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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자마자 VIP-345화 (완결) (345/345)

345화. < Extra Chapter 2. 그래도 지구는 돌아간다. - 3 [완결 ] >

강신혁의 결혼식 전후로 자격을 얻은 백인하 이후로 지구에 히어로 유니버스의 새로운 최상급 회원(격변 이전의 회원 자격을 말하는 것이다.)이 나타나기까지, 지구는 무려 10년이라는 세월을 필요로 했다.

사실 지구라는 하나의 세상에서 히어로 유니버스의 최상급 회원이 몇 명씩이나 나온 시점에서 강신혁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했음을 알 수 있지만, 좌우지간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새로 자격을 얻은 이는 바로 백인하의 아내 오혜나였다.

신기하게도 그 순간 지구라는 세상에 새로운 자격이 생겨났는데, 바로 히어로 유니버스의 다른 최상급 회원을 지구로 초대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원래부터 VIP 회원들은 마이 룸이라는 매개를 통해 서로의 세상을 한정적으로 방문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구에 최상급 회원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세상의 안정성이 높이 평가되어 VIP뿐만 아니라 최상급 회원들의 방문이 승인된 것이다.

……사실 강신혁이 앞으로를 생각해 히어로 유니버스에 슬그머니 넣어둔 기능이었는데 관리자가 형평성과 세상의 안정을 이유로 거기에 몇 가지 조건을 걸어두었고, 그것이 오혜나의 최상급 회원 승격으로 인해 비로소 해금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흐응, 되게 신기한 형태로 발전한 세계로구나.”

[사람들의 시선이 굉장히 많군. 불편해. 저들은 예의를 모르는가?]

"그건 네가 특이하게 생긴 탓이거든?”

[내가 못났다는 이야긴가?]

"그건 아니고.”

그래서.

여태껏 벼르고 있던 그의 친구 두 명이 지구가 열리자마자 방문해왔으니 바로 물여우 밀리아와 화호 콰티였다.

각기 다른 세상의 절대자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은 풍겨내는 분위기도 장난이 아닌 데다 외모도 범상치 않았지만, 그녀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비단 그런 개인적인 요소 때문만이 아니었다.

“콰티 네가 지구인과는 너무 다르게 생기기도 했고, 뭣보다도 너희가 지구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너무 쫙 퍼졌거든.”

친구들을 위해 오늘 기꺼이 안내역을 자처한 강신혁은 역시 모른 척 있을 것을 그랬다며 후회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소문은 정말 어마무시한 기세로 퍼져 VIP부터 입문 게시판까지 전부 똑같은 화제로만 떠들어대고 있었으니.

그도 그럴 것이 지구에 다른 세상의 회원이 방문가능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최상급, VIP 회원들이 그 권리를 따내겠다며 아주 시끄럽게 굴었기 때문이다.

선정에 관리자까지 끌어들인 난장판, 당연히 다른 계급의 회원들도 그것을 알게 되어 히어로 유니버스 게시판 전체가 술렁였다.

새삼스레 ‘모루’라는 존재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하고, 그의 처첩이 두 손으로는 셀 수 없느니 하는 헛소리까지 나돌았다.

강신혁에게 있어선 한없이 짜증나는 선발 과정 끝에 뽑힌 것이 지금 눈앞에서 서울 시내의 정경을 신기한 듯이 둘러보고 있는 두 사람.

지금 생각해도 비교적 신참에 불과한 밀리아와 콰티가 지구방문권을 따낸 것은 기적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ID에 여우라는 뜻의 단어가 들어가면 확률이 높아지기라도 하는 것일까?

- 칫, 이 둘만은 싫었는데.......

아니, 관리자의 지나치게 솔직한 반응을 보고 있자면 역시 그건 아닌 모양이다.

