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화. < Chapter 49. 다시 봄 - 1 >
[미녀법사 - 와, 그럼 이분이 그럼 작년도 인기투표 1위 하신 분이에요?]
[이제누가소드마스터지 - 혼혈녀 미모 개쩌네 ]
[몹72 - 미드도 쩌는데;;]
[난바밤바 - 이상한 댓글 좀 지워줘요]
[좋은닉냄다막혔어 - 영국공주에 미스 신영까지 한 명이? 미녀 독과점 반대!]
[특성S랭크 - 독과점이 없다고 저분들이 님을 봐줄까요? 홈터레스팅…….]
[HN.0 - 남자 바람둥이]
[예은 - 솔찌키 잘생겼자나 근데ㅋㅋㅋ]
[미래 - ㅇㅈㅇㅈ저 얼굴이면 양다리 납득ㅋㅋㅋ]
[Ironform - 아니라고무조건아님 아무튼아님 ]
입학식이 끝나고 그날 오후부터, 신영의 각종 학생 커뮤니티는 신입생들이 대거 유입되어 화려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물론 그 주인공은 단연 강신혁.
비룡기사단 단장이자 영국의 막내공주로 밝혀진 엘레노어 R. 알제(그녀의 본명은 엘레노어 로잘린 레드레이크였다.)의 약혼자라는 기사가 하필이면 입학식 날 뜬데다가.
입학식이 끝나고 분기탱천해 달려온 작년도 미스 신영 이나희에게 들들 볶이기까지 했으니까.
[Nahee.Marion - 내가 걔 좋아하는 건 맞는데 양다리는 아님. 참고로 엘레노어랑도 안 사귐.]
[몹72- 본인 등판]
[특성S랭크 - 언니;;]
[Alger- 개인의 명예와 관련된 일이니 앞으로 언급 자제 부탁드려요. 해당 기사는 날조이며, 제게는 약혼자가 없습니다.]
[Nahee.Marion - 근데 엘레노어도 후배 좋아하는 건 사]
[Alger-헛소문을 퍼트리는 건 자제 부탁드립니다, 후배 여러분.]
[Nahee.Marion - 헛소문을 퍼트리는 건 자제 부탁드립니다, 후배 여러분.]
[예은 - ? 혹시 두 분 같이 계신 거 아냐?]
[미래 - 뭐야 그럼 혹시 강신혁 선배도 같이……?]
[이제누가소드마스터지 - ㅗㅜㅑ]
[HN.0 - 역시 바람둥이 쓰레기]
단지 그녀는 그 기사에 속은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강신혁을 차지하기 위한 엘레노어의 강수라 여겨 그녀에게 따지러 온 것이었고, 엘레노어도 모르고 있던 사태라는 것이 밝혀져 금방 진정했다.
물론 그땐 이미 강신혁을 중심으로 하는 삼각관계에 대한 소문이 1학년들 사이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진 후였지만 말이다!
“후, 아무리 댓글 달아도 정리가 안 돼.”
“씨, 내가 후배 대신 영국 조지고 올 거야.”
“나희 선배가 조져지고 올 게 뻔하니까 그만해요.”
영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신문사에서 허위보도를 내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으나 기사를 잘 보면 그들은 교묘하게 거짓을 말하지 않는 선에서 잘 빠져나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엘레노어와 강신혁이 신영을 대표하는 모임 중 하나인 비룡기사단의 단장과 부단장을 맡고 있으며, 단둘이 게이트에 들어갈 만큼 사이가 돈독하고, 방학 중에도 따로 시간을 빼서 만나는 장면이 포착되었다는 식으로 밑밥을 깐다.
그리고 밑줄에 영국 왕실에서는 그녀의 결혼상대가 한국인이어도 상관없다며 그녀의 선택을 응원한다는 입장을 밝혀…… 라고 서술해 마치 이들이 정말로 사귀고 있으며 약혼이라도 했다는 듯이 글을 써놓은 것이다!
“영국에도 기레기가 있구나……."
“한국이랑, 똑같아.”
“그런데 이 사진은 언제 찍힌 거야?”
이나희가 신문의 메인을 장식한 둘의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복을 입고 있는 둘은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며 카페에 들어가고 있었는데,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운 데다 엘레노어가 강신혁을 바라보며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결정타였다.
정말로 사귀고 있는 연인이라고 해도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법한 사진이었던 것이다!
