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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자마자 VIP-252화 (252/345)

252화. < Chapter 46. 아프리카 개척 - 5 >

끊임없이 이어지던 몬스터 러쉬가 그나마 좀 진정된 것은 밤이 찾아왔다가 물러나며 바다에 붉은 태양이 떠오를 무렵이었다.

‘HP 좀 쌓였죠?’

- 아프리카의 대지에 발을 들인 후로만 1억에 가까운 양을 획득하셨군요.

강신혁은 격세지감을 느끼며 혀를 내둘렀다.

1만 단위로 HP를 끊어 쓰며 이걸 언제 모으나 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젠 하루에 억 단위로 HP를 벌어들이게 되다니.

거기에 가끔씩 거래 게시판에 내놓는 무구로도 상당한 양의 HP를 벌고 있었으니, 비록 동화율은 아직 좀 부족해도 이만하면 VIP 회원을 자칭해도 될 정도는 되지 않나 싶었다.

- 그런 회원님께 지금부터 단 세 시간만 적용되는 특별 세일! [다크 마스터리(S)] 스킬 스톤이 단 15억 HP에…….

‘안 사요.’

희귀도 A랭크짜리는 7억이더니 S랭크로 올랐을 뿐인데 두 배 이상으로 뛰다니.

물론 희귀도의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그도 잘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더구나 막 15억 HP를 달성한 시점에 다크 마스터리의 스킬 스톤이 매물로 등장했다는 점이 심히 수상쩍었다.

온 우주가, 구체적으로는 관리자와 츠쿠요가 강신혁의 스킬 습득을 바라고 있는 듯한 느낌!

‘그냥 지금 익힐까?’

물론 강신혁도 다크 마스터리를 익히는 것이 자신에게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중2병 같아 보여서 강한 스킬을 안 익힌다는 건 말도 안 되지 않는가.

다만 그는 다크 마스터리를 익힐 것이라면 최대한 높은 희귀도 랭크를 찾아 익히고 싶었다.

이미 그가 익히고 있는 라이트 마스터리의 희귀도는 SSS랭크.

최소한 SS랭크 정도로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스킬을 익혀봤자 빛에 눌려 제대로 다루지 못하게 될 터였다.

빛의 힘을 다루게 된 지금은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역시 중2병 같은데?’

그는 다크 마스터리에 대한 생각을 일단 떨쳐내며 전방을 주시했다.

밤새 초인 연합을 밀어붙이던 몬스터들의 모습이 지금은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다.

그럴 만큼 죽여 댔으니 당연한 일이다.

‘안 오네요, 이제.’

- 그렇군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스톤 그라운드의 능력으로 완성된 길고 거대한 성벽 위로 용병들이 차례차례 배치되는 것이 보였다.

“다들 복귀해서 휴식하시죠!”

“경계는 우리가 맡겠습니다!”

"시체 회수조도 바로 출발할 겁니다!”

과연.

강신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직후 그 옆으로 사뿐히 착지하는 신은아.

전장에 있던 누구나가 알 수 있을 만큼 화려하게 날뛰며 번개를 난사해대던 그녀였으나, 피 한 방울, 살점 하나 묻지 않은 깨끗한 모습이었다.

“후배, 같이 밥 먹자.”

“마음은 좀 풀렸어?”

“몬스터들한테 화 풀었더니 좀 시원해졌어……."

마음이 풀렸냐는 질문을 하는 강신혁도 대단했지만 순순히 또 괜찮아졌다는 대꾸를 하는 신은아도 신은아였다.

이런 질문과 대응이야말로 그들의 관계가 조손처럼 느껴지는 이유라는 것을, 신은아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나도 싸우면서 좀 생각해봤어.”

“응.”

“앞으로는 좀 거리를 둘게.”

“싫어.”

왜 결론이 그쪽으로 가는 거지? 하는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신은아.

하지만 강신혁은 차분히 대꾸했다.

“동화율에 내가 영향을 많이 받고 있거든. 그동안은 선배가 괜히 신경쓸까봐 말을 안 했지만, 선배랑 있으면 역시 전생의 영향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그래서 당분간 선배랑 거리를 두면서 나 자신을 가다듬으려고. 그러면 괜찮아질 거야.”

- 핫하, 쌤통이군요!

강신혁은 관리자의 세기말 풍 메시지를 무시하며 신은아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신은아는 잔뜩 울상이 되어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그냥 할부지로도 괜찮아.”

“선배, 우리 서로 독립하자.”

마지막이라는 기분으로 손을 뻗어, 신은아의 이마를 쓸어주었다.

모루는 전생의 딸아이에게 충분한 스킨십을 해주지 못한 것을 언제나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늘 쇠를 만지고 대장일을 하느라 더러워진 손이라 아이가 싫어할 것이라 여겨서 자제했던 것인데, 아이에게 그런 것은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딸아이에게 못한 것까지, 전생에 ‘은아’에게 못한 것까지 충분히 깊은 마음을 담아 신은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그는 말했다.

