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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화. < Chapter 41. 균형의 논리 - 2 >

- 구우우우아아…….

“히, 저것만 해치우면 되겠다.”

슈는 무척이나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

그녀의 키는 그새 또 0.5센티미터 정도가 커져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콰티는 아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것만, 이라니…….]

“응,확실해. 쟤만 끊어내고 나면 당분간 이 세계에 대대적인 공습은 없을 거야. 뭐, 요르문간드의 씨앗은 이미 이곳저곳에 뿌려져 있겠지만. 끄응차.”

슈는 그 자리에서 허리를 젖히며 스트레칭을 했다.

에구구 소리를 내며 관절을 푸는 모습이 열 살 어린아이로는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할아방이랑 같이 노는 것도 재밌었지만, 이제 슬슬 다른 세상으로 가보고 싶으니까. 빨리 끝내자.”

[빨리…….]

“저걸, 빨리……."

강신혁 역시 콰티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둘이 멍하니 올려다본 상공에는 한 마리의 거대한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하늘에 열린 시커먼 게이트로부터 그 외에도 무수한 숫자의 불도마뱀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임팩트는 저 거대한 뱀이 가장 강렬했다.

“저거 드래곤 아냐……?”

[그건 아니다. 아무래도 불도마뱀의…… 근원종, 같아 보이는데.]

“되게 있어 보이는 표현이네. 역시 드래곤인 거 아냐?”

“드래곤은 아냐. 드래곤은 기세가 이렇게 약하지 않아. 저렇게 기운이 잡스럽지도 않고.”

마치 드래곤을 잡아본 적이 있는 듯한 슈의 발언에 강신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봤으나,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슈의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하늘에 떠 있던 뱀이 문득 입을 열었다.

놈의 목구멍으로부터 검은 불꽃이 토해져 나와, 일직선으로 화산 분지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것을 확인한 순간 강신혁은 본능적으로 아까 만들어낸 창을 움켜쥐고 나서려 했으나, 그 전에 슈가 움직였다.

- 가아아악!?

우선은 주둥이였다.

슈의 주먹이 거대화하여 나타나더니 불꽃을 뿜어내던 뱀의 아가리를 올려쳐 입을 닫게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위에서 나타난 또 다른 주먹이 놈의 머리를 위에서 짓눌렀다. 뱀은 별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슈의 두 주먹 사이에 끼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미친, 저건 뭔……."

[모루, 감탄하며 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놈이 쏘아낸 검은 불꽃이 쏟아져 내리고 있어!]

놈의 아가리는 슈의 두 주먹에 의해 단단히 다물렸지만 그 전에 쏘아낸 어마어마한 양의 검은 불꽃이 마치 타르처럼 끈적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경악스럽게도 그것은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다른 불도마뱀들을 코팅하듯이 뒤덮어, 놈들을 별개의 존재로 만들고 있기까지 했다.

[불길해, 슈, 저 뱀을 잡는 것도 좋지만…….]

“이야아아아아압!”

슈가 기합을 잔뜩 담아 고함을 질렀다.

뱀의 머리를 위아래로 짓누르고 있던 그녀의 주먹에 반짝이는 기운이 깃들더니, 직후 콰아아아앙! 소리와 함께 두 주먹이 한데 맞물렸다.

즉 그 사이에 있던 뱀의 머리통이 깨져나갔다는 얘기였다.

“저걸, 저렇게 한 방에……."

[아아아아아, 더 쏟아지잖아! 꼬맹이 네년!]

문제는 뱀의 머리가 깨지는 것과 동시에 타르처럼 검은 불꽃이 또 대량으로 쏟아졌다는 것이다! 강신혁 역시 그것이 심상치 않음을 깨닫곤 외쳤다.

“슈, 인벤토리! 방금 죽였으니까 저것도 인벤토리로 회수될 거 아냐!”

“아, 할아방…… 미안. 내 인벤토리 방금 저 뱀 들어가면서 꽉 찼어. 인벤토리 확장할 HP도 없어…… 에휴.”

슈는 그렇게 말하곤 지친 얼굴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잠깐 쉴 테니까 저건 할아방이 막아줘. 할 수 있지? 안 어려워, 안 어려워.”

“저번에도 그러더니 넌 너무 대책 없이 지르고 혼자 뻗는다고! 칫…… 하아아아아!”

준비성이 부족한 녀석이라고 투덜거리고 있을 틈도 없다.

강신혁은 손에 들린 원뿔형의 돌격용 랜스를 꽉 쥐고, 있는 힘껏 하늘로 내던졌다.

‘저 검은 불꽃에도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는데…….'

하늘로 내던져진 창은 어느 순간인가부터 강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랜스의 재료가 된 포식자의 뿔에 나 있던 나선의 홈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그러나 회전으로 인해 일어난 바람이 눈에 보일 만큼 거센 돌풍이 된 것은 창이 품고 있는 특수능력 덕분이었다.

