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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자마자 VIP-237화 (237/345)

237화. < Chapter 43. 그녀는 알고 있다. - 3 >

- 은아 님의 귓속말 : 제우스는 사실…… 내 양친이 만든 용병 길드야. 저 사람도 그래서 나한테 아가씨라고 부르는 거고.

이미 클레어에게 그 얘기를 들었던 강신혁은 처음 듣는다는 모습을 연기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써야 했다.

- 부모님이 대단하신 분이네. 깜짝 놀랐어.

굉장히 보편적인 대꾸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의 메시지에 마음이 들지 않는 부분이 있었던 건지 신은아는 그를 살짝 째렸다.

그리곤 제우스의 서브 마스터, 이강율에게 물러나라는 손짓을 했다.

“전 제우스와 아무 관계도 없으니 볼 때마다 와서 인사할 필요도 없어요.”

“주인님도 마님도 아가씨가 돌아오길 언제까지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헛수고예요.”

신은아는 그의 말을 일축하고는 강신혁의 손을 잡아끌고 엘레베이터에 올랐다.

기분 탓인지 이강율이 그것을 보며 눈을 반짝이는 것만 같았다.

“두 분 사이가 좋으시군요.”

“아직 있었나요?”

“이런, 제가 실례를 한 모양입니다. 그럼 잠시 후 회의에서 뵙지요.”

남자가 물러가고, 둘은 엘레베이터에 올랐다.

엘레베이터 문이 닫히자 비로소 신은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정말 싫어.”

“……대충 예상은 했어.”

“저 사람들이 있을 땐 나한테서 떨어지지 마. 어떤 수작을 부릴지 몰라.”

“나 세계랭킹 4위야.”

안심하라는 뜻에서 그렇게 말했더니, 신은아는 그랬지, 하며 비로소 작게 웃었다.

그러나 강신혁의 손을 맞잡은 손아귀에서는 아직 힘이 빠지지 않고 있었다.

“내가 어째서 특성이 두 개인지는 그때 들었지?”

“그래. 셋이서 같이 차원 퀘스트를 했을 때.”

“응. ……제우스 내부에서, 아직 그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어.”

어째서? 그가 듣기로 분명 그녀의 부모는 자신들이 낳은 아이, 즉 자신들의 대리자가 세계최고의 초인이 되는 것을 바랐기에 인공초인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것일 텐데.

딸이 아닌 다른 사람을 초인으로 만들어도 아무런 의미도 없지 않은가.

“그 사람들한테 나는 이제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지 않을까. 난 이미 최강이고, 그 사람들을 대리하지도 않으니까.”

그 말은 마치, 자식을 통제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부모가 자식과의 연을 끊으려 한다는 것처럼 들렸다.

강신혁이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그녀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대신 그 사람들은 스스로를 강화하는 데에 집착하기 시작했어. 제우스에 속한 용병들…… 신체를 개조한 용병들은, 그저 데이터를 얻기 위한 희생양일 뿐이야.”

“다른 이를 믿을 수 없으니, 스스로를 최강으로 만들겠다고.”

“그래. 내가 있는 이상은 불가능하겠지만.”

신은아의 광오한 말에 강신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아직까지도 사람들은 신은아의 진정한 능력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강신혁과 클레어만은 알고 있는 것이다.

히어로 유니버스의 회원들조차 능력 자체의 격만 따지면 한 수 물러나줄 만큼 어마어마한 특성, [마나의 지배자].

모든 마나를 지배하고, 그 마나를 다루는 온갖 마법의 이치를 깨달은 그녀는 지금 이 순간도 실시간으로 강해지고 있으며, 스스로의 잠재력의 한계를 깨부수고 있다.

“응? 그런데 아까 그 사람은 왜 와서 인사를 했던 거지? 선배를 포기했다면 아예 무시하는 게……."

“글쎄. 내가 저들을 잡아들일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걸 눈치 채고 있기 때문이려나.”

아, 하고 강신혁은 감탄사를 냈다.

현대에 인체실험은 당연히 금지되어 있다. 스스로가 원해 몸을 내밀었다 해도 죽음에 이를 만큼 위험한 실험을 하는 끔찍한 일 따위가 용납될 리 없다.

어쩌면 신은아가 초인협회에 들어온 이유 중에 하나로, 한국 내 모든 초인을 관리하고 때에 따라선 구속할 수도 있는 권력, 그것을 원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는 그녀가 부모에게 품고 있는 깊은 감정을 차마 헤아리지 못했으나, 어딘가 쳐져 보이는 그녀의 모습을 견디지 못해 충동적으로 그녀의 손을 꽉 붙잡았다.

“내가 도와줄 거 있으면 말만 해. 뭐든 도와줄 테니까.”

