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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화. < Chapter 48. 황금용은 무적군단의 꿈을 꾸는가 - 4 >

“보고 싶었어, 자기야……!”

“그거 다시 내놔. 보주 2달간 압수다.”

“못 뺏어가! 이것만은 안 돼!”

오랜만에 신풍의 보주와 재회한 백인하는 그것을 끌어안고 아기처럼 몸을 둥글게 말아 강신혁이 그것을 빼앗아가지 못하게 했다.

“우오오오옹, 나는 인간 풍력 발전소다!”

“하, 진심 걷어차고 싶다……."

강신혁은 그 얼간이의 모습을 보며 과연 이 녀석에게 수호황룡을 걸어줄 가치가 있을까 짧게 고뇌했으나, 이윽고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너 내 특성 대충 알지?”

“그야 대충은 알지, 버프 계열이잖아.”

“그래, 그럼 지금 주는 거 얌전히 받아라.”

마스크드 바커스로 같이 활동하고 있는 백인하라면 그것을 모를 수가 없다.

강신혁은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영력과 황룡투기를 뽑아내 그를 대상으로 수호황룡을 발동했다.

백인하는 그것을 느끼곤 고개를 갸웃했다.

“왜? 우리 지금 당장 뭐랑 싸워야 되냐?”

“아니, 지금부터 24시간 그걸 유지하고 있을 거야.”

“헐…… 돼?”

“돼."

“미친……."

수호황룡의 효과를 24시간 받는다는 것은, 백인하가 내내 강화된 상태로 있게 된다는 얘기다.

“아니, 이거 걸리면 위험하지 않겠냐?”

“걸릴 일 없어, 마력 안 쓰니까. 학교에서 생활할 때도 그냥 두르고 다녀.”

“가만, 대체 왜…… 음!?”

다음 순간 백인하의 말을 듣고 강신혁은 정말로 기절할 만큼 놀랐다.

“혹시 이거, 다른 사람 특성도 진화시키는 거냐!?”

“어떻게 알았냐!?”

이 자식 찍었다고 쳐도 오늘 당장 로또를 사야 할 수준인데!

그러나 백인하는 캬, 하고 스스로의 추리력에 감탄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설명했다.

“아니, 시뇩이 네 특성이 내가 아는 것만 두 번은 진화했잖아. 그런데 네 특성은 버프 계열이고. 그래서 혹시, 이 버프에 영구적인 효과도 포함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귀신같은 놈.”

“하지만 여태까진 너 자신밖에 커버를 못하다가, 우연치 않게 다른 사람의 특성도 진화시켜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지. 그렇다는 건 …… 이미 진화한 케이스가 있구나!”

강신혁은 기가 막혔다.

무능력자에서 새로이 각성한 그의 고아원 동기 3인방의 소식은 물론이고, 무려 SSS-급 특성(마나의 지배자인 신은아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인류 역사상 최고위 랭크의 특성이었다.)으로 진화한 엘레노어의 소식을 그는 아직 모르고 있을 터였다.

“시뇩아, 나 지금 좀 감동했다. 그거 알게 되자마자 나한테 와서 걸어주는 거냐? 아, 찐우정 진심 미쵸따리 미쵸따……."

“아, 지랄 좀 하지 말고.”

그가 백인하에게 가장 먼저 버프를 걸어준 까닭은, 그저 그와 강신혁 사이에 계약이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드 바커스로 꾸준히 활동하며 그에게 협력한다는 계약이.

물론 단순한 서면계약이지만 그가 그것을 어기지 않을 정도로 신의가 있는 사람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1년이라는 세월은, 영력을 다루는 강신혁에게 친구의 본질을 살피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

“너 돗자리나 깔아라. 갑자기 왜 그렇게 머리가 팽팽 돌아가냐?”

“아, 나 요즘 할아버지한테 직접 경영 배우느라 만사에 생각을 두 번 세 번 하는 경향이 생겨서……."

백인하는 잠깐 피로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대꾸하더니, 곧 뭔가 깨달은 듯 개운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데 이거 버프 되게 좋은데. 요즘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혹사당해서 피곤했는데 어째 피로까지 풀리는 느낌이다?”

“그야 네 신체 스테이터스에 보정이 주어지니까 당연하지. 그래도 이건 피로도를 회복시켜주는 게 아니라 최대치가 늘어났을 뿐이니까 무리하지 마라. 이제 곧 개학이잖아.”

“뭔, 개학이니까 더 무리해야지. 읏차.”

백인하가 신풍의 보주를 안은 자세 그대로 소파 아래로 떨어지더니,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 창가까지 갔다.

만약 이곳이 백인하의 방이 아니라 강신혁의 방이었더라면 한 대 때렸을 것이다.

“봐라, 시뇩아.”

“뭘."

“저거.”

창가에 이른 그는 벌떡 일어나더니 커튼을 젖혔다.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것은 밤을 맞이한 신영의 경관이다.

