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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화. < Chapter 53. 소실 - 3 >

엑스칼리버 - 디스페어.

오주영이 요르문간드 측으로 넘어가 만들어낸 검 중에서 가장 파괴력이 높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오주영 본인이 직접 쓰고 있던 검인 만큼, 놈의 능력이 가장 많이 담겨 있다고는 할 수 있었다.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영혼을 쪼갠 조각 중 가장 큰 조각이라고 해야 할까, 본체라고 해야 할까.

그 증거로 그가 이것을 꺼내든 순간, 검에서 야누스에 대한 사무치는 증오가 흘러나오며 강신혁의 행동을 강제하려고 했다.

‘강해지겠다고 모두 배신하고 결국 이 꼴인가, 당신도 참 어리석었구나.’

아니, 어떤 의미로는 대성공인가? 본체는 이미 죽었고 몇 개인가의 검 밖에는 남지 않았지만, 당장 그의 능력이 닿은 신살검이 야누스의 손에 들려 신위를 뽐내고 있었으니까.

더욱이 이런 말은 우습지만, 강신혁 역시 오주영으로 인해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터였다.

비록 본인은 죽었지만 요르문간드와 히어로 유니버스에 지울 수 없는 큰 족적을 남긴 셈이니, 강함을 추구했던 그의 생애에 의미는 확실히 있었다고 해야 하리라.

‘그러니 마음 편히 가라.’

자, 아까 했던 것처럼만 하면 된다.

물론 오혜나의 대검에 담겼던 힘과 [엑스칼리버 - 디스페어]에 담긴 힘은 하늘과 땅 차이지만, 기본적인 요령은 똑같았다.

영력과 황룡투기를 모두 끌어올려 검의 사념을 집어삼킨다.

영혼독을 주입해 놈의 치솟는 살의와 증오를 억누르고 녹이며, 연약해진 놈의 목덜미를 물어뜯어 먹어치운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오늘 오주영의 비명 소리를 굉장히 많이 듣게 되는구나, 강신혁은 남 일처럼 생각하며 다른 한 손에 들린 검, 아비수스를 휘둘렀다.

야누스가 신은아의 반사신경조차 뛰어넘는 속도로 휘두른 검날이 그것에 막혔다. 그녀의 검날이 향한 목표는 다름 아닌 오혜나였다.

“모루! 저 천한 것을 보호하다니!”

“다른 사람 끌어들이지 말고 우리끼리 해결하자, 응?”

“널 죽이려고 했는데!”

“진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이 안의 모든 사람을 죽이려고 하면서, 강신혁에게만은 변치 않는 호의를 보내고 있다. 심지어 강신혁의 의사조차 거스르고서!

“게다가 너도 날 상처 입히려고 하잖아?”

“나는 모루를 보호하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는 거야.”

“얘기가 안 통하네 진짜!”

정신이상자가 따로 없다. 아니, 이중인격인 것으로 보이니 정신이상자가 맞구나.

야누스는 강신혁이 자신을 막아서는 것이 진심으로 이해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검을 휘둘렀고, 강신혁은 아비수스로 그것을 연거푸 막아냈다.

아직 검의 능력조차 제대로 알 수 없어 불안했지만 다행히도 검의 능력은 강신혁이 여태껏 다뤄왔던 그 어떤 무구보다도 월등했고, 폭주하는 일도 없이 몇 번씩이나 야누스의 검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뭣보다 아비수스는 들고 있는 것만으로 강신혁의 모든 감각을 극한을 초월해 끌어올려주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인지를 초월하는 속도로 움직이는 야누스를 맞아 감히 이렇게 기민하게 대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은아…… 지금!’

“하아앗!”

어떻게든 야누스의 검을 막으며 신은아에게 시선을 보내니, 그녀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야누스에게로 돌진했다.

“후훗.”

그러나 야누스는, 신은아를 견제하던 아까와는 달리 지금은 오히려 그녀의 접근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혼탁한 기운을 폭발시켰다!

삽시간에 거대한 기운이 모여든 것을 보면, 어쩌면 오혜나를 공격해 강신혁의 반응을 이끌어낸 시점에서 이미 신은아를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던 것으로 보였다.

