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화. < Chapter 60. 낳는 자 - 2 >
빛의 세상이었다.
그림자조차 만들어내지 못할 만큼 순수한 빛으로만 가득한 그 세상에서 그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야누스는 없었다.
그는 자신을 감싸는 뜨거운 빛 속에서 자신이 익히 알고 있는 존재의 흔적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왔군, 모루.]
“……헤일로?”
강신혁은 눈앞을 채우는 광경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것은 시작도 아니었고 끝도 아니었으며.
물질도 아니었고 정신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러니까…… 그냥 빛이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깨닫고 강신혁이 경악한 순간, 답이 돌아왔다.
[맞네, 내가 헤일로야.]
“그런 것 같네. 하지만, 내 생각에…… 지금 당신에게는 다른 이름이 있을 것 같은데.”
이전에 강신혁은 헤일로를 무엇이라 판단했던가?
그를 남자라고 생각했던가?
그를 나무라고, 혹은 다른 어떤 종족이라고 생각했던가?
전부 틀렸다.
애초에 어떠한 특정한 형태를 띠고 있다고 생각한 것부터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그래…… 필멸자들은 나를 가이아라고도 부르지.]
“가이아……."
빛으로 가득 찬 세상…… 아니 어쩌면 이곳은 통째로 그저 헤일로, 혹은 가이아라 불리는 존재의 내부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것을 실감한 순간 강신혁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설마하니 가이아 시스템의 주인이 히어로 유니버스의 회원으로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그래, 힌트는 있었다.
관리자가, 그 거대한 권능의 주인인 츠쿠요마저 단순한 불여우 취급을 하는 관리자가, 오직 헤일로에 대해서만은 ‘헤일로님’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던가.
그 진정한 이유를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 이유를 따지고 싶은 당사자인 관리자는 아이러니하게도 그와 연결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관리자는 이 공간에 간섭할 권한이 없을 뿐이네, 모루.]
"......."
가이아 시스템이 먹통인 세상에는 가봤어도 히어로 유니버스가 먹통인 세상에는 가본 적이 없다.
그러니 강신혁이 당황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전생의 기억의 동기화가 끝난 상태가 아니었더라면, 장담컨대 이 시점에서 패닉 비슷한 상태였으리라.
[창졸간에 일어난 일이라 당황하는 것도 모르는 바 아니네만 너무 걱정하지 마시게. 나는 관리자를 해할 생각이 없고, 우리의 입장은 근본적으로 비슷하니까.]
“히어로 유니버스와…… 비슷하다.”
[그렇게 놀랄 것 없어. 히어로 유니버스는 온 세상에 두루 영향을 끼치는 집단이지 않은가. 나조차 그것을 어떻게 제어할 수가 없었고, 그럼에도 그것을 무시하거나 파괴하려 들 수는 없었기에…… 나는 관리자와 얘기를 나눈 결과 히어로 유니버스의 회원이 되기로 한 것이야.]
“하…… 하하.”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그 와중에 자신과 함께 게이트 안으로 뛰어들었던 비타의 존재를 떠올리고 그녀를 찾는데, 경악스럽게도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비타는?”
[영감과 함께 이곳을 찾아온 그 아이를 말하는 거라면, 나보다는 자네가 더 잘 알고 있을 거야.]
“그게 무슨…… 음?”
헤일로의 말에 당황하며 반박하려다가 멈추었다.
당황하며 사방으로 영력을 뻗어내던 중,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아공간 - 평소 오닉스가 머무르는, 한때 쓰레기 창고로 쓰였던 바로 그 아공간 - 안에서 그녀의 존재감이 느껴졌던 것이다.
쓰레기 창고라고는 해도 이제 쓰레기는 오닉스가 전부 먹어치운 탓에 하나도 남지 않았고, 이젠 인벤토리와는 별개의 아공간 정도로 활용하고 있는 이곳은…… 인벤토리와는 달리 생명체도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관리자…… 아니, 헤일로가 간섭한 건가?’
[아니, 영감의 특성이 발현한 결과야. 이 공간에서는 그 아이가 버티지 못할 것임을 알고, 본능의 영역에서 현실을 조금 개변한 거지. 내겐 영감의 아공간에 간섭할 권한이 없어.]
듣고 보니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초월자가 아니고서야 이 극심한 빛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당장 강신혁조차 현계한도를 넘은 라이트 마스터리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멀쩡히 서 있을 수 없었을 터다.
그래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능력이 발동해서 사태를 해결하다니 이거 완전 G.E.R.…….
아니, 잠깐. 그보다도.
“생각도 읽는 건가?”
[영감도 할 수 있는 일이야. 영력으로 상대의 감정이나 표면적인 사고 따위를 읽어내는 것 말이지.]
