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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10화 (10/149)

리치, 헌터가 되다! 10화

김혜진(3)

‘쯧, 금이 갔군.’

이제 막 생긴 서클에 금이 가자 최진혁은 속으로 혀를 찼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꽤 마음에 들던 이가 죽을 뻔했으니까. 거기에 본 나이트와 본 하운드도 꽤 큰 피해를 입을 뻔했고 말이다.

본 나이트와 본 하운드를 원래대로 고치려면 마석 몇 개는 갈아 넣어야 했을 것이다.

그 정도에 비해 약간의 금이라면 손해는 아니었다.

“팀장님은? 팀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저는 왜 찾습니까?”

“티…… 팀장님!”

김민식을 찾는 도경수의 등 뒤에서 김민식의 목소리가 들리자 도경수가 등을 홱 돌려 김민식을 보면서 외쳤다.

“저…… 저 꼬마애가 폭주했습니다! 저거 당장 막아야 합니다. 저거 마나 바닥난 지 한참 됐다구요!! 저거 저대로 두면 제풀에 지쳐서 힘을 쓰다가 죽을 겁니다!!”

“저도 오면서 봤습니다. 마나 고갈이라…… 얼마나 됐죠?”

“본격적으로 정령 마법을 사용한 건 한…… 5분? 10분쯤 됐을 겁니다.”

“그 정도면 으레 겪는 일이죠. 괜찮을 겁니다. 저 아이는 저와 같은 동류라서 잘 압니다.”

“동…… 류요?”

김민식의 동류라는 말에 이해를 못한 도경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반문하자 김민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동류요. 도경수 씨, 각성 시간이 한 시간이 넘는 사람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저 아이를 제외하고요.”

“……없습니다.”

“아뇨, 있습니다. 도경수 씨 앞에 있거든요.”

그리 말하면서 씨익 웃는 김민식의 모습에 도경수가 설마 하는 얼굴로 물었다.

“설마…… 팀장님도 저렇게 폭주하셨습니까?”

“예, 덕택에 한동안 병원 신세를 면치 못했죠.”

“그 정돕니까?”

“능력 폭주 때문이 아니라 협회장님한테 얻어맞아서 입원했죠. 전신 골절…… 다시 떠올리기도 싫군요.”

“…….”

김민식의 말에 도경수가 김민식의 각성했던 시기를 떠올리더니 이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팀장님이 각성했을 당시면…… 협회장님이 한창 S급 헌터로 몸값을 올리고 있을 때 아니야?! 그런 협회장님한테 두들겨 맞았다고? 살이 떨리는 얘기로군.’

협회장의 우람한 덩치에 솥뚜껑 같은 주먹과 바다와 같은 마나를 생각하던 도경수는 등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느낄 수 있었다.

“쯧, 그래서 저 애는 어떻게 막을 거지? 난 이제 한계다.”

지금 김혜진과 도경수들의 사이를 막고 있는 본 월을 유지시키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최진혁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면서 김민식에게 물었다.

“제가 처리하도록 하죠.”

“……가능하겠나?”

“방금 말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각성할 당시 협회장님에게 두들겨 맞았다고요. 그때 당시 협회장님이 S급이었습니다. 최진혁 씨는 아시죠?”

“…….”

김민식의 말에 최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민식의 알리지 않는 힘인 정령의 힘을 더한다면 그때 당시의 협회장보다 지금의 김민식이 더 강할 것이다.

거기에 같은 정령의 힘이니 더 우위에 있는 김민식이 더욱 유리하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김민식은 정령은커녕 허리춤에 걸려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그걸로 충분하겠나?”

“충분하다 할 뿐이겠습니까? 사실 맨주먹으로 싸워도 별문제는 없지만…… 이게 더 안전할 것 같군요. 아! 다치게는 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걱정한 적 없다. 오늘 처음 만난 애일 뿐이다.”

“최진혁 씨, 츤데레시군요?”

“츤…… 뭐라고?”

“아닙니다. 그럼 갔다 오도록 하죠. 이것 좀 풀어주시겠습니까?”

툭툭.

그리 말하면서 김민식이 검 끝으로 최진혁의 본 월을 툭툭 건드렸다.

그 모습에 최진혁이 본 월을 유지시키던 마나를 거둬들이고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김민식의 어깨를 두어 번 쳤다.

“그러면 부탁하지.”

