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화. < Chapter 51. 빛과 어둠 양면이 갖춰져 최강 - 6 >
아침. 강신혁은 어제 자신을 내팽개치고 사라진 이나희를 일찍부터 부실로 불러냈고, 그녀는 감히 그것을 거절하지 못했다.
“야 잠깐만, 우리 뭐 만들려 하는 거라 했지?”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이나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강신혁은 대답 대신 웃음을 터트렸다.
“얻어 맞았어? 설마 엘리한테 진 거예요?”
“아!? 다 치료했는데!”
아무래도 엘레노어가 나중에 상처가 부풀어 오르게 만드는 기술로 이나희를 엿 먹인 모양이었다.
만약 등교할 때까지 그녀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더라면 확실히 학교 전체에서 웃음거리가 되었겠지.
“이리 와 봐요.”
“응? ……아, 으으."
하지만 강신혁이 직접 포션을 발라주며 치료해줄 것을 알았더라면 엘레노어는 결코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에게 소금을 보낸다는 일본 속담이 있는데 딱 그 짝이었다.
“이제 안 아프죠?”
“으으…… 그래도 이거 다 네 탓이니까.”
“흠?”
이나희는 강신혁의 손길에 녹아내리기 직전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는 애써 퉁명스런 말투를 꾸며내며 대꾸했다. 부끄러움을 얼버무리기 위한 시도였으나 강신혁은 그냥 넘어가주지 않았다.
“내가 왜? 난 처음부터 확실하게 했던 것 같은데?”
“오? 오오오?"
강신혁의 눈길이 가늘어지며 그녀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이전의 그에게선 볼 수 없었던 반응에 이나희는 눈앞에 번개가 튀는 것만 같았다.
만약 눈앞에 강신혁이 없었다면 심장아 나대지마! 하고 비명이라도 질렀을 것이다.
“대답 안 해요?”
“아니, 아니거든.”
"응?"
강신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반문하자, 이나희가 다급히 그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이런 행동이, 어? 너의 이런 행동들이!”
“왜 갑자기 국어책을 읽는데요.”
“네, 네가 지금 그러게 만들잖아!”
그 말이 정말이라면 강신혁은 여태껏 자신에게 숨겨져 있던 국어교사로서의 가능성을 찾은 셈이다.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서 떨어지는데 이나희가 다급히 그를 불렀다.
“야, 야.”
“왜요.”
“너 엘리는 엘리라고 부르잖아.”
“그런데요?”
“나, 나는 뭐 없냐?”
“음…… 희야?”
“죽는다, 진짜.”
엘레노어를 엘리라고 부르는 것과 별 차이 없는 것 같았지만 따지지 않기로 했다.
“말, 놓자 이제 우리도.”
“나희 선배는 그래도 한국인인데 어떻게 내가 반말을……."
“해!”
“아, 알았어.”
이나희는 투쟁 끝에 강신혁과의 상호 반말권을 획득했다. 그러고 나서야 간신히 제작에 돌입할 수 있었다.
“그래서 뭐야 이거?”
“빛을 한 방향으로 유도해 방출하는 것으로 고에너지의 위력을 내는 병기.”
“레이저잖아!”
“빔이라고 하자.”
라이트 마스터리를 얻었다고 누구나가 빔 병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빔의 공격력은 결국 고온, 열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파이어 마스터리도 필수인 것이다.
더불어 그것을 병기의 형태로 제작하고자 한다면, 빛의 반대편, 즉 어둠에 대한 이해 또한 선행되어야만 했다.
하나의 병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무려 세 가지 마스터리 스킬을 필요로 하니, 이것을 최강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욱이 강신혁은 윈드 마스터리가 지니고 있는 흐름 제어의 힘을 활용해 방출되는 빛을 제어하고 또 증폭하는 기능을 추가했으므로, 엄밀히는 네 가지 마스터리가 적용되었다고 해야겠다.
“아니, 넌 대체 어디서 그런 특성 같은 스킬들을 배워온 건데? 빛에 어둠까지? 너 원래 불이랑 바람도 다루잖아!”
“선배가 특성을 한두 번 더 진화시키면 내가 그때 직접 설명해줄게.”
“뭐, 뭔데. 그러니까 그런 표정 안 된다고……."
강신혁은 얼굴을 가리며 수줍어하는 이나희를 놔두고 작업 테이블 위에 올려둔 물건들의 상태를 다시 한 번 살폈다.
어제 내내 그의 영력과 황룡투기를 받아먹어 은은한 빛을 띠게 된 작업물들의 모습이 실로 영룡했다.
“선배, 이제 슬슬 작업 시작해야지.”
“하지만 난 여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는데……. 너한테 맡길 테니까 어떤 계열의 룬을 원하는지 말해줘.”
