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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화. < Extra Chapter 1. VIP 회원정보 열람 - 5 >

"정말 놀라운 구조의 물건이야. 만드는 걸 보면서도 어찌 이런 것이 탄생할 수 있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으니까.”

“감사히 받겠어요.”

제 능력을 다루는 데 능숙해진 강신혁은 곧 밖으로 나와 초월자 부부의 팔찌를 만들어주었는데, 두 존재는 강신혁이 너무 빨리 능력을 마스터한 것에 놀라 어버버하는 사이 그가 눈앞에서 그들의 머리카락을 뽑아다가 팔찌를 완성시켜버리는 모습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지고 말았다.

"다른 세퀠라의 것은 안 만들어줘도 괜찮을까요?”

"음, 이걸 만들어준 자네에게 하기에는 어색한 말이지만 이 팔찌가 지닌 힘은 세퀠라에게 너무 위험하네.”

"사실 오르키에나가 이것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에서 많이 고민했어요. 이 팔찌는 본래 우리 종족이 마땅히 짊어져야 할 인과의 대가를 없애주는 것이거든요. 딸이 혹여 잘못된 방향으로 폭주하지 않을까 심려도 컸고……."

“마땅하지 않아! 그동안 겪은 고생만으로 충분하다니깐!”

오르키에나가 어처구니없다는 투로 대꾸하며 강신혁의 팔에 매달렸다.

"이 사람들, 그냥 이 팔찌를 다른 동족들한테도 만들어주면 앞으로 컨트롤하는 게 어려워질까 봐 걱정돼서 이러는 거야. 지들은 만들어달라고 할 거였으면서.”

"초월자도 평범하게 속이 좁네.”

"윽, 찔리는 말을 하는구나.”

"미안해요,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어요. 딸이 저보다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는 건 조금 견디기 힘든 일이어서……."

말로는 머쓱해하면서도 두 사람의 시선은 매섭게 오르키에나에게 꽂힌다.

만약 이 자리에 강신혁이 없었더라면 당장에라도 녀석의 볼기짝을 두들겼으리라.

강신혁은 피식 웃곤 입을 열어 두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오르키에나를 구출했다.

"아무튼 이유는 납득했습니다. 저도 이 초월종족이 우주에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롭게 풀려나는 건 막아야 한다고도 생각하고. 하지만 두 분이라면 알아서 잘 하시겠죠?”

"그럼, 사위가 만들어준 물건을 가지고 엄한 일을 할 리가 없지 않겠나.”

"정말 좋은 남자를 얻었어, 오르키에나.”

역시 자연스럽게 사위 취급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자신의 홈 그라운드가 아니었기에, 혹여 부정이라도 했다가 괜히 더 귀찮게 얽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신혁은 말을 아꼈다.

"신세를 졌습니다. 다른 친구와 약속한 것이 있으니 이만 가볼까 합니다.”

"벌써 가려고? 기왕 오르키에나의 고향에 온 김에 아이라도 하나 만들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오? 아빠가 웬일로 괜찮은……."

"에나 너는 고향에 왔으니까 남든가. 나 혼자 갈게.”

강신혁이 말 안 듣는 애들에게 쓰는 필살기 ‘엄마는 집에 갈 거야, 에나는 여기서 살아!’를 시전했다.

"아아아아아아! 아니야, 아니야! 미안해, 할아방! 같이 가아아아!”

효과는 강력했다!

"어휴, 저래서야 멀었군.”

"몸만 컸네요.”

초월자 부부의 흐뭇한 시선을 무시하며 돌아선 강신혁은 자신에게 매달리는 에나를 질질 끌고 밖으로 나왔다.

처음 방문했을 때와 비교해 확연히 뚜렷한 인상을 주고 있는 세상의 모습에 일순 신기한 표정을 짓는 강신혁.

그의 눈앞에 석고대죄하듯 납작 엎드리고 있는 적발의 미녀가 있었다.

"변신하지 말랬지. 진짜 죽인다?”

당연히 변신한 로키였다.

심지어 클레어와 머리색이 거의 비슷해,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로키를 보니 절로 기분이 나빠졌다.

그러나 로키는 물러나지 않았다.

"영업용 복장 같은 거라고 생각해! 너도 기왕 부탁 들어줄 거 시커먼 남자 놈보다는 여자가 낫잖아!”

"내용물을 알고 있는 시점에서 아무 의미도 없거든!?”

