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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화. < Chapter 60. 낳는 자 - 3 >

그 충격적인 말에 강신혁이 가장 먼저 떠올린 감정은 아이러니하게도 미안함이었다.

모루의 마지막도 신살검이었고, 강신혁의 처음도 신살검이었다.

야누스는 그에게 오직 그것 하나만을 바랐는데, 능력이 부족해서 끝까지 그것을 제대로 이루어주지 못했다.

그 결과 야누스는 누덕누덕 기운 불완전한 신살검을 들고 신에 대적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가이아와 모루의 선악 구분은 둘째 치고, 의뢰를 받은 대장장이로서 그 의뢰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다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모루 영감, 내가 다소 무례하게 나서는 것을 용서하게.]

그때 빛이 그에게 속삭였다.

“무례……?”

[자네와의 대화에, 뜻밖에도 거친 수단을 사용해야 할 것 같으니 말이야.]

세상을 가득 채운 빛이 밀도를 높여가는 것이 느껴졌다.

하나의 세상과 온전히 적대한다면 바로 이런 느낌일까?

다만 강신혁은 이 정도는 아직 약과라는 것도 알아차렸는데, 그것은 가이아의 살의가 야누스에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 사이엔 아직 해야 할 얘기가 남아있는데, 저 악동이 그것을 가만 두지 않을 것 같으니.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어내려 하고 있어.]

“악동, 표현은 좋네. 하!”

빛의 포격이 야누스를 향해 퍼부어지는 가운데, 그녀는 신살검으로 모든 빛을 흡수하고 가르며 빈정거렸다.

한편으로 일렁이는 빛의 파도가 특수한 의도를 품고 있는 것처럼 강신혁을 향해 덮쳐왔다.

그것에는 아까와 같은 해의가 담겨 있었는데, 그래도 이미 한 번 받아냈던 공격이라고 강신혁은 그게 무슨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잠재우려는 건가.’

한없이 강렬하지만 동시에 기이하리만치 포근해, 그 안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영혼까지 정화될 듯한 느낌.

모든 상태이상에 강한 저항능력을 보이는 파천기가 라이트 마스터리를 기반으로 형태를 변화시켜, 그것에 격렬히 저항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그는 이미 잠들어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처음 가이아와 마주했을 때도 그렇고, 그는 원한다면 강신혁을 죽일 수 있는 순간이 얼마든지 있었음에도 그의 목숨을 노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정말로 그와 강신혁의 사이에 오해가 있는 것일까?

아니, 그러나 그 어떤 오해가 있다 한들 가이아가 신은아를 죽이려 했다는 오해가 풀리기 전까지 강신혁이 가이아를 용서할 수는 없을 터였다.

“모루, 가이아는 이 지경에 이르러서까지 모루를 속이려 하고 있어.”

그때였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빛의 폭격을 하나하나 소멸시키며 야누스가 야수의 눈을 번뜩였다.

“가이아가 모루에게 호의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아직 모루에게서 얻어내야 할 게 남아있기 때문이야.”

“얻어내야 할 것……."

“히어로 유니버스.”

하. 강신혁의 입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확실히, 야누스가 여태까지 해온 얘기가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 가이아의 진의가 어떠하건 지금 그는 강신혁에게 손을 댈 수 없는 처지여야 맞았다.

뒤통수를 너무 많이 맞아서 이젠 무엇을 믿고 무엇을 증오해야 할지도 알 수가 없었다.

가이아는 끝없이 쏟아지는 빛으로 강신혁을 잠재우려 애쓰면서도, 야누스를 끊임없이 몰아치며 세상 전체를 진동시켰다.

[야누스! 불쌍한 아이야, 너의 망상을 더는 못 들어주겠구나! 나는 이미 만물의 유모이며 만상(萬象)의 관리자인데 어찌 네가 자꾸 내 뜻을 곡해하는 것이냐!]

“가이아, 당신은 언제나 지나쳤어. 간섭하지 말아야 할 것에 간섭하고, 가만히 놔두지 않아야 하는 것을 방관했어. 뒤늦게 밸런스를 잡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까지 당신 손에 들어가면 결국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겠지.”

[그렇지 않아. 나는 히어로 유니버스와 요르문간드를 보고 학습했으며, 그 결과가 지금의 너다!]

“그게 최악이라는 거야!”

전투는 격렬해져갔다.

야누스는 신살검으로 신이라도 베어죽일 능력을 얻었으나, 힘의 규모 자체는 이 공간을 전부 아군으로 두고 있는…… 아니 이 공간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는 가이아에게는 못 미쳤다.

