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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화. < Chapter 46. 아프리카 개척 - 1 >

“응, 이제 아무도 여기 못 들어와.”

신은아의 장담에, 강신혁은 자신의 동기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이제 순서대로 말해봐. 무슨 능력이냐?”

“B급 특성, 샤프 블레이더. 바람의 기운으로 검을 날카롭게 만든다는데? 아, 스테이터스는 평균 C랭크 정도 되네.”

“난 B+인데. 짜잔, 나 불 뿜는다?”

“전 A랭크네요, 형. 대지의 마력으로 몸과 장비를 단단하게 만드는 [가디언]이라고. 아, 직접 흙벽 같은 걸 세울 수도 있나 봐요.”

“헐, 조운형!”

“와, 운형이 계 탔네.”

B랭크 특성만 되어도 랭커가 될 가능성이 열린다고 할 수 있지만, A랭크부터는 차원이 달랐다.

비능력자였다가 한순간에 B랭크 이상의 능력자로 탈바꿈한 주제에, 이진석과 유혜나는 A랭크 특성을 얻은 조운형이 부러워 죽으려고 했다.

하지만 강신혁이 보기엔 셋 중 가장 노력한 조운형이 가장 좋은 특성을 각성하는 것이 당연해보였다.

“특성은 진화할 수도 있으니까 부러워하지만 말고 앞으로 노력해. 당분간은 능력 감추고,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다가 자연스럽게 각성한 것처럼 행세해.”

“알고 있다니까. 이것도 다 네 덕분이다, 진짜.”

이진석은 껄껄 웃으며 강신혁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다만 그가 정말로 강신혁의 특성으로 인해 자신이 각성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그와 함께한 특훈이 성과가 있었나, 하는 정도가 고작이겠지.

‘그것도 약속이나 한 것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보주의 속성과 관계되는 특성을……. 앞으로도 연구가 필요하겠어.’

아무리 믿을 수 있는 동기들이라지만 이런 중대한 사실까지 고백할 수는 없어, 강신혁은 그저 쓴웃음을 지을 따름이었다.

“앞으로도 방심하지 말고. 특히 제우스 길드는 위험해.”

“설마 우리 마스터가 배신자였을 줄은 몰랐어.”

“대놓고 욕을 하고 다니면서 아무도 자신을 의심하지 못하게 한 거지. 이 고슴도치 아니었으면 죽을 뻔했다니까.”

- 뀨!

오닉스는 자신을 쓰다듬으려는 유혜나의 손길을 피하려 등에 가시를 세웠다.

따가워하는 유혜나를 떠나 폴짝, 강신혁의 어깨에 안착한 오닉스.

그는 처음부터 녀석에게 줄 용도로 만들어두었던 단검 하나를 꺼내 먹여주었다.

“고생했다, 오닉스.”

- 뀨우.

“야, 그런데 회의는 어떻게 됐냐? 우리 같은 말단한테까지는 얘기가 안 들어와. 가는 거야, 돌아가는 거야?”

이진석의 질문에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강신혁과 신은아, 브리짓 폴센이 두 척의 선박을 모두 무사히 데리고 돌아오고부터 1시간.

그들은 조금 전까지 초인들과 용병단의 대표들(마스터가 죽은 거너즈에서는 서브 마스터가 참여했다.)과 함께 격한 논의를 했고.

그 결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병력 이탈은 없었고, 열 척의 배가 모두 아프리카로 향하게 되었다.

“어떻게 그 꼴을 겪고 아프리카로 들어갈 생각을 하는 거지?”

“이미 손해를 봤으니까.”

신은아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용병들도 어지간히 무리를 해서 참여한 거니까, 이대로 배를 돌리면 자기들만 손해야. 특히 마스터를 잃은 거너즈는 용병 길드로서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물러날 수 없어.”

강신혁은 당초 거너즈가 이번 원정에 참여한다는 얘기를 듣고, 협회로부터 그들에게 압박이라도 들어간 것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초인사회에서 난다 긴다 하는 이들 모두가 참여하는 상황에서 자신들만 빠지면, 차후 극복할 수 없는 격차가 생겨날 것이란 데서 오는 초조감과 경쟁심이 그들을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바보들이잖아……."

“응, 다들 원래 바보야. 쭉 그래왔어.”

신은아는 씁쓸하게 말하면서도 자신의 손을 뻗어 은근슬쩍 강신혁의 손을 잡으려 했다.

그가 자연스럽게 자세를 틀어 그녀의 손을 피하자 신은아가 그를 빤히 바라보며 항의했다.

“어, 그…… 두 사람은......."

“이진수, 닥쳐.”

"응."

너무나도 평범한 관계처럼은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의 모습에 이진석이 조심스레 질문을 하려 했으나, 그 전에 유혜나가 그를 닥치게 했다.

강신혁은 그 모두를 무시하며 거너즈 근처의 함선들을 돌아보았다.

