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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화. < Chapter 39. 성 쌓기 - 6 >

강신혁이 단순한 마력이 아니라 황룡투기라는 형태의 새로운 에너지를 각성했듯이, 세상에는 마력을 다루는 갖가지 방법이 존재하고 있다.

염인이 다루는 불꽃 또한 마찬가지.

광염기라는 이름을 가진 그들의 기운은 그 자체로 굉장히 강한 열기와 파괴력을 자랑하는 에너지인데, 파괴에 특화되었는가 하면 의외로 어떤 특정한 물질과 만났을 때 특수한 변화를 일으키는 성질 또한 갖고 있었다.

[ 다시 금속으로 가공할 수도 있나?]

“아니 그건 못해.”

[다시 보여주지. 아예 이 기운을 바로 옆에서 느껴보는 건 어떨까?]

“뜨거워, 뜨거워!”

폭화금을 다시 흙으로 되돌리자 지극히 흥분한 콰티가 그의 코앞에서 불꽃을 피워 올렸다.

SS랭크에 달하는 화염 내성으로도 온전히 막아내지 못하는 열기! 강신혁은 기겁하며 몸을 물렸다.

“변화된 걸 되돌리는 것과 변화를 주도하는 건 별개야. 내가 그렇게 할 필요도 없고. 화력이라면 너희가 만들어낼 수 있잖아?”

[하지만 성벽을 쌓는 데 우리의 기운이 필요한 건 사실이겠지?]

“물론. ……조금 떨어져서 불꽃을 피워줄래? 분석하고 싶어.”

[얼마든지.]

강신혁의 기적과 같은 능력을 이미 확인해서 그런지 콰티의 태도도 제법 협조적이었다.

그는 그녀의 도움을 받아 몇 분 정도 광염기를 분석했다.

영력은 이 순간에도 맹활약을 했다. 어쩌면 광염기를 다루는 콰티 본인도 모르고 있을 능력의 제한사항이나 잠재력까지도 샅샅이 읽어낼 수 있었으니까.

“좋아, 이렇게 되면……."

강신혁은 그 자리에서 노트를 꺼내들어 설계를 시작했다.

구조는 단순하다.

요는 성벽을 쌓을 자재, 즉 벽돌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으면 되는 거니까.

흙을 투입할 투입구와 그것을 벽돌의 형태로 가공하는 틀, 결함이 없는 자재로 완성시켜 내보내는 출구만 제대로 구성하면 되는 것이다.

“요는 얼마나 빠르게 벽돌…… 아니지, 벽금을 생산할 수 있느냐 그리고 아티팩트가 얼마나 잘 광염기를 버텨내느냐.

“할아방은 굉장하구나, 난 뭘 어떻게 하면 그런 걸 고려해야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강신혁은 자신이 설계를 하는 옆에서 뿅뿅 뛰어오르며 감탄하는 슈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슈는 귀엽구나!”

“그치? 그치?”

그래, 실제 나이는 몇 살인지 짐작도 안 가지만 말이야!

[그래서 가능하겠는가?]

“응, 될 것 같아. 근데 영구적으로 작동하기는 힘들겠어. 어떻게든 여기 머무르는 동안 성벽을 완공시켜야겠네.”

[저 빌어먹을 도마뱀들을 막아낼 수만 있다면 뭘 어떻게 하든 좋아. 염인들은 전면적으로 협력할 거야.]

역시 염인의 대빵은 콰티가 맞는 모양이었다.

강신혁은 우선 광염기를 감당할 수 있는 새로운 합금을 만들어내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폭화금과 다른 세상의 금속을 적절히 섞는 것이 관건인데, 폭화금은 일단 열을 가해 금속으로 만들게 되면 한순간에 굳어버리므로 사실상 합금이 불가능한 금속이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 어떻게, 상태가 고정된 거지?]

“그리 어렵지 않아. 이 녀석을 설득했을 뿐이야.”

붉게 흐르는 폭화금의 쇳물. 폭화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염인들뿐이지만, 이들은 폭화금이 액체의 상태로 있는 것을 거의 처음 보았다.

폭화금은 흙의 상태에서 광염기에 의해 아주 잠깐 녹았다가 다음 순간 바로 굳어버리는데, 굳는 속도가 워낙 빠르고 일단 굳은 다음엔 다시 가공을 할 수가 없는 탓에 염인들은 이 귀한 금속을 가지고도 제대로 된 생산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강신혁이 해결해버린 것이다.

[금속을 설득해? 살면서 들어본 말 중에 가장 바보 같은 말이야.]

“할아방이 그렇다면 그런 거야. 모루 할아방은 히어로 유니버스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이야!”

슈 녀석, 아깐 재료와 소통한다는 말에 인상을 구기더니 인지를 넘어서는 일의 연속에 아무래도 강신혁을 완전히 믿기로 마음을 먹은 모양이었다.

