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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화. < Chapter 40. 성숙해진다는 것 - 4 >

강신혁은 전신이 불꽃에 뒤덮이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화산 중앙에서 터져 오른 붉은 용암은 오직 화로만을 노리고 쏟아져 내렸다.

그것은 마치 용암의 세례였다.

아래에서 분출하고 위에서 쏟아지는 뜨겁디뜨거운 용암이, 신비로운 빛의 입자를 흩날리며 모조리 화로에 흡수되고 있었다.

“이건……."

[세례야. 불도마뱀들이 원하던 것도 바로 이 화산의 정을 빼앗아 상위종족으로 거듭나는 것이었겠지. 결코 내어줄 수는 없지만 말이야.]

“찍었는데 맞췄네.”

어쩌면 저걸 받아들여 강신혁도 염인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잠시 그 모습을 상상해보던 그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말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서 눈을 돌린 것은 아니다.

가만히 무릎을 굽혀 진동하는 대지 위에 손을 얹었다.

용암을 분출하느라 다물고 있던 입을 벌린 화산, 그 안으로 자신의 영력을 침투시켜 ‘화산의 정’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자신의 영력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다급히 손을 뗐다.

“까딱하다 염인될 뻔 했네.”

- 너무 깊이 접촉하셨군요.

관리자의 말이 맞았다.

단순히 저 용암에 접촉하고 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다.

화산의 정이란 뚜렷하지 않은 불꽃의 의지로, 콰티가 지닌 능력은 이 화산의 정을 다소 뜻대로 움직이는 정도였다.

그것만으로 그녀가 염인의 우두머리로 자리매김한 것인데, 강신혁은 영력으로 대뜸 그녀보다 수월하게, 그녀보다 깊은 영역에서 화산의 정과 소통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한순간에 휩쓸릴 뻔했어. 정말 무시무시한 기운이야.’

화산의 정을 파악하고 나면 불꽃을 다루는 요령을 더 익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은 강신혁의 오산이었다.

녀석은 그것을 넘어 스스로를 온전히 강신혁에게 떠맡기려 들었으니까. 자칫 염인의 새로운 신이 되어 이 세상에 말뚝 박고 살게 될 참이었다.

[어라?]

콰티가 고개를 갸웃했다.

작업을 마치고 화산의 정을 진정시키려 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던 까닭이다.

분화구가 보다 크게 열리고, 용암을 흡수해 반짝이던 화로가 급기야는 분화구 안으로 빠져버렸다.

[엇!?]

기함한 콰티가 강신혁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나름의 보상을 줄 생각으로 한 일인데, 설마 화산의 정이 화로를 탐내 삼켜버릴 줄은!?

콰티는 쭈뼛거리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겉으로 보기에 강신혁의 얼굴은 무척 평온했다.

[모, 모루. 이건…… 그렇지, 화산의 정이 제물로 화로를 받아갔으니 더 훌륭한 무언가를 줄 거야.]

“후후, 그럴까?”

[으아악, 새로운 화로를 만드는 것을 도울 테니 부디 화내지 말고 진정……!]

그때였다.

분화구에서 다시 화로가 튀어나온 것이다.

화로 자체가 한층 커지고 단단해졌으며, 검기만 했던 화로에 특이하게도 황금색의 선이 기하학적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뭣보다 화로 이마에 부착된 ‘네 개’의 보주가 발하는 시너지는 단지 그것만으로 사람을 압도되게 했다.

[어, 어라? 정말로…….]

“네 개?”

강신혁과 접촉하고 생기를 얻은 화산의 정이 그 대신 화로라도 가져가려는 것인가 했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강신혁이 내어준 영력의 보답이라는 듯, 화로에 자신의 일부를 넘겨준 것이다.

[신염의 화로]

[측정불가]

[세상 모든 열기를 감당해낼 수 있는 화로. 신화의 불꽃이라도 담을 수 있으며,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영원히 타오르는 화산의 축복을 받아 자체적으로 ‘신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네 개의 보물의 절묘한 밸런스로 성능이 증폭되고 있으며, 장인의 영력과 특성에 의존하는 보물로서 다른 이는 제대로 다루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화로가 품은 특성으로 인해 생산 속도가 3배 빨라진다.]

“이건……."

처음 신염의 화로가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말이 신염의 화로일 뿐, 화로 자체에는 불꽃을 만들어 내거나 딱히 강화하거나 하는 능력은 없었다.