"아니, 진짜 의미 없어? 야, 내 변신술 존나 완벽한데? 잘 봐봐, 모루. 여기랑 여기도 완전 재현도 개쩔……."

"집으로 갈까.”

"드, 드래곤 조크지 당연히!”

로키가 잽싸게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며 사죄했다.

그러면서도 혼잣말로 ‘뭐야, 진짜 고잔가? 츠쿠요가 멀쩡하댔는데…….’하고 중얼거리고 있었으므로, 강신혁은 우선 놈의 복부에 자비 없는 스트레이트를 갈겼다.

"커헉!”

"드래곤이 어째서 멸종했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럼 전 이만.”

"조, 종족특성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만 봐줘……."

"……진짜 마지막으로 봐준다. 일단 피 먼저 뽑자."

피를 뽑겠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로키의 저항도 허무하게 금세 500밀리리터 정도의 피를 채취한 강신혁은 그것에 제 영력을 불어넣어 근원을 끄집어냈다.

"흠…… 일단 말해두자면, 너 본인이 용으로 돌아가는 건 역시 안 되겠네.”

“……그건 기대도 안 하고 있었어.”

거짓말이었다.

급박한 상황에서 자기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신세에 내몰렸던 로키는 자신 때문에 용의 맥이 끊겼다고 늘 자책하면서도, 결국 용을 부활시키기 위해선 스스로가 다시 용이 되는 수밖에 없다고 믿어왔다.

시간과 공간의 힘을 초월한다는 세퀠라들을 찾아온 것도 사실은 그와 같은 맥락.

실은 다른 용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다.

혹여 이들이 자신의 인과를 거스르게 해주어 용으로 되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그러한 심정은 사실 충분히 이해해줄 수 있는 것이었다.

강신혁으로선 차마 짐작할 수도 없는 까마득한 과거로부터 용을 찾아 헤맨 이가 로키가 아니겠는가.

그 무수한 세월 속에서도 결국 찾아내지 못한 것이 용이다.

더는 자신밖에 희망이 없다고 믿어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네 유전자로부터 순수한 용을 만들어내는 건 가능해.”

"......."

그렇게, 거의 모든 희망이 거세되어 있던 지금에 이르러서 갑자기.

강신혁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폭탄선언에 로키는 할 말을 잃었다.

강신혁은 로키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남은 설명을 이었다.

"네 안에 여러 존재의 근원이 담긴 것이 느껴져. 아마 너보다 먼저 죽어간 용들이 남긴 유산이겠지? 그들의 흔적의 숫자만큼 새로운 용을 탄생시킬 수 있어. 물론 네 힘이 많이 소멸할 테고, 까딱하면 네 권능이 송두리 째로 사라질 수도 있어. 초월자가 아니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지.”

"........"

하지만 아마도, 그 무수한 용을 탄생시키는 업을 세운다면 그로 인해 결국 다시 초월자가 되지 않을까.

강신혁은 그렇게 추측했지만 그 말을 입에 내지는 않았다. 지금은 불필요한 말이었다.

"어때. 그래도 할 거야?”

"......."

한참 말이 없던 로키가 어느덧 다시 강신혁에게 무릎을 꿇었다.

"부탁…… 한다.”

그것이 아까 오갔던 장난질과는 무게가 다름을 알 수 있었다.

로키는 그와 감히 마주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에게 부탁했다.

“모루. 내 육신은, 혼까지도 모두 사라져도 좋으니 그들을 되살려줘……!”

"되살리는 게 아냐. 딱히 온전한 혼이 남은 게 아니라, 그들의 흔적이 남은 거니까. 앞으로 태어나는 건 새로운 용이야. 네가 그들을 지켜야 하니 너는 죽을 수도 없어.”

"그래, 죽지 않을게.”

로키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들을 지키고 길러내겠어.”

"혼자서는 힘들겠지. 한 명 더 붙이자. 야누스 어때.”

"왜 하필……."

"그 녀석도 이제 딱히 할 일이 없는 것 같았으니까. 맨날 자유자유 타령해대지만, 그건 스스로 통제하지 않으면 방종으로 끝날 뿐이지."

야누스가 초월자에 이르며 세운 업적들은 실로 위대하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받은 산 증인이 눈앞에 있고, 당장 그녀의 무책임한 폭주로 인해 그녀 자신과 로키가 가이아에게 붙잡히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야누스는 지나치게 강대한 개인이기에, 올바른 자유와 책임이라는 단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마침 제 업보를 마주할 기회잖아? 스스로 용을 길러내다 보면 깨닫는 게 있겠지. 야누스 뿐만 아니라 너희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거야."

