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 헌터가 되다! 16화
만점(2)
“뭐야? 저 사람 누구야? 피닉스 길드? 서클 길드?”
“처음 보는 얼굴인데?”
자신을 둘러싸고 플래시를 터뜨리던 기자들이 수군거리자 최진혁이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뭐지?”
“저…… 저희는 스브스에서!!”
“패치패치에서 나왔습니다!! 이번 시험이 사상 최강으로 어려운 불지옥 난이도라고 하던데 난이도는 어땠습니까!!”
자신의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기자들의 모습에 최진혁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쉬웠다. 그것도 매우 쉬웠으니까 이제 비켜라.”
“……?!”
최진혁의 대답에 모여 있던 기자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변했다.
처음으로 나오기에 일단 찍고 본 것인데 말을 하는 모양새며 대충 풀고 나온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자들은 최진혁을 다시 붙잡고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어디 길드 소속이십니까!!”
“이름은? 나이는 어떻게 되십니까?”
“후우…….”
여기저기서 질문을 해오는 기자들의 모습에 최진혁은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면서 답했다.
“내 이름은 최진혁이다. 나이 같은 거야 알 바 아니고. 그리고 내 뒤로 여자애 한 명이 나올 거다. 그 녀석 이름은 김혜진이니 그 녀석에게 질문 많이 하도록. 그럼 이만.”
하지만 그런 최진혁의 대답에도 기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최진혁에게 들러붙었다. 아니, 붙으려고 했다.
달그락-
최진혁의 주위에 갑자기 나타난 본 나이트와 본 하운드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흐억! 몬스터다!!”
“도망…… 어라? 지금 저 사람 호위하고 있는 건가?”
“몬스터가 호위라고? 그게 무슨…….”
이어질 ‘개소리야’라는 말이 미처 나오기도 전에, 다른 기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점수 떴다!!”
헌터 협회에서 시험을 보면 다른 시험장과는 다르게 시험 점수가 전광판에 자동으로 표시된다. 성적순으로 말이다.
그리고 최진혁은 가장 처음으로 나왔기에 가장 맨 위에 점수가 적혔다. 하지만…….
-1시험장, 최진혁, 100점.
맨 처음으로 나오지 않았어도 맨 위에 랭크 됐을 점수에 모여 있던 기자들이 입을 떡 벌리고 전광판만을 바라보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헌터 라이센스 시험에서 100점이 나온 것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채점을 감독관들의 재량껏 하기 때문이다.
즉 정답에 가까운 답이라도 감독관 마음에 들지 않다면? 감점 요소가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어중간하게 96점 94점 같은 애매한 점수들은 많이 나왔지만 100점이라는 완전무결한 점수가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완전무결한 점수를 낸 최진혁은…….
“뭐야! 최진혁 어디 갔어!!”
바람처럼 사라졌다.
* * *
“후우, 식은땀이 나는군. 원래 저들은 다 저런가?”
“뭐 기자들이 다 저러죠. 애초에 당신, 아니, 최진혁 씨처럼 100점 찍고 나온 사람이면 일반인들도 어떻게 풀었냐고 물어볼 텐데 기자면 말 다했죠.”
협회 바깥에서 기다리던 도경수를 만나 인근의 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최진혁에게 도경수가 물었다.
“그런데 진짜 어떻게 100점을 맞은 겁니까? 그거 맞은 사람 여태껏 한 명도 없었는데.”
“내가 아는 지식대로 적어 냈을 뿐이다.”
“괴물이네 진짜…….”
객관식이라면 몰라도 모든 문제가 주관식이다.
감독관들의 의견이 조금씩은 반영돼서 채점되기에 100점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도경수였다.
그렇기에 100점을 맞은 최진혁을 보는 도경수는 동물원의 원숭이라도 보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김혜진 걔는 어쩌고 혼자 나오셨습니까?”
“애초에 내가 나왔을 때 김혜진은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 아마 지금쯤이면 나왔겠지. 내가 가르쳐 준 것들을 다 기억하고 있다면 말이야.”
“그런데 아까 들어보니 걔 이름이 들리던데 걔 팔아서 빠져나온 것 아닙니까?”
“…….”
쪼오오옥.