그런데 이젠 정말로 신염이라는 특수한 불꽃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성능이 이름을 따라갔다고 해야 할까. 강신혁은 굉장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만약 강신혁의 감정능력이 뛰어났더라면 신염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알 수 있었을 터이나, 신염의 화로는 측정불가 아티팩트다.

이나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강신혁의 영력이 뛰어난 덕분이었다.

[신염이라고?]

그런데 화로의 정보를 직접 확인하지는 못하고 강신혁에게 설명을 들은 콰티가 눈을 까뒤집으며 놀라워했다.

[그저 화로가 자체적으로 불꽃을 만들어낼 수 있게끔 해보려는 생각이었는데…… 광염기의 절반만 되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종족신화로나 전해져 내려오는 신염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이건 뭔가 이상하잖아……!]

- 화산의 정이 염인들보다 회원님을 더 마음에 들어 하기 때문이라는 간단한 이치를 어서 저 불여우에게 설명해주세요.

‘싫어요.’

강신혁은 설마 정말로 신의 불꽃씩이나 만들어낼 수 있겠느냐며 콰티를 진정시켰다.

지금은 그녀만 깨어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만약 염인들이 다 깨어나 있었더라면 그를 새로운 염인의 우두머리로 섬기려 할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신화로 전해져오는 얘기라면 결국 네 눈으로 신염을 본 적도 없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흥분하지 마. 아마 쇠를 녹이고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내기에 적합한 불꽃이라서 광염기와 이름이 다른 거겠지.”

[그런, 하지만…….]

강신혁은 여전히 믿을 수 없는 눈으로 화로를 바라보고 있는 콰티를 애써 무시하며 화로를 확인했다.

정확히는 여태껏 없다가 갑자기 생겨난 네 번째의 보주를 확인한 것이다.

그것은 붉고 노란 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마치 태양과도 같이 찬란하게 반짝였다.

실제로 품고 있는 능력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신염의 보주]

[측정불가]

[창염(創炎), 사염(死炎), 측정불가]

[창조의 불꽃과 죽음의 불꽃, 상반된 두 가지의 불꽃을 만들어내는 보주. 작은 태양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무한히 열을 생산해내며 그것을 비축한다. 그 생산능력은 필멸자들의 이해범주를 아득히 벗어나 있으나,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자는 이 보주의 힘을 온전히 다루는 것도 물론 불가능하다.]

‘역시 신염이라는 건 이 보주로 인해 만들 수 있게 된 게 틀림없어.’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세 개의 보주와 더불어 신염의 보주가 더해졌기에, 비로소 신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고 봐야겠지만.

그래도 굉장히 좋은 보물을 얻었다. 자신의 영력을 조금…… 기가 허해질 만큼 많이 빨리긴 했지만, 그정도 영력을 대가로 얻기엔 지나치게 훌륭한 물건이었다.

아마도 염인의 우두머리인 콰티가 그를 인정해준 것과, 그가 이 분지를 지켜내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기 때문이리라.

이번 차원 퀘스트의 보상은 진화된 화로와 이 보주만으로도 차고 넘쳤다.

‘오히려 저쪽이 크게 밑지는 수준이지. 그럼 이제부턴 그걸 메꿔봐야겠어.’

강신혁은 씩 웃곤 콰티에게 말했다.

“작업 보조나 해줘. 너희 무기를 만들 거니까.”

[또 틀을 만들 건가?]

“아니, 일단 한 번 실험해보고 싶네.”

[실험?]

"응."

새로운 불꽃을 얻었으니 어쩌면 형태가 굳어진 폭화금도 변형이 가능할지 모른다. 강신혁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우선 폭화금으로 괴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

결과부터 말하자면 대성공이었다.

신염은 분지의 흙을 폭화금이되 폭화금을 뛰어넘은 무엇인가로 만들었고, 모든 면에서 폭화금보다 우월한 그것은 오직 신염에 의해 다시 가공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것은 붉지도 검지도 푸르지도 희지도 않았다.

황금의 불꽃

강신혁은 화로가 토해내는 그 불꽃에 폭화금을 달구어, 망치로 있는 힘껏 내려쳐 늘리고 다듬었다.

작업을 하는 내내 그의 눈이 황금으로 빛났는데, 그것은 폭화금과 동시에 신염을 강화하며 금속이 그의 손에서 자유로이 변형되도록 만들었다.

[이럴 수가…….]

“뭘 만들어달라고 했었지?”

[가능하다면 채찍을…… 아니, 어렵다면 괜찮아.]