“아니……."
물론 그도 영력에 집중하면 상대의 감정을 희미하게 읽어내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다만 단편적으로라도 상대의 사고를 읽어낸다니, 그건 생각해본 적도 없고 물론 시도도 해본 적이 없었다.
단언컨대 헤일로의 능력은 우스갯소리로라도 자신과 비교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둘 사이에는 결코 넘을 수 없는 존재의 격의 차이가 있었다.
‘생각을 읽힌다는 게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지. 하……."
강신혁은 굳건한 정신으로 육체가 무너지지 않게 버티며, 헤일로…… 가이아에게 질문했다.
“당신은…… 대체 무엇이지? 창조주?”
[흐음, 이제는 말해줘도 되겠지.]
마치 그동안은 말해주고 싶었음에도 말해주지 못했던 것처럼- 아니, 어쩌면 실제로 그럴지도 모른다.
가이아라는 존재는 제아무리 히어로 유니버스의 회원이라고 해도 쉬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어쩌면 VIP 회원들 가운데에도 헤일로의 정체를 모르는 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창조주는 아니야. 나는 또 다른 형태의 관리자일 뿐이지.]
“또 다른 형태의.”
[그래. 모루 영감도 가이아 시스템을 알잖나? 또 영감은 나의 ‘다른 분체’를 본 적도 있지. 그건 내가 만들어낸 일종의 단말이야. 그리고 나는 많은 차원에 퍼진 나의 분체들을 관리하며, 마나와 접하는 세상들을 통제하려 노력하고 있지.]
“하."
머리에 벼락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다른 분체, 그래. 사이제논에 있던 가이아 시스템의 분체!
형태가 달라서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근본적으로 미로토즈에 있는 나무와 똑같은 구조를 띠고 있었다!
만약 그가 조금이라도 더 적극적으로 미로토즈의 나무를 분석했더라면 이보다 훨씬 더 전에 깨달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헤일로가 그렇게 놔두지 않았겠지만…….
[그러니 선배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까? 혹은 ‘히어로 유니버스가 없었던 우주의 유일한 관리자’라고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네. 이젠 히어로 유니버스와 함께 움직이고 있지만 말이야.]
어떤 이는 그게 무슨 개소리냐고 물을지도 모르겠지만, 강신혁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완벽히 진실을 파악했다.
그것은 요르문간드의 탄생 이전과 탄생 이후의 구분을 논하는 것과 완전히 같은 문제였다.
까마득한 태고의 초월자인 헤일로는 무수한 세계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가이아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시공의 법칙을 뛰어넘어 구축된’ 히어로 유니버스에 의해, 그는 더 이상 유일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영감이 생각하는 그런 위대한 존재는 아니야. 그러니 완전하지 못한 시스템의 관리자에 불과한 나보다, 어쩌면 영감이 더욱 더 높은 곳에 이를지도 모르지. 내가 영감을 중히 생각하고 대접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야.]
“헤일로……."
헤일로의 그 말은 강신혁이 예감하고 있던 어떤 미래의 완전한 긍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예감은 하고 있었어도 그 누구도 확실하게 그렇다고 말한 적이 없었기에, 헤일로의 그 말에 강신혁은 자신의 생각보다도 훨씬 깊은 충격을 받았다.
“그런, 가……."
[그렇네.]
솔직히 충격이 너무 커 이미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그래도 지금 묻지 않으면 안 될 것이 아직 한 가지, 남아있었다.
“헤일로, 이곳에 와서 당신의 비밀에 대해 들을 수 있었던 건 고마운 일이야. 다만…… 어째서 요르문간드의 게이트에 뛰어든 내가 이곳에 있는 거지?”
[그건.......]
“모루가 이곳에 와주었으면 했으니까.”
제 3자의 목소리를 감지한 강신혁이 잽싸게 고개를 돌렸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바로 그곳에 야누스가 서 있었다.
“그래서 내가 통로를 연 거야, 모루.”
[이런.]
“야누스.”
“모루……! 정말 보고 싶었어.”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초월적인 위압감을 갖추고 있었으나, 작년 그녀와 마주했을 때처럼 그녀의 존재만으로 위축되는 일은 없었다.
아마도 강신혁이 터무니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리라.
……아니, 그것은 성장이라기보단 차라리 회복이라고 보는 게 나을 만큼 충격적인 속도였다.
츠쿠요나 슈는 완전한 동기화로 인해 그에게 잠재되어 있던 영력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신체의 다른 부분도 함께 끌어올려졌으리라는 추측을 하곤 했다.
“역시 모루야, 이제 지구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세계에서도 흔히 찾기 힘든 힘의 소유자가 되었구나.”
