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 헌터가 되다! 15화
만점(1)
“저어…… 최진혁 씨?”
“음? 왜 그러지?”
“이거 실홥니까?”
한 손에는 최진혁이 준 완드를 다른 한 손에는 단검을 쥐고 있는 도경수가 최진혁에게 물었다.
“뭐가 문제지? 실력을 늘리는 데에는 실전만큼은 좋은 것은 없다.”
“아니, 그건 분명 맞는 말인데…… 저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달그락-
도경수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최진혁이 대련 상대로 붙여준 것이 다름 아니라 본 나이트였으니까 말이다.
지하철역에서 본 나이트의 능력을 여실히 느낀 도경수는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최진혁을 설득했지만…….
“나이트로는 성에 안 차나? 그러면 본 하운드까지 불러서…….”
“아뇨! 좋습니다! 바로 시작하시죠!”
주머니에서 뼛조각 하나를 꺼내서 만지작거리면서 중얼거리는 최진혁의 모습에 도경수가 기겁을 하면서 소리쳤다.
방금 본 나이트가 어떻게 소환되었는지를 보았기에 저 뼛조각이 순식간에 본 하운드로 변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시작하지.”
“하아…….”
달그락.
최진혁의 말에 한숨을 쉬면서 도경수는 자신의 몸에 버프 마법을 걸고는 본 나이트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도경수의 모습을 보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왜냐하면 집 안에서 머리를 감싸 쥐고 필기시험을 준비하는 김혜진을 도와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경수와 김혜진을 돌봐주는 동안 시간은 빠르게 흘러 필기시험 당일이 되었다.
* * *
카가가각!!
“크읍!”
달그락.
이른 아침, 아직 어지간한 사람들은 일어나지도 않은 새벽에 칼 소리와 신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들의 주인공은 다름 아니라 도경수와 본 나이트였다.
도경수의 모습은 약 한 달 전과 많이 달랐다. 일단 부 무장이던 단검은 한 손 검으로 바뀌었고, 허리춤에는 단검을 꽂아 넣는 벨트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의 도경수는 전신에 빛무리가 머물러 있지 않았다.
어떨 때에는 다리에 어떨 때에는 팔에 심지어 어떨 때에는 한손 검에도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한 달 전에 쥐 잡듯이 본 나이트에게 잡히던 것과는 다르게 지금은 막상막하였다.
본 나이트가 휘두르는 검을 물 흐르듯이 비껴치고는 다리에 강화를 부여해서 단숨에 안쪽으로 파고들어서 본 나이트가 방패를 들기도 전에 검을 휘두르는 도경수의 모습은 한 달 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리고 그런 도경수를 보는 눈이 있었다.
“저 정도면 한 달 전에 내가 보여준 모습 정도는 되겠군.”
시선의 주인은 다름 아니라 도경수의 스승 노릇을 자처한 최진혁이었다.
도경수의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을 보면서 최진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왜냐하면 무기에 강화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도경수 자신이 알아낸 방법이라는 것이다.
“원래 한 달 전에 보여준 단계까지 도달하면 무기에도 강화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가르쳐 주려고 했건만…… 꽤나 뛰어난 학생이로군.”
그리고 최진혁이 이렇게 지켜보는 사이에 승패는 도경수의 검이 스켈레톤 워리어의 검을 쳐서 날리면서 결정 났다.
“흐억, 흐억……. 드디어 이겼다아!!!”
“쯧, 아침부터 시끄럽게 소리 지르지 마라.”
“……네이네이, 알겠습니다.”
그리 말하면서 ‘처음으로 이겼는데 좀 좋아할 수도 있지’라면서 투덜대는 도경수를 보면서 최진혁이 피식 웃으면 그를 칭찬했다.
“잘했다.”
“……지금 뭐라고 하신 겁니까?”
“두 번은 없다. 애초에 네가 이기는 게 당연한 일이다. 본 나이트는 헌터 등급으로 나누자면 C급에서 B급 사이 정도니까 말이다.”
“하아? 저게 어떻게 C~B급이란 겁니까?”
“스켈레톤은 매개체가 된 시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본 나이트는 C급 보스 몬스터의 시체로 만들어졌지. 그리고 언데드가 되면 대략 한 단계에서 반 단계 정도 다운그레이드가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술자인 내가 워낙 뛰어나기도 하고 마나의 질도 좋기에 B급에 가까운 C급 정도가 되겠군.”