- 콰아아아앙

마치 물에 푼 물감처럼 퍼져 나오는 야누스의 기운은 조금 전과는 비교할 바 없이 거대하고 농밀했다.

반면 신은아의 출력은 그대로였으니 이번엔 그녀가 사정없이 밀릴 차례였다!

“카학!”

“은아야!”

강신혁은 야누스에게서 튕겨나가 벽에 처박히는 신은아의 모습을 보며 눈을 부릅떴지만, 지금 당장 그녀를 구하러 달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직 작업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것이다!

“자, 그러면.”

야누스는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며 허공을 딛고 벽에 처박힌 신은아의 곁으로 날아갔다.

손을 뻗어 그녀의 앞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황금의 보석 머리띠를 쥐고선, 고혹적인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까 말한 대로 이건 받아갈게.”

"......!"

까마득히 어린 시절, 모루에게 받은 일곱 살 생일선물.

그것을 받은 후로 신은아는 단 한 순간도 머리띠를 몸에서 떼어놓은 적이 없었다.

그것은 인간 신은아의 단 하나뿐인 역린이었다.

비록 환생한 강신혁과 만나 이런저런 의미에서 변화하고 발전하기는 했지만, 그 전까지 그녀는 오직 이 머리띠 하나에만 기대어 살아왔던 것이다.

그것을 야누스가 떼어낸 순간, 신은아는 문자 그대로 폭발했다.

“내놔아아아아아아!”

“윽, 은아가 벌써……!?”

신은아가 보이는 격렬한 마나반응에 야누스조차 놀라 뭐라 중얼거리는 듯했지만, 곧 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신은아의 몸에서 분출한 황금의 마력이 일시적으로 모든 이의 감각을 앗아갔으니까.

그것은 아마도 신은아조차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힘의 격류. 차례차례 모든 것이 그 안으로 집어삼켜져갔다.

야누스는 물론이고 이대로 가다간 이 안에 있는 모든 것이 그것에 휩쓸려 사라지게 될지도 몰랐다!

‘빨리…… 빨리!’

[큭…… 크하아아아아아악!]

강신혁이 엑스칼리버에 남아있던 오주영을 완전히 먹어치우는 데 성공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 특성 [엑스칼리버]의 파편을 다수 획득했습니다. 특성이 오염 및 변질되어 있어 스킬로의 복원은 불가능하나, 파장의 일치로 인해 특성 [수호황룡(SS)]이 특성의 파편을 모두 흡수합니다!

- 특성 [수호황룡(SS)]이 진화의 조건을 모두 충족합니다. 특성이 진화합니다!

평범한 검을 절세의 신검으로 만들어내는, 신검 오주영만이 지니고 있던 극강의 특성.

검을 빚어내 그것으로 사람을 단련하는 그 능력은 무기를 강화하는 능력임과 동시에 자기자신을 강화하는 능력이기도 했다.

수호황룡과 무척 비슷하지만, 보다 범위가 좁고 대신 굉장히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내는 데 특화된 능력.

본질적으로는 둘 다 뭔가를 변화시키는 능력이었는데,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이 맞물려 보완되며 강신혁에게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었다!

이전의 그에게는 감히 꿈조차 꿀 수 없었던, [보다 거대한 변화]를!

‘됐다! 이제 이해 돼, 알 수 있어……! 모두 다!’

강신혁도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로 인해 비로소 수호황룡은 모든 조건을 갖춰, 더욱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게 되었다.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부수고, 더, 더 높은 곳으로!

- 특성 [파천룡(X)]을 각성합니다.

지구의 기준에 맞추어봤자 의미는 없겠지만, 한 인간이 현계한도를 완벽하게 초월한 특성을 ‘두 번째’로 각성한 순간이었다.

- 모든 상황의 변수에 간섭하는 권한을 얻었습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한계를 돌파하여 강화됩니다. 대다수의 스킬들이 크게 성장합니다.

