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다물린 입술만 쳐다보며 도웅은 어서 그 입을 열어, 거래를 수락해주기만을 기다렸다.
“단순 변심이 아니라, 아무래도 이건 아닌 거 같아서 번복한 거예요.”
입술이 열리더니 수락이 아닌 다른 말을 꺼냈다.
“전기 빌려 쓰는 주제에 리뷰나 구걸하는 제 모습이…… 구질구질해요?”
“누가 구질구질하다 했습니까?”
“그럼 뭐가 아닌데요?”
“사장님한테 차였는데 다시 이렇게 엮이면 조금, 그렇잖습니까.”
뺨을 수줍게 붉힌 이유가 당 부족 때문인지, 제 입으로 차였다고 말하는 게 쑥스러워서인지 헷갈렸다. 도웅은 뻔뻔하게 대꾸했다.
“불편하게 대하지 말라고 한 건 본인이잖아요.”
“그렇다고 편하게 대하라는 말도 아니었는데요.”
“아~ 어쨌든! 할 거예요, 말 거예요?”
남자는 재차 한숨을 쉰 후 다 마신 아메리카노 컵 뚜껑을 열어 얼음을 와작와작 씹었다. 치아가 상하지 않을까, 걱정될 만큼 힘차게 얼음을 씹은 남자는 꿀꺽 삼킨 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신에.”
대신에?
“최선을 다해주세요.”
“어희둥둥을요?”
“예. 마음껏 만끽할 테니 만족할 때까지 해주셔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만끽하겠다는 어희는 무슨 대단한 결심을 한 것처럼 결연해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웅은 마다할 필요가 없다. 그토록 원하는 리뷰에 한 발자국 가까워진 기분에 크게 웃음 지었다.
“하하, 저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보는데 괜찮겠어요?”
어희는 알 거 같다는 듯 “그럴 거 같긴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전기 잘 썼어요.”
“예. 가세요.”
도웅은 킥보드 충전기를 주섬주섬 정리하고 3201호를 나왔다.
무사히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한 도웅은 샤워를 하고 나온 후 머리도 말리지 않고 수첩과 펜을 들고 침대에 앉았다.
[어희둥둥 계획서]
1둥둥. 몽블랑 만들어주기.
2둥둥. 같이 밥 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