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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11화 (11/149)

리치, 헌터가 되다! 11화

2서클(1)

“몸은 좀 괜찮습니까?”

“보면 모르나? 너 정도쯤 되면 마나 정도는 느낄 텐데?”

“……예의상 한 말입니다. 예의상.”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하는 김민식의 얼굴에 본 미사일을 꽂아주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르면서 최진혁이 물었다.

“그러고 보니 던전을 혼자서 클리어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뭐, 방출형이라서 안에 일반 몬스터들은 별로 없어서요. 후딱 들어가서 B급 보스몬스터인 오크 족장을 잡고 나왔습니다. 이래 보여도 S급이니까요.”

“정말 그 이죽거리는 얼굴에 본 미사일을 박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

“하하하! 장난도.”

“…….”

“……진심이셨습니까?”

눈에 띄게 당황하는 김민식을 제쳐두고 최진혁이 김민식에게 밀렸던 질문들을 던졌다.

“일단은 김혜진 그 아이는 잘 해결한 것 같군. 티비에서는 네 녀석의 얘기밖에 안 나오더군. 나와 그 아이, 그리고 강화 마법을 쓰는 그자의 이름은 단 한 자도 안 나오다니 참 대단해.”

“세 분 다 제 조커라서요. 아직 세간에 밝혀지질 원하지 않아서 제가 잘 조절했습니다. 협회장님에게도 허락을 맡은 사안입니다. 어차피 여러분들은 알아서 튀어나올 주머니 속에 송곳들 아닙니까?”

김민식의 말마따나 최진혁과 김혜진 그리고 도경수는 알아서 이름을 떨칠 위인들이었다.

일단 최진혁은 며칠 전에 각성했음에도 불구하고 홀로 C급 던전을 클리어 할 만한 능력을 내보였고, 던전의 특성만 잘 맞춘다면 B급까지도 솔로 클리어가 가능할 정도의 능력자이므로 라이센스만 따게 된다면 그날이 최진혁이 기사 1면에 오르는 날일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최진혁과 한 계약이 시작되는 날이고 말이다.

다음으로 김혜진은 세계 최초 사대 정령 적합자다. 이 말 하나로 김혜진은 우리나라…… 아니, 외국 신문에도 1면에 오를 인물이다.

마지막으로 도경수는 애초에 능력이 있는 사내였다.

타고난 마나량과 마나 흡수율이 원체 적어서 제대로 된 빛을 보고 있진 못하지만 이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하게 될 테니 앞선 두 사람 급으로 유명한 이가 될 것이다.

처지는 마나 흡수율은 양으로 밀어붙이면 되니까 말이다.

그의 버프 마법은 정말 특이하면서도 필요한 마법이었으니.

그리고 버프 마법에 대해서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 최진혁의 조언까지 곁들여지면 도경수는 날개를 달 것이다.

“그리고 이건 제가 드리기로 했던 집입니다.”

그리 말하면서 김민식이 집문서를 건넸다. 김민식이 건넨 집문서를 받아들고는 최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진혁이 만족스러워하자 김민식은 헌터 라이센스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럼 저희의 계약 내용의 일부이자 시작인 헌터 라이센스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헌터 라이센스는…….”

“됐다. 어차피 다 아는 내용이니까.

하지만 김민식의 설명은 최진혁의 제지에 실현되지 않았다.

최진혁이 찾아본 정보로 헌터 라이센스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중 필기는 몬스터의 특성과 약점 등 던전 내부에 관한 내용을 주관식으로 본다고 했다.

아르말딘 대륙에서 심심하던 것이 몬스터 해부였던 최진혁에게는 무척이나 쉬운 시험이었다.

그리고 실기에 경우에는 협회에 있는 가상현실 기기를 이용해서 치른다고 했다.

단계별로 있는 몬스터를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얼마나 정확하게 잡는지로 채점을 한다고 했다.

이것 또한 자신 있었으니 최진혁에게는 라이센스를 따는 것은 별문제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더 높은 등급을 따내느냐가 문제였다.