콰티 역시 드러난 결과를 부정하는 미련한 이는 아니었기에 쇳물에 손을 담가보며 신기해했다. 터무니없이 뜨거운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염인이었기에 상처를 입지 않았다.

[실제로 액체의 형태로 이렇게 쇳물이 흐르고 있으니…… 하지만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잖아.]

“성분은 완전히 분석했어. 다른 재료들은 모두 가져왔으니……."

강신혁은 품에서 꺼낸 철괴들을 차례차례 쇳물 안에 던져 넣었다.

쇳물에 처박힌 철괴들은 폭화금이 유지하고 있던 높은 온도에 즉각 녹아 그 안에 섞였다.

하나하나 강신혁이 직접 정련한 금속이었기에 불순물이 나오는 일도 없고, 적절한 배율이 맞춰지자 쇳물이 기기묘묘한 빛을 뿜어냈다.

그것을 본 강신혁은 품에서 아름다운 푸른 색의 구슬을 꺼내들어 쥐었는데, 거기서 흘러나온 마력이 쇳물로 쏟아지자 쇳물이 뿜어내는 빛이 한순간에 시커멓게 변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구슬, 물의 보주를 다시 품에 넣었다.

“좋아, 이제 된 것 같다.”

[설마 이런 막무가내로 합금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겠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비율로 맞췄어. 이게 틀리면 몇 번쯤 시행착오를 거치는 수밖에 없지.”

[하…… 우리 종족이 산꼭대기에서 살아간다고 해서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냐?]

“와, 색이 변한다!”

기가 막혀 따지려 들던 콰티를 슈의 순수한 환호가 멈추었다.

쇳물은 놀랍도록 새카만 색으로 변해, 틀의 형태에 맞추어 서서히 굳어가고 있었다.

어차피 모든 합금 과정이 강신혁의 영력과 특성의 영향을 받는 만큼 콰티는 이걸 보고 고스란히 따라 해도 이 금속을 만들어내지 못 할 것이다.

[빙염금]

[SS+랭크]

[폭화금에 여러 금속을 섞고 신비를 곁들여 속성이 일변한 합금. 모든 종류의 열기와 성질을 그대로 안으로 투과시키지만 이때 형태는 결코 변화하지 않는다. 반대로 한기를 완벽히 차단하는 대신, 이때 형태는 쉽게 변화한다. 완전히 파괴하기는 쉽지 않다.]

“좋아, 한 번에 성공했네. 역시 물의 보주를 쓰는 게 정답이었어.”

[모루, 당신 쇠의 신이라도 되는 거야……? 이건 정말 폭화금과는 다른 금속이잖아…….]

“하지만 왜 이런 걸 만든 거야, 할아방? 이거 무기로는 못 써. 한기를 막아도 형태가 무너져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는데.”

금속에 마구잡이로 다른 금속을 섞어 단박에 완벽한 합금을 만들어낸 강신혁을 콰티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반면 그 합금이 지니는 이상한 성질을 파악한 슈는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해봐, 슈. 이제 이건 염인들의 불꽃에도 결코 녹지 않을 거야.”

“당연히 불도마뱀의 불꽃에도 녹지 않겠네…… 그럼 이걸로 성벽을 세우는 거야? 하지만 할아방, 지금은 불도마뱀이지만 성벽이 이런 재질이라는 게 알려지면 아마도 요르문간드가……."

“이걸론 성벽이 아니라, 성벽을 만들 자재를 생산할 기계를 만들어낼 거야.”

“음…… 아하!”

한참 생각하던 슈가 그제야 알아차렸다는 듯이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이걸로 벽돌을 만들 틀을 만드는 거구나! 열기를 안으로 투과시켜서 폭화금을 만드는 거야!”

“바로 그거야. 슈는 정말 귀엽구나!!”

강신혁은 마침 히어로 유니버스의 거래 게시판에서 적당한 물건을 찾았다.

착용하는 것만으로 손에 C급의 냉기를 분출하게 해주는 프로스트 글러브.

가격도 무척 저렴해서 고작 120만 HP였다.

그것을 쥐고 빙염금 덩어리를 만지자 그 거대한 괴가 형편없이 찌그러졌다.

찰흙처럼 쥐고 주무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정확히 그가 의도한 대로다.

“자, 만들어보실까. 아마 얼마 걸리지 않을 테니까 콰티, 넌 먼저 염인들을 데리고 작업하고 있어.”

[작업? 염인이 얼마나 필요하지?]

“되는 대로 많이. 어차피 다들 할 일도 없잖아. 아까 보니까 전투도 슈가 알아서 다 하던데.”

“난 강하니까!”

