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하자마자 VIP-221화 (221/345)

221화. < Chapter 39. 성 쌓기 - 8 >

[염왕벽]

[SSS+랭크]

[특수능력 - 불의 둥지, 금강, 악의흡수, 진화]

*불의 둥지 - 성벽 안의 모든 것을 보호하는 불의 에너지의 장막을 만들어낸다. 불꽃의 힘에 의해 강화되며, 결코 약화되지 않는다. 이는 적의 공격에 당했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금강 - 방어력과 내구도를 한계 이상으로 강화한다.

*악의흡수 - 성벽 안의 대상을 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기운을 일부 흡수하여 성벽 안 생명체의 기운을 북돋는다.

*진화 - 이 아티팩트는 랭크의 한계를 벗어나 성장할 가능성을 품게 된다.

[필멸자의 용으로 한계를 뛰어넘은 장인과 많은 조력자의 도움으로 완성된 건축물. 규모가 너무 거대해 충분한 기운을 받지 못했으나, 장인의 가능성을 이어받은 건축물은 언젠가 반드시 그가 의도했던 모습으로 거듭날 것이다.]

글쎄, 우선은 내가 뭘 의도했던 건지 알려주면 좋겠는데. 강신혁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가이아 시스템의 알림창을 보며 맥없이 중얼거렸다.

- 또다시 세상의 역사를 만들어내셨군요. 감격한 관리자의 400,000HP 보너스!

“아니, 이건 제가 만든 게 아니라니까요.”

물론 SS+랭크의 금속 폭화금을 사용해 건축한 성벽이니 굉장할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성벽이 통째로 하나의 아티팩트로 인정받게 될 줄은 강신혁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래서야 이미 대장장이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는가? 뭣보다 이걸 강신혁이 제작했다고 할 수는 있는 것인가?

- 폭화금 벽돌을 만들어낸 것도 회원님이시고 성벽을 어떻게 쌓을지 결정한 것도 회원님이십니다. 결정적으로 성벽에 영력과 특성을 발휘한 것 또한 회원님이시니 이 성벽은 회원님이 만드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관리자는 그의 마음을 짐작이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말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을 의도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강신혁은 왠지 쓰러진 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듯 단기간에 성벽을 완성해낸 것은 모두 그녀의 능력 덕분인데, 대단한 아티팩트를 만들어냈다는 업적만 자신이 날름 빼먹는 느낌이었다.

“슈는 언제쯤 일어날까요?”

-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조건이 좋았으니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관리자는 그런 메시지와 함께 주위를 둘러보라는 말을 했다.

과연, 콰티를 제외한 염인 전원이 바닥에 쓰러진 꼴을 보면 대충 예상해보건대 본디 그녀가 져야 할 부담을 저들과 나눠서 지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이봐, 모루.]

한편 아직까지 상황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콰티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를 불렀다.

[대체 이 망할 여자가 무슨 짓을 벌인 거지? 우리 둘이서 저들과 맞서 싸워야 한단 말이야?]

“대화로 해결해볼 수는 없을까?”

[무리다.]

[부숴버려! 염인들이 수상한 짓을 하고 있어!]

[화산을 무너트리고 다시 평온한 세상을 되찾을 테다!]

염왕벽이 만들어낸 장막에 튕겨나가 잔뜩 열 받은 폭풍거북을 시작으로 본래 이 세상에 발을 붙이고 살고 있던 모든 이들, 그들 틈에 은근슬쩍 끼어 돌진해오는 불도마뱀까지 아주 혼돈의 도가니였다.

- 캉! 카아아앙!

- 키이이이이!

그러나 콰티와 강신혁이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 성벽에 냅다 돌진해온 모든 이들은 그 기세 그대로 반대편으로 튕겨나가고 말았다.

놀랍게도 성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야 폭화금을 화로 안에서 더욱 강화시켜 제작한 데다, 벽돌을 쌓을 때 회반죽 같은 평범한 접착제를 바르는 대신 폭화금에 쓰이는 흙을 쌓아서 녹여 굳히기까지 했으니…….

‘사실상 폭화금 통짜 성벽이라고 할 수 있지.’

가뜩이나 내구도가 높은 폭화금이다.

그것이 두껍게 쌓인 데다 아티팩트로 거듭나며 한층 내구도와 방어력이 높아지기까지 했으니, 아무리 이 세계의 괴물들이라고 해도 저렇게 맥없이 튕겨나는 게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물론 불도마뱀을 상대로도 예외는 아니었다.

