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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자마자 VIP-233화 (233/345)

233화. < Chapter 42. 게이트 합숙 - 3 >

오혜나의 무기는 대검이다.

대검은 빠르기보다는 묵직한 타격에 중점을 두는 무기고, 한기를 뿜어내는 그녀의 특성은 대상을 느리고 둔하게 만들어, 그녀의 공격에 취약한 상태로 만든다.

자신이 느린 만큼 상대를 느리게 만든다. 단순하지만 좋은 생각이고, 그것은 그녀보다 수준이 낮거나 비등한 상대에게는 굉장히 유효했다.

물론 강신혁에게는 어림도 없었지만.

“허억, 허억……."

“더 좋아졌어. 검이 점점 무거워지네.”

그녀와의 대련을 마친 후 강신혁은 진심을 담아 칭찬했다.

상대와의 간격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그녀의 움직임은 발군이었다.

손에 들린 것이 대검이 아니라 레이피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빠른 풋워크며 날렵한 동작은, 그녀가 여성으로서 타고난 유연함을 극한까지 살렸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면서 또 결정적인 순간 묵직하게 쳐들어오는 대검의 살벌한 기세는 아버지 오주영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었다. 물론 그를 정면에서 죽인 강신혁이 입에 담을 수는 없는 말이었지만.

“스치지도, 못했는데……!"

“그래도 충분히 빨랐어.”

제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이던 오혜나가 억울한 투로 말했다.

그녀가 강신혁을 뛰어넘을 수 있을 리는 당연히 없지만, 그래도 이전에 대련을 치렀을 때에 비하면 상당히 성장한 모습을 보여 강신혁은 물론이고 비룡기사단의 단장인 엘레노어도 감탄했다.

“놀라워. 카렌이 보고 배웠으면 좋게쏘.”

“괜히 죄 없는 카렌만 얻어맞네.”

“나중에 대련 한 번 붙여. 신입생한테 지고 나면 걔도 생각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엘레노어는 오혜나 정도면 지금 당장 비룡기사단에 들어와도 수위를 차지할 실력이라고 판단했다.

과연 전 세계랭킹 1위의 딸이라는 명함에 부끄럽지 않은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

“S랭크야……."

그때 오혜나가 가만히 중얼거렸다.

강신혁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뭐가 S랭크인데?”

“내 검, 아버지가 직접 들어갔던 게이트에서 얻어온 고대 유물……. 그 날은 내 열두 번째 생일이었어. 아버지는 드물게 월권행위를 해서 그 검을 나한테 선물로 줬어.”

그러고 보면 그녀는 처음에 봤을 때도, 강신혁과의 대련을 목적으로 찾아왔던 날도 푸른 대검을 등에 메고 있었는데, 이번엔 그것을 들고 오지 않았다.

아무 때나 휘두를 수는 없는 소중한 검이라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왜 이 타이밍에 갑자기 그 대검에 대한 얘기를 꺼내는 것일까, 강신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순순히 그녀의 말에 맞춰주었다.

“감동적인 이야기잖아.”

“그런데.”

그런데, 하고 그녀는 강신혁이 만들어 빌려준 대검을 두드리며 울분에 찬 외침을 내뱉었다.

“그런데 왜 당신이 며칠 만에 만들었다는 검이 그 검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건데!”

“오우야.”

아무래도 대련을 치르는 와중에 감정이 북받친 모양이다.

그것도 강신혁은 차마 상상도 못했던 방향으로.

“아니 이젠 무기 잘 만든다고 또 뭐라고 하네.”

“너무 좋잖아, 이 대검! 마치 나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만든 것 같아, 기분 나빠……!”

“진짜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거야.”

오혜나의 복잡한 마음은 이제 강신혁으로선 해석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러나 관리자는 감탄한 기색으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 관리자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회원님께는 아무렇지 않은 가치를 지닌 것이 저 불여우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했던 가치를 가볍게 짓밟을 만큼 대단하기 때문이죠. 즉, 저 불여우는 회원님에게 끌리는 자기자신을 부정하기 위해 저렇게 화를 내는 것입니다!

방금 굉장한 비약이 이루어진 것 같은데.

‘좀 더 자세히.’

- 회원님의 모든 것이 너무 파격적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강한 것뿐만이 아니라 뛰어난 제작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많은 불여우들과의 인맥은 물론이고 자신과 가장 친한 오빠와 친구이기까지. 강한 증오는 곧 강한 관심, 곧 저 불여우는 회원님의 색다른 매력에 어쩔 수 없이 빠져드는 동시에 회원님께 애증을 느끼고…… 역시 지금 죽여야겠습니다.

‘굉장히 인상 깊은 소설이라도 읽었나 봐요, 관리자님.’

어쩐지 히어로 유니버스에 소설연재 게시판이 있더라니.

왜 히어로 유니버스 고인물들이 가끔씩 거기다 창작소설을 연재하는지 알 것만 같다.

필시 관리자로부터 보너스 포인트가 들어오겠지!

“네가 아버지한테 받았다는 그 검은 오래된 거라며? 그럼 당연히 발전된 기술로 만들어진 검이 더 강하지.”