아직 모든 의문이 가신 것은 아니었지만 강신혁은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여겨지는 행동을 하기로 했다.

“만상의 관리자라고 했지, 가이아. 공교롭게도 나한테 조금 비슷한 능력이 있거든.”

그것은 파천룡의 능력으로 삼라만상에 간섭해, 이 공간의 빛을 약화시키고 야누스에게 힘을 불어넣는 것이었다.

변화는 극적이었다.

빛이 위축되고 야누스에 의한 세계의 소각에 가속이 붙었다.

“모루!”

[모루!!]

야누스와 가이아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하나에는 분노와 당혹이, 하나에는 고마움과 반가움이 담겨 있었다.

[곤란해, 모루 영감. 내 권능이 설마 자네에게 침범당할 정도라고 생각했나?]

“하, 얼마든지! 네가 모루의 능력에 간섭할 수 있는 건 끽해야 그에게서 마나를 빼앗아가는 정도야!”

야누스가 강신혁 대신 응수하며 몸을 놀렸다.

또 하나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 튀어나왔지만 일단은 무시했다.

지금 그걸 알아서 어찌될 것이 아니다.

‘이 외에? 이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라이트 마스터리를 통제해 가이아의 빛을 줄인다?

아니, 그의 능력으로는 단지 자신에게 쏟아지는 빛에 저항하는 정도.

아무리 파천기를 부어봤자 가이아에게 직접 데미지를 입히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그렇다면 반대로 다크 마스터리에 의존해보는 것은 어떨까.

빛 그 자체를 어떻게 하는 것보다는 훨씬 효과가 좋을 터였다.

‘아니, 그래봤자야.’

자신이 다루는 속성의 힘은 결국 핵심을 파고들지 못한다.

지금 해야 할 것은 그의 특성의 힘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

즉 가이아의 권능과 맞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모루? 자네 진심인가?]

“한 수 부탁하지, 헤일로. 아니, 가이아.”

[영감…… 아무래도 저 사특한 것의 헛소리에 마음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아. 제정신을 차리게 도와주겠네!]

깜박

세상을 채운 빛이 일순간 사라졌다가, 다시 눈부시게 폭발하며 강신혁과 야누스를 덮쳤다.

강신혁은 자신에게 가능한 모든 것을 동원했다.

라이트 마스터리와 다크 마스터리로 빛의 영향력을 최대한 줄이고.

호풍환우와 공간지배의 능력으로, 자신을 압박하는 소세계의 권능에 저항했다.

동시에 야누스에게 힘을 더해주어, 그녀가 가이아의 빛을 찢어발기도록 원조했다.

[모루!]

“거기 신경 쓸 시간이 없을 텐데!”

신을, 세상을 대적하면서도 야누스는 거침이 없었다.

강신혁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뿌득, 이를 악물었다.

어느덧 그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처음엔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졌던 압력이, 그가 능력을 발하면 발할수록 점점 더 거세게 그를 압박해오고 있었다.

‘힘드네.’

파천룡의 능력을 얻고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으로 유구한 세월 절대자로 군림해온 가이아의 능력에 대적하고 있으니 당연히 힘들지 않겠는가.

다만 긍정적인 점은, 그가 이 모든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여 가이아의 권능에 맞서는 과정에서 또한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능력이 성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없애버리겠어, 영원히! 더는 모든 세상의 주인 행세 따위를 하게 놔두지 않겠어!”

[정말 괜찮겠어? 내가 없어지면 생겨날 일들이 짐작가지 않는 거냐? 어리석어, 어찌 이리 어리석을까.]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거야.”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야.]

야누스의 태도는 강건했으나 강신혁은 가이아의 말이 그저 으름장으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제와 자신의 태도를 바꿀 수도 없었다.

가이아는 강신혁에게 수작을 부려 신은아를 죽이려 했다는 것에 대한 변명을 여태 하지 않고 있었다.

만약 가이아가 정말로 당당하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그것에 대한 설명을 우선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에 빠져 능력의 제어가 조금 느슨해진 그때, 빛이 재차 폭주했다.

- 샤아아아아아아

허공에 생성된 수천, 수만 개의 빛의 칼날이 파도처럼 몰아쳐 야누스를 찢어버리려 했으나, 그녀는 신묘한 움직임으로 그 모두를 한데 그러모아 베어냈다.

“이대론 역시 안 되겠어. 모루!”

그리곤 혀를 차며 강신혁을 돌아보고 외쳤다.

