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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화. < Chapter 54. 학교는 군단이다 - 5 >

“야!”

“어."

강신혁은 자신에게 손을 흔들며 소리 지르는 이진석에게 대강 맞춰주며 손을 흔들었다.

그 옆의 유혜나와 조운형도 소리만 안 지른다 뿐이지 반가워하는 건 이진석과 비슷해보였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조교들.”

“조교들이라니, 우리가 대부분 학생들보다 약할 텐데.”

강신혁이 건넨 말에 그의 코앞까지 다가온 이진석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강신혁과 고아원에서 함께 자라난 그들은 몇 달 전 아프리카 원정 당시 용병의 신분으로 강신혁과 함께 움직였으며, 그의 특성의 영향을 받아 초인으로 각성하는 데 성공했다.

나이가 같은 남자인 이진석은 [샤프 블레이더]라는, 검을 바람으로 감싸 강화하는 B랭크의 특성을.

마찬가지로 나이가 같은 여자아이 유혜나는 [플레임 슈터]라는 이름의,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불덩이를 사출하는 B+랭크의 특성을.

마지막으로 나이가 한 살 어린 조운형은 [가디언]이라는, 신체와 무구의 강화와 동시에 흙벽을 솟아나게 만들 수도 있는 A랭크의 특성을 얻었다.

“특성은 좋지만, 뭐, 약하겠지.”

까놓고 말해 특성의 랭크 자체만 보면 어지간한 신영 학생들을 리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었지만, 특성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능력의 응용력 자체는 아무래도 한참 떨어질 터.

강신혁은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그러자 이진석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투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거기선 우리한테만 있는 장점 같은 걸 강조해야 되는 타이밍 아니냐?”

“그런 건 굳이 말할 것도 없지. 너희는 실전 담당이야. 아직 물이 덜 빠진 학생들한테는 딱일 거다.”

친구들을 그의 곁에서 빠르게 성장시키려는 의도가 가장 크긴 했지만, 그렇다고 자격도 없는 이들을 조교로 쓸 생각은 강신혁에게도 없었다.

비록 일하기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용병단에 속해 빡세게 구른 동기들이라면 학생들도 많이 보고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도, 그……."

인사를 마친 이진석이 살짝 껄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강신혁의 어깨를 툭 쳤다.

“술, 한 잔 할까?”

“헛소리 하지 마라, 미자야. 용병 됐다고 짬티 엄청 내네.”

“아니 새꺄, 나는 그 말이 아니라.”

“형, 그……."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운형이랑 혜나도.”

녀석들이 무슨 걱정을 하는지는 잘 안다. 이 정도로 신경써주는 것만으로 충분했고, 사실 이들은 그 이상 간섭할 필요도 없었다.

강신혁은 이진석과 조운형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주고는 뒤에 가만히 있던 유혜나에게도 눈을 찡긋했다.

“아, 혜나 너랑 이름 같은 애가 있는데…… 너무 신경 쓰지는 말고.”

“살면서 동명이인 한두 번 만난 줄 알아?”

“엄청 유명한 애라.”

유혜나는 그 까닭을 바로 깨닫게 되었다.

어딜 가나 올해의 신인왕이며 동시에 강신혁의 제자이고, 심지어는 마스크드 바커스 입단이 확정되었다는 오혜나의 이름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본인과 맞닥뜨리고는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외모까지 저쪽의 압승이었으니까!

“선배, 그쪽은……?”

친구들과 함께 있다가(물론 비룡기사단의 동기들이었다. 그들을 제외하고는 친구가 없다.) 강신혁을 발견하고 다가온 오혜나가 의아한 눈으로 이진석 무리를 훑었다.

강신혁은 그녀가 대충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하면서도 순순히 대꾸했다.

“조교들. 오늘 수업에도 들어올 거야.”

“흐응…… 아야!”

오혜나는 시리도록 푸른 눈으로 그들을 훑고는, 한순간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강신혁에게 꿀밤을 얻어맞고는 얌전해져 고개를 숙였다.

강신혁은 체벌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제자를 가르치면서부터 아주 가끔씩, 정말로 가끔씩 어째서 선생님들이 대화라는 좋은 수단 대신 매를 택하는지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자, 잘 부탁합니다.”

“그, 그래.”

“그러면……."

오혜나는 인사를 마치자마자 강신혁이 또 무슨 트집을 잡을까 두려워 호다닥 도망쳤다.

화려하게 흩날리는 하늘색의 머리카락을 보며 이진석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예쁘다…… 어어억!”

그리고 유혜나가 만들어낸 파이어볼에 맞아 날아갔다.

