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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7화 (7/149)

리치, 헌터가 되다! 7화

방출형 던전(1)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헌터 라이센스와 관한 정보를 찾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최진혁은 창밖에 보이는 하늘이 어두컴컴해진 것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어느새 밤이 되어버린 하늘에 최진혁이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20:16

-부재중 전화 010-XXXX-XXXX (5)

-문자 메시지 : 최진혁 씨? 어디십니까?

-문자 메시지 : 최진혁 씨? 문자 좀 보시면 답 좀 주십쇼!!

시간을 확인함과 동시에 휴대폰을 가득 채운 문자와 부재중 표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누구 번호…… 아! 그 녀석의 번호군.”

품속에 있는 명함을 꺼내 번호를 대조해 본 결과 김민식의 번호가 맞았다.

김민식의 번호임을 확인한 최진혁이 김민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통화음이 가고 김민식이 전화를 받았다.

-최진혁 씨?

“나다.”

-……갑자기 숙소는 왜 나가신 겁니까?

“계약도 끝났고, 충분한 휴식 또한 취했으니 나간 거다. 내 집이 있는데 굳이 그곳에 있을 필요는 없지.”

-하아…… 그래도 말씀은 좀 해주고 가시지. 어찌 되었든 지금은 집에 계신 건 확실하죠?

“그래. 지금 좀 출출해서 뭐라도 좀 먹으려고 생각 중이었다. 그리고 헌터 라이센스를 따는 방법을 찾아보니 그리 어려운 건 아니더군. 생각보다 빨리 계약을 이행할 수 있을 것 같군.”

-나쁘지 않은 소식이네요. 저희도 하루빨리 계약을 이행할 수 있으면 좋겠군요.

“그래서 집에 대해서는 어떻게 됐지?”

-아, 그건 제가 가지고 있는 집들 중에서 하나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렇다고 나쁜 집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죠. 그리고 웬만한 생활용품들은 다 있으니 몸만 오셔도 무방합니다.

“그래, 알겠다. 그럼 끊도록 하지.”

뚝.

그 말과 함께 종료 버튼을 누른 최진혁은 수백 년 만에 배고픔을 느끼면서 부엌에 있는 찬장을 열었다.

“……아무것도 없군.”

최진혁은 반겨준 것은 먼지뿐이었다. 할 수 없이 냉장고를 열었지만, 냉장고에 들어 있는 것들이라고는 생수뿐이었기에 최진혁은 한숨을 쉬면서 나갈 채비를 했다. 그리고 원주인의 기억을 뒤져 편의점의 위치를 기억해냈다.

“신도림 지하철역에 편의점이라…… 기대되는군. 굶주림은 뛰어난 조미료이기도 하지.”

편의점에 있는 갖가지 음식들을 생각하면서 나름대로의 명언을 내뱉은 최진혁.

꼬르륵.

“……하지만 과한 조미료는 독이 되는 법이지.”

재촉하는 꼬르륵 소리에 최진혁은 후다닥 자신의 원룸 방을 나섰다.

지하철역 내부에 있는 편의점을 향해 뛰어가는 최진혁의 주머니에서 뼛조각 두 개가 부딪치며 달그락거렸다.

* * *

“총 25,800원입니다. 봉투에 담아드릴까요.”

“그렇게 해.”

신도림역 지하에 있는 편의점에서 맛있어 보이는 것들을 모조리 골라온 최진혁은 눈에 띄게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알바생에게 건넸다.

‘이런 조그마한 물건으로 먹을 것들을 살 수 있다니…… 역시 대단하군.’

기억 속에 있는 카드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 최진혁은 다시 한번 지구의 과학 문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최진혁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알바생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맛있는 먹을거리들을 구매한 최진혁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알바생이 건넨 카드와 먹거리가 든 봉투를 받아 든 최진혁은 전자레인지에 핫바를 넣고 돌리면서 콜라 캔을 따 벌컥벌컥 들이켰다.

“크으…… 어지간한 명주 저리 가라 할 정도로군.”

죽지도 먹지도 배고픔도 느끼지도 못하는 리치가 된 뒤로 식도락을 즐기지는 못했으나 최진혁은 마법사 시절 귀족이었다. 아니,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귀족이었다.