어느덧 둘 사이의 거리는 한없이 늘어나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애초에 이 세상에서 거리의 개념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도 의문이었다.

높낮이도, 멀고 가까움도 모두 불투명하다.

그렇다면 스스로 규정하면 된다.

강신혁이 그것을 인식하고 한 걸음 내뻗은 순간 둘의 간격이 한없이 줄어들었다.

공간이 크게 진동하는 것이, 방금 그의 움직임에 가이아가 크게 놀랐음을 증명했다.

“핵심을 단번에 베어낼 거야. 모루가 도와준다면 찾아낼 수 있어.”

[불가능해.]

가이아가 단언하며 야누스를 전방위로 감싸 압축시키는 폭격을 가해왔다.

강신혁은 본능적으로 공간을 제어해 야누스가 빠져나올 틈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넘어 힘이 작용하는 근원점을 탐구했다.

그리고 야누스가 원한 대로 근원을 타겟팅하고, 만상에 간섭해 적의 실체를 강제로 드러냈다.

오직 빛으로 가득하던 세상의 장막이 일부 들춰지며 그 안에서 희미한 인영이 드러나는 듯했다.

[!?]

“거기구나.”

영력으로 끈을 잇고, 파천기를 흘려 넣어 폭발시킨다.

그것이 그가 지닌 올바른 힘의 사용법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보다 수준 높은 권능의 보유자와 만나 비로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 어떤 시스템의 보조도 받지 못하고 있어 스킬의 성장을 알려주는 메시지는 없었지만, 그에게 이제 그런 것은 필요가 없었다.

[불가능하다고 했음에도!]

“아니, 가능하다!”

가이아의 말은 흡사 언령과 같았다.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출하는 것으로 권능을 강화해, 강신혁의 파천기를 뿌리치려 들었다.

그러나 강신혁 역시 한 번 붙잡은 것을 놓칠 셈은 없다.

황금으로 빛나는 그의 양쪽 동공에 선명한 세로줄이 그어지며 오색으로 빛났다.

“손님을 맞이했으면, 얼굴은 보여야 할 게 아닌가!”

그로부터 이어진 무수한 영력의 실들이 순식간에 오색으로 물들며 힘을 더했다.

놀랍게도 그의 능력이 일순이지만 세상의 주인인 가이아를 뛰어넘었다.

그것은 비단 그의 힘뿐만 아니라, 야누스 역시 가이아의 권능을 억압하고 있었던 덕분이었지만.

[모루! 자네가 나를……!]

어쨌든 그 결과.

세상의 한중간에, 둥그렇게 빛을 발하는 후광을 등에 진 여성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쩌면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몰랐지만, 그 얼굴은 야누스와 조금 닮은 것처럼 보였다.

“죽어!”

야누스가 지체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오직 이 순간만을 위해 준비해온, 신을 죽이는 검무를 펼쳤다.

그러나 그 검이 신의 목을 베어내기 직전 그것을 막아서는 다른 칼날이 있었다.

“야누스, 이러면 안 되지.”

“큭!?”

갑자기 소세계 안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검은 갑옷을 입고, 손에는 커다란 대낫을 든 남자였다.

공교롭게도 갑옷과 대낫이 모두 강신혁의 눈에 익었다.

갑옷은 이전 마족이 입고 나타났던 그것과 완전히 동일한 것으로, 전생의 그가 만든 것이었고.

대낫은 바로 얼마 전 차원 퀘스트를 수행하던 중에 강신혁인 같은 VIP 회원인 로키를 위해 만들어준 것이었다.

“……로키.”

강신혁이 보여준 의외의 선전이 아니었더라면 가이아가 이 공간에 또다시 사람을 불러들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가이아는 강신혁의 능력에 의해 실체가 드러난 상태였고, 야누스의 칼날이 예상보다 더욱 날카로웠던 탓에 결국 재차 공간을 열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강신혁은 그 순간의 감각을 또렷이 기억했다.

“모루도 있었어? 하긴, 그러니까 야누스 네가 가이아를 벨 생각을 했겠지. 그런데 어째, 아무래도 신살검을 다시 제련할 여유는 없었나보네.”

“로키, 비켜.”

“미안하지만 안 되겠네. 난 지금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보거든. 그리고 너와 달리 난 내 모습이 바뀌는 것도 사실 마음에 들어. 나답잖아?”

강신혁은 직감했다.

로키는 지금 ‘반전된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로키는 반전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순수하게 가이아의 뜻에 동의하고 따르고 있는 것이다.

