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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자마자 VIP-344화 (344/345)

344화. < Extra Chapter 2. 그래도 지구는 돌아간다. - 2 >

하늘이 맑은 어느 초여름날 오후, 홍콩의 유명한 A랭크 지속형 게이트 '얼음관 정원’ 앞.

강신혁 부부가 돗자리를 깔…… 아니, 포장마차를 끌고 자리를 잡았다.

“꺄아!”

[무거워! 무거워!]

아기가 아기를 태우고 하늘을 난다.

아직 힘이 얼마 없어서 하늘을 난다기보다는 1미터 높이에서 부유하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이안이는 좋아라 했다.

"더 높이, 더 높이!”

[너 무거워! 돼지! 더 못 날아!]

“이안이 돼지 아니야! 안 무거워!”

"야야, 저기 봐.”

"뭐야? 마도구? 살아있는 몬스터야?”

"애를 태우고 있는데?”

아기들이 꼼지락거리며 떠들고 있으니 게이트에 들어가려 대기하고 있던 초인들의 시선이 모조리 녀석들에게 꽂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호객 효과 지대로네.”

"칵테일 팔아요! 끝장나는 버프 효과가 담긴 칵테일 한 잔씩 하고 던전 들어가세요!”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리는 강신혁 옆에서, 웨이트리스 복장을 갖춘 비타가 활발한 목소리로 외치며 아기들에게 꽂힌 손님들의 시선을 이쪽으로 당겨왔다.

참고로 강신혁도 그녀와 비슷한 웨이터 복장을 갖추고 있었다.

"어, 뭐야? 강신혁이잖아?”

"인형사? 인형사가 고작 A랭크 게이트에 왜…… 어어억, 연금술사도 있어!”

강신혁이나 비타나 사람의 눈을 확 잡아당기는 미남미녀였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바텐더.

사람들은 이윽고 포장마차 안에서 세이커를 흔들고 있는 클레어의 존재를 발견했다!

세상에서 가장 핫한 부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들이 포장마차 하나 끌고 와서는 폼을 잡고 있으니, 관심이 몰리는 것은 예정되어 있던 일이나 다름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포션이라도 실험하는 건가?”

"연금술사가 예전에 서울에서 바를 열었던 적이 있다던데.”

"연금술사가 직접 만들어주는 칵테일을 마실 수 있다면 약물실험을 당한다 쳐도 이득이지! 블랙 러시안으로 한 잔!”

이윽고 가장 용감하고 사내다운 초인이 한 명 다가와 남자의 칵테일을 주문했다.

그러나 강신혁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일반적인 칵테일을 팔 생각이었으면 여기서 장사 안 하지. 여기서 파는 건 앞으로 당신들이 들어갈 게이트 성질에 맞춰 특별히 맞춤 제작한 칵테일이야.”

“게이트 성질에 맞췄다고……?”

“그래. 칵테일 이름은…… 자기야, 뭐라고 했었지?”

사실 이미 알고 있지만 일부러 말을 건 것이다.

오늘은 과묵 컨셉을 유지하고 있는 클레어가 폼 나게 세이커를 혼들더니, 준비해둔 잔에 푸르게 불타는 듯한 액체를 부으며 입을 열어 시크하게 말했다.

"프로즌 하트. 1잔에 5만 달러.”

"들었지?”

“5만!? 아니, 하지만…… 좋아, 내지!”

칵테일 한 잔 값으로 5만 달러라면 논할 가치도 없는 사기였지만 그게 연금술사가 만들어낸 포션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뭣보다 남자를 비롯해 이 인근에 몰려든 초인들은 모두 저 앞에 위치한 A랭크의 지속형 초대형 게이트 - 던전에 들어가려는 이들이었으므로, 5만 달러 정도는 어렵지 않게 낼 수 있었다.

"오, 뭐야? 술이 되게 신기한데…… 이거 불인가? 꺼서 마셔야 되는 건가?”

"그냥 쭉 들이켜.”

쿨하게 5만 달러를 결제한 남자는 푸른 불길이 이글거리는 칵테일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 직후 남자의 눈앞에 즉각적인 상태변화를 알려주는 메시지창이 연달아 떠올랐다.

"아니, 잠, 이건 뭔…… 진짠가? 그럼…… 야! 다들 와!”

그는 한순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가 싶더니- 직후 자신의 파티원을 소리쳐 불렀다.

"다 와서 한 잔씩 마셔! 빨리 와!”

"아니, 난 술 싫어하는데……."

"닥치고 와서 마셔!”

남자는 자신의 파티원들 몫까지 25만 달러를 순식간에 결제하고는 다섯 잔을 추가로 주문했다.

클레어는 그것을 예상이라도 하고 있던 것처럼 능숙하게 5인분의 칵테일을 만들어 내놓았다.

다시 말하지만 오늘의 클레어는 과묵한 컨셉이기에, 대신 비타가 손님들에게 칵테일이 든 잔을 나누어주며 방긋 웃어주었다.

"오, 오오 고마워요.”

"이거 진짜 마셔도 되는 거야?”

"연금술사가 만들어준 건데 독약이라도 마셔야지.”