“그럼 다녀오도록 하죠.”

본 월이 사라지자 득달같이 날아오는 미사일들을 검으로 쳐내고 스피어들을 베어내면서 김민식이 저 멀리서 기절해 있는 김혜진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바람의 정령의 힘이 김민식의 다리에 맴돌고 있었다.

그런 김민식의 뒷모습을 보면서 최진혁은 스켈레톤들을 뼛조각으로 돌리고는 눈을 감았다.

‘오늘은 손해를 많이 보는 것 같군.’

* * *

탓!

도경수와 최진혁을 뒤편에 남겨두고 김혜진에게 달려가는 김민식은 기절해 있는 김혜진을 보면서 생각에 빠졌다.

‘사대 정령 전부와 적합이라…… 이건 나보다 더하다. 저 정도의 정령 친화력이라면 미래에 S급…… 아니, SS급도 무리 없을 정도로. 아니 어쩌면 마의 벽이라는 SSS급에 오를지도 모른다.’

하나의 속성이 더 늘어나지만 가짓수는 하나가 늘어나는 수준이 아니다.

하나의 속성이 늘어난다는 것은 더욱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말이었고 더 다양한 공격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서 불, 바람 혹은 땅, 물처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능력을 같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인즉슨 남들보다 한 발자국 더 앞서 나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사대 속성을 전부 다 다룰 줄 안다면 어지간한 던전은 전부 다 들어갈 수 있다.

그것은 헌터에게는 굉장한 메리트가 된다. 헌터가 던전에 자주 들어갈수록 더 강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던전 자체에 있는 마나들도 흡수하고 많은 던전을 돌아서 얻은 많은 마석들을 통해 마나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대 속성을 전부 다룬다면 불 속성 던전이든 물 속성 던전이든 가리는 것 없이 모조리 클리어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강해지는 것은 정말로 순식간이었다.

다른 헌터들이 자신들과 맞는 던전들을 찾느라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굉장한 메리트였다.

물론 지금이야 자신이 힘으로 찍어 누르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도 그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김민식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지금 죽일까? 지금 죽인다면 후환을 없앨 수 있다.’

자신보다 뛰어날 것이 확정된 이가 대형길드에 소속된다? 그것만큼 끔찍한 일이 김민식에겐 없었다.

그리고 그런 후환을 없앨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있었다.

죽여도 무마할 만한 변명거리는 김민식에게 많았다.

폭주를 한 각성자, 거기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생포는 불가능했다. 이런 변명 말이다.

뭐 욕은 좀 먹겠지만 그래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은 헌터 협회의 비호를 받을 테니까. 하지만…….

‘……앞날이 창창한 어린애를 죽인다라…….’

한 줌 남은 양심이 김민식을 자극했다.

아직은 어린 여자아이, 그것도 막 각성한 이를 죽인다는 것이 양심에 찔렸다.

아무리 한국의 모든 일반 헌터들을 위한다는 대의명분이 있다지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이 계속해서 김민식의 양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화룡점정은 최진혁의 말 때문이었다.

-그러면 부탁하지.

‘큭큭큭…… 최진혁 씨 당신도 썩 냉혈한은 아닌가 봅니다.’

최진혁이 했던 말을 생각하던 김민식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생각을 하는 동안 줄어든 속도를 벌충하듯 김민식은 정말 빛살과도 같은 속도로 김혜진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달려간 김혜진에게 김민식은 검날이 아닌 검등으로 목을 쳤다.

검등으로 목을 가격당한 김혜진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김혜진이 고꾸라짐과 동시에 김혜진의 주위를 위성처럼 돌던 각종 미사일과 스피어들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김민식은 마나 고갈로 창백해진 김혜진의 얼굴을 한 번 보더니 고개를 돌려 도경수의 옆에서 쓰러져 있는 최진혁을 보면서 생각했다.

‘최진혁 씨, 약속은 지켰습니다.’

생각을 마친 김민식은 그대로 그 뒤에 있는 방출형 던전 게이트에 몸을 던졌다. 달아오른 자신의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말이다.

* * *

“으으음…….”

“아저씨! 정신이 들어요?”

“……네가 여긴 왜 있지? 아니, 그보다 여긴 어디지?”

“여긴 병원이에요. 아저씨 기절한 지 꽤 됐어요.”

