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 헌터가 되다! 17화
압도적(1)
필기시험을 마치고 돌아온 뒤, 최진혁은 본격적으로 둘의 수련을 봐주기 시작했다.
아직 필기시험 합격자들의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애초에 100점을 떨어뜨릴 미친 인간은 협회에 없다는 걸 알기에 수련을 시작했다.
김혜진의 경우에는 바람의 정령과 불의 정령의 수련을 시작했고, 도경수는 스켈레톤 워리어에 스켈레톤 메이지를 더했다.
그 덕택에 도경수는 한 달 만에 다시 방패를 쥐었다.
“으악! 으아악! 으아아악! 최진혁 개새꺄!!!”
날아오는 화염구를 피하기 위해 연신 바닥을 구르는 도경수를 보면서 최진혁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김혜진을 향해 말했다.
“어디 한번 쏴보아라.”
“지…… 진짜 쏴요? 이거 맞으면 아플 텐데?”
“……언데드가 고통을 느낀다는 말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군. 쏘기나 해라.”
“에잇!”
어이없어하는 최진혁을 뒤로하고 김혜진은 불의 정령, 카사를 소환해서 불화살을 쏘았다.
그리고 날아간 불화살은 본 하운드에게 고통을 주기는커녕 맞추지조차 못했다.
-컹!
“엑?”
“이제 봤겠지? 네 걱정이 필요할 정도로 내 본 하운드는 느리지 않다. 움직이는 과녁이라고 생각하고 맘껏 쏘도록. 마나가 부족하면 집적진으로 들어가 마나를 모으고 쏘는 것을 반복해라. 그게 너의 특훈이다.”
“에에엑?!”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특훈에 김혜진은 울상을 지었지만 최진혁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문밖에서 기다리는 손님을 생각하면서 대문으로 향했다.
끼이익.
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밖에 서 있던 이가 싱긋 웃으면서 최진혁에게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최진혁 씨.”
“퍽이나 오랜만이군. 끽해야 한 달 아닌가? 김민식.”
약 한 달 만에 보는 김민식의 말에 최진혁도 싱긋 웃으면서 답했다.
* * *
“꽤나 과격한 수련을 하시네요?”
“가장 효과적인 수련을 선택했을 뿐이다.”
“하긴 그것도 그렇죠. 원래 능력이 가장 크게 발달될 때가 실전이긴 하죠. 그래서 이번에 엄청난 사건을 만들어주셨네요.”
“그저 내 실력대로 보았을 뿐이다. 그게 문제인가?”
“아뇨아뇨. 오히려 고맙다고 말하려고 온 겁니다.”
“……?”
최진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김민식을 보면서 물었다.
“어째서지?”
“어째서라기보다는…… 최진혁 씨가 유명해질수록 저희는 좋거든요. 그래야 저희 쪽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 파괴력이 크니까요.”
“기자회견? 아까 만났던 이들을 모아두고 뭐라도 한다는 건가?”
“예, 최진혁 씨와 협회의 계약에 대해서 대충 말하려고 합니다. 추가적으로 김혜진 양과 도경수 씨의 얘기도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두 헌터와 협회의 지부장을 맡았던 이들이 뭉쳐서 길드를 만든다! 거기에 협회는 그들의 재능을 인정하고 계약을 맺어서 도움을 준다. 어때요? 꽤 괜찮은 시나리오 아닙니까?”
확실히 김민식의 말은 옳았다. 최진혁의 능력으로 실기 정도는 누워서 떡 먹기였다.
최진혁의 능력이라면 만점 정도는 우습게 맞을 것이기에 A급까지도 노려볼 만했다.
필기와 실기 전부 만점에 시작부터 A급인 헌터, 거기에 김혜진 같은 경우도 필기가 만점이니 조금만 더 능력을 키우면 무난하게 C급은 받을 수 있을 것이기에 파급은 더 컸다.
대부분 능력 있는 루키들도 D급에서 시작하니 말이다.
시작부터 B급과 C급을 받은 초대형 신인들에 지부장을 맡을 정도로 능력 있는 이가 모여서 길드를 만든다.