- 아빠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셔야 합니다. 이 둘이 아빠의 정조를 노린지 무려 10년이 넘었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전투적이고 야만적인 연애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콰티도 그렇고 특히 밀리아와는 서로 약했던 시절을 공유했던 적이 있는 만큼 두 사람은 강신혁에게 있어서 제법 특별한 친구였다.

뭣보다 가이아와 결착을 냈던 그 날 VIP 회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맹활약했던 기억이 좋게 남아있기도 했다.

"슬슬 이동하자. 이 세계에서 유명한 관광지들을 둘러볼 거니까.”

"음? 아니, 그런 건 딱히 필요 없어. 난 모루의 집을 보고 싶은데.”

[모루가 유년기를 보냈던 곳을 봐도 좋겠군. 좋은 불꽃은 터가 다르지.]

"학교? 이전에 분명 그런 곳에 있었다고 들었는데. 학교라, 후후. 모루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었다고 생각하니 벌써 웃음이 나오는 걸."

빠르게도 자신의 호구조사에 들어가는 두 회원을 보며 강신혁은 관리자에게 사과했다.

‘미안해, 관리자. 네 말이 맞았어.’

- 지금이라도 순순히 인정하셨으니 200만 HP 보너스! 저들의 목적이 명확해진 지금부터는 가드를 단단히 올리셔야 합니다.

그런 의미의 가드라면 이 녀석들을 지구로 초대한 시점에서 이미 글른 게 아닐까 싶긴 하지만.

강신혁은 티를 내지 않고 방문자들을 그녀들이 원하는 곳으로 안내했다.

집을 맨 마지막으로 가기로 하고, 스텔라 보육원부터 시작해서 초등학교, 그 다음은 신영 길드 본부.

가는 곳마다 사람의 이목과 관심을 잡아끈 두 사람은 과연 히어로 유니버스의 최상급 회원답게 다른 이들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떠들어대고 있었다.

"모루의 동상이다!”

[검을 들고 있군. 응? 내가 알던 모루의 검과 달라.]

“후후, 우리 세상에도 내 동상이 이곳저곳에 있지. 지크에게 왕위를 양보하고 물러난 다음부터는 가급적 세상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고는 있지만 능력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감춰지지가 않는 것이라서……."

[모루, 저 검은 뭐지? 꼭 얇고 기다란 원통 같군.]

"아마 곧 알게 될 거야.”

강신혁은 지금 족히 열 개 이상의 국가에서 생방송으로 자신과 손님들의 모습을 촬영해 내보내고 있으리라 장담할 수 있었다.

예전에 너무 자신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말라고 한 번 뒤집어엎은 적이 있긴 하지만 슬슬 약빨이 떨어질 때가 됐다.

더구나 이 두 사람의 방문은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지구에 있어서도 상당히 의미가 깊은 행사였으니, 이번엔 마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뭔가 틀린 느낌이 들었다.

"강신혁 씨, 잠깐만요! KOS 방송국에서 나왔습니다! 지구를 찾아주신 두 외계인 분과 어떤 관계인지 잠시 인터뷰 가능할까요!”

"하지만 네놈은 안 된다.”

"꾸억!”

그의 마음이 약해진 빈틈을 노리고 잽싸게 인터뷰를 따 엄한 보도를 하려는 무도한 기자 놈들을 응징하면서도 강신혁은 어느덧 두 사람과 함께 자신의 집에 도착했다.

서울 종로구, 하나의 동에 해당하는 구역을 통째로 정부로부터 기증받아 세운 대저택.

유사시 한국 정부를 지켜준다는 밀약이 오가기는 했지만, 감히 가치를 환산할 수도 없는 이 금싸라기 땅에 지어진 저택은 다른 어떤 세계에서도 쉬이 구경할 수 없는 위엄과 권위를 갖추고 있었다.

"오오, 우리 나라의 전성기에 세웠던 궁궐보다도 화려한…… 응?”

“어머나.”

그런데 우연일까, 대문 앞에 나와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이가 있었다.

츠쿠요였다.