“아티팩트는 원래 오래될수록 더 강해!”

아티팩트는 단어 자체로 ‘오래된 유물’이라는 뜻을 갖는다. 인간들이 만들어낼 길이 없이, 게이트에서 출토되는 기이한 능력의 물건들을 가리키던 말이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것이 이제와선 능력을 갖고 있는 물건 전반을 이르는 말로 정착한 것이다.

그러나 인공적으로 아티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 지금도 여전히 게이트에서 출토된 천연 아티팩트를 넘어설 수는 없었고, 그러다보니 아티팩트는 오래될수록 강하다는 말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모든 기술을 계승하기라도 한 거야? 어째서 그 나이에 그렇게 많은 걸 가진 거야? 대체 어떻게?”

“아, 혜나 저거 인지부조화 왔네. 쓸데없이 괴로워할 필요 없는데.”

벗어날 수 없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오혜나가 끙끙대는 것을 보며 백인하가 혀를 찼다.

그러나 이나희는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원래 저 나이 땐 모든 게 다 괴로워. 어쩌면 내일 아침엔 수프에 왜 옥수수콘이 들어가 있냐고 괴로워할지도 몰라.”

“어……. 수프에 들어가요, 옥수수콘……?"

“넣을 거야. 얌전히 처먹어.”

그때였다.

대체 누구한테 짜증을 내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자꾸 성질을 내던 오혜나가, 문득 초연해져 고개를 들어올렸다.

“한 판 더 붙어.”

“그래, 언제든지.”

그녀는 일어서자마자 바닥을 박차며 돌진해왔다.

호흡을 가다듬은 것인지, 돌진과 함께 내질러오는 대검에는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강신혁이 자신의 검을 들어 그것을 받아칠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그의 양 무릎, 양 팔뚝에 어느덧 얼음이 달라붙어 그의 움직임을 억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

그는 상당히 놀랐다.

영력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순간이나마 그의 감지력을 뛰어넘는 속도로 기습해올 줄은 몰랐으니까.

머리 위로 강한 압력이 느껴진다. 저 대검이 그대로 떨어지면, 모르긴 몰라도 상당히 아플 것이다.

‘대검에 담긴 마력도…… 위력이 유지되고 있어. 엘리트들은 어릴 때부터 능력을 다채롭게 다루는 연습을 한다더니 역시 다르긴 다르구나…… 음?’

그때였다. 강신혁이 저항할 수 없는 타이밍에 밑바닥에서 전갈 한 마리가 솟구쳤다.

이 필드는 전갈들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없다.

대련 중에도 언제 있을지 모르는 전갈의 습격을 경계해야 하는데, 하필이면 오혜나의 공격을 받아내야 하는 타이밍에 전갈이 강신혁을 노리고 바닥에서 튀어 오른 것.

‘이 녀석, 혹시.’

강신혁은 눈만을 굴려 오혜나를 째리며 생각했다.

자신이 이것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방금 팔과 다리에 성에가 끼는 것을 미리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그렇고, 명백하게 그의 감각이 ‘둔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 얘기는, 어쩌면, 이 상황 자체가 오혜나의 능력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단순히 얼음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아니라 이거지.’

만약 그렇다면 오혜나는 상당한 책사다.

어떻게든 그의 움직임을 억제하고, 기어코 그에게 한 방을 먹이겠다는 의도로 능력을 감추고 최상의 타이밍을 유도한 것이다.

‘진짜 능력이라도 성장한 건가.’

- 원래 좌절감이 인간을 성장시키는 법입니다, 회원님.

‘저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죠.’

강신혁은 코웃음을 쳤다.

그 순간 그의 전신 위로 태양처럼 붉은 불꽃이 솟구쳤다.

순식간에 그의 팔과 다리를 옥죄던 얼음을 녹여버리고, 하는 김에 그를 덮쳐오던 전갈도 태워버렸다.

한순간 극렬하게 타오른 불꽃은 임무를 완수하고는 바로 소멸했고, 강신혁은 눈앞에서 솟구친 불꽃에 그만 중심을 잃고 자신 쪽으로 엎어지는 오혜나의 이마를 검날로 가볍게 때렸다.

“그 정도로 놀라면 쓰나.”

“뭐, 뭔데!? 또 아티팩트야?”

이마를 감싸 쥐며 자리에 주저앉은 오혜나는 강신혁이 대체 뭔 수를 썼는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그를 째렸다.

강신혁은 솔직히 답해주었다.

“아니, 스킬인데.”

“말도 안 돼, 속성의 힘을 그렇게 자유롭게 다루는 스킬이라니, 그건 이미 하나의 특성이잖아.”

“아까 다른 속성도 다뤘잖아. 자.”

믿지 못하는 오혜나를 위해 친절히 손에 바람의 구체를 하나 만들어 보이는 강신혁. 그것에 살짝 불을 섞자 격렬하게 타오르는 불덩어리가 완성되었다.