남자의 파티원들이 일제히 칵테일을 마셨다.

그리곤 아까와 비슷한 모습이 반복되었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메시지의 홍수로부터 간신히 벗어난 그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시선을 마주하더니, 고고한 폼을 잡고 있는 클레어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게이트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갔다.

영덩이에 불이라도 붙은 듯이 달려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비타가 입을 헤 벌렸다.

“앞으로 족히 여덟 시간은 유지될 테니까 저렇게 안 서둘러도 될 텐데요.”

"이 게이트는 안에서 며칠 동안 머무르면서 사냥하는 곳이니까. 뽕을 뽑으려나보지.”

얼음관 정원은 극한의 냉기를 분출하는 몬스터와 함정이 난무하는 지역이다.

그리고 클레어가 개발한 프로즌 하트는 일정시간 동안 냉기에 대한 높은 저항을 부여해주며, 추운 지역에서 공격력과 방어력이 늘어나도록 해주는 특수한 옵션을 품고 있었다.

장담컨대 칵테일을 마신 이들은 얼음관 정원에서 족히 1.5배는 강해진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터였다.

"뭐야, 저 사람들 왜 저래?”

“잠깐만. 저거 마시고 좀 달라진 것 같지 않아? 그냥 평범한 포션이 아닌 모양인데.”

"그야 평범한 포션이었으면 다치지도 않았는데 굳이 바로 마시게 할 이유가…… 응?”

"맞춤 제작?”

초인들이 보였던 의문의 행동의 의미를 깨달은 초인들이 일제히 포장마차 앞으로 달려왔다.

초인들의 기세에 놀란 아기용이 날개를 퍼덕이며 뒤로 다급히 물러났다.

"한 잔씩 주세요!”

"파티 전원 분! 8명이니까 40만 달러죠?”

그러나 쏟아지는 무수한 결제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클레어는 시크하게 손가락 하나를 세워보였다.

“1잔에 10만 달러.”

"네? 아까 그 사람들은 한 잔에 5만……."

“8잔이면 80만 달러죠! 여기요!”

순식간에 두 배로 오른 칵테일 가격에 멍청하게 반문하는 사람 옆에서,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초인이 끼어들며 카드를 내밀었다.

강신혁이 빠르게 결제해주었고, 클레어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빠르게 여덟 잔의 칵테일을 만들어냈다.

"헐, 이게 어떻게……!”

"빨리, 빨리 들어가자!”

칵테일을 마신 사람들은 그 전의 파티보다 훨씬 격렬한 반응을 보여주고는 순식간에 게이트로 몸을 던졌다.

"대체 어떻길래…… 10만이라도 괜찮으니까 일단 한 잔 주세요!”

“1잔에 15만 달러.”

"아."

"그럴 줄 알았어……."

칵테일은 끝내 30만 달러까지 가격이 올라갔다.

그들 부부가 자잘한 푼돈에 연연할 리는 없고, 처음부터 칵테일의 재료가 한정되어 있었기에 손님이 지나치게 몰리지 않도록 이런 방법을 쓴 것이다.

계속 높아지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은 소수의 초인들은 당연히 자신들이 쓴 돈 이상의 보답을 얻곤 희희낙락하여 게이트로 뛰어들었다.

"후, 장사 끝.”

"아, 이제 말투 돌아왔네.”

"재밌었어!”

컨셉에 죽고 컨셉에 사는 클레어는 오늘 장사가 진심으로 만족스러웠던 모양.

강신혁은 자신의 품에 안겨 자고 있던 이안이를 그녀의 품에 양보해주며 기지개를 켰다.

“아구 귀여워라. 누굴 닮아서 이렇게 귀엽나.”

"하루 종일 뛰어다녀도 안 지치던 녀석인데, 오늘은 헤임달이랑 놀면서 많이 지쳤나봐.”

"그래도 용이라 이거지. ……진짜 헤임달이라고 이름붙인 거야?”

헤임달은 북유럽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멸망의 장, 라그나로크에서 로키를 죽이고 죽은 신의 이름이다.

강신혁이 용에게 그런 이름을 붙인 저의는 명백했다.

그러나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클레어의 눈길에도 강신혁은 삔삔하게 대꾸했다.

"오해하지 마, 헤임달은 비프로스트의 수문장이면서 동시에 빛의 신이라고. 이 빛나는 용한테 얼마나 어울리는 이름인데?”

"자기, 나도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한국 속담은 알아.”

[엄마!]

이안을 안아드는 것을 보고 질투라도 했는지, 아니면 지 얘기를 하는 줄 아는지 아기용, 헤임달이 클레어에게 덤벼들었다.

양손으로 이안을 품고 있던 클레어 대신 비타가 녀석을 받아 안아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당당하게 용의 존재를 드러내도 되는 거예요, 아빠?”

"뭐 어때, 이제 클레어만 엄마라고 부르잖아.”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떫은 표정을 짓는 비타의 품에서 아기용이 날개를 자그맣게 퍼덕이며 외쳤다.

[누나!]

"봐봐, 이 완벽한 교육의 상태.”

“……나두 엄마라고 부르는 게 좋은데.”