"......."

엘레베이터가 목적하던 층에 도착했다.

그런데 신은아는 닫힘 버튼을 늘러 엘레베이터가 열리지 않게 하더니, 가만히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날 도와주려는 건…… 은아의 할부지니까?”

"........"

어딘가 매달리는 듯한 눈빛에 그대로 고개를 끄덕여줄 수 있다면 편했겠지만, 그녀의 독립을 위해서는 부정해야 했다.

설령 강신혁의 마음이 그녀가 말한 그대로라고 해도.

“할부지라는 말 쓰지 말랬지. 소중한 사람이니까 돕겠다는 거야. 그 부분 오해하지 마.”

“……응, 알았어.”

기대했던 대답이 아니었던 거겠지, 신은아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얼굴을 그에게 보이지 않는 각도로 틀었다.

자신은 분명 정답을 고른 것이다.

강신혁은 그렇게 믿으며, 신은아의 손을 최대한 상냥하게 붙들었다.

"알고 있다고, 말했는데.”

앞서 걷던 그녀의 중얼거림은 너무 작았던 탓에 미처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

“바쁜 와중에 모여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한국 초인협회 본부장, 한수연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가끔씩 TV에서나 보던 여자의 얼굴을 실제로 보게 되자 강신혁은 신비한 기분이 들었으나, 그것은 강신혁을 보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강신혁은 공식석상에는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으며 노출이 극도로 제한되어있는 인물이었으니.

실제로 그가 뇌제와 함께 나타난 것을 보며 감격해하는 인물도 있었으니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이게 된 이유는 다들 알고 계시리라 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아프리카 대륙 원정 프로젝트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처음 들었다.

처음 들었다고!

‘아프리카? 게이트 사태 초기에 일찍이 몬스터들의 손아귀에 떨어진 바로 거기? 미친 거 아니야?’

제아무리 인류가 많은 성장을 해왔다고는 해도 아프리카는 급이 다른 곳이었다.

몬스터들은 오랜 시간 방치하면 번식을 한다. 그뿐인가? 다른 종을 잡아먹고 성장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아프리카는 방치된 지 수십 년이 흘러, 게이트가 무수히 발생하여…… 생존경쟁 끝에 살아남은 몬스터들의 능력이 극대화된, 문자 그대로의 지옥이었다.

-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으실 텐데 잘 알고 계시는군요, 회원님.

‘그야 인공위성 사진이 나도니까요. 무시무시했어요. 심지어 생물도 아닌 인공위성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걸 눈치 챈 한 몬스터가 빔 같은 걸 쏴서 격추시키더라니까요.’

- 지구에도 그런 몬스터가 서식하고 있었군요. 수백 킬로미터 고도의 인공위성을 격추시킬 정도라면 SSS+랭크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렇죠. 저도 이제 빔을 쓸 수 있지만 아무래도 그 정도는……'

- 신염의 화로로 포이보스를 재단련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요.

‘진짜? 진짜로?’

- 700,000HP 보너스!

어째서 이 타이밍에 보너스를 주는 건지는 당최 이해할 수가 없지만 아무튼 관리자가 그에게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빔이 아니라, 이 정신 나간 인간들이 감히 아프리카 진출을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을 놔두게 된다면 언젠가 놈들이 다른 대륙으로 건너오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아프리카와 인접한 중동 국가들은 궤멸 직전의 상태입니다. 이들이 무너지면 다음은 유럽이고, 그 다음이 아시아입니다. 머지않았습니다.”

“반년 전부터 일어난 게이트의 대량발생…… 만약 아프리카에도 동일한 규모로 일어났다고 한다면, 정말로 위험합니다.”

회의에서 오가는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강신혁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러고 보면 그렇다.

한국만 해도 지난 반년간 얼마나 많은 게이트가 발생했던가?

그것도 대다수가 하급이 아닌 B랭크 이상의, 경계가 필요한 고위 게이트였다.

만약 아프리카에도 그만큼 게이트가 발생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고스란히 아프리카의 전력 강화로 이어졌을 것이다.

가뜩이나 끔찍했던 아프리카의 사정이 더더욱 끔찍해졌다는 얘기다…….

“뭣보다 아프리카에는, 놈들이 있습니다.”

백양 길드의 서브 마스터 이진영이 이를 부득 갈며 말했다.

뱅가드의 새로운 서브 마스터, 임훈이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보충했다.

“요르문간드.”

“뱅가드 서브 마스터께는 조금 껄끄러운 얘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전혀요.”

회의에 참여한 누군가가 뱅가드 대표의 속을 긁어놓기 위해 일부러 가식적인 목소리를 냈지만, 임훈은 단호하게 대꾸했다.