하지만 각종 고급 술들과 고급 요리로 삼시세끼를 먹었던 최진혁의 입맛은 콜라의 앞에 무너졌다.

입안에서 톡 쏘는 콜라의 맛에 옛일들에 대한 생각이 사라진 최진혁은 나머지 콜라를 들이켰다.

그리고 때마침 띵 소리와 함께 다 데워진 핫바를 꺼내 입에 물고는 편의점을 나섰다.

우물우물.

“지구 음식은 정말로 맛있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핫바를 입에 물고 한 손에는 다른 먹을 것이 든 봉투를 든 최진혁이 자신의 원룸 방으로 돌아가려 할 때였다.

에에에에에에엥!!!!

“음? 이건 무슨 소리지?”

갑자기 들린 사이렌 소리에 최진혁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귀에 마나를 불어넣어 고막을 보호했다.

그렇게 마나로 코팅하듯이 고막을 보호한 최진혁의 귀로 확성기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방출형 던전이 생성되었습니다!! 시민분들은 한시바삐 이곳에서 도망가십시오!!

-다시 한번 알립니다. 현재 신도림역에서 방출형 던전이 생성되었습니다. 던전 등급은 현재 측정 중…… 아! 지금 현장에서 측정이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던전의 등급은…… B급입니다…….

알림을 들은 최진혁의 주변에서 아비규환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최진혁이 현재 서 있는 신도림역은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기에 안내방송에 의한 혼란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헌터! 헌터는 어디 있는 거야!!”

“혜진아!! 혜진아!! 애가 어디 있는 거야! 혜진아!!!!!”

헌터를 찾는 사람, 사람들의 혼란에 애를 잃어버린 사람, 사람들에게 밀쳐져서 바닥을 구르고 있는 사람 등 한순간에 신도림역이 마비되어 버린 모습을 본 최진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꺄아아아악!!!!”

“몬스…… 몬스터다!!!”

“모두 도망쳐!!!”

던전이 몬스터들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 * *

“흑흑흑…….”

긴 생머리를 한,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개찰구 옆에 앉아서 훌쩍이고 있었다.

그런 여자아이에게 돼지 머리를 한 몬스터, 오크가 성큼성큼 걸어오기 시작했다.

-뀌익! 여자 인간! 맛있다! 어린 인간은 더 맛있다!

“흑흑…….”

하지만 자신의 앞에까지 오크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자아이는 그저 훌쩍이기만 할 따름이었다.

그런 여자아이를 보면서 오크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 자신의 거대한 몽둥이 부웅 휘둘렀다. 그때였다.

푸슝!

-뀌익? 뀌이이익…….

공기 터지는 소리와 함께 오크의 머리통에 뼈 화살이 날아와 박혔다. 뼈 화살이 날아온 곳에는 입에 핫바를 물고 있는 최진혁이 있었다.

“……쯧, 역시 인간은 연약하단 말이야.”

‘특히 여자 인간은 더더욱’이란 뒷말을 삼키고 최진혁이 등을 돌려 다른 곳을 가려고 할 때였다.

“아저씨…… 헌터예요……?”

울먹이던 여자아이가 최진혁의 옷깃을 붙잡으며 말했다. 한숨을 내쉰 최진혁이 여자아이를 떼어내며 말했다.

“하아…… 난 헌터가 아니다.”

“그래도…… 아저씨는 강하시잖아요…… 엄마…… 엄마를 찾아주세요.”

“후우…… 나는 나한테만 피해가 오지 않으면 상관이…… 칫!”

꽈앙!

여자아이의 부탁에 최진혁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답을 할 때였다. 최진혁의 등 뒤에서 파공성과 함께 오크의 몽둥이가 날아왔다.

그 모습에 최진혁이 혀를 차면서 실드 마법을 펼쳐 몽둥이를 막아냈다.

하지만 여자아이에게 한눈 팔려 있던 최진혁은 한 템포 늦게 쉴드 마법을 썼고 때문에 쉴드 마법에 막힌 몽둥이의 충격이 최진혁에게 전달되었다.