"너……."

강신혁의 말에서 자신은 미처 이해할 수 없는 어떠한 거대한 섭리를 느낀 로키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신, 신이 된 거냐?”

"오버하고 있네.”

로키가 느끼고 있는 막막한 감정이 얼마나 크건 간에 강신혁은 코웃음 한 번으로 그것을 무시했다.

"그럼 바로 시작한다. 밖에서 하기엔 지나치게 위험한 일이니까 여기서 탄생시키고 나가지.”

"어, 어어……."

"마침 클레어가 안드로이드 연구용으로 남겨둔 소재가 여기 어디…… 찾았다.”

강신혁은 수십 개에 달하는 자그마한 구체를 꺼냈다.

로키에게서 뽑아낸 피를 그것에 골고루 바르고, 자신의 영력과 천룡기를 담아 변형, 진화시켰다.

로키의 근원에 깃든 수십의 용의 흔적을 모조리 분석해, 그들 개개의 특징을 구체에 하나씩 새긴다.

오색으로 찬란하게 반짝이며 이젠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허공에 둥둥 떠오르는 수십 개의 구체의 모습.

로키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강신혁에게 물었다.

"끄, 끝이냐?”

"아니, 가장 중요한 게 있잖아.”

"뭔데. ……야, 설마?”

강신혁의 시선이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를 향하는 것을 알아차린 로키가 제발 아니길 바라는 표정으로 그를 다그쳤으나.

강신혁은 인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주며 답했다.

"잠깐 자리 비켜줄 테니까, 네가 생각한 그대로 해.”

"아니 잠깐만! 모루! 아깐 내가 진짜 미안했으니까 이거 말고 다른 방법! 다른 방법으로!”

"너한테 사감이 남아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 방법 밖에 없어서 그래. 에나, 우리는 잠깐 산책이라도 할까?”

"아, 남자한테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랬지!”

인과를 초월하는 종족답게 지금부터 이곳에서 일어날 일을 알아차린 오르키에나가 활짝 웃으며 확인사살을 하고는 강신혁에게 달라붙었다.

둘이 정말로 돌아서서 그 장소를 떠나려는 것을 본 로키가 다급히 외쳤다.

“피! 피 또 뽑으면 되는 거 아냐!? 살점이라도 떼어낼까!?”

"아냐, 필요 없어.”

강신혁은 상냥하게 웃으며 눈을 찡긋했다.

"그럼 즐거운 시간되길 바라.”

"야!”

@@@

결론부터 말하자면, 용은 유구의 세월을 거슬러 무사히 부활했다.

로키 한 명으로부터 기원했음에도 그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모습과 성격,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강신혁이 예상치 못한 바가 있었다면, 그들의 탄생과정에서 강신혁의 힘이 거하게 들어간 만큼 그의 영향을 짙게 받은 개체도 하나 나타났다는 것.

[아빠!]

"......."

이렇게 될 것을 걱정해 로키에게 최대한 부담을 지우는 식으로 만들어낸 것인데, 어찌 이런 기적이 일어났는가.

그래, 이건 기적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힘의 개성을 완전히 지워버렸는데, 그 희미한 영력과 천룡기로부터 희미한 가능성이 발아해 로키의 힘만을 먹어치우고 자라난 것이니까!

강신혁은 자신에게 달라붙는 금색의 비늘과 오색의 눈동자를 지닌 새끼용을 거절하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받아 안으며 회한이 짙은 표정을 지었다.

"풉, 푸흡, 자, 잘 됐네.”

태어난 지 하루 만에 말하고 걷고 먹고 싸고 날고 마법까지 쓰는 수십의 용 사이에 파묻힌 로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강신혁을 놀렸다.

“그 아이는 모루가 데려가서 길러줘. 나랑 모루 사이의 사랑의 결정이잖냐,풉……."

“이래서 인과를 거스르면 안 된다는 거구나.”

정말로 좋은 깨달음을 얻었다.

강신혁은 두 번 다시 멸종한 종족을 되살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자신을 따르는 아기용과 로키랑도 애를 만들었는데 왜 나랑은 안 만드냐고 매달리는 오르키에 나와 함께 지구로 돌아왔다.

그 이후 엉망진창 멸망한 종족을 복원시키는 신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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