비타가 투덜거리듯 중얼거린 그 말에, 기껏 강신혁에게 호된 교육을 받고 버릇을 고쳤던 헤임달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게 떨렸다.

[……엄마?]

"후흐. 잘했어.”

[엄마!]

아, 이거 글렀다.

강신혁은 헤임달의 호칭 교육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받으며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녀석을 밖으로 내놓은 데에는 확고한 자신이 있었다.

"어차피 이제 우리가 현역으로 활동할 일도 없는데, 용을 키우든 뭘 키우든 사람들도 크게 신경 안 쓸 거야. 따지고 보면 오닉스의 존재부터가 이질적인데 뭐.”

"그럼 아빠, 오늘 이렇게 나와서 칵테일 포장마차를 한 것도……?”

"출장영업! 프론트라인 바의 출장영업이야!”

도저히 포장마차라는 명칭을 용납할 수 없는 클레어가 새되게 외쳤다.

강신혁이 킥킥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래, 프론트라인 바의 출장영업. 전면적인 활동은 안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각국의 초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벌인 퍼포먼스지. 우리는 흥 내고, 초인들은 덕을 보고. 이 출장영업은 다른 누구의 의도에도 휘둘리지 않고 순수하게 우리의 변덕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테고, 그것을 몇 번 겪다보면 사람들도 깨닫게 되겠지.”

"아빠랑 엄마가 주는 혜택을 얌전히 받아야 할 뿐 다른 걸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죠?”

"은아도 이미 협회 일에서 손을 뗐잖아. 대신 다른 걸 시작하려는 모양이던데……."

"학교.”

강신혁이 대꾸했다.

어느덧 그는 오후 내내 칵테일을 만드느라 지친 클레어 대신, 포장마차의 설비를 이용해 세 사람이 마실 간단한 칵테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요……? 신영도 일단 신인들을 교육하는 학교로서의 역할은 잘 해내고 있잖아요?”

"신영은 하이스쿨부터 시작이잖아. 은아가 생각하는 건 영재교육원 같은 느낌의 시설 같아.”

"영재교육원, 말이지.”

신은아가 그것을 기획하는 데에는 어쩌면 그녀의 어린 시절이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른다.

클레어는 은아가 어째서 자신에게는 상담하지 않았던 걸까, 살짝 섭섭하게 생각하면서도 이어지는 강신혁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신영의 덩치가 커지면서 지구의 게이트 사정이 일부 안정화된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세계 질서가 신영 중심으로 개편되었을 뿐이야. 은아는 그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려고 마음먹은 것 같아.”

“뭐야, 그냥 울 남편 뒤치다꺼리하는 거네.”

"에헤이.”

그때 강신혁은 뭐랄고가, 조금 미쳤었다.

신은아를 빼앗아간 야누스에게, 요르문간드에게, 자신을 답답하게 만드는 모든 인간들에게 화가 나 신영의 개혁과 간섭을 저지른 것이니 어찌 보면 신은아는 당시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의 수습을 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

- 아빠의 마음 속 동그란 원에 감탄한 관리자의 100만 HP 보너스!

‘설마 그 원이라는 게 내 양심의 모양을 말하는 건 아니지?’

그래, 인정하자.

신은아는 자신보다 더 지구에 집착이 크고, 초월자가 된 순간 필멸자였을 때의 소속감이나 애국심 따위의 감정을 제법 수월하게 벗어 던진 강신혁을 대신해 최대한 지구를 정상화시키려 노력하고 있었다.

"영재교육원…… 괜찮을 것 같네.”

"나는 절대 오지 말라더라.”

"자기는 괜히 얼쩡거리다가 이상한 애들 진화시키지 말고 나랑 같이 칵테일이나 만들어.”

폭주하는 동글몬 취급을 받게 된 강신혁은 분루를 삼키며 세이커를 흔들었다.

자신과 클레어, 비타의 몫까지 만든 후 세이커를 내려놓는데, 옆에서 찰싹 달라붙는 목소리가 있었다.

“한 잔 더, 만들어줘.”

"아빠!”

헤임달의 목소리가 아닌, 여자아이의 맑은 목소리도 덩달아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시아를 품에 안은 신은아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어떻게 알고 바로 여기로 찾아왔어? 탐색하는 마력도 못 느꼈는데.”

“SNS에서 난리니까. 자기야, 빨리 만들어줘.”

강신혁의 물음에 신은아가 킥킥 웃으며 답하곤 그를 재촉했다.

그러고 보면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가.

강신혁은 지구의 시간으로는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은 추억을 떠올리며 희미하게 웃었다.

이젠 그녀가 방해자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 사실이 못내 즐겁다.

"아빠, 나도 마실래……!”

"은아, 시아 단단히 안고 있어.”

"클레어, 너 내가 모르는 사이 시아한테 칵테일 먹인 건 아니지?”

"논알콜은 괜찮잖아?”

"야!”

신은아 몫의 칵테일을 제조하며, 강신혁은 나중에 시아에게 먹였다는 칵테일의 이름을 물어보기로 다짐했다.

정답부터 말하면, 버진 피나콜라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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