다섯 척의 함선은 모두 처음과 같은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 욕망이라는 이름의 함선이로군요, 회원님. 회원님 옆에도 욕망이라는 이름의 불여우가 있습니다.

‘그럴 듯한 말 하지 마요.’

- 500,000HP 보너스!

‘매도도 기꺼운 거구나, 그러니까.’

다른 용병단이 물러서지 않는 것도 어이가 없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나 제우스 길드가 낯짝 뻔뻔하게도 근처로 따라붙는 꼴을 보며 이가 갈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아까 있었던 일과 자신들은 전혀 관계가 없다는 듯, 태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까 회의에 참여한 제우스의 서브 마스터 유준만은 강신혁이 무사해 다행이라는 듯이 껄껄 웃기까지 했다.

“꼬리를 쉽게 드러내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결국 게이트 안에서 붙잡아온 놈들에게선 제우스 길드가 요르문간드와 연결되어 있다는 뾰족한 증거를 잡아낼 수가 없었다.

다만 틸로 카우베의 시체에서 제우스 길드와 연락을 주고받은 흔적이 남아있는 개인 물품을 발견했기 때문에, 거너즈는 제우스 길드가 ‘적’이라는 심증을 가진 채 놈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도청기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지?”

“당연하지.”

“그러면 괜찮아.”

강신혁이 내보이는 걱정에, 신은아는 담담한 안색을 유지하며 말했다.

“다시 이빨을 드러내는 그때 다 죽여 버리면 돼.”

“……그래.”

자신의 부모가 관계되어 있는 일인데 그녀는 괜찮은 것일까, 차마 물어볼 마음은 들지 않았다.

대신 이번엔 그녀가 뻗어온 손을 피하지 않고 잡아주었다.

동기 3인방은 지금 빠지지 않으면 나중에 더욱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파악하고는, 아주 조용히 도망쳤다.

강신혁은 그들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으며 한숨을 내쉬곤,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슬슬 독립해.”

“독립했어. 스킨십은 별개야.”

순순히 독립했다는 말을 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스킨십은 별개라며 뻔뻔하게 주장하는 것은 더욱 놀라웠다.

강신혁은 어처구니가 없어 말했다.

“내가 보기엔 아직 멀었는데?”

“……클레어랑도 손 잡아?”

난데없이 날아드는 질문에 눈을 가늘게 뜨고 신은아의 안색을 확인했으나, 겉으로 보기에 그녀는 안정되어 보였다.

이전에 자신과 클레어의 관계에 대해 고백을 하려던 때엔 필사적으로 도망치더니…… 강신혁은 한숨을 내쉬며 솔직히 말했다.

“잡지, 그야.”

"......흥."

이건 강신혁이 말할 것도 없이 그녀가 강신혁과 클레어의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는 어필로 봐도 괜찮을까?

강신혁은 콧소리를 내면서도 자신의 손을 놔주지 않는 신은아의 옆모습을 보며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아, 여깄었네! 계속 찾았잖아요!”

그때 빠져나간 동기 3인방을 대신하듯, 하늘을 박차고 날아온 브리짓 폴센이 사뿐히 그들 곁에 착륙했다.

“언니, 저랑도 스킨십할까요?”

“싫어.”

“치, 그러면 우리 인형사 씨랑 ”

“나도 싫어.”

자신에게 윙크를 하며 달라붙는 브리짓 폴센에게 강신혁은 신은아 못지않게 매정한 대꾸를 했다.

물론 그녀는 굴하지 않았다.

“이렇게 단호한 거절이라니……! 하지만 이 남자, 침대에선 어떨까?”

“잠들고 싶은 거라면 그렇게 해줄게. 영원히.”

“꺄학! 나 잡아 봐라!”

강신혁은 브리짓 폴센의 고귀한 희생으로 간신히 신은아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홀로 남은 그는 자신의 배로 돌아와, 우선 클레어에게 피치못하게 초월 포션을 하나 써버렸다는 보고를 했다.

[♥클레어♥ : 안 다쳤어?]

[나:멀쩡해.]

[♥클레어♥:그럼 됐어. 맘 같아선 바로 하나 더 만들어주고 싶은데 재료 매물이 안 나와ㅜㅠ]

[나:괜찮아. 포션 하나를 그냥 날리긴 했지만 그 덕에 비장의 수단은 제법 만들어놨으니까.]

[♥클레어♥:오주영은 어땠어? ……뱅가드 얘기 안 해?]

[나:안 하던데. 내가 보기엔, 그냥 강해지는 데에만 흥미가 있는 것 같았어.]

전형적인 만화의 악역처럼 말이지.

라는 뒷말은 삼켰는데, 클레어가 알아서 답을 맞춰주었다.

[♥클레어♥:완전히 몬스터가 됐나보네. 홀로 남은 딸한테도 자신이 이끌던 길드에도 책임감을 못 느낀다니……  정말 최악이야.]