그 탓에 최진혁은…….

툭!

입에 물고 있던 핫바를 떨구고 말았다.

“……어이 꼬맹이.”

“네……?”

“운이 좋군. 방금 나에게 크나큰 피해가 생겼어.”

“……?”

“핫바의 원수를 갚아주지.”

툭! 툭! 툭!

바닥에 떨어진 아직 절반이나 남은 핫바를 노려보면서 최진혁은 주머니에서 뼛조각 두 개를 바닥에 신경질적으로 툭 던졌다.

뼛조각들은 바닥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본 나이트와 본 하운드로 변했다.

-컹컹!

자신의 주인인 최진혁의 분노를 대변하듯 본 하운드가 자신들의 턱뼈를 달그락거리면서 하울링을 했다.

* * *

“시발! 지원팀은 아직이야?”

“주변 길드에서 지원을 온다고는 하는데…… 이걸 어떻게 막습니까? 주변에 대형길드도 없는데…….”

“그래도 협회에서 지원이 올 거 아니야? 걔넨 언제 온대?”

“지금 지원팀들이 다른 곳으로 지원을 가서 지원 올 팀이 없어서 한 시간 정도 걸린답니다.”

“시팔!!”

입에서 연신 욕을 뱉어내는 사내는 헌터 협회 신도림 지부의 지부장인 B급 헌터 도경수였다.

젊은 나이에 한 지부의 장을 맡을 정도로 도경수의 능력은 뛰어났다.

물론 B급이라는 등급이 전체적으로 보면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도경수의 능력인 버프가 지금의 이 자리에 도경수를 올려놨다.

도경수는 마법형을 각성한 헌터였다. 하지만 도경수가 쓰는 마법은 다른 이들이 사용하는 공격 마법과는 다르게 버프 마법이었다.

그리고 그 버프 마법은 적게는 1할 많게는 2할 가까이 신체 능력을 증폭시켜 주는 뛰어남을 가지고 있었기에 협회에서는 도경수에게 지부장이란 직함을 준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도경수는 지금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팀원들을 강화시켜 주는 도경수였기에 마땅한 공격 마법이 없었으니까. 끽해야 매직 미사일 정도가 전부였다.

그리고 그런 매직 미사일로는 C급 몬스터인 오크의 가죽을 뚫고 피해를 줄 수가 없었다.

“젠장, 쓸 만한 녀석들이 없어!”

“…….”

“야 이 새꺄! 한눈팔지 말고 오크 놈들이나 잡아.”

“지…… 지부장님! 저…… 저걸 보십쇼!!”

“뭐? 뭘 보라는…….”

부하의 말에 도경수는 인상을 쓰면서 부하가 가리킨 곳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물고 있던 담배를 떨굴 정도로 놀랐다.

“저…… 저건 뭐야? 몬스터가 몬스터를 공격하는 경우도 있나……?”

부하가 가리킨 곳에는 본 하운드 위에 올라탄 본 나이트가 몽둥이를 든 오크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지하철 곳곳을 누비면서 학살하는 본 나이트의 모습에 도경수는 떨어진 담배를 주울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자신의 부하에게 말했다.

“저것들한테도 내 마법이 통할까?”

“지…… 지부장님!!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그리고 저들에게 마법을 부여하시면 저희 애들은…….”

“새꺄! 그러면 여기서 다 뒤질까? 저기 마법을 안 건 뼈다구들이 너희들보다 쓸모 있어 보이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지부장님 말씀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도경수의 강약약강이라는 지랄 맞은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부하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따름이었다.

부하의 동의(?)까지 구한 도경수가 멀리서 오크들을 공격하고 있는 본 나이트에게 소리쳤다.

“야!! 뼈다구!! 입 벌려! 버프 들어간다!!!”

파아아앗!!

그의 외침과 함께 빛무리들이 날아가 본 나이트와 본 하운드의 몸에 흡수되었다.

자신들의 몸을 감싸는 빛무리에 본 나이트는 공격인가 싶어서 흠칫했지만 이내 아무 일이 없음을 확인하고 다시 자신들의 주인의 명을 따라서 다시 오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말로 아무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검을 휘두르는 본 나이트의 공격속도가 빨라진 것은 물론이고 몸놀림조차 빨라졌다.