이 자식은 정말로 유혜나와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는 한 걸까, 강신혁과 조운형은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

“그럼 수업을 시작할게.”

오늘은 강신혁이 처음으로 학생들의 수업에 들어가는 날이다.

물론 신영은 강신혁이 그의 특수능력(정확히 어떤 능력인지는 아디까지도 파악하지 못했다.)을 이용해 학생들을 강화시켜주기만 하면 만족하겠지만, 그래도 교과목을 들어야 하는 시간을 따로 빼서 수업을 하는 이상은 뭔가 의미 있는 것을 하고 싶다는 게 강신혁의 생각이었다.

1학년의 A클래스와 B클래스를 묶어 합동수업을 진행하는데, 되도록이면 전교생을 강화해줘야 하는 만큼 이렇게 두 반씩 묶어 오전 동안 쉴 틈 없이 수업을 진행하도록 되어 있었다.

“수업 내용을 두고 많이 고민했지만, 수업 시간마다 모의던전을 탐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헉!?”

“미친……."

강신혁이 손가락을 튕기자 학생들이 장비하고 있던 아티팩트들이 허공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사실 강신혁도 이런 미친 짓을 해보는 건 처음이었다.

여태까지 그가 상대한 적들의 무구는 대개 그들의 마력에 강하게 속박당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아무리 영력을 잘 다룬다고 해도 이렇게 한꺼번에 대량으로 조종하기는 힘들었다.

다만 그래봤자 학생들이 다루는 아티팩트는 영력까지 갈 것도 없이 특성의 기본효과만으로도 조종하는 게 가능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쌈질뿐이라, 신나게 싸우다 보면 너희도 실력이 늘지 않을까 싶어. 지금부터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다해서 나를 공격해. 나한테 공격이 닿기만 해도 마일리지를 부여할 거야.”

“절대 못해, 아얏!”

말을 잃은 학생들을 대신해 오혜나가 의견을 냈다.

강신혁은 공기를 튕겨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먹이며 보충했다.

“당연히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봐주면서 할 생각이야. 점수를 아낄 생각은 없으니까 적극적으로 덤비도록.”

“이 수업에 무슨 의미가 있나요?”

용기 있는 남학생이 발언했다. 강신혁은 좋은 질문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과 같은 타이밍에, 그 남학생의 손에 들려있던 무구가 문자 그대로 주인의 뒤통수를 가격해 고꾸라트렸다.

“컥, 꾸헥……."

“학생과 초인의 근본적인 차이가 뭘까, 바로 실전이 부족하다는 거지. 대부분 선생님도 말씀하시지만 훈련과 실전은 완벽히 달라. 너희는 특히 상정되지 않았던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압도적으로 부족해.”

“끄으응……!”

“그래서 난 최대한 다양한 무기와 능력으로 너희를 상대할 생각이야. 많은 변수가 작용하는 전장이라는 환경을 최대한 흡사하게 재현하기 위해서지.”

다양한 능력, 다양한 무기.

솔직히 이 분야에서는 자신해도 되지 않을까, 강신혁은 생각했다.

히어로 유니버스를 통해 다양한 속성 마스터리를 익힌 데다 자신이 직접 만든 무구들을 파천무를 통해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자신이라면 학생들에게 그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경험을 시켜줄 수 있을 터다!

“이걸 몇 번이고 반복해서, 너희에게 불의의 습격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이 조금이라도 성장한다면 난 그걸로 성공이라고 생각해.”

“그거 그냥 계속 우리가 선배한테 두들겨 맞는다는 소리…… 흣!”

한 대 얻어맞고도 용감하게 강신혁에게 따지던 오혜나가, 자신의 대검이 급격히 회전하는 것을 보곤 몸을 숙여 기습을 피해냈다.

"꺅!"

"어딜."

그러나 그녀가 회피에 성공한 순간, 대검이 허공에서 빠르게 회전하며 재차 오혜나의 등짝을 후려쳤다. 그녀도 이번엔 피하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움직임은 괜찮았지만,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도록.”

“하……."

“진짜 뭐야? 저게 메인이야?”

“그럴 리가 있냐, 난 체육관에서 싸우는 거 봤는데…… 검술이 진짜야.”

“그럼 저건 뭔데, 이기어검?”

“난 망친데……."

학생들 전원, 아직까지 강신혁이 대체 어떻게 수십 개의 무구를 동시에 조종하는 것인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분위기는 정말 볼만했다. 물론 강신혁의 의도한 바였다.