“……그러면 본 하운드까지 얹어지면 어떻습니까? 제가 싸우면 이길 수 있겠습니까?”
은근 기대를 담아서 묻는 도경수의 모습에 최진혁이 싸늘한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필패다. 당연한 것을 묻지 마라. 애초에 본 나이트는 본 하운드와 한 쌍이다. 본 하운드가 얹어지면 B급…… 아니, A급 강화형 헌터와도 비벼볼 만하겠군.”
“하아, 아직 멀었군요.”
“괜찮다. 너 정도면 충분히 잘하고 있다. 죽으면 본 나이트로 잘 써주지.”
“으엑…… 그건 좀 봐주시죠.”
소름이 돋는다는 듯이 팔을 벅벅 긁고 있는 도경수를 내버려 두고 본 나이트를 뼛조각으로 돌린 최진혁이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들어가자. 오늘은 필기시험이 있는 날이다. 빨리 밥을 먹고 나가봐야 한다. 너 덕분에 지체되었군.”
“……맨날 내 탓이지. 어휴.”
“……뭐라고 했지?”
“하하하!! 배고프다고 했습니다!!”
최진혁의 말에 도경수는 배를 문지르면서 얼버무리고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도경수를 보면서 최진혁은 생각했다.
‘역시 사람은 쉽게 안 바뀌는군.’
아직까지도 최진혁은 신도림역에서 도경수가 욕을 하고 깽판을 부리던 모습을 잊지 않았다.
* * *
“우와…… 사람 진짜 많네요.”
“그러게. 나 때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여기는 점점 늘어가네.”
“아저씨도 와봤어요?”
“내가 B급 헌터 자격증을 어디서 받았다고 생각하는 건데? 뭐 중고나라에서 샀겠냐?”
“쳇, 말을 해도 꼭 그렇게 해야겠어요?!”
“둘 다 그만 싸우고 들어가기나 해라.”
강남에 있는 헌터 협회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헌터 지망생과 그들의 가족들과 그런 그들에게 무어라도 팔아보기 위한 가판들이 늘어서 있었다.
수능 이상으로 치열한 현장에 최진혁도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럴 만도 한 것이 직업 설문조사 1위에 오른 것이 다름 아니라 헌터였으니 이런 상황도 이해는 갔다.
“아들~ 잘 다녀와!”
“여기 엿이랑…… 이건 끝나고 먹을 거 사 먹고…….”
“오빠 파이팅~!”
그리고 협회로 들어가는 헌터 지망생들을 각자의 부모님, 혹은 연인이나 친구가 와서 배웅을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최진혁과 김혜진도 도경수의 배웅을 받았다.
“최진혁 씨 다녀오십쇼.”
“나는?!”
“넌 적당히 잘 다녀오고.”
“우씨!”
들어가기 직전까지 싸우는 둘의 모습 최진혁은 이마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 * *
“후우…… 힘들군.”
협회에 들어와서도 최진혁은 곤란에 빠졌다.
협회의 크기가 상상 이상으로 커다란 탓에 자신의 시험 장소를 찾는 것도 일이었고, 협회 안에도 이미 들어온 사람들로 인해서 하나의 파도가 형성되어 있어서 지나가기 힘들었다.
정말 막말로 플라이 마법이라도 펼쳐서 날아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고작 2서클로 플라이 마법을 펼칠 방법이 없었다.
플라이 마법이 각인된 아티팩트가 있다면 말이 다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우여곡절에도 김혜진과 최진혁은 각자의 시험 장소를 찾아 들어갔다. 최진혁은 1시험장 김혜진은 2시험장이었다.
“아저씨! 잘 보고 와요!”
“내가 가르쳐 준 것들이 모두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너만 잘 보면 된다. 만점 못 받으면…… 그 뒤의 상황은 잘 아리라 믿는다.”
“……옙!!”
최진혁의 으스스한 협박에 김혜진이 군기가 바짝 든 얼굴로 끄덕였다. 다른 이들이 들었다면 무슨 만점이냐며 손가락질하겠지만 최진혁은 자신 있었다.