거기에 협회와 계약까지? 이렇게 되면 협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대형길드는 눈 뜨고 자신들의 목을 찌를 송곳이 커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압박을 가하면 곧 협회에게 개입할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쁘진 않군. 그렇게 되면 내가 클 때까지 대형길드들의 눈치 따위는 안 봐도 된다는 것 아니냐?”
“맞습니다. 거기에 협회의 지원까지 당당하게 받을 수 있죠. 거기에 협회에 들어오는 던전 공략권을 최진혁 씨가 만드실 길드에 드릴 수도 있습니다. 합법적으로 키워주는 거죠. 이렇게 되면 정말로 대형길드는 눈뜨고 코 베이는 기분이 뭔지 제대로 알게 될 겁니다. B급 던전 정도는 최진혁 씨 파티라면 손쉽게 클리어할 테니 자객 같은 것들을 넣을 방법도 없죠. 그렇게 무난하게 성장해 주시면 됩니다.”
“나…… 아니, 우리에게는 무척이나 좋은 조건이군. 그래서 너희들이 얻는 것은 무엇이지?”
“처음 만났을 때에 말한 대로 저희의 ‘부탁’을 들어주시면 됩니다. 쉽죠?”
“……정말 그거면 되는 건가?”
“예, 그거면 됩니다.”
김민식의 말에 최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도록 하지. 그래서 그 기자회견은 언제 열 생각이지?”
“아마 최진혁 씨가 실기시험을 통과하고 등급을 받게 되면 할 생각입니다. 길드 창설 준비는 협회 쪽에서 준비 중이니 최진혁 씨는 길드명만 생각해 두시면 됩니다.”
“알겠다. 그렇게 알고 있지.”
“그러면 이만 일어나도록 하겠습니다. 할 일이 좀 많아서요.”
대화가 끝나자 김민식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그때 최진혁이 김민식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마석이 다 떨어졌다.”
“벌써 다 떨어졌습니까? 하긴 저 두 명의 몫까지 쓰면 금방 쓰긴 하겠군요. 알겠습니다. 협회로 돌아가서 다시 보내드리죠. 아마 이번에는 추가로 상급 마석도 몇 개 갈 것 같군요. 이번에 협회에서 S급 던전 하나를 클리어해서 조금 여유가 있습니다.”
“그러면 고맙겠군.”
상급 마석이라는 말에 최진혁의 눈이 반짝였다.
최진혁의 그런 모습에 김민식이 풋 하고 웃고는 이제는 정말로 간다는 듯이 손을 흔들고 이내 떠났다.
김민식이 사라지자 멀리서 수련을 하던 도경수와 김혜진이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너흰 또 뭐냐? 가서 하던 수련이나 마저 해라.”
“김 팀장님이 여긴 무슨 일이랍니까?”
“우리 가지고 기자회견을 한다더군. 그거에 대해서 승낙을 해주었다.”
“……저희의 허락은요?”
“아아~ 이번에 상급 마석도 온다기에 너희들 마나 집적진을 조금 손봐줄까 했더니 필요가 없었나 보군. 어쩔 수 없이 내가 써야…….”
“당연히 허락을 할 테니 안 하신거군요! 역시 최진혁 씨의 선견지명에 이 도경수!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군요!”
최진혁의 말에 김혜진이 자신을 죽일 듯이 째려보자, 도경수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더니 빛보다 빠르게 태세전환을 하면서 비굴하게 최진혁에게 알랑방귀를 뀌었다.
그 모습에 최진혁이 피식 웃으면서 손을 내저었다.
할 일이나 하라고 말하자 둘은 곧장 집 안으로 들어가 마나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최진혁 자신도 마나 축적을 위해서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
* * *
김민식이 다녀간 이후로 최진혁은 김혜진과 도경수를 가르치는 것에 박차를 가했다.
김혜진의 경우에는 세 명을 넘어서 네 명의 정령을 동시 소환할 수 있게 가르쳤고, 거기에 본 나이트 공격을 더했다.