하필이면 단단하기 그지없는 폭화금을 가지고 채찍을 만들어달라고? 강신혁은 잠시 미친X을 보는 눈으로 콰티를 보다가, 이내 괜찮은 방법을 생각해냈다.

‘아무리 변형이 자유로워졌다고 해도 항상 신염을 가지고 다닐 것도 아니고, 낭창낭창하게 휘어지는 연검을 만드는 건 애초부터 무리. 그래도 사복검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사복검. 윕 소드(Whip sword)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와이어로 검날 조각들을 이어 만든 무기로, 와이어를 바짝 당겨 고정하면 장검의 형태로 만들 수 있지만 반대로 그것을 길게 늘여 휘두르면 채찍처럼 다룰 수 있는 무기였다.

칼날 자체가 휘어지는 연검보다는 못해도 다루는 것이 매우 까다로운 무기로, 아티팩트로 넘어가면 이런 형태의 아티팩트가 발견되는 케이스가 무척 드물었다.

심지어 가끔 튀어나와도 원하는 사람이 없어 그리 비싸게 거래되지도 않는다. 다루기가 까다로우니 굳이 그런 무기를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좋아, 한 번 만들어보자.”

[정말?]

모든 일은 도전에 가치가 있는 법. 강신혁은 우선 멀쩡한 장검을 디자인한 다음, 폭화금을 나누어 상당히 많은 숫자의 검날 조각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유연한 금속을 토대로 삼아 검날들을 이어줄 와이어를 제작했다.

검 손잡이에 와이어를 당기거나 늘일 수 있는 장치를 조작하고, 그것을 신중히 조립하면서 강신혁은 생각했다.

‘생각보다 간단한데?’

화로를 제작하고 그것을 통해 무수한 숫자의 벽돌형 금괴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야금술의 새로운 깨달음이라도 얻었단 말인가.

아니면 아티팩트 제작 능력?

어떤 능력을 가진 물건을 만드는 데 있어 그것을 설계하고, 고스란히 제작해내는 것이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 대량의 영력을 신화의 불꽃과 조화시켜 ‘염사의 설검(SSS-)’을 제작했습니다. 특별한 소재와 특별한 장소, 특별한 능력의 영향으로 완성된 아티팩트에 옵션이 하나 추가됩니다.

- 야금술 스킬의 숙련도가 SS랭크로 성장합니다! 레지스트 파이어(SS+) 스킬이 진화를 일으킵니다!

“……뭐?”

하나는 대충 예상했던 메시지다. 아무리 못해도 SS+랭크는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역시나 SSS-랭크로 완성되며 콰티에게 체면을 차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하나의 메시지는 강신혁이 차마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메시지였다.

“관리자님 , 이거……?”

- 관리자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파이어 마스터리의 스킬 스톤을 구입하는 것은 잠시 보류하는 것이 좋다고.

“아, 아……?”

그렇다면 설마, 야금술을 SS랭크까지 익히는 것으로 파이어 마스터리를 익힐 수 있게 된단 말인가……?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묘하긴 했다. 레지스트 파이어도 야금술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얻었던 능력이었으니까.

그래도 불에 저항하는 것과 불을 다루는 것은 느낌이 좀 많이 다르지 않나!?

게다가 모루에게는 파이어 마스터리 같은 게 없지 않았나!?

- 파이어 마스터리(SSS) 스킬을 익혔습니다. 레지스트 파이어 스킬의 숙련도를 계승하여, 파이어 마스터리 스킬의 숙련도가 S랭크가 되었습니다.

- 라이트 마스터리(SS) 스킬이 파이어 마스터리의 영향을 받아 변화합니다. 스킬의 희귀도가 SSS랭크로 성장합니다.

- 윈드 마스터리(SS-) 스킬이 파이어 마스터리의 영향을 받아 변화합니다. 스킬의 희귀도가 SS+랭크로 성장합니다.

여태껏 진화했던 다른 스킬들과는 달리 숙련도는 조금 야박하다 싶을 만큼 깎였지만, 지금 그것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무려 SSS랭크의 스킬을 얻은 데다 기존에 익히고 있던 마스터리 스킬들에조차 이런 영향을 주다니!

“뒤통수가 얼얼하네.”

- 그런 회원님께 관리자가 알려드리는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뭔데요?”

- 불꽃의 반대편에는 그림자가 지는 법입니다. 오직 지금에 한해, 다크 마스터리(A) 스킬의 스킬 스톤이 단독 7억 HP에.......

“아니 그건 됐어요.”

강신혁은 즉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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