지난 한 달간 정말로 밥 먹는 시간과 자는 시간 그리고 마나 축적과 정령 수련 시간을 제외한 시간을 모두 필기시험 공부에 갈아 넣었기에 만점을 받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로지 김혜진의 머리 때문이었다.
그만큼 최진혁은 자신이 아는 지식들을 모조리 김혜진에게 주입시켰다.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부정행위를 하시다 적발되실 경우 3년간 헌터 라이센스 시험에 응시하실 수 없으십니다. 이상입니다. 시험지 배부하겠습니다.”
사락. 사락.
감독관의 말과 함께 시험 문제지가 배부되기 시작됐다.
그 모습에 다른 응시생들은 긴장을 하면서 문제지를 받아 들었지만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오로지 최진혁만이 편안한 표정으로 문제지를 받아들었다.
문제지를 받아 들자마자 최진혁은 자신의 이름과 수험 번호를 적고 문제를 풀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문제들은 다양했다.
-던전 내에 오크들의 계급에 대해서 설명하시오.
같이 꽤 쉬운 축에 속하는 문제가 있는 반면에.
-샤벨타이거의 급소는 어디어디에 있는지 말하고 어떤 공격이 가장 효과적인지 설명하시오.
같이 어려운 축에 속하는 문제들도 많았다. 하지만 최진혁은 쉬운 문제든 어려운 문제든 막힘없이 풀어나갔다.
‘오크들은 족장을 필두로 주술사, 전사 그리고 그 밑으로 창병 궁병 기병으로 나뉜다. 그리고 일반 오크까지.’
‘샤벨타이거는 전신이 두꺼운 가죽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배에 있는 가죽만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고양잇과 몬스터답게 불에 취약함으로 불과 관련된 공격을 하는 게 좋다.’
어떤 참고서들에도 적혀져 있지 않은 오로지 최진혁만의 노하우가 가미된 답변들도 있었다.
‘어스웜은 다른 몬스터들과 비교해 봐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두꺼운 가죽에 무적에 가까운 물리저항력과 적당한 마법저항력을 가지고 있기에 외부에서 타격을 입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차륜전으로 힘을 빼는 것이 정석이지만 어스웜의 특징인 소리에 민감하다는 특징을 이용하여 바닥에 폭탄과 같은 폭발성 물질을 던져서 어스웜의 속에서부터 공략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트랩과도 같은 문제마저 일반 문제들과 같이 슥슥 써 내려가는 최진혁을 보면서 최진혁의 옆자리의 앉은 응시생들은 멘탈이 터져 버렸다.
‘이…… 이 사람은 대체 뭐야?’
* * *
협회 밖에는 응시생들의 가족들이나 친구, 애인뿐 아니라 기자들 또한 많이 몰려 있었다.
수능이나 선거보다도 인기가 많은 헌터 라이센스 시험답게 특종을 노린 기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것도 대형길드들의 기대주들이 있다면 더더욱.
“그러고 보니 이번에 피닉스 길드에서 밀어주는 애가 있다며? 걔도 협회에서 시험을 보나?”
“아마 그렇겠지. 대형길드 애들이 주목받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데 굳이 외딴곳에서 볼 이유가 없잖아? 아마 최고점으로 그것도 1등으로 나오려고 할걸? 그러려고 돈 어마어마하게 썼을 거다.”
“그런데 이번에 서클 길드에서도 한 명 있지 않나? 걔도 강화형이라고 하던데.”
“그러면 그 둘 중 하나가 1등으로 나오겠네. 저기 전광판이나 잘 지켜보라고.”
“어어? 누구 나오는데?”
“엥? 아직 20분밖에 안 지났는데?”
말을 하던 기자는 눈에 띄게 당황해하면서 동료기자에게 물었다.
“시험 문제 30문제에 시험 시간 한 시간 맞지?”
“어, 그것도 부족하다고 늘려달라고 난리지…….”
“다 찍고 나온 건가?”
“다 주관식 문젠데 어떻게 찍어?”
“하…… 일단 우리도 찍어!!”
찰칵찰칵!
그들의 셔터 소리를 시작으로 주위에 모여 있던 기자들의 카메라들이 플래시를 터뜨렸다. 그런 플래시 세례를 받은 사내는 당연하게도…….
“……이것들은 또 뭐야?”
최진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