- 꾸에에에엑!

- 키히이이!?

‘아, 되는구나.’

창에서 비롯된 회오리바람이 비처럼 쏟아지는 불도마뱀들을 이리저리 튕겨내는 것도 놀라웠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바람이 검은 불꽃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늘에서 대량으로 쏟아지는 검은 불꽃 탓에 어두워졌던 하늘. 그 중앙부를 강하게 회전하는 창이 뚫고 지나가며 빛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저게 뭐야!?]

“포식자의 뿔과 피로 불도마뱀들이 지닌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내봤어. 하지만 아무래도 전부 빨아들이는 건 힘들 것 같은데……."

[저 정도만 되어도 문제없어! 염인들도 불꽃을 막아내는 능력은 갖추고 있으니…… 전원 전투 준비! 불도마뱀과 저 불꽃의 비를 막아내는 거다!]

[전부 활 들어…… 잠깐, 산허리 아래에 암석늑대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 자식들, 또 작당을 하고……!]

[엇, 폭풍거북 놈들이 저 멀리 상공에서 검은 불꽃에 휩싸여 추락하고 있어!]

상황이 점차 복잡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강신혁은 오직 자신이 던진 창의 궤적만을 살폈다.

그가 쏘아올린 커다란 창은 하늘을 역류하고 오르면 오를수록 보다 많은 불꽃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벌써 상당한 높이로 치솟았으니 기세가 죽을 만도 한데, 그것은 물리 법칙을 거스르듯이 오히려 점점 가속하고 있었다.

검은 불꽃을 빨아들이면 빨아들일수록 랜스의 회전 속도 또한 더욱 빨라진다.

타르를 뒤집어쓴 불도마뱀들은 랜스를 피하려 허공에서 몸부림을 쳤으나 놈들에겐 하늘에서 자유로이 움직이는 능력이 없었고, 결국 사정권 안에 들어온 놈들은 이리저리 튕겨나고 찢겨나갔다.

‘저 바람에 독혈이 섞여 분사되게 되어 있어서 제법 강할 텐데, 생각보다 죽는 놈들이 적네.’

겉으로 보기엔 압도적인 광경이었으나 강신혁에겐 불만족스러웠다.

어쩌면 슈가 찢어버린 그 뱀이 남긴 검은 불꽃은 불도마뱀의 능력을 압도적으로 강화시키는 매개인지도 몰랐다.

염인들은 뱀떼의 습격에 맞추어 나타난 다른 종족들(물론 우두머리를 잃은 만큼 이전보다는 기세가 다들 덜했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

결국 그는 바이크를 소환해 그 위에 올라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비슷한 성능의 무구를 더 만들어두는 건데…… 어쩔 수 없나. 난 밖으로 간다!”

[이봐, 모루!?]

푸른 소에 신풍의 보주가 빈틈없이 박혀있는 것을 확인한 후, 시동을 걸고 곧장 상공으로 솟구쳤다.

품에는 극천신주와 함께 신염의 보주를 품고 있었다.

극천신주로 신염의 보주의 능력을 보다 강하게 만들어, 그것으로 자신을 저 불꽃과 불도마뱀으로부터 보호할 생각이었다.

- 우우우웅

그런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문제없이 발진한 푸른 소가 갑자기 공명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

왜? 무엇과? 하는 생각에 살핀 그는 금세 답을 알아냈다.

푸른 소에 박힌 신풍의 보주와, 그의 품에 있던 신염의 보주가 서로에게 반응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똑같은 신 자 돌림끼리 통하는 게 있었던 건가.”

- 회원님의 놀라운 발상에 감탄한 관리자의 80,000HP 보너스!

“지금 나 놀리는 거죠?”

그러나 결과는 정말로 예사롭지 않았다. 신풍의 보주가 뿜어내는 빛이 점점 더 짙어지는가 싶더니, 가뜩이나 빠르던 푸른 소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잠깐만, 착각이 아니라면 신풍의 보주의 근원이…… 회복되고 있는 것 같은데.’

- 우우웅

그의 생각이 착각이 아니라고 말하듯 푸른 소가 기가 막힌 타이밍에 울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풍의 보주를 살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어느덧 그의 코앞으로 검게 물든 불도마뱀들의 모습이 보였으니까.

그 너머로는, 자신을 향해 쏟아져 내리는 검은 불꽃 또한 보였다.

“후우…… 핫!”

강신혁의 선택은 이번에도 소울 커넥터였다.

그의 양손에서 뻗어나간 열 가닥의 영사가 사방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던 불도마뱀들을 난자했다.