눈을 뜬 최진혁의 눈에 보인 것은 다름 아니라 지하철역에서 폭주했던 김혜진이었다. 그리고…….

드르륵-

“어라? 형씨 일어났네?”

과일바구니를 들고 들어오는 도경수가 있었다.

병실 안으로 들어온 도경수는 최진혁의 침대 옆에 바구니를 내려놓고는 김혜진의 옆에 털썩 주저앉으면서 말했다.

“너는 학교도 안 가냐?”

“……각성해서 안 가도 되거든요?!”

“쯧, 어머니가 아시면 무슨 말을…….”

“거기서 엄마 얘기가 왜 나와요!!”

꽤 친해 보이는 모습에 최진혁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둘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너희 둘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지? 분명 처음 보는 사이 아니었나?”

“그렇죠? 며칠 전까지는 말이에요.”

“며칠 전? 대체 내가 얼마나 이러고 있었던 거지?

김혜진의 며칠 전이라는 말에 최진혁이 인상을 쓰면서 김혜진에게 묻자 김혜진은 손가락을 접으면서 날짜를 계산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삼 일 됐네요.”

“삼 일?”

“네, 그때 일 이후로요. 아! 그때 일 아마 티비로 나올걸요? 저 폭주했던 일이랑…… 그걸 구해준 김민식 팀장님? 이야기요.”

삑!

그렇게 말하면서 김혜진은 리모컨을 버튼을 눌러 일인실 안에 있는 커다란 티비를 켰다.

그리고 리모컨으로 채널을 몇 번 돌리더니 이내 티비를 가리켰다.

김혜진이 가리킨 티비에선 테이블에 여럿이 둘러앉아서 며칠 전 신도림역 방출형 던전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신도림역에서 방출형 던전이 나왔었죠?

-예, 그때 당시 협회 소속 S급 헌터인 김민식 씨 덕분에 별다른 피해 없이 잘 마무리되었죠.

-아~ 역시 S급 헌터답네요. 그리고 김민식 씨가 바로 게이트로 들어갔었다면서요?

-맞습니다. 혼자서 B급 던전을 들어간 것도 들어간 것이지만 클리어 시간이 더 놀랍죠.

-저도 들었을 때 깜짝 놀랐는데요. 분명 시간이…… 24시간 이내 클리어였죠?

-네, 맞습니다.

그렇게 이어지는 질문들을 듣던 김혜진 리모컨을 조종했다. 그리고 삑 소리와 함께 티비가 꺼지자 김혜진이 입을 열었다.

“봤죠? 그 아저씨도 대단하네요. 그때 저 어마어마했다는데.”

“울보 꼬맹이가 대단해 봤자지.”

“뭐…… 뭐요?! 아저씨는 별로 한 거도 없으면서!!”

“아, 아저씨?! 나 아직 20대야!!”

“나보다 나이 많으면 다 아저씨죠!!”

또다시 툭탁거리는 둘을 보면서 최진혁이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손으로 짚으면서 둘을 말렸다.

“그만…… 그만! 시끄럽다. 머리 울리니까 조용히 해라. 그래서 너는 잘 마무리된 건가?”

김혜진의 몸 주위를 자연스럽게 감싸고 있는 사대 정령들의 기운을 보면서 최진혁이 묻자 김혜진이 가슴을 쭉 펴고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암요!! 김민식 아저씨가 그러는데 제 능력이 대단하다고 하더라고요~ 대단한 저답게 빠르게 회복했답니다!”

“후우, 그러면 됐다.”

건강한 김혜진의 모습에 최진혁은 김혜진에게 관심을 끄고 자신의 내부를 관조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관조라고 해봤자 서클이 하나밖에 없긴 했지만 말이다.

짧은 관조를 마친 최진혁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다 붙었군.’

금이 갔던 서클에 금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완벽하게 붙은 서클에 최진혁이 미소를 짓자 도경수와 김혜진이 최진혁에게 물어왔다.

“아저씨 갑자기 왜 웃어요? 이상하네.”

“그러게 말이다. 당신 웃을 줄도 알았나?”

방금까지 싸우던 둘의 완벽한 호흡에 언제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최진혁의 이마에 십자혈관이 툭 튀어나왔다. 그 둘에게 무어라 소리치려고 할 때였다.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고 낯이 익은 얼굴 하나가 들어왔다.

“최진혁 씨 건강해 보이시는군요.”

김민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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