 눈은 살기가 가득 담긴 새빨간 적안이었다.
그런 코볼트들이 지팡이를 들고 있는 최진혁을 발견하고는 포효했다.
-키아아악!!
포효와 함께 코볼트들이 들고 있는 단검으로 최진혁을 난도질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푸슝!
다섯 번의 공기 터지는 소리와 함께 다섯 마리의 코볼트들의 미간에는 구멍이 나 있었다.
“다음.”
그리고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최진혁이 외쳤다.
* * *
최진혁이 코볼트를 학살할 동안 김혜진의 시험도 시작되었다.
마찬가지로 다섯 마리의 코볼트들이 나타나자 김혜진은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는 카사와 실프를 소환했다.
소환한 실프의 힘으로 몸을 가볍게 만들고 김혜진은 코블트들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키익? 케에엑!!
김혜진이 공격은 하지 않고 빙글빙글 주위를 돌기만 하자 코볼트들이 성을 내면서 김혜진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짧은 다리와 실프의 도움으로 몸을 가볍게 만든 김혜진의 움직임을 따라 잡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머리가 없는 코볼트는 계속해서 키익 하는 소리와 함께 김혜진의 뒤를 쫓았다.
-키에에엑.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김혜진을 뒤쫓던 코볼트들이 거친 숨을 내면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때를 기다리던 김혜진은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했다.
화르륵-
코볼트들이 앉아 있던 주위에 동그랗게 불이 붙었다. 정확하게 다섯 마리의 코볼트들 전부 가두는 모양새였다.
갑자기 나타난 불의 감옥에 코볼트들이 힘든 것도 있고 벌떡 일어나서 도망을 치려고 했지만 실프의 바람과 맞물려 불의 감옥은 눈 깜짝할 시간 사이에 코볼트들의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커졌다.
그리고 그런 불의 감옥에서 코볼트들은 타는 듯한 뜨거움을 느끼면서 서서히 죽어갔다.
그렇게 5분 정도 뒤에 불의 감옥이 사라졌을 때, 그 안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휘유! 아저씨는 잘하고 있으려나.”
그리고 그 시각 캡슐 밖에선 난리가 나고 있었다.
* * *
“……우리랑 같은 실기시험 응시자들이 맞아? 미친 거 아니야?”
“그러게……. 저건 무슨 괴물들이야.”
TV 속 모니터는 등수대로 놓아져 있기 때문에 1등인 최진혁 순으로 2등인 김혜진 3등 김민혁, 이정우 순으로 놓아져 있었다.
하지만 처음엔 3등이지만 대형길드 소속인 김민혁과 이정우의 실력에 기대를 많이 했던 것과는 다르게 1등과 2등들의 실력이 그 둘을 압도했다.
최진혁의 실력이야 두말할 것 없이 최고였다.
다섯 발의 본 애로우로 다섯 마리의 코볼트들의 미간을 뚫어낼 때에는 소란스러웠던 강당 내부가 조용해질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거기에 2등인 김혜진의 능력 또한 최진혁에게는 밀리더라도 어마어마했다.
불과 바람 이렇게 두 명의 정령으로도 얼마만큼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초반에 바람의 정령으로 몸을 가볍게 해 코볼트들의 체력을 떨어뜨리고 그때를 노려서 불의 정령을 이용한 불의 감옥으로 서서히 말려 죽이는 방법에 감독관조차도 수다스러운 입을 다물고 멍하니 그 모습을 쳐다볼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런 둘의 사냥 영상이 옆에 있으니 쌍검과 대검을 들고 코볼트들과 혈투를 벌이고 있는 김민혁과 이정우의 영상은 다른 이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정작 둘은 밖에서 자신들의 사냥 모습을 보고 환호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어! 2단계 몬스터 나온다.”
“저 사람들이 정말 우리랑 같은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되네…….”
같이 들어간 다른 이들은 많아야 세 마리째의 코볼트들을 잡고 있는 와중에 최진혁과 김혜진이 2단계에 돌입하자 그 모습을 보는 다른 응시생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 * *
바깥에서 다른 이들이 자신을 보고 부러움의 한숨을 내뱉는 것도 모른 채, 최진혁은 또다시 터져 나온 빛 무리를 보면서 감독관에게 말했다.
“감독관.”
-……예?
갑자기 최진혁이 말을 걸어오자 감독관이 깜짝 놀라며 답했다.
“이번에는 어떤 몬스터가 나오지?”
-……고블린입니다. 수는 똑같습니다.
“흐음…… 나쁘진 않군. 그래도 마나를 아끼려면 이쯤에서 나이트는 꺼낼까…….”
-예?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최진혁이 중얼거리자 감독관이 되물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최진혁은 손을 한 번 휘젓고는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리고 이내 새하얀 뼛조각 하나를 꺼내서 바닥에 툭 던졌다.
바닥에 뼛조각이 떨어짐과 동시에 다섯 개의 빛 무리는 다섯 마리의 고블린으로 변했다.
나타난 고블린들은 코볼트들보다 키와 덩치가 약간 더 컸다. 그리고 두 마리는 방패를 들고 있었고, 다른 두 마리는 활을 나머지 하나는 최진혁이 들고 있는 것과 똑같은 스태프를 들고 있었다.
“고블린 전사 둘에 고블린 궁병 둘 거기에 고블린 주술사인가?”
정석적인 고블린 파티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도전자들을 물리친 파티이기도 했다.
고블린들은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모습이었다.
즉 시험을 치르는 응시생들에게는 최악의 몬스터였다.
비록 저등급의 몬스터이지만 고블린은 지능이 있었다.
거기에 주술사라는 리더까지 가지고 명령에 따르니 아직 제대로 된 실전은 겪어보지도 못한 응시생들이 상대하기에는 무척이나 까다로운 존재였다.
앞에서는 방패를 든 고블린이 응시생의 공격을 저지하고 뒤에선 궁병들이 화살을 쏘아댄다.
거기에 주술사가 거는 각종 저주들은 응시생들의 체력을 좀먹는다.
그렇기에 많은 응시생들이 2단계에서 무너진다.
1단계에서 코볼트들에게 힘을 뺀 이들이 2단계에서 고블린 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진혁에게는 별 상관이 없는 얘기였다.
방패로 막고 화살을 쏘고 저주를 걸면 어쩔 것인가?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그런 자잘한 것 따위로 앞길을 막을 수 없다. 그리고 최진혁에게는 그런 힘이 있었다.
“공격해라. 본 나이트.”
-주인님의 뜻대로…….
최진혁의 명령에 뼛조각이 단숨에 본 나이트로 화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고블린 무리에게 뼈 방패와 뼈 검을 들고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