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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자마자 VIP-224화 (224/345)

224화. < Chapter 40. 성숙해진다는 것 - 3 >

퀘스트를 급종결시켜버리고 강신혁을 지구로 귀환시키려는 관리자를 간신히 얌전하게 만든 후, 그는 분지 내의 한적한 곳에서 슈와 마주보고 앉았다.

“역시 화로에 구운 게 맛있어. 할아방도 먹어!”

“좋은 걸 많이 먹고 자라서 그런가 맛있긴 하네.”

그들이 먹고 있는 것은 불도마뱀 포식자의 다리를 신염의 화로에 통으로 구운 놈이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맛있었는데, 그것을 먹고 나니 불도마뱀 구이를 먹었을 때와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레지스트 파이어 스킬의 숙련도가 SS+랭크가 되었습니다! 스킬 숙련도가 희귀도와 같은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스킬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나, 특별한 계기로 인해 진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기가 소화될 때까지 화염저항 능력이 80% 늘어납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경악스러우리만치 달랐다.

레지스트 파이어 스킬의 숙련도야 지금 고기를 먹은 것으로 한계치에 도달했으니 그렇다 치고, 고기가 소화될 때까지에 한해서라고는 해도 화염저항이 80%나 증가하다니.

이건 이미 특정한 전투의 향방을 가를 수준이 아닌가?

“……보관해둬야겠다.”

“아아앙, 할아바아앙! 나 좀만 더 먹고, 좀만 더!”

“이미 많이 먹었잖아.”

아무리 귀엽게 투정을 부려도 안 되는 건 안 된다. 강신혁은 자동으로 도축이 완료된 포식자의 고기를 차분히 정리했다.

만약 육포로 만들어도 효과가 동일하다면, 작정하고 대량으로 만들어서 히어로 유니버스의 거래 게시판에 올려도 인기가 많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널 어른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얘기는 뭐야? 네 신체를 자라게 하는 것과 관련된 얘기겠지?”

밥도 배부르게 먹었겠다, 강신혁은 바로 본론에 들어가기로 했다.

고기를 빼앗겨 조금 삐졌던 슈도 그 말에 자세를 바르게 했다.

“맞아. 할아방도 어제 알았는지 모르지만, 나는 능력을 쓰는 대가로 다소 성장이 늦춰지고 있거든.”

“다소?”

“나이는 묻지 말라니까, 정말!”

슈가 볼을 부풀리며 강신혁의 어깨를 퍽퍽 두들겼다. 공간을 격하고 날아드는 손바닥은, 황룡투기로 방어하지 않았다면 뼈가 부러졌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만족할 만큼 그에게 어리광을 피우고 나서야 말을 이었다.

“예전엔 그게 내가 지불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대가였으니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하지만 이젠 자라고 싶다 그거지."

"응.......'

슈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이제 사랑도 해보고 싶고, 아이도 낳고 싶단 말이야.”

- 잘못된 접근입니다!

“슈가 지금 나랑 아이를 낳겠다는 게 아니니까 진정해요.”

“관리자의 모루 사랑은 여전하구나. 눈앞에서 보니까 신기해.”

슈는 둘이 찍는 시트콤에 키득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난 아직 사랑을 모르니까 안심해, 관리자.”

- 뻔히 그려집니다. 회원님의 정성과 노력에 의해 비로소 성장의 가능성을 찾아낸 슈퍼울트라은하계주먹1짱 회원님이 비로소 회원님께 첫사랑을 하게 되는 순간이……!

“관리자님은 가끔 정말로 상상력이 풍부해진다니까.”

그리고 모든 상상이 강신혁과 다른 회원의 핑크빛 장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너무 무섭다.

- 좋은 회원을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모든 생물의 탄생에 축복을 내리는 세상 레스티야의 장인은 어떨까요. 무려 세 마리나 되는 신수를 무사히 성체까지 길러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레스티야는 안 돼. 그들은 이미 늦춰진 미래를 당겨오는 힘은 갖고 있지 않아.”

레스티야. 이전 오닉스를 깨우는 데 썼던 부화 촉진제가 탄생한 세상을 말하는 것이다.

슈가 단호히 말하는 것을 보면 이미 그 전에 시험해본 모양. 강신혁은 한숨과 함께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능력은 나도 없는데.”

“하지만 할아방은 내 능력을 잘 알잖아. 할아방이라면 어떻게든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강신혁은 어디까지나 쇠로 물건을 만들어내는 대장장이일 뿐이다. 물론 영력을 활용한 마나…… 소울 크래프트에도 능했지만.

그가 슈가 가진 능력의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가능성은 한없이 낮은 것이다.