헌터 라이센스에 대한 설명을 할 필요가 없어진 김민식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필기는 한 달 뒤입니다. 그리고 김혜진 양이라고 했던가요? 그분도 함께 데려가서 시험을 보시죠.”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제가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제발 좀 그래주십쇼.”

두 손을 붙잡고 사정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김민식의 모습에 최진혁이 소름 끼친다는 듯이 손을 내저으면서 축객령을 내렸다.

최진혁의 질색하는 모습에 김민식이 손을 풀고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최진혁 씨.”

“음? 뭐지?”

“도경수 씨…… 탐나시죠?”

“…….”

솔직하게 말하면 탐이 났다.

자신의 소환수들을 강화시켜 줄 수 있고 나아가서 배틀메이지들이 쓰는 마법 몇 가지들과 싸우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면, 솔직하게 말해서 김민식 이상의 인물로 만들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최진혁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김민식이 최진혁에게 말했다.

“드리겠습니다. 뭐 이렇게 말하니 도경수 씨가 물건이 된 것 같아서 조금 그렇긴 하지만……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정해도 되는 건가?”

“뭐, 최진혁 씨에게 가는 게 도경수 씨에게도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아서요.”

“주겠다면 고맙게 쓰도록 하지.”

“그럼 이걸로 지하철역에서 했던 소원 얘기는…….”

“그거랑 이거는 다른 얘기다.”

은근슬쩍 지하철에서 얘기했던 소원을 없애려 했던 김민식은 칼같이 선을 긋는 최진혁의 모습에 혀를 찼다.

“아! 말이 나왔으니 소원을 말하도록 하지.”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 선에서 가능한 소원만 가능합니다.”

“괜찮을 거다. 무척이나 쉬운 소원이거든.”

“……뭡니까?”

“마석 좀 미리 보내줄 수 있나? 좀 많이.”

“……집에 미리 보내놓겠습니다.”

씁쓸한 얼굴로 말하는 김민식을 보면서 최진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나가면 바로 두 번째 서클부터 만들어야겠군.’

* * *

“팀장 아저씨가 뭐래요?”

“팀장님이 뭐라고 하셨냐?”

김민식이 병실을 나가고 다시 들어온 두 사람의 말에 최진혁이 김민식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들려주었다.

어찌 되었든 당사자인 둘도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자가 내게 길드를 만들 생각이 없냐고 묻더군. 너를 준다고 하면서 말이야.”

“음? 팀장님이 나를 준다고 했다고? 이거 뭔가 기분이 이상한데?”

“거기에 김혜진이라고 했나?”

“잉? 저도 있어요?”

“넌 나랑 같이 헌터 라이센스 시험을 본다. 다음 달에 시험이라고 하니 준비를 하도록.”

“에에엑! 아니 물론…… 볼 거긴 했는데…… 하, 한 달이요? 히잉 공부하기 싫은데…….”

시험이라는 말에 김혜진이 질색을 하자 최진혁이 이마를 짚으면서 말했다.

“하아…… 필기 쪽은 내가 어떻게든 할 수 있으니 네 능력이나 잘 다루는 것만 하도록.”

“에? 아저씨 공부 잘해요? 헌터 라이센스 필기가 수능보다 어렵다고 하던데.”

“그건 모르겠고, 볼 거냐 말 거냐? 결정은 네 몫이다.”

“헤헤헤, 봐야죠! 아저씨랑 같은 시험장에서 보겠네요? 헤헤헤.”

실실 웃는 김혜진과 나를 준다고? 라는 말을 혼 빠진 얼굴로 중얼거리는 도경수를 보면서 최진혁은 이마에 손을 얹고 다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하아…… 갈 길이 멀군. 계약을 했으면 안 됐었나…….’

처음과 달리 점점 늘어나는 김민식의 요구에 최진혁은 손익 계산을 포기했다.

* * *

“……여기가 앞으로 내가 살 집인가?”

병원에서 퇴원해도 좋다는 말을 듣자마자 최진혁은 퇴원을 했다.

원래 살던 원룸방으로 가서 챙길 것들을 챙긴 그는, 김민식이 보내준 지도를 보고 앞으로 살게 될 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최진혁은 집, 아니, 저택에 눈을 부릅떴다.