그뿐인가, 어느덧 그의 손으로 복귀한 랜스가 검게 물들어 음산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포식의 흑염창]

[SSS+랭크]

[특수능력 - 식열(食熱), 혼암염인(混暗炎刀), 회천삭풍(回天潮風)]

*식열 - 모든 열기를 먹어치워 에너지를 축적하고 스스로를 강화한다. 능력을 한계까지 발휘하면, 극한의 냉기를 남긴다.

*혼암염인 - 혼탁한 어둠의 불꽃을 길고 날카로운 창날로 빚어낸다. 축적된 에너지의 양에 따라 날의 길이, 위력이 달라진다.

*회천삭풍 - 주위 모든 열기를 빨아들이는 동시에 창이 강한 회전을 일으켜, 모든 것을 얼리고 부수는 날카로운 바람을 만들어낸다.

[만물을 진화시키고 성장시키는 대장장이가 그 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소재를 만나 만들어낸 무구. 소재의 기원종의 피를 잔뜩 머금어 영구적인 변이를 일으켰다.]

강신혁은 눈을 반짝였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아이템의 옵션이 달라져 있었다.

처음 그가 이 무구를 만들었을 땐 SSS-랭크였던데다 특수능력도 혼암염인이 아니라 적염인이었다.

염왕벽을 완성시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그가 만들어내는 무구 대부분에 성장하는 기능을 딸려줄 수 있게 되었는데, 설마하니 아티팩트를 활용한 첫 전투에서부터 성장을 시키게 될 줄이야.

‘저게 불도마뱀들의 기원종이라더니, 그래서 이렇게 약빨이 좋은 건가. 잡기는 슈가 잡았는데 혜택을 얻기는 내가 얻었네.’

아이템 정보를 살피면서도 부지런히 영사를 뻗어내 불도마뱀들을 사냥하다가, 어느 순간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그는 곧장 한 손으로 창을 부여잡고, 다섯 가닥의 영사로 창 주위를 휘감아 묶었다.

소울 커넥터의 능력, 영화(靈化).

이 특수능력은 아티팩트를 착용하는 것만으로 그의 신체 스테이터스를 모두 한 단계씩 증폭시켜주는 엄청난 성능이었는데, 다른 활용방법 또한 있었으니 바로 대상을 영혼의 실로 감싸 강화하는 것.

영혼의 실에 휘감긴 포식의 흑염창은 한층 강화되었다. 현계한도를 돌파했다면 멋졌겠지만 거기까지 바랄 수는 없겠지. 사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러면, 다시…… 가라!”

강신혁은 재차 있는 힘껏 창을 내던졌다.

내던져진 창은 회전하며 강한 냉기를 머금은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는데, 그때 창에 휘감겨 있던 영사가 늘어지며 바람을 따라 함께 휘날렸다. 그 결과 일어난 것은 재앙이었다.

- 꾸아아아아아!

- 키이익!

창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전하는 영사의 그물에 걸린 불도마뱀들이 버티지 못하고 갈려나가는 모습을 보며 강신혁은 씩 웃음을 지었다.

순식간에 커버 범위가 열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저 망할 도마뱀들을 확실하게 죽여 버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절정은, 타르처럼 하늘에서 끈적하게 떨어져 내리던 검은 불꽃이 영사에 닿고 자연스럽게 창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이었다.

광대한 범위를 커버하는 소용돌이가 지상으로 떨어지는 모든 것들을 받아내고, 흡수했다.

강신혁은 그것을 보며 만족스레 웃었다.

“이만하면 정리했다고 볼 수 있겠지.”

간혹 범위를 벗어나 떨어져 내리는 불꽃이나 불도마뱀을 소울 커넥터로 갈라내고 받아내며 그는 전장을 정리했다.

밑을 내려다보니 염인들도 성벽에 의지해, 그가 만들어준 무구를 활용해 적들을 수월히 몰아내고 있었다.

아마 며칠 중으로 이 세상의 지배권을 염인의 것으로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들만 다 흡수하고 돌아가자.’

그가 웃으며 돌아서는 그 순간이었다.

아직까지 허공에 열려있던 문 너머, 누군가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았다.

허리춤에 걸려있던 신살검이 미친 듯이 울었다.

“뭐야, 신살검 왜 그…… 엇!?”

저항하던 신살검이 끝내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고 허공으로 튕겨났다.

강신혁은 잽싸게 영사를 뻗어내 신살검을 붙들었으나, 놀랍게도 장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끊어지고 말았다.

‘영사가, 끊어져……? 영혼의 힘으로 나를 압도하지 않는 이상은 결코 불가능한데, 무슨.’

- 회원님, 피하세요!

생각을 뒤로 하고 다급히 푸른 소를 급발진시켰다.

직후 그가 있던 자리를 뭔가 스치고 지나가는가 싶더니, 산의 일부가 궤멸했다.

“뭐……."

아연해져 시선을 다시 하늘로 되돌렸다.

닫혀져가는 어둠의 터널 너머, 요염한 여인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다.

하늘이 닫혔다.

신살검은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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