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1화 (291/328)

하지만 그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 유일하게 어둠을 꿰뚫어 보는 자였다. 예후르는 가만히 내리뜬 눈으로 고통에 신음하는 레오폴트의 모습을 담아냈다. 그러다 몸부림이 심해질 지경에 이르자 비로소 레오폴트에게로 손을 내뻗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예후르는 레오폴트에게 향하던 손을 거두어들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벅거리며 걸어가 문을 열자, 대기하던 막시모가 착실하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카타리나 공작 전하께서 방금 차라 도련님과 함께 성도를 떠나셨습니다.”

“…성도를 떠났다고?”

의아하다는 반응에 막시모는 두말없이 서신을 내밀었다. 겉봉투에 쓰인 페기의 이름을 확인한 예후르가 문을 닫고 다시 침실로 들어왔다.

실링이 찍힌 봉투를 찢는 소리와 레오폴트의 거친 숨소리가 기이하게 뒤섞인다. 예후르는 고통에 신음하는 레오폴트를 버려두고 테라스로 향했다. 조요한 달빛을 머금은 그곳에 올빼미 한 마리가 날개를 접고 앉아 있었다.

올빼미를 거들떠도 보지 않으며 그는 서신을 펼쳐 들었다. 시푸른 달빛이 어른거리는 양피지 위로 급하게 흘려 쓴 필체가 드러났다.

내가 돌아오기 전에 일을 벌이면, 널 죽이기 전에 내가 먼저 목을 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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