정곡을 찌르는 도경수의 물음에 최진혁은 조용히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 문을 박차고 김혜진이 들어왔다.
“아저씨!! 어떻게 나를 팔아먹을 수가 있어요!!”
그리고 그와 함께 어마어마한 수의 기자들도 함께 쳐들어왔다.
“최진혁 씨! 김혜진 씨와는 무슨 관계이십니까!!”
“옆에는 전 헌터협회 신도림 지부장 도경수 씨 아닙니까? 그분과는 도대체 무슨 관계입니까? 설마 최진혁 씨는 협회에서 밀어주는 루키인 겁니까?”
“최진혁 씨!!”
“최진혁…….”
어마어마한 기자 수처럼 어마어마한 질문 양에 최진혁이 이를 갈면서 김혜진을 노려봤고, 기자들을 끌고 나타난 김혜진은 미안한지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귀여운 척을 했다.
“헤헷?”
* * *
그 시각, 시험을 시작한 지 40분쯤 되었을 때쯤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이가 있었다.
“하하하!! 40분 만에 시험을 마쳤다고!!”
“내가 1분 더 빨랐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한 명의 청년이 서 있었다.
도합 두 명의 청년은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면서 시험장을 나와 전광판이 있는, 그리고 대망의 하이라이트인 기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뭐야……? 왜 아무도 없어!!!”
“왜 아무도 없는 거야!!!”
둘의 공허함 외침과 함께 전광판에 그들의 이름이 추가되었다.
-1위: 1시험장 최진혁 100점
-2위: 2시험장 김혜진 100점
-3위: 3시험장 김민혁 96점
-3위: 3시험장 이정우 96점
“……저건 또 뭐야……?”
자신들의 이름 위로 랭크되어 있는 둘의 이름을 보면서 김민혁과 이정우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전광판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전광판을 노려본들 바뀌는 것은 없었고 둘은 어깨를 추욱 늘어뜨린 채 자신들의 담당자에게 힘없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
-여어! 민혁아! 어때? 서클 쪽에서 루키 하나가 나왔다고는 하는데 네가 이겼지? 응?
“……졌어요.”
-그…… 그래? 아하하! 민혁아 그래도 나중에 가면 네가 서클 쪽에 보다 더…….
“걔가 아니에요.”
-엥? 그러면 대체 누가? 다른 길드에서 나온 루키들은 없었는데?
“하나가 아니라 둘이나 있다고요! 만점자가!!!”
그리고 이런 김민혁과 같이 이정우도 비슷한 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 * *
“……사고를 거하게 쳤구만? 만점? 그것도 둘이나? 하하하!!”
“정말 계약하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협회에 가장 높은 곳에서 바깥을 내려다보던 성지혁의 말에 김민식이 한숨을 내쉬었다.
“재밌구만 재밌어. 그래서 김혜진이란 여자애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예, 최진혁 씨만큼은 아니어도 잠재적인 위험이라는 생각에 죽일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사대 정령 전부와 적합자였습니다.”
“허어……. 그야말로 일인군단이겠군.”
땅의 정령으로 만든 골렘을 부리면서, 물의 정령으로 다치지도 않고, 불의 정령으로 강력한 파괴력을 그리고, 바람의 정령으로 공격을 회피하면서 던전을 유린하는 김혜진의 모습을 상상하던 성지혁이 자신의 거대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런 성지혁을 보면서 김민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과연 김혜진 양에게 일인군단이라는 칭호가 어울릴까요?”
“음?”
“일인군단이라는 칭호는 아마…… 최진혁 씨가 가져가게 될 겁니다. 그것도 빠른 시간 내에 말이죠.”
그 말을 하면서 본 나이트에게 호위를 받으며 협회를 빠져나간 최진혁을 떠올리면서 김민식이 피식 웃었다.
“그런데 기자들은 안 막아도 되겠냐? 저거 이제 다른 대형길드들도 전부 다 알게 될 텐데?”
“어쩔 수 없죠. 저도 예전에 최진혁 씨에게 말한 것처럼 최대한 안 들키고는 싶었지만……. 저렇게 많은 기자들의 입을 전부 다 막는 것은 대통령도 불가능할 겁니다. 그리고 이게 어지간히 큰일이어야죠. 여태까지 나온 적 없던 만점자가 둘이나 나타났습니다. 거기에 그 둘은 친분이 있어 보인다. 이것만큼 소스 좋은 기삿거리가 있겠습니까?”