- 콰아아아아아

- 쿠아아아

불도마뱀들은 기어서 움직일 뿐 도약은 하지 못했다. 성벽을 기어오르지도 못하고 막무가내로 몸을 부딪치거나 불꽃을 뿜어낼 뿐.

그러나 몸통박치기 정도로 성벽에 금을 낼 수는 없고, 놈들이 뿜어내는 불꽃은 외려 염왕벽을 강화시킬 따름이었다.

즉 불도마뱀들을 막기 위해서라면 이 성벽만 가지고도 아무 문제 없다는 얘기였다.

[큭, 제법 단단하지만…….]

[그래봤자 염인들의 재주지. 밀어붙여!]

[바람과 물로 공격 하자!]

폭풍거북은 바람을, 늪돼지는 더러운 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암석늑대는 땅의 힘을 다루므로 금속으로 만들어진 성벽과 부딪쳐도 그리 큰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

물론 폭화금은 빙염금과 달리 물과 얼음에 취약하다는 특성은 없지만 불을 막아낼 때처럼 무적의 위용을 자랑하지는 못할 터.

적은 한 마리 한 마리가 최소 SS랭크에 달하는 수준. 아무리 성벽의 내구도가 높아도 계속해서 공격해오면 언젠가는 뚫리고 말 터였다.

[제길, 기껏 성벽을 완성했는데…… 이 머저리들 같으니, 우리가 사라지고 나면 다음은 네놈들이란 말이다!]

“진짜 머저리들이네.”

다른 세상에서 기어들어온 불도마뱀들이 염인들을 공격하니 그 속사정을 파악해볼 생각도 하지 않고 때는 이때라는 듯이 함께 덤벼 들어오다니.

저들의 말을 들어보면 최소한의 이성은 갖추고 있는 듯한데, 어째서 그런 간단한 사실도 파악하지 못한단 말인가? 강신혁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 회원님, 때론 본능밖에 남지 않은 짐승들이 더욱 현명한 판단을 합니다. 저들은 어설프게 사고할 줄 아는 만큼 성급하고 욕망에 쉬이 사로잡힙니다.

“어, 그건……."

- 대부분의 존재는 세상에 재앙이 닥쳐와도 그것을 이용해 제 배를 불릴 생각만 하다, 혹은 자신들만은 그 재앙에서 예외가 될 것이라며 근거 없이 자위하다, 결국 감당할 수 없으리만치 비대해진 욕망에 깔려 질식사하고 맙니다.

“쩝.”

그건 지구에서도 너무 많이 일어났던 일이라 차마 부정할 수가 없었다.

하긴 높은 지성을 자랑하는 인간들도 그러는데 다른 종족이라고 별 수 있을까. 하물며 아직 요르문간드라는 집단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지도 못한 저 짐승들에게?

“포기해야겠네요.”

- 그렇습니다. 모든 역사에서 교화란 이루어진 적이 없습니다.

저들을 설득하는 것을 깔끔하게 포기한 강신혁은 성벽 위로 뛰어올라 우선 상황을 살폈다.

암석늑대며 폭풍거북, 늪돼지에 불도마뱀까지 머릿수로만 따지면 가히 수만에 이르는 숫자의 적이 성벽을 사방에서 두드려대고 있었다.

안으로 침범해오려는 자들이 모두 특수능력 ‘불의 둥지’에 의해 가로막힌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장관이네.”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모루.]

그의 옆으로 올라온 콰티가 사방에서 덤벼오는 적의 무리에게 살의가 담긴 시선을 쏘아내며 이를 악물었다.

[네가 만들어준 성벽이 놀라운 수준이라는 건 인정할게. 하지만 저것들을 상대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우선 묻고 싶은데, 이대로 이들과 적대하게 되어도 괜찮은 거야?”

[이미 되돌릴 수 없어. 게다가 별로 두려울 것도 없어. 이번에만 제대로 물리칠 수 있으면 된다. 염인들이 모두 멀쩡하다면, 이 성벽을 이용해 저들을 막아내는 것쯤 간단한 일이야.]

콰티는 애초에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던 것은 굳이 그쪽으로 갈 필요가 없어서였다고 대꾸하며 이를 질끈 악물었다.

손에는 주황색으로 빛을 발하는 동그란 불꽃을 띄우고 있었지만, 어떤 놈부터 상대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좋아, 그럼 일단 슈를 깨우자.”

그는 타닥, 성벽을 뛰어 내려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슈의 몸을 반쯤 일으켰다.

