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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자마자 VIP-320화 (320/345)

320화. < Chapter 59. 시공의 조율자 - 1 >

어째서 요르문간드의 몬스터들이 강신혁을 아버지라고 불렀는가.

이전 츠쿠요나 다른 이들로부터 그가 만들어내는 아티팩트들이 세상에, 차원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들은 바 있지만, 내내 어딘가 부족한 이유라고 생각했었다.

정말로 요르문간드가 양의 세계와 거울상(카이랄)의 관계에 있는 음의 세계의 주민들이라면, 비단 강신혁뿐만이 아니라 달리 아버지라고 부를 만한 인간은 많지 않겠는가.

물론 그의 전생은 놀라운 실력의 대장장이였고 그 실력은 환생한 지금은 어떤 의미로 더욱 발전하기까지 했지만, 요르문간드가 한두 개의 세계로는 헤아릴 수 없는 거대한 집단임을 감안했을 때 오직 아티팩트를 만들어내는 능력만으로 아버지 취급을 당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분명 그것은 ‘이유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차원 퀘스트를 진행하며 자연스레 그런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전생의 모든 기억을 되찾은 지금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것이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가정조차 하지 않았던 상황.

‘자신이 정말로 그들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을 가능성’이.

사실은 가장 정답에 가까웠던 것이다.

“이건 내가 만든 거였구나.”

몇 개인가 남겨두었던 카이랄의 파편을 인벤토리에서 꺼내, 확인한다.

기억을 모두 되찾은 지금이기에 알 수 있다.

카이랄이란 것을 최초로 만들어낸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그, 모루였다.

정확히 말하면 모루가 만든 것은 하나의 거대한 ‘거울’이고, 지금 손에 쥐고 있는 카이랄은 어디까지나 많은 마족을 죽여, 특수한 공정을 거쳐 간신히 하나의 형태로 ‘모으는 데 성공한’ 거울의 파편에 불과했지만.

아무튼, 그 거대한 거울을 카이랄이라고 부른다고 할 때.

카이랄이 담고 있는 것은 인간의 세상을 비추어 몬스터들의 힘을 늘려주는 기능과 함께 그들에게 체계와 나름의 질서를 부여했고, 무엇보다도 ‘마기’라고 부르는 새로운 에너지를 주었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차원을 이동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하나의 구심점으로 뭉친 몬스터들이 많은 세상을 보다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다소 성급한 결론을 내린다면 과거 강신혁의 부모님이 죽은 것마저 전생의 자신 탓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 무슨.’

강신혁은 그렇게 단편적이고 어리석은 결론을 내릴 생각은 없었지만, 자신의 업보를 완전히 부정할 생각도 없었다.

머리가 너무 복잡해져 터질 것 같은 이 상황에, 그가 맨 정신으로 버틸 수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전생의 기억을 완전히 얻어 보다 성숙한 정신을 완전히 손에 넣었기 때문이었다.

“관리자……. 이 정보는 어디까지 알려져 있지?”

모루가 카이랄을 만들어낸 것은 히어로 유니버스에 가입하기 전에 있었던 일.

그저 만들 줄만 알았지 자신의 힘을 전투에는 응용할 줄 몰랐던 대장장이는 그 후 통제할 수 없는 괴물들에 쫓겨 벙커 안에 처박혔다.

그리곤 자신이 그저 울분에 차 만들어낸 기물이 모든 차원에 어떠한 끔찍한 결과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르는 채, 무엇을 잃었고 무엇이 남았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쇠를 두드릴 뿐이었다.

그리고 요르문간드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진 범우주적 조직, 히어로 유니버스에 가입하게 된 것이다.

--요르문간드를 만들어낼 재주를 갖고 있는 그였으니, 히어로 유니버스에 들어갈 자격을 갖춘 것도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 극소수의 VIP 회원들만이 알고 있습니다.

그의 말투를 비롯한 태도가 달라졌음에도 관리자는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대꾸해왔다.

극소수라.

그래, 그럴 것 같았다.

당장 츠쿠요는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인 반면 슈는 강신혁의 고백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클레어로 말할 것 같으면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그의 손을 꼭 쥘 따름이었다.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손에서 전해져오는 온기가 없었더라면 강신혁은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해가…… 아직까지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있어.”

고작 0.1%의 동화율이 올랐을 뿐인데도 순식간에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다.

지끈거리는 두통은 당분간 그를 놔줄 기미가 없다.

강신혁은 분석이 완전히 끝났음에도, 마치 전생의 딸아이처럼 반복적으로 기억과 감정을 토해내는 헤어핀을 간신히 손에서 떼어놓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메르바가 완전히 멸망한 이후로는 지구와의 시간흐름이 크게 달라졌을 수 있어. 하지만 전생에 내가 요르문간드의 기반이 되는 물건을 만들어낸 이후로 히어로 유니버스에 가입하기까지의 기간이 너무 짧은 게 이상해. 내가 가입했을 당시부터 히어로 유니버스의 회원들은…… 요르문간드와의 싸움을 굉장히 오랜 기간 해온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수 년이나 수십 년 따위로 잴 수 있는 기간은 확실히 아니었어.”

“그건……."

“으응, 맞아, 할아방. 확실히 우리 종족들도 아주 오래 전부터 요르문간드의 존재를 인지하고, 대대로 히어로 유니버스의 회원을 배출해서 요르문간드와 대적하고 있었어.”

그렇다. 시간대가 이상했다.

만약 그의 전생에 요르문간드가 조직된 것이라고 하면, 히어로 유니버스는 요르문간드가 조직되기 훨씬 전부터 있었던 셈이 된다.

그러나 분명 히어로 유니버스는 요르문간드를 대적하는 조직이 아니던가.