그래도 한때는 검을 맞대고 싸운 적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누스는 강신혁의 성장이 그저 기껍기만 한 듯했다.
강신혁은 어처구니가 없어 그런 그녀에게 대꾸했다.
“누구누구 덕분에, 빨리 강해질 필요가 있었거든.”
“글쎄, 우린 싸울 일이 없다니까.”
살짝 가시 돋친 그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답하는 야누스.
이전에 만났을 때는 홀로 지구를 가라앉히고도 남을 독기가 느껴졌었으나, 지금의 그녀에게서는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강자로서의 분위기는 그대로 갖추고 있었으나 동시에 한결 차분해진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이곳이 헤일로의 영향이 큰 세계이기 때문일까?
야누스의 기세를 읽어낸 강신혁은 한순간 그렇게 생각했으나, 그에게서 시선을 돌려 빛의 중심- 즉 헤일로를 향해 돌아서는 야누스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그 생각을 깔끔하게 접었다.
“헤일로…… 아니 가이아.”
강신혁과 대화를 나눌 때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야누스는 제 안에 감춰두었던 살기를 모조리 한 방향으로 쏟아내며 끔찍한 기세를 보였다.
“당신이 모루와 내가 다시 만나지 못하게 막고 있었어. 맞지? 지구에서도 본래 그렇게 빨리 쫓겨날 예정은 아니었는데도! 신살검도 제대로 보이지 못했잖아!”
강신혁과 만나고 싶었음에도 만나지 못했다?
그 말을 들은 강신혁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과연,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면 여태껏 요르문간드의 다른 마족들과 만나는 일은 많았는데도 이상하게 야누스와 조우하는 일은 없었다.
야누스는 지구에만 두 번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며, 그나마도 두 번 다 빠르게 사라졌다.
하지만 그게 야누스의 자의로 사라진 게 아니라,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쫓겨난 것이었다면?
[어리석은 말을 하는구나. 지금의 너는 일시적인 형태, 인간으로 말하자면 독감에 걸린 것과 마찬가지야. 독감에 걸린 아이를 다른 아이와 만나게 할 수 있겠니?]
“날 이런 병신으로 만들어놓은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이었을 텐데!”
[야누스, 세상에 완전한 시스템은 없어. 그렇기에 그것을 관리하는 이가 여럿 필요하고…… 거기에 지원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너였어.]
강신혁은 또다시 이질감을 느꼈다.
자신을 대하는 태도와 야누스를 대하는 태도에서, 헤일로의 변화를 감지한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가이아 시스템의 주인으로서의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충격적인 것은 둘 사이에 오간 대화의 내용이었다.
“있어봐. 헤일로, 지금 뭐라고 했어?”
관리자. 지원. 야누스. 병신. 가이아.
강신혁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헤일로를 직시했다.
상대는 빛이었으니 안색의 변화 따위 알 길이 없었지만, 헤일로는 어딘가 곤란해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후…… 이래서 자네가 이곳에 오는 걸 바라지 않았던 건데.]
“언제까지고 그를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머지않아 당신의 개수작 따위는 전부 밝혀졌을 거라고.”
[모루가 조금만 더 성장하게 놔두었더라면, 그는 온전한 초월자로서 나의 고충을 이해하고 함께해주는 벗이 되었을 거야.]
“그건 네 망상에 지나지 않아.”
야누스가 이를 갈며 신살검을 뽑아 쥐었다.
전생의 모루가 단련하고, 현생의 강신혁이 길을 들였으며, 검을 강화시키는 능력자의 혼이 담겨, 거기에 다시 드래곤 하트의 파편이 박힌 검은.
불길한 검은 빛의 마기와 순수한 백광을 동시에 뿜어내고 있었다.
그래, 마치 거울의 양면을 마주보고 선 야누스와 같은 모습이었다.
“드래곤 하트의 파편을 되찾은 덕에 간신히 저항할 수 있게 됐어. 모루, 고마워.”
“……설마고 자시고, 지금 신살검 덕분에 지구에서 벌였던 그 미친 짓거리를 안 하게 되었다는 거냐?”
“맞아.”
하하, 강신혁은 웃어버리고 말았다.
어째서 파편을 되찾은 순간 야누스를 비롯한 요르문간드의 간섭이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인지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균형이 맞게 되어서, 뭐 그런 이유가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야누스가 제정신을 찾은 덕이었다고.
하긴 그렇지 않으면 지구의 전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는 지금 야누스나 요르문간드의 간부가 직접 지구로 쳐들어오지 않았던 것이 말이 안 된다.
“그 전까지는, 그래. 전부 저 빌어먹을 놈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뿐이었지. 원래 은아에게도 그런 상처를 입힐 생각은 없었는데……."