“완전히 독립해서, 그러고 나면 친한 선후배 관계로 돌아가는 거야.”

“……역시 말하지 말걸.”

신은아는 기쁨과 분노가 섞인 무척 복잡한 얼굴로,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

그녀가 무슨 마음인지 강신혁은 대충 알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아이는 흔히 아빠와 결혼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던가.

너무 늦게 마음이 성장하기 시작한 그녀이기에, 잠시 헷갈리고 있을 뿐인 것이다.

거기에 전생을 자각하면 할수록 그녀에게 자상하게 대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이 그녀의 착각을 가속시켰다.

둘 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성장한다면, 그땐 마주보며 아무런 고뇌 없이 웃을 수 있게 되리라.

“그래도……."

신은아는 기분 탓인가 살짝 촉촉해진 눈망울로 그를 올려다보며 물어왔다.

“그래도 밥은 같이 먹는 거지?”

“그래, 그 정도야 뭐.”

“에헤.”

“대신 안전거리를 유지한채로.”

“안전거리……."

식사 분위기는 전쟁 영화에서나 보던 야전 식사 그 자체였다.

아직 캠프가 완벽히 건설되지 않아, 일자로 길다란 테이블을 놓고 거기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배식되는 식사를 먹거나 따로 챙겨온 것을 먹었다.

최소한 몇 주는 소모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원정에 개인이 따로 식량을 챙겨온다는 것은 넌센스지만, 덩치가 큰 아공간 아티팩트를 갖고 있는 이라면 별 문제될 것도 없었다.

- 쿠르르르르아아아!

“헬, 너는 여기서 먹고 있어 그렇지 어때, 맛있지?”

- 꾸아아아앙!

엘레노어와 함께 창공을 누비며 한껏 몬스터를 포식한 헬에게는 히어로 유니버스에서 한창 잘 나가는, 미식가들 용으로 나오는 스테이크 용 고기를 5킬로그램 사서 주었다.

녀석에게는 간식 정도로 느껴지겠지만, 그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인형사 씨, 배식 문제로 나라 간에 경쟁 붙은 거 알아요?”

“이제 슬슬 이름으로 불러도 되는데요.”

신은아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 사이에 끼어든 브리짓 폴센이 그에게 말을 걸자, 강신혁은 살짝 질린 목소리로 대꾸했다.

브리짓 폴센이 강신혁을 부르는 명칭은 Mr Wirepuller였다.

솔직히 오그라들어 견딜 수가 없었다.

“인형사가 멋지잖아요. 어라, 혹시 부끄러워하나? 정말? 그럼 생사의 인형사라는 별명은 어떻게 생각……."

“그래서 뭐요? 배식 문제로 경쟁? 서로 맛있는 요리라도 내오려고 하는 건가?”

그를 놀려먹으려는 수작을 가차 없이 잘라내자 브리짓 폴센이 혀를 차며 대꾸해주었다.

“칫, 그야 요리 계열 초인들이 있으니까.”

“아하.”

신영에는 생산 계열 초인을 위한 교육과정이 없지만 사실 많은 초인양성학교에서 생산학과를 두고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단순히 쌈박질만 하는 초인들과는 달리, 일반인의 삶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생산 계열 초인들을 키워내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었다.

물론 초인들의 전투력에 영향을 끼치는 생산 계열 초인은 그중에서도 귀한 존재로 대접받았고 말이다.

“그런데 영국에서 첫 끼니라 신경을 쓴답시고 대량의 정어리 파이를 구워내는 바람에……."

“으극.”

강신혁의 옆에서 얌전히 빵을 먹고 있던 엘레노어가 몸을 움찔했다.

한편 강신혁은 말로만 들어본 정어리 파이를 구경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차올랐으나 엘레노어가 필사적으로 그를 붙들었다.

“맛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모글 필요도 없고, 영국에서도 별로 유명한 음식은 아니니까……!”

“아하하하하하, 왜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거야? 사실 영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 요리사가 만든 거래요, 사람들 놀리려고.”

“지금 당신처럼 말이지.”

엘레노어는 브리짓 폴센을 거의 죽일 것처럼 째려보았다.

강신혁이 그녀를 대신해 브리짓 폴센의 이마에 딱밤을 먹였다.

“장난은 적당히 해요.”

“눼에.”

그러는 브리짓 폴센의 옆에는 강신혁의 사소한 손짓 하나하나에 쓸데없이 큰 움직임을 보이는 신은아가 있었으나 다들 모르는 척 그것을 넘어가주었다.

그러던 중 통신을 전달받은 신은아가, 드디어 입을 열 건수를 잡았다는 듯 일행을 보며 말했다.

“밥 먹고 나면, 탐색대를 편성할 거야.”

“드디어.”

“나라별로.”

“대충 예상은 했지만 다들 겁이 없네.”

강신혁의 말에 신은아가 휘휘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차라리 소수정예로 탐색대를 여럿 편성하는 쪽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보다 안전해. 몬스터가 어디에 얼마나 있을지 모르니까, 대응하기 편한 움직임을 취할 수 있도록.”