"친구 분들과 같이 돌아오셨네요, 모루.”

구시대적인 이미지가 다분히 느껴지는 새댁 느낌으로 강신혁을 맞이하는 츠쿠요.

평소부터 그런 기질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오늘은 또 상당히 노골적인 모습이었다.

강신혁은 츠쿠요가 처음부터 두 손님을 자신이 맞이할 작정으로 튀어나왔음을 파악하곤 한숨을 내쉬며 대꾸했다.

"어차피 초대하기로 했었는데 시치미 떼기는.”

"......응?"

[음!?]

예상하지 못했던 존재의 등장에 한 번, 마치 츠쿠요가 이곳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한 강신혁의 말투에 두 번, 밀리아와 콰티가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츠쿠요? 이 여자는 왜 여기 있는 거냐, 모루?”

[그래. 이번에 지구에 초대된 것은 우리 둘뿐이 아니었던가?]

과연 원소의 힘을 다루는 여인들답게 한쪽은 지극히 차갑고 한쪽은 뜨거운 열기가 생생히 느껴지는 질문이 날아들었다.

어쩌면 그녀들은 이미 답을 짐작하고 있으면서도 강신혁에게 굳이 확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요. 저는 가이아와의 일전이 있기 전부터 모루의 곁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만. 족히 12년은 되었군요.”

그리고 처음부터 이들을 도발할 목적이었던 츠쿠요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악의 발언을 최악의 타이밍에 해치웠다!

"뭐!”

[말도 안 돼!]

격렬한 분노!

세상을 통째로 얼리고 불태울 수 있을 것만 같은 분노!

"내가 지구로 오는 티켓을 거머쥐려고 HP를 얼마나 꼴아박았는데!”

[이 기회를 만들기 위해 순수한 화정(火晶)을 얼마나 많이 팔아야 했는데……!]

"일단 너희가 지구로 오려고 얼마나 무리를 많이 했는지는 잘 알겠어. 그리고 콰티, 너희 세상 그래도 괜찮냐?”

"이래서 능력이 없으면 고생이 큰 법이죠. 능력도 자격도 되지 않으니, 그야 모루를 만나려면 그 정도 무리는 해야 하지 않았겠어요?”

츠쿠요는 한 번 마운트를 취하면 결코 그냥 물러나는 법이 없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실것 두들겨 맞은 밀리아와 콰티가 허망한 눈으로 강신혁을 바라보았다.

“아니, 날 그런 눈으로 봐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는데. 츠쿠요랑 에나…… 슈는 타이밍을 잘 잡았달까, 관리자가 정신없는 틈에 반쯤 억지로 지구에 눌러앉았다고 해야 할까.”

"슈? 슈퍼울트라은하계주먹1짱 말하는 거냐!?”

[그 망종도 지구에 있단 말인가!?]

"응? 불렀어?”

타이밍 좋게 집 안에서 오르키에나가 튀어나왔다.

그녀는 많은 조정 끝에 외관만 놓고 보면 이제 갓 스무 살을 맞이한 매력적인 성인 여성의 모습이 되었다.

“아, 불덩이! 올만! 물여우도 왔네!”

하지만 외관만 달라지면 무엇 하겠는가, 행동이나 말투나 그녀는 여전히 꼬맹이 같았는데 그건 지금 그녀의 차림새만 봐도 명백한 사실이었다.

녀석은 머리에는 파티용 꼬깔모자를 쓰고, 한 손에는 과자가 담긴 바구니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빛이 원통형으로 솟구쳐 나오는 검 …… 그러니까 다시 말해 빔 샤벨, 아니지 빛의 검을 들고 있었다.

[너, 너! 나한테는 알려줄 수도 있었을 텐데 여태까지 감추고…… 아니 그것보다 그 검!]

그래도 오르키에나와는 제법 양호한 교우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혼자서만) 믿고 있던 콰티가 배신감에 사로잡혀 소리를 지르다 말고 뭔가를 깨달았다.