바람은 불을 강화시킨다. 두 속성을 함께 다룰 수 있는 강신혁은, 이 두 가지 능력에만 매진해도 하이랭커로 이름을 날릴 수 있게 되리라.

“바, 바람…… 인하 오빠 능력인데……."

“아니 세상 모든 바람이 백인하 건 아니잖아.”

그는 그것을 뒤로 던져 마침 그곳에 출몰한 전갈을 태워버리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도 방금은 훌륭했어. 능력 성장한 거 아냐?”

“윽, 으아아아아아, 인하 오빠아아아아!”

강신혁의 새로운 능력을 알게 되는 것과 동시에 완패를 기록한 오혜나는 끝내 눈물을 찔끔 흘리며 백인하에게로 달려갔다.

오늘도 녀석을 울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와, 우네.”

“얼음공주 같았는데.”

“쟤 뻑하면 울던데요.”

“아니야!”

이나희, 엘레노어와 같이 수군거리고 있자니 백인하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오혜나가 눈물이 글썽거리는 얼굴로 빽 소리를 질렀다.

백인하는 평소 녀석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부성애가 느껴지는 모습으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역시 시뇩이가 답이었어.”

“뭐가. 애 울리기에?”

“당장 오늘 하루만 봐도 엄청나게 성장했잖아. 너한테 데려오는 게 답이었다니까. ……조금 충격요법이 지나쳤나 싶긴 하다만.”

“절벽에서 새끼를 밀어트리는 사자 같은 발언이네.”

백인하가 진지하게 오혜나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저 녀석도 차차 깨닫게 되겠지.

그는 어미사자의 얼굴을 손톱으로 마구 그어대고 있는 새끼사자를 보며 심드렁하니 그런 생각을 했다.

@@@

다음날 아침 식탁은 풍성했다.

그냥 전투식량으로 때우려고 했는데, 이나희가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식사를 차린 것이다.

이나희는 의외로 요리에 상당한 재능이 있었고, 그녀가 자신에게 포인트를 벌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이나희에게 칭찬을 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

“선배 요리 쩌네요.”

“당연하지. 할아버지도 인정하는 맛이거든. 그런데.”

이나희는 수첩을 꺼내들며 그에게 다가왔다.

“간은 어때?”

“다 적당한데요? 아, 조금 싱겁나?”

“재료는? 뭐 좋아하는 거 있어?”

요리에 대한 열망으로 반짝이는 초보 요리사를 앞에 둔 기분으로 강신혁은 순순히 대답했다.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지만 고기가 더 있으면……."

“역시 성장기라 다르네. 거기서 더 크면 대박이겠다. 오케이, 고기……."

“양고기 특히 좋아해요.”

“양고기, 응. 특제 레시피 몇 가지 있어. 기대해둬.”

“네…… 어라?”

그녀의 이어지는 질문에 답해주던 강신혁은 문득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건 마치 앞으로도 강신혁이 이나희가 차린 밥상에 앉게 될 것을 대비하는 것 같지 않은가……?

“양고기, 간은 더 강하게……. 중식이 좋겠다. 그러면……."

그러나 진지한 표정으로 메모한 이나희가 제 자리로 돌아가는 바람에 추궁할 수도 없게 되었다.

- 지금 죽일까요, 회원님?

‘무서우니까 관둬요.’

문득 옆을 살피니 엘레노어 역시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이나희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야 영국 공주님인 엘레노어는 요리를 하지 못할 테니까.

“진짜 옥수수콘 들어갔네......."

“넌 그냥 먹어.”

“네, 누님.”

그 후로도 수련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엘레노어는 강신혁의 사소한 도움을 받아 허공에서, 360도 전방위로부터 날아드는 모래알갱이들을 상대로 훈련했고, 백인하는 이젠 사막의 모래 흐름을 아예 자유자재로 갖고 놀며 오혜나가 좀 더 순조롭게 훈련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강신혁은 이나희와 함께 게이트에 숨겨진 비밀을 해석하는 데에 주력했다.

“다들 밥 먹어!”

“시뇩아, 나희 누님 데려오길 정말 잘한 것 같다.”

“백인하 너는 밥 없어.”

“아 누님! 누님 제발!”

“오빠 추해……."

그러다 밤이 되어 모래 폭풍이 사그라지면 저녁을 먹고 2차로 개인 대련 시간을 가졌다.

오혜나는 이나희를 제외한 모두에게 밥이었지만, 수준 높은 초인들과의 연속적인 대련으로 빠르게 실력이 성장했다.

자신의 숨겨진 실력을 모두 드러낸 엘레노어는 백인하의 윗줄이었고, 강신혁은 물론 그녀보다도 강했다.

백인하도 그런 둘을 상대로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덤벼들다 보니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요즘 애들 장난 아니네.’

- 회원님의 3인칭 화법에 감동한 관리자의 500,000HP 보너스!

‘아니 저 말고 쟤들이요.'

- 회원님도 요즘 분이십니다. 동화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군요.

며칠이 훌쩍 지나갔다.

그리고 엘레노어가 게이트를 쓰기로 예약한 마지막 날이 왔다.

골렘을 사냥할 순간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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