녀석은 마치 죽은 것처럼 눈을 감고 있었지만, 희미하게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면 잠을 자고 있는 듯했다.

“혹시 조언이 있나요, 관리자님?”

- 회원님께서 가장 잘 다루는 능력을 구사하시면 됩니다.

“헉, 그래요? 큼, 그컴 슈에게는 미안하지만 입맞춤을……."

- !?!?

좋아, 관리자도 놀려먹었겠다 제대로 해볼까.

강신혁은 슈의 머리를 한 손으로 받쳐 편안히 해주고는, 남은 한 손으로 슈의 작은 손을 가볍게 붙들었다.

- 회원님, 정말로 회원님의 가장 뛰어난 능력이 그것이라고 자신하십니까?

“쉿, 집중해야 돼요.”

- 어째선지 무척 억울한 기분이 듭니다만 관리자의 착각일까요?

관리자가 말한 것은 당연히 영력을 다루는 능력이겠지.

강신혁은 조심스레 자신의 영력을 슈에게 밀어 넣었다.

본래 슈처럼 강대한 존재는 영력으로 깊숙이 접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슈는 굉장한 능력을 지닌 것치곤 영혼과 관련된 능력이 미숙했을 뿐더러 지금은 기절한 상태였기에 ‘근원’과의 접촉이 다른 능력자들에 비하면 상당히 수월했다.

‘이 정도면 미랑보다도 쉬운 것 같은데.’

츠쿠요와 접촉할 때는 정말로 죽는 줄 알았는데.

셋의 능력을 늘어놓고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 보나 관리자의 태도로 보나 미랑보다는 슈가 더 강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 슈의 영적 방어력은 취약한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 과연, 그렇구나.’

그녀의 근원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강신혁은 바로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능력이 발동하는 메커니즘의 일부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를 바로 불러오는 대가로 슈는 자신의 미래를 늦추고 있어. 즉 그녀의 미성숙한 육신은 능력을 발휘하는 대가, 페널티였던 거야.’

아마 페널티가 그것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능력을 구사하는 대가로 미루거나 포기해야했던 많은 것들이 있겠지.

대표적인 예로는 스킬 숙련도가 있다. 그녀는 과정을 생략하고 불러온 결과에 대해, ‘자신의 몫을 제대로 정산 받지 못한다.’는 페널티를 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방금, 완성된 성벽에 슈의 지분이 기이하리만치 적었던 것도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 페널티를 딛고 히어로 유니버스의 VIP 회원이 될 정도로 단련한 슈는 정말 대단한 잠재력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욕망과 이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현명하게 할 수 있어야만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래서 회원님, 회원님의 가장 뛰어난 능력이 입맞춤이라는 것은 정말로…….

그의 농담을 반쯤 다큐로 받아들이고 계속 캐묻는 관리자를 무시하고, 그는 더욱 깊이깊이 슈의 내면으로 침잠했다.

그쯤에서 슈의 근원은 그의 침입을 깨달은 듯했지만, 전혀 거부하지 않고 그를 받아들여주었다.

초월자의 근원과 접촉하는 것도 처음이 아니었으니 망설일 것도 없었다.

[할아방……?]

[어, 깼어?]

[아직 힘들어. 인과에 간섭하는 것은 몸에 무리를 일으키거든. 뭐야? 완성된 성벽으로 해결이 안 된 거야?]

[모르겠어. 아직 금 하나 안 가긴 했지만 언제까지고 저놈들한테 뚜드려 맞는 건 기분이 나쁘잖아.]

[으으음, 그건 그렇지. 확실히 기선제압을 해둬야 나중에 덤벼들지 않겠지…….]

슈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그녀의 중심부, 밝은 빛의 구체가 울렁였다.

[좋아, 이러면 되겠다. 아직 내가 직접 일어나는 건 힘들고.]

슈가 선언했다.

[할아방한테 내 능력의 일부를 빌려줄게. 로켓펀치 해보고 싶지?]

[어!? 돼!?]

[신체로 펼치는 건 무리겠네. 할아방, 할아방이 다룰 수 있는 무기 두 개를 떠올려.]

[떠올렸다.]

슈의 능력이 그의 영력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

- 회원님, 괜찮으십니까?

“후우…… 네.”

강신혁이 눈을 떴을 때 슈는 여전히 잠을 자고 있었지만, 그 대신.

[모루, 슬슬 도와줘! 성벽이 진동하는 것 같…… 응?]

[뭐야, 저건!]

저 하늘에 거대한 무엇인가가 나타났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