“에너지의 형태를 고정하고 유지보수해주는 룬을 원해.”
“아, 아아. 그건 이해했어. 굳이굳이 라이트세이버를 만들어야겠다 이거지.”
라이트세이버니 빔 사벨이니 하는 것들은 사실 빛을 활용한 병기가 아닌, 플라즈마를 활용한 병기다.
고온의 플라즈마를 만들어내어, 그것을 일정한 형태로 고정시켜 들고 휘두르는 것.
라이트세이버가 내는 빛은 그저 플라즈마의 고열에 의한 발광에 불과하다.
강신혁 역시 그 정도는 만들고자 하면 만들 수 있지만, 사실 그건 파이어 마스터리를 익힌 시점에서부터 가능했다.
다만 강신혁은 진정한 빛의 검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기에 라이트 마스터리를 얻고, 다크 마스터리를 얻어 속성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마친 끝에야 이 작업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나희 선배의 룬으로 빛을 특정 형태로 고정시켜 버리면 완벽하게 해결돼. 어디 다른 세상에다 꽂아 넣고 용사의 검이라고 속여도 다 속아 넘어갈 거야.”
“하앙……. 확실히 내 룬의 마법적 권능이 더해지면 가능하겠지만. 본격적으로 수상쩍은 사이비 과학의 세계네.”
“과학과 마법이 교차할 때, 아티팩트가 탄생한다-”
“아, 그런 거 됐으니까.”
더불어서 그가 만드는 모든 빔 병기는, 주위 환경에 방해 받지 않기 위해 작동하는 순간 주위를 모조리 진공 상태로 만든다.
정확히는 빛이 분출되는 궤도를 따라 윈드 마스터리와 다크 마스터리의 힘이 함께 발동하며 인위적인 진공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빛의 검을 휘두르든, 레이저 빔을 쏘아내든 빛이 완벽한 형태를 유지하게 된다!
“우와, 이 기술 요르문간드로 넘어가면 큰일 나겠는데. 강 일대를 진공으로 만들어버리면 일반인 떼몰살도 쉬운 거 아냐?”
“괜찮아, 어차피 마스터리 없으면 못 만들어.”
그것도 최소 SS랭크 이상의 마스터리 스킬을 두세 개 이상 가지고 있지 않은 한은!
마스터리 스킬은 히어로 유니버스에서도 레어한 취급을 받고 있을 뿐더러, 희귀도가 높지 않은 이상 그 속성의 진리를 통달하기란 어려운 일이기에 그런 스킬들을 두 개 이상씩 갖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래, 히어로 유니버스의 VIP 회원이라도 되지 않는 이상은.
- 더구나 회원님께선 스스로 다크 마스터리를 깨우치셨으니까요.
‘스스로는 아니지만요.’
그 검도 나중에 살피긴 해야 하는데……. 왠지 그것을 쥐면 다크 마스터리에 의한 중2병이 가속화되는 것처럼 느껴져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지금 빛의 검을 만들어내려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대부분 작업은 해왔으니까 이제 마무리로 형태만 마무리하면 될 것 같아. 자, 도와줘.”
“응, 그러면 이것 먼저 하자.”
“오케이.”
오늘 만들려는 무구는 두 개다.
알아서 주인 곁을 날아다니며 레이저를 쏘아내 적을 공격하는 드론 형태의 보조 무장, 그리고 빛의 검.
누가 뭐라건 빛의 드론과 빛의 검이다. 비트와 빔 샤벨이라고 하는 녀석들은 국제저작권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할 것이다.
그중 이나희가 고른 것은 드론이었고, 강신혁은 그녀의 반짝이는 눈을 보며 그녀의 의도를 바로 알아낼 수 있었다.
“미안한데 이거 아직 타인이 다루는 건 무리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다루려고 해도 마스터리 스킬이 필요해서.”
“그래도 언젠가는 나도 다룰 수 있는 걸로 만들어줄 거지?”
“당연히 그게 목표긴 해.”
굳이 말하자면 이나희가 아니라 클레어를 위해서지만, 눈을 반짝이는 이나희를 보며 그 말은 가슴 속에만 담아두기로 했다.
“좋아, 그러면……."
“오케이.”
두 사람의 대화만 들려오던 작업실 안에서 비로소 마력의 불꽃이 타오르고, 쇳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응, 조금 아래로. 그대로 조금씩 왼쪽으로…… 응, 으응.”
강신혁은 망치가 아니라 양손 끝에서 빛을 뿜어내 드론의 겉면을 아주 조금씩 깎아내는 것으로 이나희의 작업을 보조했다. 이것도 라이트 마스터리의 희귀도와 숙련도가 높아지며 가능하게 된 것이었다.