그녀의 손에 들린 빛의 검이 아까 자신이 보았던 강신혁의 동상에 묘사된 그것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응? 너도 이 검의 가치를 알아본 거야? 후후, 갖고 싶어?”

[강한 불과 빛의 힘을 느낀다……! 그런데 그것을 불과 빛의 재능도 없는 네가 어떻게!]

“아, 그건.”

역시 불의 힘을 다루는 콰티는 착안점이 좋다니까.

강신혁은 이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입이 미끄러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내 동상이 그걸 들고 있는 걸 보고 알았겠지만, 사실 빛의 검을 누구나가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데 내가 제법 고생을……."

“엄마, 왜 갑자기 나가…… 아빠!”

그때였다.

아마도 오르키에나를 쫓아 따라 나왔을 어린아이가 강신혁을 발견하고는 도도도 달려와 그의 품에 안겼다.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아빠!

녀석의 팔에는 오르키에나의 것과 흡사한 머리카락 팔찌가 장식되어 있었다.

이름은 언던 식으로 지어 타키에나, 올해로 일곱 살을 맞이한 어여쁜 여자아이.

잠재력이 뛰어난 강신혁의 자식 중에서도 당장 발휘할 수 있는 힘만 따지면 가장 흉악한 능력을 갖춘 아이였는데, 다행히도 요즘은 제 능력을 구사하지 않고 빛의 검을 휘두르는 데 푹 빠져 있어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져 있는 상태였다.

“녀석아, 검을 들고 뛰어다니면 위험하다고 했어, 안 했어.”

“아빠는 안 다치니까 괜찮아!”

"......."

그리고 두 사람이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모루……."

밀리아의 표정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세상을 호령하던 여제로부터, 졸업논문에 그만 실수로 AV 스크린샷을 삽입해 제출한 졸업준비생 같은 표정이 된 것이다.

"난 내가, 첫 번째는 아니더라도 너의 두 번째 부인 정도는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두 번째라니, 그 말에는 동의할 수 없겠는데.]

"뭐!? 이래봬도 내가 소녀일 적에 모루에게 첫키스를……!”

"기다려봐, 친구들아. 이건 어쩔 수가……."

"아, 아빠다!”

"아빠!?”

아무래도 타키에나가 뛰쳐나온 것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저마다 손에 빛의 검을 꼬나쥐고 있는 꼬맹이들이 우르르 튀어나와 강신혁과 친구들을 포위한 것이다.

"후훗, 얘들아. 아빠 손님들이잖니. 어서 인사하지 않고.”

사상 최악의 불여우가 마무리 일격, 초필살기를 시전했다.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오!”

"안녕하세요, 아줌마!”

"안녕, 아줌마!”

아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츠쿠요를 닮은 여자아이, 클레어를 닮은 남자아이, 신은아를 닮은 여자아이, 엘레노어를 닮은 여자아이, 이나희를 닮은 남자아이.......

"아줌마! 아줌마라고!”

밀리아가 절규했다.

"이제 슬슬! 아줌마가 되고 싶어서! 여기 왔는데! 내가!”

[후, 후후…… 정말 놀라운 서프라이즈 파티가 아닐 수 없군.]

"밀리아, 콰티……? 제법 세월이 흘렀잖아. 진정하고 그간 쌓인 얘기를……."

"세월! 세워어어어어어어얼!”

[후, 후후후……!]

그 날, 실로 놀랍게도 히어로 유니버스에 새로 두 명의 VIP 회원이 탄생했다.

강신혁은 분노할수록 강해지는 초X이어인 이론이 실존했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고, 그것을 빛의 검 개발을 잇는 연구주제로 삼기로 마음먹었다.

……두 VIP 회원의 분노로부터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 말이지만.

345화. < Extra Chapter 2. 그래도 지구는 돌아간다. - 3 [완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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