[우리도 강해! 그 도마뱀 놈들한테 불이 먹히지 않을 뿐이야!]

“그러니까 작업해. 흙이란 흙은 다 퍼와. 분지 높이가 눈에 띄게 낮아질 정도로 퍼와.”

강신혁은 빙염금 덩어리를 늘리고 합치고 세심하게 깎아내기도 하며 그 자리에서 커다란 가마를 만들어냈다.

벽돌을 굽는 가마가 아니라 폭화금의 벽돌을 찍어내는 가마.

폭화금을 관찰하면서 이미지는 이미 확실하게 잡아내고 있었기에 그의 손짓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것들은 뭐야, 할아방?”

“보주.”

거대한 가마의 형태를 빚어낸 후 강신혁이 꺼내든 것은 무려 세 개의 보주였다.

물의 보주, 대지의 보주, 마지막으로 극천신주.

물의 보주는 액체로 변한 폭화금이 틀에 담겨 굳기까지 그것에 기운을 불어넣어줄 것이고, 대지의 보주는 대지의 기운을 띠고 있는 폭화금을 강화시켜줄 것이다.

극천신주는 이 가마에 주어지는 기운을 증폭시키기 위한 매개체.

무려 세 개의 보주를 운용해야만 가마를 써먹을 수 있었기에 이것은 그가 이 세상에 머무르는 동안에만 쓸 수 있는 치트키라고 할 수 있었다.

“와, 세 개 다 품고 있는 기운이 그리 대단하지는 않은데 성질은 엄청나네!?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건 모루 할아방 뿐인데!”

“내가 직접 만든 건 이 극천신주 뿐이야.”

“제일 대단한 거네!”

그는 눈을 반짝이며 달려드는 슈를 적당히 쓰다듬어주며(불도마뱀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세 개의 보주를 가마에 박아 넣었다.

그러자 한순간 구슬들이 빛을 뿜어내는가 싶더니, 거대한 가마 전체에 은은한 광택이 흐르기 시작했다.

강신혁은 작업이 성공했음을 직감하며 가마에 손을 얹었다.

[불의 화로]

[확인불가]

[세상 모든 열기를 감당해낼 수 있는 화로. 신화의 불꽃이라도 담을 수 있으며,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냉기에 매우 취약하며 불꽃의 온도로부터 장인을 보호해주지 못하므로, 보관과 사용에는 큰 주의가 따른다.]

[세 개의 보물의 절묘한 밸런스로 성능이 유지되고 있으며, 장인의 영력과 특성에 의존하는 보물로서 다른 이는 제대로 다루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재 안에 장착된 틀로 특정한 형태(직육면체)의 물건을 생산해낼 수 있다. 화로가 품은 특성으로 인해 생산 속도가 3배 빨라진다.]

“어라?”

그가 의도했던 건 단순히 벽돌의 틀 겸 그것을 굽는 가마였는데 생각보다 대단한 놈이 튀어나왔다.

불의 화로. 이름이 쓸데없이 거창하지 않은 만큼 괜히 더 대단해보이지 않는가.

빙염금의 형태였을 때엔 검은색이었던 것과 달리 화로로 완성된 지금은 타오르는 듯한 붉은색이었는데, 어쩌면 그래서 3배 더 빠른.......

[하아아!]

[저걸 봐……!]

[시선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어.]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저것들이 미쳤나?

“야 그만, 너희 목욕탕 아니야!”

[이건 대체? 설마 이 안에 흙을 넣는 것인가?]

“맞아. 지금부터 팀을 셋으로 나눠. 한 팀은 투입구에 흙을 붓고, 한 팀은 화로에 불꽃을 퍼부어. 그래, 아무 생각 없이 퍼부으면 돼. 그리고 남은 한 팀은.”

강신혁이 설계도를 꺼냈다.

분지 전체를 두르는 거대한 성벽의 설계도였다.

“이대로 성벽을 쌓는다. 간단하지?”

[우리를 잡부로 부려먹을 생각인가?]

강신혁은 말없이 고개만 까딱였다.

그리고 손짓했다.

저 산 아래로부터 또다시, 도마뱀들이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한층 커다란 놈들이었다.

“쟤네랑 앞으로도 계속 싸우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고.”

[……일단 한 번 시험이나 해보지.]

그로부터 3초 후, 어린아이 크기만 한 거대한 폭화금이 벽돌 형태로 정련되어 튀어나왔다.

자신이 뿜어내는 불꽃에도 녹지 않는 폭화금 벽돌을 확인한 콰티는 한숨을 내쉬며 염인들을 세 조로 나눴다.

“할아방, 저기 저거 큰 놈 잡아다가 구워 먹어볼까, 우리?”

“제일 실한 놈으로 골라와라.”

"웅!"

그렇게 산꼭대기 위 성벽 건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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