지금 그가 빛을 다루는 형태는 일단 소울 커넥터로 영사를 뽑아내고, 라이트 마스터리로 그 위에 빛을 씌워, 파이어 마스터리로 빛의 열에너지를 증폭시킨 것.
영사의 내구도 탓에 굵은 빛의 검을 만들어 내거나 수백 미터 이상 뻗어나가는 빔을 만들어내기는 힘들지만, 이런 세심한 작업에는 아주 발군의 효율을 자랑했다.
“후배야, 나 용접하는 기분인데.”
“오늘 두 개 다 완성해야 하니까 눈 아파도 조금만 참아.”
어제 대부분의 작업을 끝내놓았던 탓에, 룬의 싹을 틔우고 그것을 확실하게 안착시키는 것으로 드론 작업은 끝났다.
드론의 프로그래밍에는 클레어와 비타의 도움 또한 받았는데, 내구도가 워낙에 뛰어나 어지간한 공격에는 상하지 않을 뿐더러 빛의 방어막을 만들어내는 기능을 갖고 있어 날아다니는 방패로 써먹을 수도 있었다.
생김새는 날렵한 크리스탈 형태로, 제작이 완료되자마자 절로 은은한 빛을 발산하며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이 실로 멋졌다.
- 많은 동료와의 합작으로 현대 기술을 초월한 마도공학 병기 [라의 수호병(SSS+)]을 만들어냈습니다! 올 크래프트의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는 이 작업물은 온 우주의 존재에게 감탄과 욕망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 획기적인 설계와 제작에 의해 아티팩트 [라의 수호병(SSS+)]의 희귀도가 현계한도를 돌파합니다!
- 차후 이 아티팩트와 같은 설계로 완성되는 모든 작업물에는 마이너스 보정이 가해지지 않지만, 더 이상 유일하지 않게 된 작업물들은 신비의 힘을 다소 잃게 될 것입니다. 단 최초의 개체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 야금술 스킬의 숙련도가 SS+랭크로 성장합니다!
가이아 시스템은 강신혁이 이 드론, [라의 수호병]을 대량생산하려는 것을 알아채기라도 했는지 실로 적절한 알림을 보내왔다.
그간 강신혁은 주로 대장장이로서 하나하나가 유일한 제작물들을 만들어왔지만, 이런 기계류는 원래 최초로 완성된 하나만 특별 취급을 받고 나머지는 양산형으로 격하된다는 모양이다.
다만 그렇다고 양산형 개체의 힘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오리지널에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보면 편했다.
[라의 수호병 ]
[X-랭크]
[특수능력 - 라의 창, 라의 방패, 금강(金剛), 신광(神光)]
*라의 창 : 주인의 능력과 공명하여 끝없이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빛의 파동을 방출한다. 빛이 품는 파괴력, 돌파력을 50% 강화한다.
*라의 방패 : 주인의 능력과 공명하여 본체를 중심으로 하는 빛의 방어막을 만들어낸다. 방어막의 크기는 제어가 가능하며, 빛이 품는 방어력을 70% 강화한다.
*금강 : 방어력이 크게 강화되며, 이는 아티팩트의 주인에게도 적용된다.
*신광 : 기적의 산물. 이 병기가 다루는 빛에는 신의 힘이 깃들어, 그 권능이 크게 강화된다.
‘이 경우는…… 아마도 [신광]이 특별히 부여된 능력인가. 이렇게 된 이상 앞으로 개조 보수도 게을리 하면 안 되겠네.’
"오, 오오."
이나희는 주인 인증을 마친 라의 수호병이 강신혁의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것을 보며 연신 감탄사를 토해냈다. 클레어가 다루는 드론들과 비교해도 특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거 꼭 살아있는 것 같아.”
“그 부분에 대해서도, 나중에 선배한테 설명해줄 날이 올 거야.”
“역시 네가 아까 말한 속성 말고도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거지? 사실 너랑 작업할 때마다 느껴진단 말이지, 묘하게 간질간질한 느낌이......."
이나희는 ‘이게 혹시 사랑?’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까놓고 말하면 그것은 이나희가 영력의 각성을 앞두고 강신혁의 영력에 본인의 근원을 자극당하며 느끼는 감각에 불과했다.
“좋아, 그러면 나머지 하나도 만들어볼까.”
“빨리 하자, 빨리.”
완성된 물건이 X-랭크라는 것은, 감정 능력이 딸리는 이나희로서는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그녀는 방금 자신이 손을 보태 탄생한 물건이 얼마나 뛰어난 것인지는 직감할 수 있었고, 자신의 아티팩트 제작 스킬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그 날, 강신혁은 성공적으로 빔 샤…… 빛의 검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다만 너무 튀는 물건이었으므로, 이건 신은혁으로서 활동할 때에만 쓰기로 했다.
그렇게 됐으니 필연적으로, 이번 투왕전에서 쓰게 될 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