마치 아르말딘 대륙에서 귀족으로 생활할 때나 보던 저택에 최진혁은 요즘 들어 놀랄 일이 많군. 이라는 생각과 함께 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김민식이 넘겨준 집에는 마당과 수영장 그리고 여러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저택 바깥의 풍경을 살짝 둘러본 최진혁은 저택 안으로 발을 들였다.

저택 안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었다. 혼자서 다 쓰기에는 무리일 정도로 많은 방에 최진혁이 혀를 찼다.

“쯧, 창고로 쓰고 마나 집적진을 그릴 방들을 다 빼도 몇 개가 남는군. 아! 김혜진과 도경수를 이 집에서 살게 해도 나쁘지 않겠군.”

창고 등으로 쓸 방들을 빼도 남는 방들에 최진혁은 앞으로 많이 마주치게 될 도경수와 김혜진을 아예 집으로 들일 생각을 하면서 가져온 짐들을 풀기 시작했다.

물론 어지간한 가구 및 식기들은 다 있다는 말에 가져올 짐이라고는 뼛조각들과 상급 마석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짐을 다 풀고 나온 거실에는 커다란 박스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편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

김민식이 쓴 편지였다.

찌익-

최진혁은 편지봉투를 찢고 봉투 안에든 편지를 꺼내서 김민식이 쓴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최진혁 씨? 집은 마음에 드실까 모르겠습니다. 최근 사용하질 않아서 먼지가 많을 텐데 청소부터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하하하. 아! 그리고 밑에 있는 박스에는 제가 드린다고 말했던 중급과 하급 마석들이 섞여서 들어 있습니다. 보너스로 상급 마석도 몇 개 넣어드렸습니다. 아참 그리고 오래 쓰지 않아서 먼지가 꽤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혹시 더 필요하신 게 있다면 편지에 동봉된 제 명함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헌터 라이센스에 합격하고 다시 뵙겠습니다.

짧은 편지를 다 읽은 뒤, 최진혁은 놓여 있는 박스를 뜯었다.

박스를 뜯자마자 느껴지는 강렬한 마나의 기운에 최진혁은 기분 좋은 아찔함을 느꼈다.

‘이것들을 다 쓴다면 2서클 반, 아니, 3서클도 무리 없겠군.’

이런 생각을 하던 최진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그런 생각을 날려 버렸다.

‘아니다, 2서클로 만족해야겠군. 지금 몸 상태로 억지로 3서클로 올린다면 몸만 망가질 테니까.’

마법사는 건강한 몸 또한 갖추고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항상 하는 최진혁답게 3서클에 오르고 싶은 욕망을 떨쳐냈다.

욕망을 떨쳐낸 최진혁은 2층에 있는 영구 마나 집적진을 그리기 좋은 방으로 향했다.

저택에서 가장 마나가 잘 모이는 곳이어서 보자마자 여기다! 라는 생각이 든 방이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최진혁은 영구 마나 집적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일반 마나 집적진과는 다르게 영구 마나 집적진은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했다.

원래 살던 원룸만 한, 방 전체를 꽉 채울 만큼 큰 영구 마나 집적진을 전부 다 그린 최진혁은 마지막으로 김민식이 보너스로 준 상급 마석과 박스에 들어 있던 중급 마석들을 집적진에 박아 넣었다.

마석들을 전부 다 박자 집적진이 푸른빛을 발하면서 가동되었다.

집적진으로 조금씩 모이는 음차원의 마나들을 확인하고는 최진혁은 방을 나섰다.

최진혁은 바로 옆방으로 가서 다시 일반 마나 집적진, 즉 속성으로 마나를 모을 수 있는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일반 마나 집적진은 크기가 영구 마나 집적진보다 훨씬 작았기 때문에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수십 분 뒤에 다 그린 일반 마나 집적진에 남은 중급 마석들을 대충 박아 넣고 마나 집적진의 가운데에 최진혁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오늘…… 두 번째 서클을 만든다.’

우우웅.

최진혁의 그런 의지에 반응하기라도 한 듯 마나 집적진이 밝은 푸른빛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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