논리가 맞지 않게 되는 것이다.

“모루, 당신은 요르문간드의 뜻에 대해 알고 있지요?”

그의 의문에 답한 것은 관리자가 아닌 츠쿠요였다.

사실 그도 츠쿠요가 얘기를 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세상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지구에서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괴물로, 로키의 자식이고…… 분명 미드가르드, 인간 세상을 한 바퀴 휘감아 입으로 제 꼬리를 물고 있었다든가.”

“괴물의 집단에 처음 요르문간드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로키가 맞아요.”

“그렇다면, 혹시 로키도?”

다시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로키는 저번에 차원 퀘스트를 하며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무척 유쾌한 호청년이었고, 장난과 농담을 즐기는 이였으며, 동시에 강신혁의 사정을 거의 꿰뚫어보고 있으면서도 배려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 어딘가 츠쿠요와, 어쩌면 야누스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츠쿠요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히어로 유니버스는 균형을 수호해요. 인간과 몬스터의 균형, 빛과 어둠의 균형, 선과 악의 균형. 당신의 성장으로 인해 균형이 크게 기울어 우선 야누스가 변화했고……."

그 얘기도 처음 듣는 것이었지만, 야누스의 변화의 이유에 대해서는 강신혁도 얼추 짐작하던 바가 있었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야누스의 변화는 너무 극적이었고, 그것에 자신이 관계가 있으리라는 것도 분명했으니까.

“만약 지금 이상으로 균형이 무너진다면…… 그땐 로키가.”

“라그나로크라도 일어난다는 거야?”

“안심해요, 모루. 야누스가 변한 것조차 매우 오랜만에 있는 일이니까.”

이젠 히어로 유니버스가 요르문간드를 적대한다는 이야기조차 순순히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만약 야누스나 로키와 같은 회원이 처음부터 히어로 유니버스와 요르문간드의 이중소속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면, 그건…….

꼭 히어로 유니버스가 요르문간드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요르문간드가 히어로 유니버스에 소속된 하부 집단이라는 의혹마저 느껴졌다.

“츠쿠요의 수상쩍은 태도 탓에 전생에서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읏, 모루에게 감히 사실을 감추고 있는 게 죄송스러워서……. 하지만 말할 수는 없었어요……!”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건 이제 됐어.”

따지고 싶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요르문간드다.

“요르문간드의 뜻은 알겠어. 이름을 로키가 붙였다는 것도. 히어로 유니버스와 연결되어 있는 집단이라는 것도…….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야? 결국 시간과 관련된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은 채인데.”

“요르문간드에서 발전해 만들어진 기호를 모루는 알고 계실 거예요.”

“우로보로스를 말하는 건가?”

요르문간드와 동일시되기도 하는 뱀 우로보로스는 머리로 제 꼬리를 물고 있는 모습으로, 흔히 ‘순환’, ‘무한’, ‘영원’ 따위를 상징한다.

……잠깐.

그의 얼굴 표정이 바뀐 것을 확인한 츠쿠요가, 그의 뇌리에 순간 떠오른 가능성을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루가 만들어낸 카이랄이 바로 그러한 능력을 품고 있었던 거랍니다.”

"무슨......."

강신혁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아니, 하지만…… 설마.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전생의 그는 대체 얼마나 감당할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

"요르문간드는 시작도 끝도 알 수 없기에 그것이 만들어진 시점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탄생한 순간 세계를 초월하며, 현상에 개입하며 왜곡하고 조정하는 것. 모루, 당신은 이미 그 능력의 파편을 몸에 거두지 않았나요?”

카이랄? 아니, 츠쿠요가 말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강신혁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경지에 이른 자신의 특성을 떠올렸다.

파천룡.

아직 미숙하긴 하지만, 그는 분명 인과에 간섭하고 변화시키는 힘을 각성했다.

하지만 이게 설마…… 시간과 공간마저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의 편린이란 말인가?

“몸은 다르지만 영혼은 같아요. 모루, 당신이 그런 특성을 얻은 것은 결코 우연 따위가 아니랍니다."

“……그래.”

길었던 설명이 끝났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가정이 섞여 있었지만, 그것을 긍정한다고 했을 때 이치에는 맞았다.

강신혁은 긴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확실히, 처음부터 전투적 특성이란 생각은 안 들었지.”

강신혁이 입을 다물자, 이윽고 모두가 조용해졌다.

시간과 공간의 간섭을 초월해, 전 차원의 역사를 뒤집어버리는 결과를 낳은 카이랄.

아니, 역사를 뒤집었다는 것은 틀린 얘기다.

카이랄이 탄생한 순간 이미 요르문간드는 그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으니까.

역사를 뒤집었다는 기록이 남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자기.”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 그냥…… 조금 피곤해졌을 뿐이야. 클레어가 걱정하는 일 같은 건, 할 생각이 없어.”

인과에 간섭할 수 있다.

그게 무엇을 말하는지 대번에 파악한 클레어가 반쯤 울상이 되어 그에게 달라붙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구체적으로 그러한 능력을 개화시킨 것도 아니고, 전생에서도 카이랄을 만들어낸 이후로는 그와 비슷한 것을 만든 기록이 없다.

만약 그것이 가능해진다고 해도…….

아마도 그가 해야 할 것은, 과거를 바꾼다거나 하는 시시하고 비극적인 시도가 아니다.

- 이제, 모두 깨달으셨겠지요.

관리자가 물었다.

아니, 모두는 아니다.

하지만 일부, 가장 중요한 것.

히어로 유니버스와 관련된 비밀을…….

“그래. 알겠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앞으로의 그가 무엇을 했는지.

이젠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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