강신혁은 물론 그녀와 따로 데이트를 한 적이 없기에, 그것을 보며 곰곰이 생각하다 아! 하고 감탄사를 냈다.
“아마 마스크드 바커스 활동 끝나고 둘이서 커피 뽑으러 갔을 때 같은데.”
“아, 사와서 다섯이서 다 같이 마셨던.”
“아뇨, 그때 은아 선배도 있었으니까 여섯이죠.”
“뭐야 그럼 데이트 아니잖아!”
“그래서 내가 아니라니까?”
영국 정부가 그녀를 계속 감시하고 있었던 것일까? 설령 그렇다 해도 이 당시엔 마스크드 바커스 활동까지 들키지는 않았을 것이라 강신혁은 추측했다.
영력을 다루고 있어 기감이 뛰어난 강신혁은 물론이고 엘레노어 본인의 감지력도 상당히 뛰어난 편이니, 감시를 받아도 바로 알아채고 마는 것이다.
아마 평소 그녀의 생활권에 사람을 뿌려두고 있다가 운 좋게 하나 건진 것이 이 사진일 터.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굉장히 공교로운 사진인 것은 사실이었다.
“다정해보여. 헤에……."
“엘리, 사진 다운로드 받지 마.”
“엘리? 너 방금 엘리라고 했어? 그러고 보니까 반말이네?”
“아."
강신혁은 눈을 크게 뜨며 명백히 실수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들킨다면 엘레노어 쪽에서 먼저 실수를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설마 강신혁이 먼저 단서를 흘리게 되다니!
이나희는 그를 추궁하는 대신, 눈을 가늘게 뜨며 엘레노어를 째렸다.
“엘리…… 정말로 뭐가 있었나보네……?”
“음, 그야, 나희보다야……?”
“어쭈?”
두 여자 사이에서 불꽃이 튀었다.
“같은 지붕에소, 자기도 했고.”
“카사블랑카 전진기지의 간부용 텐트 말이지. 엄밀히는 거기서도 공간이 나뉘어 있었지만.”
“뽀뽀도, 했고 ”
“난 감사인사라고 생각했는데.”
“엘리, 제법이다 너……?”
강신혁의 필사적인 실드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고 철저하게 분해된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며 배틀을 벌이는 둘의 모습에, 끝내 인내심의 한계를 맞이한 강신혁이 둘을 밀어냈다.
“이제 둘 다 가라, 좀.”
“네가 뭔데 나한테 가라마라야!”
“여기 내 방이거든?”
식이 끝나고, 클레어와의 약속 탓에 곧장 기숙사로 달려오는 자신에게 죽어라 따라붙는 이나희와 엘레노어를 미처 완벽하게 떨쳐내지 못한 자신이 잘못이었다!
사정만 듣고 가겠다고 하길래 후환을 없앨 요량으로 방에 들인 것인데 어째서 두 친구의 영문 모를 배틀이 시작된 것일까.
“어차피 다른 사람들도 들이면서어.”
“그건 어떻게 알았어요?”
“어떻게 알았는지 알려줄 테니까 나희야~ 하고 불러봐.”
“나희, 민폐야.”
“그냥 둘 다 좀 가라!”
강신혁이 버럭 소리 지른 그때.
그의 등 뒤로 붉은 머리의 미녀가 나타났다.
“아휴, 신혁이 너는 왜 그렇게 야박하게 애들을 쫓아내려고 그래.”
“클레어?”
클레어에게는 강신혁과 함께 만들어 당시 탑 랭커들에게 나누어주었던 귀걸이 형태의 통신기가 있다.
다른 탑 랭커에게로 곧장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동 기능이 탑재된 마도구로, 그녀는 아마도 그것을 써서 강신혁에게로 날아온 것이리라.
“언니!?"
“온니……."
임자가 나타나자 도둑고양이들이 제 발 저려 움츠러들었다.
그제야 강신혁이 그녀들을 방에서 내쫓으려고 했던 이유를 깨달은 것이다!
반면 클레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벤토리에서 치킨 봉투를 여럿 끄집어냈다.
“둘이서만 먹기에는 심심했는데 다행이네. 개학 기념 파티나 하자.”
“음, 괜찮아요?”
“당연히 괜찮지. 그간 쌓인 얘기나 하면서 놀자.”
“어……."
