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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3화 (3/149)

리치, 헌터가 되다! 3화

지구(2)

“진짜 다 잡다니…….”

내심 최진혁이 밀릴 것 같으면 바로 달려 나가기 위해 앉은 자리에서도 검과 방패를 꽉 쥐고 있던 정철식의 마음과는 달리 최진혁은 생채기 하나 없이 깨끗하게 모든 하운드와 헬 하운드를 처리했다.

‘후우…… 마나가 아슬아슬했다. 거기에 피를 너무 많이 흘렸었어.’

리치일 때는 별 상관없었지만 인간의 몸은 피를 필요로 했다.

사람이 죽을 정도의 피를 흘렸음에도 최진혁은 큰 지장 없이 활약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리치가 아닌 인간이기에 머리가 띵한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후우, 역시 살아 있는 몸이 좋아. 리치가 되고 가장 힘들었던 것이 먹는 것이었으니까.’

나름대로 알아주는 미식가였던 아르만은 리치가 된 뒤로 꽤 오랫동안 고생했다.

아무리 맛있는 진미를 먹어도 썩어버린 혀는 맛을 느끼지 못했고 결국 뼈만 남은 몸으로는 맛을 느끼기는커녕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도 못했으니까.

그랬기에 벌써부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에 무표정한 와중에도 최진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저어…….”

“뭐지?”

흠칫!

최진혁이 살짝 웃고 있자 타이밍을 재고 있던 정철식이 최진혁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이내 싸늘한 얼굴을 마주한 그가 흠칫해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 마석…… 달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아…… 그랬었지.”

몬스터에게서 일정 확률로 나오는 마석. 이 지식을 떠올리는 순간 최진혁은 자신의 부족한 마력을 보충할 방법을 알아냈다.

바로 이 마석을 통해서 말이다. 그 방법 때문에 굳이 정철식에게 마석은 자신의 것이라고 미리 말을 한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채취……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나도 돕도록 하지. 어떻게 하면 되지?”

“예? 안 그러셔도 되는데…….”

“내가 하고 싶어서 그러니 먼저 시범을 보여 봐라.”

최진혁의 단호한 말에 손사래를 치던 정철식은 한숨을 쉬면서 도축 겸 마석 채취를 시작했다.

마석을 채취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하운드와 헬하운드의 배를 차례차례 가르면서 배 안에 마석이 있는지를 확인하면 되었다.

마석은 신기하게도 심장에 있었는데 마석이 있는 하운드나 헬하운드는 심장이 없고 마석에 혈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남들이 보면 헛구역질을 할 만한 모습이었지만 애초에 네크로맨시 계열에도 정점에 올라 있던 최진혁에게 이 정도는 애교였다.

시체 해부 정도는 그에게 일상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휴우……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꽤 간단하군?”

“예…… 뭐 쉽습니다. 물론 마나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지만요.”

마나.

세상이 뒤집어지고 그 과정에서 나타난 마나는 일부 적합자들의 몸을 강화시켜 주었다.

그 덕택에 인류는 몬스터들과의 전쟁을 해내 갈 수 있었다.

애초에 총 같은 무기는 F급 몬스터에게나 먹혔고 미사일 같은 무기로도 C급부터는 생채기도 못 냈으니까.

그 와중에 나타난 마나 적합자들은 인류의 구세주나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이 다루는 마나는 각자 달랐다.

마나로 몸을 강화시키거나 무기에 마나를 두르는 강화형, 마법을 다루면서 이적을 펼치는 마법형, 자연의 정령과의 계약을 통해 정령들의 다양한 힘을 쓰는 정령형,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등의 이적을 다루는 치유형이 있었다.

이것들 말고 자신만의 능력을 쓰는 이도 있었지만 크게는 이렇게 네 종류였다.

그리고 마나 적합자들은 무슨 형이든 간에 마나를 다룰 줄 알았다. 개개인의 차이는 있었지만.

“마나라…… 이것 말인가?”

“오! 네 그거 맞습니다. 그런데…… 좀 까맣네요……?”

정철식은 최진혁의 손가락에서 타오르는 마나에 손뼉을 치면서 말했지만 이내 마나의 색에 살짝 당황해했다.

여태까지의 마나 적합자들이 다루는 마나의 색은 대부분 파란색이었고, 정철식 또한 마찬가지였다. 특이하게 마법형의 적합자들은 무색의 마나를 다루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적합자들 중에서 가끔 빨간색을 비롯해 다른 색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던 정철식은 곧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넘기고는, 소도 하나를 빼서 최진혁에게 건네주었다.

최진혁은 건네받은 소도를 손에 쥐고 정철식이 시범을 보인 것처럼 마나를 소도에 불어넣었다.