아직까지 신은혁이라는 세계 랭킹 1위의 탑 랭커보단 학교에서 같이 수업을 듣던 학생 강신혁이라는 이미지가 강할 터, 그런 기존의 인식을 확실하게 날려버리기 위해 일부러 과장되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좋아, 다들 수업을 받을 준비는 된 것 같네. 그러면……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우선 숙련된 조교들부터 앞으로.”

“그렇지, 역시 숙련된 우리가…… 엑?”

명색이 조교라는 입장으로 초청됐으니 친구 덕으로 어깨 좀 으쓱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이진석의 머리 위로 날벼락이 떨어진 순간이었다.

"학생들은 우선 그 자리에서 지켜보면서, 조교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봐두도록. 능력은 너희와 비슷하지만 실전 경험에서 앞서는 이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똑똑히 보고 배워.”

"우극......."

“아니, 시작하기도 전부터 이렇게 부담감을 주면……."

“그럼 간다?”

“헉!”

강신혁에게는 조교들이나 학생들이나 굴려서 키워야 하는 대상임에 변화는 없다!

그것을 미처 모르고 있던 대가로 이진석과 유혜나는 정말이지 개처럼 맞으며 바닥을 굴러야 했다.

그나마 조운형은 방어력 특화 특성을 지니고 있어 한결 나았으나, 언제나 팀으로 움직이는 만큼 이진석과 유혜나를 돕기 위해 부지런히 뛰느라 오히려 그 둘보다 더 고생을 할 정도였다.

“케헥, 끄하……."

“주, 죽는다. 나 진짜 죽는다, 죽었다!”

“누나, 아직, 기운, 넘치는, 것 같, 은데…… 푸헥.”

대략 3분간의 대련이 끝나고 간신히 풀려난 조교들이 바닥을 구르며 괴로워하는데, 강신혁은 녀석들에게 파천기를 주입해 자연치유를 북돋워주고는 학생들을 돌아보며 상쾌한 미소를 지었다.

“자, 조교들의 움직임에서 뭔가 느껴지는 게 있었어?”

“얻어맞는 것밖에 안 보였는데, 꾸엑!”

남학생 한 명이 자신의 말처럼 얻어맞고 쓰러졌다. 어떻게 얻어맞았는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조교들보다 최악이었다.

학생들은 더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으나, 강신혁의 환한 미소를 보고 있자면 그것은 결코 용납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 뭔가…… 필사적으로……."

한 학생이 필사적으로 말을 목구멍으로부터 끌어냈다. 좋은 포인트였다.

“오오, 괜찮은 대답이네. 그러면 조교들이 너희랑 뭐가 다른지 알겠어?”

"음......."

“직감?”

누군가 불쑥 내뱉은 말에 강신혁은 살짝 감탄했다.

“맞아. 결국 얻어맞는 건 똑같지만, 이 녀석들은 계속 긴장을 하고 있어서 내 공격에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었지. 무슨 수단을 구사하든 직감의 영역에서 그것을 감지하고 반응할 수 있게 되는 것, 이게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첫 단계야.”

그 말과 동시에 아직까지 허공에 떠 있던 학생들의 무기가 제 주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강신혁이 입을 열 때부터 또 뭔가 하려 한다고 ‘직감’하고 있던 오혜나를 비롯한 몇 명인가의 학생들은 어떻게든 그것을 피할 수 있었지만, 조교들이 얻어터지는 모습을 넋 놓고 감상하고 있던 대부분의 학생들은 재차 제 무기에 얻어맞고 바닥을 굴렀다.

“직감은 모든 스테이터스가 종합적으로 관여하는, 신체가 내게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경고야. 이 직감을 키우기 위해선 당연히 위험한 환경에서 구르는 게 제일 좋겠지. 물론 아직 나오지 않은 답이 하나 더 있긴 한데……."

그건 바로 팀웍이다. 평소부터 셋이서 뭉쳐 상황을 헤쳐 나가던 조교들은 역할을 확실하게 나누어, 강신혁이 쉼 없이 휘몰아치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조직적으로 대응하려고 애썼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 개인적으로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만도 필사적인 어린 학생들이 여럿이 뭉쳐 시너지를 일으키는 방법을 깨우치고 있을 리가 없다. 강신혁은 이들이 게이트에서 살아남게 만들기 위해서는 뭣보다도 팀웍을 기르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뭐, 몇 번 구르다 보면 깨닫겠지.”

“선배…… 선생님, 그냥 알려주면 안…… 꺄악!”

“수업 중에는 존댓말.”

“으그그그그그.”

그렇게 강신혁의 수업이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강신혁의 권능이 학교 전체를 뒤덮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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