그리고 본 나이트를 태우고 있는 본 하운드의 이동속도도 마찬가지로 빨라졌다.

버프를 받고 한층 더 강해진 본 나이트와 본 하우드를 보면서 뒤에서 그들을 조종하던 최진혁의 눈이 빛났다.

“강화 마법인가? 신기하군. 지구에도 강화 마법을 쓰는 자가 있을 줄이야.”

강화 마법은 아르말딘 대륙에서도 꽤 찾기 힘든 마법의 종류였다.

왜냐하면 강화 마법을 익히기도 어렵긴 했으나 결정적으로 마법사들이 기피했다.

강화 마법은 소환수들을 강화시키는 용도도 있긴 했으나 보통은 자신의 몸에다가 사용했기 때문이다.

즉, 배틀메이지들이 유용하게 사용했다. 지구에서 배틀메이지라고 부르는 것들보다 훨씬 강력한 진짜배기 배틀메이지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틀메이지와 상극인 일반 마법사들이 배틀메이지들의 근간인 강화 마법 그 자체를 기피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법사들과는 다르게 최진혁은 꽤나 강화 마법을 좋아했다.

강화 마법을 걸어주면 일반 스켈레톤들도 꽤 주요 전력이 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탓에 강화 마법을 더욱 파고들어 새로운 종류의 마법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최진혁은 강화마법을 좋아했다.

그랬기에 최진혁은 강화 마법을 사용한 도경수를 흥미로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이 일이 끝나면 한번 만나봐야겠군.”

자신이 직접 강화 마법을 사용하거나 그 상위 마법을 사용하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아직은 무리였다.

강화 마법은 3서클을, 자신이 개량을 거친 강화 마법, 데스 오라는 최소 6서클은 되어야 시도해 볼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저 재능이면 괜찮은 배틀메이지 하나를 만들 수 있으니 나쁘지 않았다.

믿을 만한 아군을 만들어두는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아르말딘 대륙에서는 독불장군이었지만 지구에서는 아르말딘 대륙과는 달리 나약하니까 말이다.

그런 생각을 마치고 한층 더 강해진 본 나이트와 본 하운드를 이끌고 최진혁은 신도림역을 휩쓸었다.

* * *

“엄마아아아!!”

“혜진아! 아이고오 혜진아!!”

최진혁이 직접 움직여서 신도림역을 한바탕 휩쓴 탓에 방출된 오크들은 빠른 속도로 모조리 처리되고 최진혁에게 엄마를 찾아달라 부탁한 여자아이, 김혜진은 엄마의 품속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있는 김혜진을 뒤로한 채, 최진혁은 누군가에게 뚜벅뚜벅 걸어갔다.

“햐아…… 얘네 진짜 물건이네.”

본 하운드와 그 위에 올라타 있는 본 나이트를 툭툭 건드리면서 신기한 듯이 쳐다보는 도경수를 향해서 말이다.

“이봐.”

“응? 네가 이것들 주인인가?”

“그렇다. 강화 마법이 꽤 쓸 만하더군.”

“강화마법? 아~ 버프? 내 버프가 좀 쓸 만하긴 하지. 어찌 되었든 당신 덕분에 살았어. 고맙다.”

그리 말하면서 도경수가 고개를 꾸벅 숙이자 최진혁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이런 인사를 들으려고 온 건 아닌데 말이야.”

“음? 그럼 뭐 때문에?”

“네가 마음에 들었거든.”

“뭐? 난 남자에 관심이 없…….”

최진혁의 말에 도경수가 피식 웃으면서 농담으로 응수하려 할 때, 둘의 귀에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직 남은 몬스터가 있었…….”

“젠장! 전투 준…….”

비명 소리에 고개를 홱 돌리고 전투 자세를 취하던 최진혁과 도경수는 비명 소리가 들리는 곳의 모습을 보고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저건…….”

“아무리 봐도 각성이지?”

어머니의 품에 안겨 울고 있던 김혜진의 몸이 푸른빛에 휘감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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