- 스킬 [윈드 마스터리(SS+)]가 진화하여 [호풍환우(X)]가 되었습니다. [호풍환우(X)]의 숙련도가 SSS랭크로 성장합니다.

- 스킬 [공간조율(SSS)]이 진화하여 [공간지배(X)]가 되었습니다. [공간지배(X)]의 숙련도가 SS랭크로 성장합니다.

- 황룡투기가 파천기로 변화합니다. 파천기가 X랭크가 되었습니다.

스킬은 물론이고 모든 스테이터스가 변화했지만 지금은 그것을 자세히 살피고 있을 시간도 없었다.

강신혁은 자신의 본능이 시키는 대로 자신의 모든 기운을, 영력과 황룡투기…… 아니 파천기를 자신이 쥐고 있던 두 검에 주입했다.

이미 오주영의 사념을 먹어치워 지배한 [엑스칼리버 - 디스페어]는 물론이고, 여태까지 정보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만큼 그를 거부해오던 아비수스가 그의 힘에 감히 대항하지 못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고 있었다!

“야누스!”

지금이라면 가능하다.

물론 야누스를 압도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그녀를 잠시나마 물러나게 할 수는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녀가 처음부터 이곳에 있을 수 있는 시간에 한계가 있다는 둥 지껄여댔던 것을 고려하면,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터.

뭣보다 저 황금의 마력의 폭주의 중심에 신은아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와, 모루까지!”

강신혁이 아무 망설임 없이 폭주하는 마력원 안으로 들어서자 금세 그를 인식한 야누스가 외쳤다.

그녀는 신은아와 대치하고 있었는데, 신은아가 발하는 마력이 공간 전체를 마구 흔들어대는 모습에 같은 편인 강신혁조차 공포를 느꼈다.

한편 야누스의 손에는 이미 황금의 보석이 들려 있었고, 그것을 거침없이 신살검 중앙부에 꽂아 넣는 모습에 신은아는 더욱 폭주했다.

“내놔아아아아아아!”

“안 돼, 못 줘.”

“은아!”

야누스에게서 보석을 되찾는 것은 둘째 치고 이대로는 신은아가 위험하다!

강신혁은 빠르게 상황판단을 마치고 바닥을 박찼다.

종전과 비할 바 없이 빠른 속도로…… 정말이지 공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빠르게 돌진한 그의 검격에, 본능적으로 그것을 막아낸 야누스가 움찔하며 물러섰다.

“모루, 싸우는 데에도 소질이 있구나?”

“그걸 이제야 인정해줘서 정말 고맙다!”

하지만 지금은 이 자식과 실없는 만담 따위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강신혁이 눈에 불을 켜며 재차 발을 내딛는데, 놀랍게도 야누스가 뒤로 물러서는 것이 아닌가.

“뭐, 이대로 두면 어차피 은아가 폭주해서 전부 죽을 테니까 이걸로 일단 일은 끝난 셈으로 칠까? 보석도 되찾았고.”

“너어어어어어어!”

“은아!”

자신에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아 도망치려는 야누스의 모습에 신은아는 더욱 광분하며 그녀에게 달려들고자 했으나, 강신혁은 다급히 그녀를 막아섰다.

이 이상 신은아가 기운을 폭주시키면, 그녀는 물론이고 야누스가 말했듯 ‘모든 것’이 끝장나는 것이다. 결코 그렇게 놔둘 수는 없었다!

강신혁이 그녀를 멈춰주어야 했다. 그의 능력이라면 가능할 터였다.

“야누스, 갈 거면 빨리 사라져.”

“아니, 내가 가면 모루가 은아를 막을 거잖아? 그러니까 그냥은 못 가, 미안.”

야누스는 정말로 미안하다는 투로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곤, 손가락을 제 검에 대고 튕겼다.

팍, 가벼운 소리였지만 그 순간 터무니없는 기운이 강신혁과 신은아를 향해 날아들었고, 그것을 인지한 강신혁의 두 눈은 오색으로 반짝였다.

‘검기? 산란하여 수백으로 나뉜 검기가 은아를 노리고……!’

하늘을 부수고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파천룡의 힘으로, 야누스의 방금 손동작의 의미를 순간에 파악하고 대응했다.