우뚝 선 본관 건물이 달빛을 받아 어스름히 빛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신학기가 되면 저기에 인재들이 가득가득 찰 거란 말이지. 그것도 한국에서 고르고 고른 수재들이.”

“뭘 새삼스럽게.”

백인하는 보주를 한 팔에 안고, 다른 한 팔을 크게 펼치며 과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인재들을 모조리 백양으로 끌고 올 수 있다면, 백양이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도 우뚝 설 수 있지 않을까.”

“너 그렇게 열정적인 꿈을 꾸고 있었나?”

“아아니.”

강신혁의 회의적인 목소리에 백인하는 픽 웃곤 팔을 거두어들이며 말했다.

“사실 할아버지 망상이야. 지금 한국이 최강이라고 미래의 한국 초인들이 최강이란 법 있냐.”

지금 한국이 최강이라는 백인하의 말에는 강신혁도 동의했다.

당장 뇌제 신은아가 국제초인랭킹 1위고, 불과 몇 분 전 받은 연락으로 강신혁, 그러니까 생사의 인형사 신은혁이 국제초인랭킹 2위로 갱신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어떻게든 생사의 인형사라는 새로운 별명을 피해보고자 노력한 강신혁이었으나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 모두가 그 별명에 꽂혀, 만장일치로 정해지고 말았다.

덤으로 말하면 레드슈즈 브리짓 폴센 역시 근접 전투는 물론 원거리 공격과 버프까지 커버하는 특성을 확실하게 인정받아 단숨에 국제초인랭킹 4위까지 올랐다.

기존의 랭킹 3위였던 다크 커튼 장진명은 강신혁에게 한 번 밀려 4위가 되었다가, 브리짓 폴센에게 밀려 다시 5위가 되었으니 모르긴 몰라도 어지간히 열을 받았으리라.

아무튼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다만 학생회 간부라는 입장이 인재를 선별하고 백양으로 끌어들이기에 최상의 자리이기는 해. 나도 그걸 생각하고 있는 거고.”

“과연.”

신영은 초인사회의 축소판이나 마찬가지.

실제로 여기에서 생긴 인맥이 평생을 책임지는 경우도 상당했다.

백양의 후계자로 낙점된 백인하가 학생회장으로 활약하며 학생들에게 인지도를 얻는다면, 인재들을 최우선적으로 끌어 모을 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겠지.

……사실 강신혁도 그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기에, 백인하의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물론 겸사겸사 지금의 최강을 꼬실 수 있다면 최상의 결과이긴 한데…… 생사의 인형사 님은 백양에 들어올 생각은 좀 생겼나?”

“아니, 난 앞으로 마스크드 바커스를 좀 키워볼 생각이야.”

“어……?”

백인하는 그 말을 듣고 굉장히 의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건 너보단 클레어 누님의 로망 아니었어? 뭐냐, 그렇게까지 공처가였어?”

“아니, 단지 지금 마스크드 바커스의 입지가 상당히 괜찮거든. 처음부터 워낙 좋은 이미지를 굳혀서 그런지, 사실 엄연한 비공식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자세히 캐려고 하지 않지. 자유롭게 움직이기는 최적이야.”

앞으로도 히어로 유니버스의 회원으로서 활동할 것을 감안하면, 길드나 협회 따위 정기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 직책에 구속되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결성은 즉흥적이었지만, 강신혁은 자신의 미래가 마스크드 바커스와 깊이 연결되어 있으리라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대표 두 명의 정체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어서 그런 것 아냐?”

“그래도 당장 너를 포함해서 거기 소속된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따지고 들지 않잖아?”

그것은…… 하고 백인하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납득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두 사람의 신원이 너무 확실해서 굳이 다른 일원의 정체까지 캐묻지 않는 거지. 그래도 규모가 늘어나면 문제가 생길걸?”

“아니, 이렇게 슬금슬금 활동범위를 늘려가면서 꾸준히 실적을 남기면, 나중엔 태클을 걸고 싶어도 쉬이 건드리지 못하는 상태가 될 거야. 이미 그 비슷한 상태고.”

실제로 이번 아프리카 대륙에서 R…… 그러니까 엘레노어가 대대적으로 활약하면서 그녀가 정확히 어디 출신의 누구냐는 얘기가 사방에서 쏟아져 나왔지만 누구도 깊이 따지고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녀가 이미 인형사가 이끄는 집단에 속해있고, 그녀를 의심하는 것은 신은혁을 의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신은혁은 현 국제초인랭킹 2위인 동시에 초인협회 소속이며, 그 안에서도 국제초인랭킹 1위인 신은아의 관리를 받고 있다.

즉 마스크드 바커스는 국제초인랭킹 1위 신은아의 카르텔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결국 그냥 힘으로 찍어 누르는 거잖아!”

“얼마나 좋냐, 힘.”

“그야 좋긴 하지……."