그러자 소도에 검은 마나가 타올랐다. 그 모습에 최진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하운드의 시체에 소도를 박아 넣고 아래로 스윽 그었다.

그러자 시체 안에서 아직까지 영롱한 색을 발하고 있는 마석이 최진혁을 맞이해 주었다.

“흐읍……!”

뚜두두둑.

마석에 달려 있는 혈관 등은 생각하지 않고 힘으로 마석을 뜯어내자 혈관들이 딸려 올라왔다.

그런 혈관들을 대수롭지 않게 툭툭 뜯어내서 마석을 주머니에 넣은 뒤 최진혁이 정철식에게 말했다.

“빨리하지. 슬슬 배가 고프군.”

“ㅇ…… 예!”

그렇게 마석 채취 노가다가 시작되었다.

* * *

마석 채취가 거의 끝나갈 때쯤이었다.

쿠구구궁-

“이건 무슨 소리지?”

“이…… 이건 설마…….”

갑자기 들려오는 커다란 소리에 최진혁이 의아해하면서 묻자 정철식이 당황해하면서 더듬더듬 답했다.

“보…… 보스 몬스터!!”

“보스 몬스터? 그건 또 무슨…….”

쾅!

최진혁의 말이 미처 다 끝맺어지기도 전에 그 궁금함의 근원이 나타났다.

-컹컹컹!!

머리가 셋 달린 개와 그 위에 올라타 있는 붉은 갑주를 입은 기사의 등장에, 정철식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케…… 케르베로스에…… 헬 나이트라고?”

정철식의 말과 함께 최진혁은 기억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케르베로스는 저 머리 셋 달린 개를 의미하는 말이군. 사용하는 능력은 방금 헬하운드와 같은 화염 브레스. 세 개의 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브레스를 주의할 것. 그리고 헬 나이트는 그런 케르베로스의 주인이자 수준급의 검술을 구사하는 몬스터.’

그리고 이런 케르베로스와 헬 나이트의 설명 앞에 붙는 것이 있었다.

‘C급이라…….’

바로 C급 몬스터라는 점이었다.

방금까지 D급 몬스터들과 사투를 벌인 것을 생각하면 최진혁에게는 분명히 안 좋은 일이었지만…….

“재밌겠군.”

“예? 지금 뭐라고 하셨…….”

그런 위기를 앞둔 최진혁의 입가에는 미소가 맺혀 있었다.

그리고 최진혁은 그와 함께 손에 쥐고 있던 방금 채석한 마석을 꽉 쥐었다.

“어어어어!!”

최진혁의 그런 모습에 죽음을 앞둔 것도 잊고 정철식이 기겁을 했지만 최진혁은 멈추지 않고 더욱 힘을 꽉 주었다.

그와 함께 마석이 퍼석 하는 소리와 함께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그리고 그런 마석 안에 있던 마나들이 최진혁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하아아…….”

자신의 몸 안 곳곳을 채우는 마나를 느끼면서 최진혁이 숨을 토해냈다.

그런 최진혁을 향해 보스 몬스터인 케르베로스와 헬 나이트가 달려들었다.

-컹컹컹!

하지만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황소만 한 케르베로스를 보면서도 최진혁의 입가에 맺힌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케로베로스와 최진혁과의 거리가 50M 정도 남았을 때쯤 최진혁의 손이 휘둘러졌다.

그와 동시에 최진혁의 몸에 있던 마나들이 허공을 날아 하운드들과 헬하운드들의 시체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컹컹컹!!!

시체가 된 하운드들과 헬하운드들은 뼈만 남은 스켈레톤들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그런 스켈레톤들이 이제는 자신의 주인이 된 최진혁의 명령에 따라서 케르베로스와 헬 나이트를 향해 하울링을 하면서 달려들었다.

그런 개싸움(?)을 보면서 최진혁은 혀로 입술을 핥았다.

“처음치곤 나쁘진 않군. 그리고…… 저놈들로 언데드로 만들면 꽤 괜찮은 언데드들이 나오겠군.”

그렇게 말하는 최진혁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수십 마리의 스켈레톤 하운드들에게 둘러싸여서 고전 중인 케로베로스와 헬 나이트가 있었다.

-캐앵!

하지만 스켈레톤이 되면서 생전 가진 능력이 반 단계가량 낮아진 데다가 본디 케로베로스와 헬 나이트보다 약했던 스켈레톤들로는 수가 아무리 많아도 케로베로스와 헬 나이트의 숨통을 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최진혁은 손수 피 튀기는, 아니, 뼛가루가 휘날리는 전장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고, 그런 최진혁의 주위에는 본 애로우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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