방금 진화한 스킬 - 공간지배를 발동해 모든 검기의 위치와 속도를 파악하고 그것을 억제하는 동시에,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모든 기운을 폭발시켜 신은아에게 덤벼드는 검기를 지워냈다!

- 푹

하지만 아직 부족했다.

이제 막 파천룡으로서의 능력을 각성한 강신혁에게는, 이미 한참 전부터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던 야누스의 기술을 완벽히 막아내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모루, 마지막에 정말 멋진 걸 보여주는구나. 그래, 지금 그 정도면 다음에 만날 땐 기대해도 좋겠어.”

"......!"

야누스의 말 따위에 어울려줄 시간은 없었다. 신은아의 등에 야누스의 검기가 박혔다!

그는 다급히 자신의 기운을 신은아에게 불어넣어 그녀를 치유시키고자 했지만, 빌어먹게도 아직 변화한 기운을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은 그로서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신은아의 몸을 헤집고 다니는 검기를 붙잡을 수가 없었다……!

“모루…… 전투가 끝나면, 신살검을 다시 두드려줘야만 해. 그러면, 다음에.”

신은아를 살피는 강신혁의 모습을 보며 작게 중얼거린 야누스가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던 것처럼 사라졌다.

그러나 강신혁은 그녀의 마지막을 살필 겨를도 없이 신은아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야누스가 남긴 검기는 신은아의 몸 곳곳을 찌르고 다니며 그녀의 기운의 폭주를 유도하고 있었고,

강신혁은 이제 막 각성한 파천기로 어떻게든 검기를 붙잡아 소멸시키려 애쓰는 것과 동시에 폭주를 일으키려 드는 그녀의 기운을 붙잡아 억누르고 진정시키려 했다.

다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한 것이 바로 그 순간.

헤일로의 나뭇가지를 꽂아 강화시킨 극천신주가, 격렬한 에너지의 유동에 반응하여 절로 그의 벨트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아니, 안 돼.”

강신혁이 짧게 외쳤다.

그러나 극천신주는 그가 붙잡거나 통제할 틈도 없이 밝은 빛을 뿜어내며 신은아의 마력과 공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아직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던 게이트가 그것에 격렬하게 반응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큭!?”

은아가 위험하다!

오직 한 가지 생각으로만 머릿속이 가득해져, 강신혁은 정신없이 그녀를 붙들었다.

이제 막 얻었을 뿐이라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파천기는 모든 것에 간섭하고 변화, 혹은 진화시키는 힘이다. 당연히 이 마력의 폭주도 막아낼 수 있을 터다!

문제는 시간이다.

굉장히 아슬아슬했다.

모두 할 수는 없었다. 폭주하는 극천신주를 붙들면서 게이트의 폭발을 막아내고, 그와 동시에 신은아의 몸을 지키는 것은…… 단연코 무리다!

짧은 순간, 턱없이 부족한 시간과 빌어먹을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때.

"어......!?"

신은아가 눈을 번쩍 뜨고 강신혁을 밀쳐냈다.

강신혁은 ‘그녀의 힘에 저항할 수 없었다.’

“너!?”

아까 야누스가, 특성을 진화시킨 강신혁을 보고 ‘모루까지’라고 했던가?

그렇다.

머리띠를 빼앗긴 순간, 신은아 역시 특성을 진화시켰던 것이다.

이유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그가 버프를 주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녀가 결정적인 순간 마력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폭주한 것도…… 그 때문에?

“응. ‘할부지’는, 역시 싫어.”

강신혁의 움직임을 막고선 신은아가 짤막하게 말했다.

그녀는 싫다는 말과는 달리 그에게 생긋 웃어보이곤, 마력이 완전히 폭주하기 전 게이트로 뛰어들었다.

끔찍하고 거대한 두 기운이 충돌해…… 그 자리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게이트는 소멸했고, 신은아도 사라졌다.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사라지지 않았다.

강신혁은 공명하던 대상을 잃고 홀로 변화하기 시작하는 극천신주를 보며…… 그저 넋을 잃고 있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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