[나:어쨌든 이제 그놈은 완전히 끝났으니까 차라리 잘 됐어. 오혜나도 그냥 모르고 넘어가는 쪽이 행복할 거야.]

그는 그 메시지를 보내곤 아까 인벤토리로 받아들였던 ‘엑스칼리버 - 디스페어’를 꺼내들었다. 신은아는 필요 없다고 해서, 망설이지 않고 인 마이 포켓 한 것.

등급은 불명으로, 놈이 죽는 순간까지 붙들고 있었으니 이전 신살검에게 흡수시켰던 마룡의 송곳니 못지않게 놈의 정수가 담겨 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그런데 가볍게 영력을 흘려 그것을 탐색하던 강신혁은, 그 안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악의와 욕망을 감지하고 동작을 딱 멈추고 말았다.

[나 : 클레어, 미안. 방금 했던 말 취소.]

[♥클레어♥ : 응?]

[나 : 오주영 아직 안 죽었어.]

강신혁은 한 가지 착각을 하고 있었다.

요르문간드가 오주영의 머리통을 들고 갔기에, 놈의 핵심은 머리통이며 그것을 부수면 다시 되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아니었다.

놈의 핵심은 검에 특정한 힘을 부여하는 특성이며, 인간을 버리고 마물화된 그는 그 특성을 극대화하여 자기자신을 담아낸 검을 여럿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절망이라는 이름의 엑스칼리버가 그러했다.

오주영의 능력이 담겨있는 것뿐만이 아니라, 오주영 자신의 자아가 쪼개어져 담겨 있었다.

[♥클레어♥ : 그거 완전히 호크룩스 아냐?]

[나 : 알집 분할 압축이라고 하자.]

[♥클레어♥ : 역시 우리 자기야, 아주 똑똑해.]

물론 능력 발현의 매개는 어디까지나 머리통이었고, 신은아가 그 머리통을 부수었으므로 앞으로는 추가로 능력을 발현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오주영이 만들어낸 검들은 요르문간드 내부에 여럿 존재할 것이고…… 그 모두를 해치우지 않는 한은 오주영을 죽였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었다.

[♥클레어♥ : 그럼 지금 그 검이 제일 위험한 거 아냐? 오주영 본체가 들고 있던 검인데.]

[나 : 그렇긴 하지.]

심지어는 강신혁이 예상한 바 그대로, 머리통이 깨지는 순간 놈은 자신에게 남아있던 모든 힘을 검에 집중시키기까지 했다.

이미 검을 본체로 삼아 움직일 수 있는 마물이 되었기에 그런 과감한 선택이 가능했으리라.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자아를 지닌 마검처럼, 검을 쥔 자의 정신을 잠식해 자신의 새로운 육신으로 삼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이 검이 강신혁이 아닌 다른 인간의 손에 떨어졌더라면, 충분히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나 : 하지만 놈은 영력을 못 다뤄. 걱정하지 말고 맡겨둬.]

[♥클레어♥ : 응……. 영력이라면 또 우리 신혁 씨가 최고긴 하지.]

[나 : 오히려 좋은 기회야.]

이미 한 번 강신혁에게 검을 빼앗기고도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하다니.

강신혁 입장에선 그저 코웃음이 나올 일이었다.

물론 과거 전세계 랭킹 1위에까지 도달했던 자의 근원은 결코 넘어서기 쉬운 대상이 아니지만, 놈은 이미 자신을 여럿으로 쪼개 몇 개 인가의 검에 나누어 담은 상태이니 상당히 약화되어 있을 터다.

차근차근 공략한다면 오히려 놈의 힘을 강신혁의 것으로 가져올 수도 있으리라.

‘사물에 특수한 힘을 담는다…… 이건 내 능력과 일맥상통하는 것이기도 하잖아.’

어쩌면 이 검을 정복하는 순간, 수호황룡은 비로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강신혁은 그런 강한 예감을 하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클레어♥ : 보고 싶어. 차원 퀘스트 갔을 땐 아예 다른 세계니까 얌전히 기다릴 수 있었는데, 지구는 힘들어.]

[나 : 나도 보고 싶어. 후딱 끝내고 갈게.]

[♥클레어♥: 다쳐서 오면 진짜 혼나.]

[나 : 사랑해.]

[♥클레어♥ : 몰라, 돌아와서 말해줘.]

지친 정신에 클레어로 활력을 불어넣고 고개를 드니, 어느덧 초인들이 다시 전투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바다에 침식형 게이트! 전투 준비!”

“젠장, 누가 바닷길이 제일 쉽다고 했어!”

“그럼 네가 지브롤터로 돌진하든가!”

요르문간드에 제우스, 신은아에 오주영, 신경 쓸 것도 많은데 아프리카 대륙에 도달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라니.

강신혁은 한숨을 내쉬며 대낫을 들었다.

항구도시 카사블랑카까지는 아직도 많은 관문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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