“이번 탐색으로 인근의 몬스터 현황을 파악하고 나면……."

“본격적인 토벌에 들어가겠지. 많이 죽겠지만, 피할 수 없어.”

신은아는 담담히 말하고는 회의에 다녀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빈자리로 폴짝 뛰어오는 것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오닉스였다.

은신을 유지하고 그림자에 숨어 이동할 수 있는 녀석에게 제우스 길드의 수뇌부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겼는데 지금 복귀한 것이다.

“어땠어?”

- 뀨우우, 뀨뀨, 뀨웃.

보고내용은 아까 강신혁이 도청기로 파악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원정길에 있었던 처참한 실패 이후 얌전해진 것처럼 보였던 놈들이었으나 역시나 아직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작전은 이틀 후, 우선 초인들을 흔들어놓고 그동안 후방에 있는 용병들을 접수한다는 굉장히 안정적인 계획이었다.

‘인류는 최소한의 생존권을 얻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데, 그 뒤에서 최강의 초인이니 뭐니 하는 걸 만들어내겠다며 괴물들과 붙어먹고 있단 말이지…….'

초인은 몬스터에 대적하기 위해 탄생하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강신혁에게는, 과연 저들이 같은 인간이기는 한가 의심이 가는 짓이었다.

- 으음, 이 정도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요…….

‘뭐가요?’

- 확실해지면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관리자가 말을 확실히 하지 않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만큼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하필이면 제우스 길드의 서브 마스터인 유준만이 그에게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강신혁이 일행을 보호하듯 가리며 앞으로 나서자, 뒤에서 브리짓 폴센이 또 깍깍거리며 주접을 떨었다.

아무래도 요즘 브리짓 폴센은 신은아라는 장수를 잡기 위해 그녀의 말, 즉 강신혁을 먼저 쏘려는 것이 아닌가 싶은 행동을 많이 했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제대로 헛짓거리였지만.

“좋은 아침입니다, 신은혁 씨.”

유준만은 다른 일행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강신혁에게 인사를 건넸는데, 특이한 점은 그 전에 아무것도 없는 그의 그림자를 빤히 바라보았다는 것이다.

강신혁은 그 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단숨에 눈치 채곤, 인상을 미미하게 찌푸리며 그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지?”

“다른 게 아니라, 떨어트리신 물건을 주웠습니다.”

유준만이 그 말과 함께 내민 것은,

놀랍게도,

그가 그에게 직접 붙여놓았던 집음기였다.

“……그게 뭐지? 난 잘 모르겠는데.”

그 순간 강신혁은 자신이 마스크를 쓰고 있음을 천운으로 여겼다.

목소리도 아마, 떨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상대는 그의 자연스러운 태도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잃지 않고 이어 말했다.

“모르십니까? 신은혁 씨와 비슷한 기운을 풍기는 물건이라서 신은혁 씨가 잃어버린 물건이 아닌가 했습니다만.”

유준만은 껄껄 웃으며 그 자리에서 그것을 부쉈다.

만약 그것이 강신혁의 물건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더라면 부수지 않고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을 텐데.

어쩌면, 아니 확실하게 그는 그것을 작동시키는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아니라면 됐습니다. 제가 괜한 일로 귀찮게 해드렸군요.”

“그래. 요즘 너희 때문에 정말 귀찮아. 진심이다.”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론 그런 일이 없으리라 약속드리죠. 그러면 이만.”

유준만이 뒤돌아 떠나갔다.

엘레노어의 그림자에 숨어 있던 오닉스가 뀨우? 하며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강신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오닉스가 그림자에 숨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정작 오닉스가 어디에 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집음기가 강신혁의 물건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직접 다루지는 못하고 부수었다.

이상 두 가지의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단 한 가지.

‘적측에 영력을 감지할 수 있는 조력자가 있으며, 바로 최근에 그 조력자와 접촉했으나 지금 당장은 함께가 아니다. 저 애매한 떠보기는 그래서야.’

- 회원님의 추리력이 정말로 놀랍습니다. 1,000,000 HP 보너…… 안 돼!

강신혁의 팽팽 돌아가는 두뇌에 감탄해 역대급의 HP 보너스를 안겨주려던 그 순간, 관리자가 그의 망막을 가득 채우는 메시지를 날려왔다.

그 순간.

- 차원 퀘스트 발생 조건이 충족되어, 지구의 대표로서 퀘스트를 발행합니다.

‘관리자님?’

- 지원자 중 랜덤으로 퀘스트 참가자가 확정됩…… ‘츠쿠요’ 회원이 퀘스트 수행을 위해 지구에 방문합니다!

- 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

관리자가 세상을 잃은 듯이 통곡했다.

강신혁은 대충 아까 관리자가 그에게 해주려던 말이 무엇인지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운을 머금은 바람이 그의 뺨을 간질이며 스치고 지나간 그때.

“휴우, 정말이지 마나가 옅은 세상이로군요. 어머나, 모루! 오늘도 멋지셔라!"

아홉 꼬리 불여우가 지구에 강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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