슈도 큰 기대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니리라. 그저 강신혁의 영력 활용을 보고 어쩌면, 하는 희망을 갖게 된 것이겠지.

“미안하지만 확답은 해줄 수 없어. 그래도 궁리는 해볼게.”

“좋아, 그럼 아까 그거 한 번 더 해보자!”

슈는 방실거리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타인이 영력으로 자신의 근원을 샅샅이 훑는다고 하면 거부감이 이는 것이 정상일 텐데, 어쩌면 그녀는 그가 자신을 이해해준다고 생각해 마음에 들어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할아방이 나를 좀 더 잘 이해하게 되면,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줄 가능성도 늘어나겠지?”

“그렇겠지. 하지만 둘 다에게 무리가 올 수 있으니까, 하루에 한 번 만이야.”

“응, 하긴 할아방은 쟤네한테 무기도 만들어주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말을 하는 슈의 시선은 어느덧 멀찍이 떨어져서 그들을 빤히 훔쳐보고 있는 콰티에게로 향해있었다.

그녀는 강신혁이 무기를 언제 만들어주려는 건가 당장에라도 묻고 싶은 것을 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 그러니까 내가 작업을 하는 동안은 너도 다른 일에 주력해.”

"다른 일?”

"그래.”

강신혁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폭풍거북, 암석늑대, 늪돼지랑 앞으로 실컷 싸우게 생겼잖아. 어차피 싸우게 된 거 실컷 휘젓고 오는 거 어때?”

아까 그들은 한 자리에서 여러 종족의 우두머리를 죽여 버렸다.

과연 그것으로 모든 갈등이 해소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 오히려 그것은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을 터였다.

지금 이 세상에 있는 다른 종족 모두가 염인들을 향해 이를 갈고 있을 것이 뻔히 보이는데, 놈들이 와서 공격할 때까지 마냥 기다려 주는 것도 바보 같은 일이었다.

설령 그것이 그들이 받은 차원 퀘스트의 내용과는 관계가 적다고 해도.

“전쟁이구나.”

“어차피 전쟁은 시작됐어. 놈들이 전력을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이득을 보자는 거지.”

“염인들을 위해 공짜로 일을 더 해주자니 마음에 안 들지만…… 응, 그게 결과적으로 모두를 살리는 길이 되려나.”

강신혁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슈는 이내 쓴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어째서 아까 종족 간 격돌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으니까.

이대로 놔두면, 설령 염인들은 멀쩡해도 그 외의 나머지 종족은 요르문간드에 당해 모조리 소멸하거나, 요르문간드의 세력으로 흡수 될 것이다.

그러니 그 전에 확실하게 놈들을 제압하고 염인들을 중심으로 뭉치게 만든다면, 이 세상의 질서를 확고히 바로잡는다면 요르문간드를 상대로 싸우며 세상을 계속해서 발전시켜나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닐 터였다.

“그러면 나 나가서 조금 싸우고 올게. 대신 싸우고 오면 아까 그거 해주는 거지?”

“영력 소통이라는 좋은 말이 있어. 괜한 대명사의 사용은 이상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으니 자제하자.”

“푸히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다녀올게!”

슈는 그의 말에 배꼽을 잡고 웃더니 돌아섰다.

그때 어째선지 뺨에 보드라운 감촉이 남는 기분이 들었다.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을 남기는 슈의 능력.

뽀뽀를 한다는 과정을 생략하고, 약간의 달콤함과 따스한 감촉이라는 결과만이 남았다.

괜히 마음이 흐뭇해지는 버프 효과까지 함께 남았다.

- 잘못된 접근입니다!!

“아, 응. 그렇네요. 잘못된 접근이죠. 전 여친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상한 기분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 잘못된 접근!

“관리자님, 진정해요. 착하다, 착해.”

- 관리자는 강아지가 아닙니다! 1,000,000HP 보너스!

“그러니까 거기서 왜 보너스가 튀어나오는 걸까?”

관리자의 새된 반응에 순순히 대꾸해주면서도 강신혁은 그저 작게 웃고 말았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을 할부지라고 부르는 신은아보다도, 슈가 훨씬 더 손녀딸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는 나이를 제법 먹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조금도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녀의 외관과 더불어 그녀의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태도 때문이리라…….

까지 생각하다가, 강신혁은 퍼뜩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그것도 본인에게는 상처일지도 모르겠어.’

그는 아직 슈의 능력과 페널티에 대해 모두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가 슈를 어린 동생 취급하는 것조차 어쩌면 그녀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생각하니, 그제야 그녀가 짊어지고 있는 거대한 업이 실감이 나는 듯했다.