“더구나 바로 오늘 정해진 거지만, 엘리는 이번에 국제초인랭킹 7위로 인정받을 거야. 마스크드 바커스라는 팀 안에만 무려 세 명의 탑 랭커가 포함되는 거지. 어때, 네가 협회라면 이 단체를 건드리겠어?”

“미쳤냐, 다른 나라에서 태클을 걸어도 꽁꽁 싸매고 보호해야지.”

“바로 그거야.”

초인협회는 앞으로도 굳이 마스크드 바커스를 터치하지 않을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분을 감추고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다른 집단에 속한 이라도 잠시 가면을 쓰고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야. 백양의 차기 주인인 네가 여기 속해있듯이 말이지. 따라서 인재영입의 풀이 매우 넓어지지.”

“……뭐냐, 혹시 나 거기서 못 나가냐?”

“응. 물론 네가 나중에 길드를 물려받아 바빠지면, 매번 참여하라고 할 생각은 없지만.”

“가만…… 그렇구나?”

백인하도 이제 강신혁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했다.

“다른 길드에 속한 인재도 그런 식으로 데려올 수 있겠네? 네가 만든 무구를 주고 특성을 성장시키는 데에 도움을 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계약을 맺어서, 길드 활동을 하지 않는 날에만 데려와서 써먹는 거지.”

“정답. 평소에는 다른 집단에 속해 있어도, 비정기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활동할 수 있는 인원을 여러 명 모으면?”

“예를 들어 내가 빠지는 날에는 다른 사람이 대신 나와 그 빈자리를 채우는 식으로 팀의 전력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겠네!”

“그거야."

백인하는 감탄했다.

물론 대상이 계약에 잘 따라줘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는 하되, 강신혁의 생각대로만 된다면 정말로 최정예로만 이루어진 특수 타격대가 완성되는 셈이었다.

“시뇩아, 그런데 중요한 질문이 있어.”

“뭔데.”

백인하는 진지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여러 집단에 속한 이들이 모두 하나의 이름으로 묶이려면 무조건적으로 거쳐 가야 하는 질문이야. ……마스크드 바커스의 목적은 공익이냐?”

“물론.”

그것이야말로, 한 점 고민의 여지없이 고개를 끄덕여줄 수 있는 질문이었다.

“신영에 들어온 순간부터 내 목적은 오로지 최대한 많은 몬스터를 쳐죽이는 거였어. 아, 물론 활동에 따른 개인 수익은 철저하게 분배 해줄 생각이지만.”

“그건 나도 팀원으로 뛰었으니까 잘 알지. 그래, 그러냐……."

백인하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팀원들을 통제할 수단을 갖춘다는 전제하에, 난 되게 좋은 수단이라고 본다. 특히 다른 조건 다 제쳐놓고 오로지 강자로 이루어진 팀을 구축한다는 목적에는.”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강제소집권을 둘 생각이야. 정말 중요한 순간에는 자신이 속한 집단보다 마스크드 바커스를 우선할 수 있도록.”

아니, 아마 그런 순간이 오면 팀원들도 알아서 마스크드 바커스로 모여들 것이다.

강신혁이 생각하는 강제소집권 발동의 순간은, 개인의 집단의 영역을 넘어선 지구 전체의 위기에나 해당되는 것이었으니까.

“좋은 생각이네. 그 외의 계약조건은 지금부터 천천히 생각해보자. 나도 방학 동안 계약에 대해 많이 배웠거든?”

백인하의 말을 듣고 강신혁은 픽 웃어버리고 말았다.

방금 그의 발언은, 아무리 들어도 외부인의 조언이 아닌 내부자의 의견이었으니까.

“고맙다.”

“내가 고맙지. 그래서 내 특성 SSS랭크 가냐?”

속내가 빤히 드러나는 귀여운 질문에, 강신혁은 엘레노어를 떠올리며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 하기에 따라서 정말 갈걸?”

“하, 미친. 우리 평생 같이 가자.”

“아 꺼져.”

백인하는 강신혁의 발길질을 피해 화려한 무빙을 선보이더니, 문득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혹시 혜나도 거기 넣어주냐……?”

“그건 앞으로 하는 거 봐서. 계약서에 지장 찍고 말 잘 들으면.”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무리다.

만날 때마다 틱틱거리는 울보는 팀으로 받아들이기 싫었다.

“혜나한테 이상한 짓 시키진 않을 거지?”

“안 해 새꺄.”

“그런데.”

“또 뭐."

백인하가 말했다.

"엘레노어 누님은 또 언제부터 애칭으로 부르는 사이가 됐냐? 너 아까 분명히 엘리댔지?”

"아…… 그건……."

아무래도 밤이 길어지겠구나.

강신혁은 한숨을 내쉬며, 일단 후두부 가격으로 백인하의 기억상실을 노려보기로 했다.

……뭐, 개학하고 나면 어차피 다들 알게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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