“모루,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대충 알겠어. 하지만 지금은 물러나는 게 좋아. 이 철부지 말만 믿고 베어죽이기에, 가이아는 너무 거대한 존재야.”

야누스의 너머로 강신혁을 포착한 로키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가이아만큼은 아니지만 상황판단이 너무 빨라 마치 마음을 읽는 것처럼 느껴졌다.

강신혁이 뭐라 대꾸하지 않고 있자니 그를 대신해 야누스가 이를 갈며 말했다.

“그래서 언제까지고 이 촌극을 이어가자는 거냐, 로키?”

“말했지만, 난 지금이 마음에 든다니까. 지금의 히어로 유니버스, 요르문간드, 가이아 시스템. 균형은 완벽해. ……하지만 정 마음에 안든다면 널 해방해줄 생각은 있지.”

로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의 대낫에 모여드는 파멸적인 기운은 그 역시 야누스 못지않은 강자임을 확신케 했다.

“죽여줄게. 카이랄을 뱉어. 새로운 관리자를 찾으면 그뿐이야. 미랑이나 츠쿠요 선에서 말이지!”

대낫이 크게 휘둘러졌다. 야누스가 그에 맞섰으나 그와 동시에 그의 등 뒤에서 가이아의 빛이 뭉쳐 거대한 창날이 형성되는 것이 보였다.

제아무리 야누스라도 두 초월자를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무리다.

강신혁이 다급히 손을 뻗었으나, 가이아의 실체화로 인해 오히려 빛의 지배력이 늘어난 지금 그의 능력으로는 그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큭."

야누스의 등에 박힌 빛의 창날이 폭산하며 그의 내부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야누스는 그저 짧은 신음을 흘리곤 꿋꿋이 로키의 창날을 받아냈으나, 이대로 가면 아무 의미도 없이 죽게 되리란 것이 뻔히 보였다.

[모루, 늦지 않았네. 자네는 그저 한순간 판단을 잘못했을 뿐이니까. 이 아이를 벌하는 것을 도와주기만 한다면…….]

모습을 드러내고 가이아의 위압감은 한결 더해졌다.

여성의 그림자에 숨어 늙은이의 말투로 말하는 것에 위화감을 느꼈으나, 한편으로 그것은 신성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드높은 격의 영력에 의해 보호받는 강신혁의 이성은 아무 망설임도 없이 상대를 적으로 규정했다.

그쯤에서 아까 얻은 정보에 대한 계산이 얼추 끝났다.

“가이아, 말하는 게 너무 어른스러워. 지들이 잘못한 건 죽어라 인정 안 하고 이쪽이 잘못됐다며 교정하려는 것 말이야, 어릴 때 질리도록 겪었던 일이거든.”

그 말과 함께 강신혁은 한 발짝 내딛어, 야누스의 옆으로 다가섰다.

로키는 여전히 야누스의 목을 겨누고 있었지만, 강신혁의 의외로운 행동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그러나 가이아의 뜻을 절대적으로 따르는지, 강신혁에게 해를 가할 생각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게 놈들의 실수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다수결 어때, 다수결.”

[다수결……?]

“모루,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모루……?”

가이아와의 전투 속에서 성장한 많은 능력들로 인해,

무엇보다 ‘단절되었던 공간이 열리고 로키가 나타나는 순간을 포착’함으로 인해,

강신혁은 이 소세계 안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을 한 가지 시도해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 친구들 다 불러서 말이야.”

허공에 한 손을 뻗어 힘을 집중시킨다.

호풍환우, 공간지배.

그리고 제아무리 영적으로 단단한 공간이라도 구멍을 낼 수 있게 만드는 영혼독까지.

강신혁은 그 모든 능력을 조합해, 거기에 자신의 파천기를 불어넣었다.

[모루!]

“설마, 농담이지?”

가이아는 그것을 막으려 시도했으나, 야누스가 눈치 빠르게도 움직여 강신혁의 주위를 신살검의 검광으로 가득 채웠다.

가이아의 모든 빛을 튕겨내고, 그를 베어내려던 로키까지 밀쳐내는 압도적인 권능!

“모루, 어디 마음껏 해봐……!”

그 탓에 힘이 쭉 빠져 강신혁에게 기대는 신세가 됐지만.

그 덕분에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여태껏 가이아와 로키, 야누스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허락하지 않았던 닫힌 세계.

그 세계의 문이 열렸다.

그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던 관리자는 늦지 않게 응답했다.

- 차원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 히어로 유니버스의 모든 VIP 회원이 퀘스트 참여를 선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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