“우리 뱅가드는 요르문간드를 처단하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전 마스터의 과실을 용서받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가 인류에 끼친 피해만큼은, 아니 그 이상으로 저희가 반드시 보상해낼 생각입니다.”

“큼, 뱅가드의 능력은 언제나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요르문간드의 주축 세력이 아프리카의 몬스터 세력과 교류하며, 심지어는 몬스터들과 소통하고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된 지금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의장이 말을 받아 회의를 진행했다.

“게이트 대량발생이라는 위기를 성공적으로 이겨낸 지금, 우리는 아프리카 원정을 성공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을 증명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초인협회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유럽연합, 중국, 러시아도 우리와 함께할 겁니다.”

“터무니없는 대형작전이군요.”

“특히 우리 한국 부대에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초인 브리짓 폴센 양이 함께할 예정입니다.”

“덴마크는 유럽연합에 속하지 않습니까?”

“덴마크에는 브리짓 폴센 양을 제외한 하이랭커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브리짓 폴센 양이 우리가 보유한 하이랭커들과 함께 정예로 활동하고, 그 성과의 일부를 덴마크 측에 양도하기로 했습니다.”

“음.”

“이득이군요.”

“유럽연합 측의 정예부대에 합류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허어.”

아프리카 정벌을 성공적으로 해내기만 한다면 따라오는 보상은 막대할 터다.

이미 침식될 대로 침식되어 지구보단 이계의 그것에 가깝게 변한 환경, 그 안에 묻혀져 있을 자원.

나아가 고위 몬스터들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부산물, 그들이 품고 있을 아티팩트까지.

이 자리에 참여한 이들 대부분 그것을 바라고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그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안전이었다.

세계랭킹 7위의 브리짓 폴센이 함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안정감은, 막대한 수익의 일부분을 포기해서라도 꼭 얻고 싶은 것이었다.

“폴센 양에게는 우리 말고도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이 많았을 텐데, 대체 어떻게 그녀를 영입한 겁니까?”

“유럽연합의 반발은 없습니까?”

“덴마크는 지금도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려 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이 덴마크의 방위에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인데, 이번에도 그런 갈등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마침 브리짓 폴센 양이 뇌제와 친분이 있어……."

“허참.”

“세계랭킹 1위와 7위의 교분이라니."

“심지어 4위인 죽음의 인형사도……."

"끙."

이번 원정에서는 무려 세 명의 탑 랭커가 같은 팀으로 묶였으니 이 자리에 모인 이들 입장에서는 좋아해야 마땅한 일이지만, 탑 랭커끼리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평소 그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길드의 입장으로선 영 달갑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편한 기색을 지금 여기서 티낼 수도 없고, 다들 속으로만 끙끙거리며 겉으로는 박수를 칠 따름이었다.

“한국이 확실하게 리드할 수 있겠습니다.”

“아프리카 정벌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긴다면 한국의 위상을 다시금 세계에 떨칠 수 있겠어요.”

“저희 제우스 길드도 그 영광스런 길에 함께하고 싶습니다.”

“백양도 물론.”

“그러면 지금부터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고자 합니다만……."

의장이 말을 이으려는데, 문득 신은아가 강신혁의 허벅지를 쿡쿡 찔렀다.

아직 강신혁은 별 말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그의 참가를 확정짓고 있는 다른 이들에게 뭐라고 말이라도 해주라는 뜻이었겠지만.

강신혁도 그것이 신은아의 무의미한 발악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실상 그녀는 그를 이곳에 데려올 때부터 ‘우리 둘 다, 빠지는 건 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테니까.

‘여기서 빠질 수는 없어. 사회적 입장으로도, 내 개인적 신념으로도.’

아프리카 대륙, 요르문간드.

그 두 가지의 키워드를 듣는 것만으로 강신혁은 마음을 굳히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입을 열어 뭐라 말하는 대신, 테이블 아래에서 가만히 신은아의 손을 잡아주었다.

신은아는 순간 움찔했지만, 직후 얌전해져 아주 살짝, 그에게로 몸을 기울였다.

- 회원님, 미스테이크! 미스테이크입니다!

관리자가 시끄러웠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손녀의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것이 먼저니까.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 정말 엉뚱한 말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그 와중에 백양의 서브 마스터 이진영이 그들을 보며 눈을 빛냈다.

아무래도 둘이 테이블 아래에서 손을 잡은 것을 눈치 챈 모양이었다.

이곳이 감각이 뛰어난 초인들만이 모인 장소라는 사실을 간과한 그의 실수였다.

“그래서 대체 누구랑 사귀시는 건가요, 신은혁 씨?”

그 순간.

회의장이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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