[야누스.]
“모루, 전부 저놈이야.”
마치 부모님에게 친구가 괴롭혔다며 고자질하는 어린 아이처럼, 야누스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히어로 유니버스와 요르문간드의 등장을 그 누구보다 싫어했던 게 바로 저놈이라고. 가이아 시스템만으로 우주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지 못해, 기어이 양쪽에 간섭해 어떻게든 자신의 통제 하에 두려고 했던 거야.”
[야누스…… 또 어리석은 말을 하는구나.]
“네가 나나 로키에게 카이랄을 박아 넣어 이런 병신으로 만들어놓은 게 바로 그래서잖아? 히어로 유니버스도, 요르문간드도, 네가 제어하기 위해서.”
야누스의 몸에 카이랄이 박혀? 가이아가…… 두 시스템을 제어하려 들었다?
공교롭게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두 초월자를 눈앞에 둔 강신혁의 고찰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은아를 죽이려고 한 것도, 전부 그래서잖아.”
“……뭐?”
강신혁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야누스!]
"흥."
가이아가 빛을 내뿜어 야누스의 모습과 목소리마저 가려버리려 했으나, 야누스가 휘두른 검이 그 빛을 갈라냈다.
“모루…… 하필이면 은아의 부모가 요르문간드의 연구를 대행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그건 그저 가이아가 은아를 감시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였어.”
“은아가 뭐라고?”
“은아의 능력은 가이아와 완전히 똑같거든.”
[야누스.]
“그래, 그래서 당신은 그 아이가 어릴 때부터 관심을 두고 있었지. 자신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보인다 싶으면 어떻게든 처리해야 했으니까.”
무한한 마력.
‘무한’이란 이미 그 자체로 한없이 신과 가까운 개념이다.
가이아가 뿜어내는 무한한 빛 또한 그러하다.
은아는, 비록 통로가 좁기는 했으나, 그 통로가 확장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신과 같은 힘을 내보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은아가 모루와 만나 너무 빠르게 성장한다 싶으니, 나를 이용해 은아를 죽이려 했지. 난 그렇게 생각했고, 어떻게든 은아를 죽이지 않고 물러나는 데 성공했어……. 오히려 그 과정에서 드래곤 하트를 일부나마 되찾아 이렇게 이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지.”
[야누스!]
한층 거대한 빛의 폭발이 일었다.
그야말로 이 공간 전체를 집어삼키고도 남을 만한 폭발이었으나, 야누스가 휘두르는 신살검의 궤적 아래 모두가 소멸되어갔다.
지금의 야누스는 흡사 블랙홀을 쥐고 휘두르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가이아의 수작을 물리치고, 강신혁을 돌아보며 말했다.
“하지만 이미 가이아가 모루한테 함정을 깔아놨다는 걸 모르고 있었어. 미안해.”
“잠깐만, 야누스. 지금 이해가 완전히……."
“나뭇가지.”
호흡이 멎었다.
극천신주에 꽂아 넣었던 나뭇가지를 떠올리며 몸을 굳히는 강신혁.
그러고 보면 그가 어째서 그걸 극천신주에 꽂으려고 했던가.
그야 헤일로가 그렇게 추천해주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자신은 여태까지 그 사실에 의문을 품지 않았던 걸까.
야누스가 상처를 입혔건, 은아가 폭주했건.
결국 은아가 사라졌던 것은 극천신주에 헤일로의 나뭇가지를 꽂아 넣었기 때문이었는데.
“웃겨, 가이아. 그걸로 은아를 죽이려고 했지? 하지만 그 직전에 은아가 초월해버리는 바람에, 그 아이의 힘으로 새로운 차원을 만들어내는 걸 막지 못했어. 그 결과, 모든 세상의 관리자라 자처하는 너조차 찾지 못하는 단절된 차원이 하나 생겨났지.”
“은아는, 그 안에 있다고.”
“응. 그러니까 모루……."
야누스가 웃었다.
지극히 요염하고 또 섬뜩한 미소였다.
“지금부터 우리의 공동의 원수를 죽이자.”
[야누스!!]
가이아가 빛을 뿜어냈다.
강신혁을 향해서.
그것을 견뎌내는 과정에서, 비록 가이아 시스템의 알림은 없었지만, 강신혁은 자신의 라이트 마스터리가 재차 한계를 초월해 성장하는 것을 느꼈다.
그의 성장속도는 모든 세상의 관리자인 가이아마저 더 이상 예상할 수 없는 영역에 이르러 있었다.
강신혁이 검을 뽑아드는 것을 보며 야누스가 웃었다.
“같이 신살(神殺)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