‘그간 쌓인 얘기’라는 말을 하는 순간 짧게 빛나는 클레어의 눈을 본 이나희와 엘레노어는 아주 살짝 얼어붙었다.
그녀들은 모르고 있을 터이나, 안 그래도 츠쿠요의 등장으로 신경이 곤두서있던 클레어에게 오늘 실린 기사는 거의 기폭제와 같았다.
본래 강신혁 혼자 그녀를 붙들고 차분히 설명을 하며 삐진 그녀를 달래줄 생각이었으나, 이 눈치 없는 여자들이 미처 도망치지 못하고 걸리고 만 것이다.
“좋지?”
“네, 네!”
강신혁은 차마 그녀들을 구원해줄 수 없었다.
클레어가 나타난 순간부터 그도 엉덩이를 꼬집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홈파티는 무려 세 시간 동안 지속되었는데, 이나희와 엘레노어는 방학 동안 강신혁과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조금의 과장도 없이 탈탈 털어놓고 나서야 클레어와의 면담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무서어, 온니 무서어……."
“후배, 나 죽어……."
“그러게 내가 도망치랄 때 빨리 갔어야지.”
“그런 건 줄은 몰랐다구……!”
강신혁은 너덜너덜해진 이나희와 엘레노어를 배웅하고는, 방 안에서 승리의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클레어를 돌아보며 눈을 게슴츠레떴다.
“이제 만족했어?”
“아직 부족해, 츠쿠요란 년이 남았잖아. 그년하고 있었던 일도 다 불어.”
그녀는 양볼을 부풀리고는, 사자처럼 양팔을 들어 올리며 그를 위협했다.
물론 그래봤자 귀여울 뿐이었지만 그건 아마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클레어가 솔직히 투정부리며 입술을 삐죽거리는 것을 본 강신혁은 엘레노어와의 열애 기사를 본 순간부터 쌓인 스트레스가 스르륵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래, 다 얘기해줄게. 이리와.”
“안 돼, 네가 와. 이리 앉아.”
그녀는 잔을 옆에 내려놓곤 다리를 쫙 양옆으로 벌려, 그 사이를 손으로 두드렸다.
과연, 그렇게 하고 싶으시다 이거지.
강신혁은 그녀가 시키는 대로 순순히 그녀의 품에 들어갔다.
그녀가 우선은 양다리를 오므려 그를 구속하고, 양팔을 그의 배에 둘러 꼭 끌어안자, 이런저런 의미로 도망갈 수가 없게 되었다.
그녀는 몸을 완전히 그에게 기대며 살짝 안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후, 이제 내 거다.”
“원래 클레어 거였어.”
“그럼 평소에 좀 써 붙이고 다니란 말이야.”
턱을 그의 등에 대고 꾹꾹 누르며 감정을 표출하는 클레어.
그가 간지러움을 참느라 애쓰는데, 그녀가 입술을 오물거리는 것이 등 너머로 느껴졌다.
“못 보는 동안 등은 또 웰케 커졌어?”
“수호황룡 얘기는 말해줬지? 그때 스테이터스도 올라서 그런가보다. 어쩐지 교복이 좀 끼더라고.”
“배는 또 웰케 단단해졌어.”
“복근은 원래부터 탄탄했거든?”
“아닌데, 더 단단해졌는데……. 그럼 팔뚝은? 근육 더 붙은 거 맞지? 왜?”
“하하."
몸 여기저기를 만져보며 몸이 커진 이유를 묻다니.
동화 빨간망토가 떠오른 강신혁은 그녀가 뭘 원하는지 알 것 같아 낮게 웃으면서도, 우선 물어보았다.
“츠쿠요 얘기는 안 들어도 돼?”
“아무 일도 없었던 거 알아. 그냥 그 불여우가 너에 대해 많이 아는 척 떠드는 게 불쾌했어."
“그래봤자 전생인데 말이지.”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몰라.”
그녀는 심경이 복잡한지 말을 그만두고 아예 그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그래서 은아는 어때……? 확실하게 구분 지었다며.”
“잘 모르겠지만, 최악은 아닌 것 같아.”
“응, 그거면 됐어. 독립시킨다고 너무 매정하게 대하지는 말아줘.”
강신혁은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신은아에게 들었던 말이 오버랩되어 떠올랐다.
고민의 결과 자신이 내놓은 결론도 물론.
“아니, 난 당분간 거리를 두는 게 나을 것 같아. 그 아이뿐만 아니라 나를 위해서도.”