즉 이제는 공격을 피하면서 공격을 하게 되었다. 물론 날이 없는 검으로 했다.
하지만 실전을 방불케 하는 공격 탓에 김혜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대부분 최진혁의 욕이 주가 되었지만 아르말딘 대륙에서 그보다 더한 욕들을 들으면서 살아온 최진혁에게는 아무런 대미지가 없었다.
도경수의 경우에는 더욱 간단했다.
본 나이트와의 대련에 최진혁이 얹어졌을 뿐이다. 덕분에 도경수는 스몰 쉴드를 카이트 쉴드로 바꿀까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빠른 몸놀림이 생명이라는 최진혁이 말(본 미사일이 섞인)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스몰 쉴드를 계속 사용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실력은 정말 말 그대로 쭉쭉 성장했다.
김혜진은 땅의 정령으로 골렘들을 소환해서 본 나이트를 태운 본 하운드를 막는 것도 모자라서 땅을 파서 함정을 만드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공격을 했고, 도경수의 경우에는 새로운 마법까지 각성했다.
휘오오오.
“으아아악!! 이거 너무 빨라아아아!!!”
바로 헤이스트 마법이었다. 버프 마법(강화 마법)이 몸 전체를 균등하게 강화 혹은 한 부분을 강하게 강화한다면 헤이스트는 몸놀림, 즉 민첩성 자체를 키워주게 되면서 본 나이트의 공격이나 최진혁의 본 미사일들을 훨씬 빠르게 피해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푸슝!
“악! 이건 반칙! 악악악!!”
헤이스트로 몸놀림을 빠르게 해도 최진혁의 몇 수 앞을 보고 쏘아대는 본 미사일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거기에 본 나이트의 검격이 더해지자 도경수는 서커스를 하는 곰처럼 움직였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틈이 보일 때마다 본 나이트에게 유의미한 공격을 하는 등, 점점 실력을 증진시켜 나갔다.
그렇게 김혜진이 본 나이트를 상대로 십여 분을 버틸 수 있게 되고 도경수도 본 나이트와 최진혁에게서 수십 분을 싸울 수 있게 될 때쯤 실기시험의 날이 다가왔다.
* * *
실기시험 날이 되자 최진혁과 김혜진 그리고 도경수는 저번처럼 강남에 있는 헌터 협회로 향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필기시험 당시와 모여 있는 사람의 비율이 달랐다.
필기시험 때에는 부모님이나 친구 혹은 연인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진 웨일 길드에서 이번 실기시험 합격자를 모으고 있습니다!”
“화랑 길드에서도 길드원을 뽑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업계 최고 대우를 자랑…….”
“워리어즈 길드는 의리로 먹고사는 길드입니다! 저희는 길드원이 아니라 가족을…….”
이렇게 각 길드에서 나온 스카우터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스카우터들로 가득 찬 정문 앞에서 최진혁 등이 차에서 내리자 주변이 혼란스러워지는 것도 당연했다.
“저…… 저 사람 최진혁 아니야?”
“맞네! 저 옆에 김혜진이랑 도경수가 있잖아!!”
“어머, 저건 잡아야 해!”
그들이 나타나자 주위에서 목청껏 소리를 지르던 스카우터들이 그들에게 몰려들었다.
그리고 스카우터들뿐만 아니라 최진혁 등과 함께 시험을 치르는 응시생들마저도 최진혁들에게 달라붙어서 질문 공세를 퍼부어댔다.
“저기~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필기를 잘 볼 수 있어요?”
“혹시 저랑 파티를 맺어주실 수 있나요? 물론 제가 실기를 합격한다면요!!”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해왔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하자 질문에는 자신들이 빠질 수 없다는 것을 과시하듯이 기자들이 나타나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고 녹음기를 들이미는 등 협회 정문 앞은 최진혁 무리가 나타난 지 단 5분 만에 난장판이 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협회의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던 성지혁 협회장이 허허 웃었다.
“허허허, 개판이네.”
그리고 그와 함께 헌터 라이센스 실기시험도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