“……없겠지?”
성지혁의 말에 김민식이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 기사들이 최진혁 씨의 이름을 널리 퍼뜨려 줄 겁니다. 그리고 그때를 맞춰서 우리도 기자회견 하나 하죠.”
“무슨 기자회견?”
“최진혁 씨는 우리 거니까 넘보지 말라는 기자회견 말입니다.”
* * *
“우와, 빠르다 빨라. 벌써 기사 올라왔네.”
몰려든 기자들을 어찌어찌 떼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뒷좌석에 앉은 김혜진이 핸드폰을 보면서 꺄르륵 웃어댔다.
그 모습에 운전을 하던 도경수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김혜진에게 물었다.
“어떤 기사야?”
“으음…… 일단 이번 시험은 만점자가 두 명?! 이거랑 만점 맞는 비법이 따로 있다? 만점자 둘은 사실 친분이 있는 관계!! 이 두 개가 인기가 가장 좋네요. 댓글을 보니까 다들 부러워하는 눈치네요. 뭐 나도 잘 배울 수 있다 가르쳐 달라~ 같은 부러워하는 댓글 아니면 인맥빨 오지네 쯧쯧 같은 시기성 댓글?”
“……이름도 다 적혀 있지?”
“네, 김혜진, 최진혁 둘 다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네요. 아! 여기 전광판 사진도 올라왔어요. 대형길드들의 루키들을 짓밟은 두 사람은 대체 누구? 라는 기사가 방금 또 올라왔네요. 와아, 아저씨 우리가 대형길드 애들 짓밟았다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조수석을 흔들면서 질문하는 김혜진에 의해서 단잠을 방해받은 최진혁이 신경질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내가 가르친 것을 생각하도록 해라. 넌 못해도 내가 다 풀고 5분 뒤에 나왔어야만 했다. 그런데 10분? 오늘 수련을 추가시키기 전에 조용히 입 닫고 자라.”
“힝…… 왜 그래요 아저씨~ 이렇게 좋은 날에~ 제가 오늘 맛있는 거 해드릴게요!! 마켓 가요 마켓! 경수 아저씨 차 돌려!! 나 오늘 집 안 가!”
“아저씨 아니라고!!”
아저씨란 말에 도경수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치자 그 모습이 또 재밌는지 김혜진은 꺄르륵 웃으면서 좋아라 했다.
그리고 그런 김혜진에게 전화가 왔다.
“에이 한창 재밌었는데 누구지? 여보세요?”
-혜진이니? 지금 기사 올라온 게 정말 너 맞아?
“응? 엄마구나. 응응!! 나 맞아! 대단하지?”
-우리 딸 대단하네~! 엄마는 딸 믿었어! 조만간 집에 한 번 들러라. 최진혁 씨라고 했나? 그분한테도 감사인사도 할 겸 반찬들 좀 만들어 놨으니까 가져다가 먹어!
“알았어, 엄마. 조만간 갈게.”
김혜진이 배실배실 웃으면서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고는 말했다.
“엄마는 또 이걸 어떻게 알고 전화 하셨대. 조만간 집에 들르라고 하시네요. 반찬 많이 만들어놨다고.”
“오! 너희 어머니 김치 맛있던데 김치도 더 가져와라.”
“베에! 아저씨는 안 줄 거거든요?”
“치사하게!!”
또다시 툭탁거리는 둘의 모습에 최진혁이 무어라 소리치려 할 때였다.
부우우웅! 부우우웅! 부우우웅!
최진혁과 김혜진 그리고 도경수의 핸드폰이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진동에 도경수가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이거 설마…….”
“기자 같은데요……? 모르는 번호예요. 지금 문자도 엄청 오고 있어요!!”
“…….”
갑자기 썰물처럼 밀려오는 전화와 문자들의 파도에 결국 김혜진과 도경수는 뜨겁게 달아오르는 핸드폰의 전원을 끌 수밖에 없었다.
“힝, 애들한테 자랑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됐으니 아마 당분간 핸드폰은 켜지도 못할 거다.”
도경수의 말에 김혜진의 안색이 더욱 침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