[모루!]

슈를 떠나보내고 다소 복잡한 심경으로 돌아서니 그곳에 콰티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슈는 어디로 간 것이지?]

“보복. 염인들을 공격한 놈들을 적당히 흔들어놓으러 갔어.”

[아! ……그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인데. 당신들은 우릴 불도마뱀으로부터 구해주기 위해 왔을 뿐인데, 너무 많은 짐을 대신 짊어지게 해버렸구나. 정말로 미안해.]

“괜찮아. 적들을 막아낼 염인들이 다 쓰러져 버린 것도 우리 탓이니까.”

게다가 요르문간드를 저지하는 퀘스트라고 해서 정말로 그놈들만 막다가 염인들이 멸망해버리면 그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을 것이다.

“공성용 무기와 개인 병기, 방어구를 만들 거야. 협력해.”

[물론, 얼마든지 부려 먹어줘.]

강신혁이 어둠의 힘을 끌어 모은 신살검으로 불도마뱀 포식자를 단칼에 날려버린 것을 본 이후 콰티는 그를 대단히 존중해주는 모습이었다.

불타오르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그를 따라 종종 걸어오는 모습이 마치 비서 같았다.

- 자신이 불여우라는 사실을 감출 생각도 없는 저 불꽃, 정말 괘씸하군요.

‘100만 HP를 보너스로 줬다고 해서 계속 그렇게 막말을 해도 되는 건 아니예요.’

- 회원 등록이 되고 나면 이렇게 욕을 퍼붓지 못할 테니 지금 미리 해두는 것입니다.

‘아…… 과연. 어쩐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은 했어요.’

관리자의 메시지를 보며 이전 키엘론에서 겪었던 일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당시에도 어째서 키엘론에 두 번째 퀘스트가 발생했는가를 생각하다, 막판에 밀리아가 히어로 유니버스의 회원이 된 것으로 납득했던 일이 있지 않은가.

요르문간드에 의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족에게 마찬가지로 일어나는 일인데, 어째서 하필이면 콕 집어 염인들을 돕는 퀘스트가 발생했겠는가.

그야 염인들 중에서, 특히 그들의 우두머리인 콰티가 히어로 유니버스에 가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터였다.

‘얼마 남지 않았을까요?’

- 회원님은 아무렇지 않게 부탁하셨지만, 아까 그녀가 포식자의 불꽃을 사그라지게 만들었던 것은 제법 굉장한 일입니다. 놈은 현계 한도(SSS+)에 이르러 있었던 몬스터였으니까요.

‘과연.’

- 더구나 저 화로…… [신염의 화로]를 가지고 작업을 하게 된다면, 불꽃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약간의 계기만 있으면 바로 히어로 유니버스에 로그인할 수 있겠지요.

‘좋은 일이네요.’

관리자는 강신혁과 생각이 다른 듯했지만 그 이상 메시지를 보내오지는 않았다.

[모루,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말해야 할 것이 있어.]

"응?"

그런데 강신혁이 화로를 앞에 두고 어떤 것들을 만들어야 할지 궁리하던 그때였다.

콰티가 뭔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째서 불도마뱀들이 우리를 노리고 있는지 아직 말해주지 않았지.]

“그건 놈들이 요르문간드니까…… 그리고 불을 좋아하니까?”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놈들은 아마 우리의 불꽃을 노리는 게 아닐 거야. 놈들이 노리는 불꽃은 따로 있어.]

“화산 안에?”

[짐작하고 있었구나.]

그야 당연하지.

이 화산이 굉장히 특별한 장소라는 사실쯤은 강신혁도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단지 분지에 있는 흙을 퍼다 가열했을 뿐인데 SS+랭크의 금속이 탄생할 리 있겠는가.

“그런데 그 얘기는 뭐하러 하는 거야? 혹시 보여주게?”

[보여주는 것으로 끝낼 생각은 없어. 슈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겠지만, 불을 이렇게나 자유롭게 다루는 너라면 아마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거창하게 밑밥을 까는 것일까, 강신혁이 생각하던 그때.

[혹시 염인이 될 생각은 없어?]

“어…… 없는데? 애초에 그게 가능해?”

[아쉽군. 하지만 예상했던 일이야. 그럼 다른 걸 줄게.]

콰티가 신염의 화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잘 봐둬. 이게 우리 염인의 존속 이유…… 우리가 분지에서 떠날 수 없는 이유. 그리고 우리가 불의 축복을 받은 이유.]

화산의 정.

콰티가 나지막이 읊조린 그 순간.

화산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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