“방금 아빠 같았다. 으으응, 할아버지 모든가?”
“응, 그래서야. 이제 평범한 선후배 관계가 되고 싶네.”
“그렇구나……."
그러니까 이 얘기는 여기서 끝.
클레어 역시 강신혁이 내린 결론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그의 몸에 매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자기, 여기는 왜 이렇게 커진 거야?”
“그건 말이지.”
“꺄아아아아악!”
늑대는 슬슬 자신에게 기대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클레어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비명을 지르며, 즐겁게 빨간망토의 숙명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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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2학년 A반에 들어와 적당한 창가 자리를 선점하고 앉은 강신혁의 스틱이 진동했다.
[♥:울자기 오늘도 힘내♥♥♥]
클레어가 품고 있던 모든 불만은 아무래도 무사히 해소된 모양이었다.
강신혁이 그것을 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는데, 뒤에서 불쑥 고개를 들이미는 이가 있었다.
“뭐 보냐? 오!”
“백인하!?”
기사학과는 마법학과와 달리 반도 많은데, 작년과는 달리 랭킹 1위를 다투는(이제 싸우면 강신혁의 압승이겠지만) 그와 백인하가 같은 반으로 묶이다니 다소 의아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유를 알고 보면 간단했다.
신영의 교장 신윤학이 작년 1학년 기사학과에 인재가 많이 몰려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아예 그들을 한 반에 묶어 그 수준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래서 이번년도 기사학과 A클래스는 문자 그대로 A, 전교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만을 모아놓은 클래스가 되었다.
백인하가 있는 것도 당연하고, 도우진과 카렌도 물론 A클래스에 속해 있었다.
그 외에도 비룡기사단에 속한 이들이 많아 사실 새로운 반에 대한 설렘이 거의 없었다.
“인기척 좀 내고 다녀 새꺄!”
“오, 방금 내 기척 못 느낌? 이게 특훈의 성과다 이거야!”
강신혁은 영력으로 자신에게 적의를 품은 이와 적의를 품지 않은 이를 구분할 수 있기에, 후자의 경우 일일이 감지하지 않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러나 강신혁이 뭐라 더 따지기도 전에 백인하가 다소 묘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그런데 시뇩아, 그거 혹시 클레어 누님 톡이냐?”
“큰 소리로 얘기하지 말라고.”
“왜…… 왜 그렇게 문자에 애교가 섞인 건데? 누님 원래 안 그러잖아.”
“사귀잖아.”
“아니 아무리 사귀어도 그렇지, 그렇게 180도로 바뀐다고……!?”
백인하는 전율하고 있었다.
자신의 컨셉을 완벽하게 지키며 누구보다도 현역 중2병에 충실한 클레어가 그런, 바보커플 같은 메시지를 보낸다고!?
“맨날 이러는 건 아니고, 기분 좋을 때.”
“기분 좋을 때……? 그러고 보니까 어제, 저녁 같이 먹으려고 방문 두드렸는데.”
“미안, 몰랐어.”
문을 잠가둬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대꾸하자 백인하의 눈이 가늘어졌다.
“시뇩이 너 설마 신학기 첫날부터……."
“야!”
남사스러운 얘기가 나오려던 순간 교실 앞문이 벌컥 열리며 도우진이 들어왔다.
방학 동안 몸집이 상당히 커졌는데, 그는 특성상 탱커로서 성장해야 하니 아주 바람직한 일이었다.
“1학년들 싸움 붙은 거 아냐?”
“와, 신영이 무슨 양아치 학교인 줄 아나, 한국 제일가는 초인양성학교에서 무슨 신학기 첫날부터 싸움을……."
“오혜나라는 애랑 다른 남학생들이랑……."
그 순간 백인하가 자리를 벌떡 박차고 튀어나갔다.
자신이 말해놓고도 어안이 벙벙해져 눈을 꿈벅이는 도우진을 보며, 강신혁은 어깨를 으쓱이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백인하 마누라 후보야. 우리도 보러 가자.”
“하, 뭔 신학기 첫날부터……."
“그러게 말이다.”
아마 그들이 도착할 즈음엔 학생회나 교사에 의해 난동이 진압되어 있겠지만, 제법 볼만할 것이다.
강신혁은 자신의 1학년 시절엔 느끼지 못했던 청춘의 잔향을 느끼며 도우진과 함께 교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