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화. < Chapter 39. 성 쌓기 - 1 >
[로키 - 모루 전성기 감 슬슬 돌아오는 듯? 요즘 나오는 거 진심 개쩌네.]
[미양- 모루 무구 또 나만 없지.]
[츠쿠요 - 오히려 다르게 발전한 것이지요. 이래서 제대로 보는 눈이 없는 것들은.]
[호루스 - 지명의뢰 받는다는 글 슬슬 올라올 때 안 됐나?]
[슈퍼울트라은하계주먹1짱 - 히, 할아방 지금 내 거 만들고 있지롱.]
[은아 - 체크.]
[로키 - 망할 놈아, 그래서 그거 무슨 체크냐고!]
[헤일로 - 야누스 놈, 돌아오는 게 늦는구만.]
- 오늘의 로그인 보너스로 전달력 버프를 얻었습니다! 만으로 48시간 동안 모든 행동의 전달력이 극도로 높아집니다!
"오."
강신혁은 매번 새로운 로그인 보너스가 나올 때마다 메모해두는 것을 잊지 않는다.
전달력 버프라, 솔직히 버프 계열 중에서는 꽝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버프라는 데에 의미가 있었다.
“시간이 많았으면 이걸 열심히 탐구하고 있었을 텐데……."
12월 22일, 오늘은 신영의 2학기 종업식이다. 신영은 종업식을 방학식에 맞춰 하고, 졸업식만 2월에 따로 치르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여기에 그가 빠질 수는 없다. 버프의 상당시간을 아마 그냥 날리게 될 것이다. 솔직히 가기 싫었다.
‘다른 애들도 조금씩 맥이 빠져있었지.’
올해 여름 들어서부터 세계 각지에서 뻥뻥 터진 사건들 탓에 신영의 2학기 교육은 약간…… 아니 상당히 부실했다.
대부분의 교과목이 평가를 실전으로 대체하게 된 탓에, 지난 5일간 모든 학생들이 박 터지게 싸워 결정한 ‘랭킹전’으로 인한 신영 교내 랭킹이 성적의 50%를(그 외의 30%가 실습 성적, 나머지 20%가 필기 성적) 차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대련 자체가 랜덤 매칭 형태였던 탓에, 강신혁은 아슬아슬하게 백인하를 넘지 못하고 1학년 석차 2위.
덤으로 카렌은 5위, 도우진은 놀랍게도 다른 쟁쟁한 기사학과 학생들과 마법학과 학생들을 누르고 3위에 올랐다. 아마 이번 2학기 강신혁을 제외하고 가장 극적인 성장을 거둔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도우진일 것이다.
강신혁의 교내 랭킹은 2위였지만 필기에서 모두 만점을 맞았기 때문에 올해 수석은 강신혁으로 확정이 났다. 과연 신인왕다운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솔직히 별로 안 기쁘지만.’
비록 초인이 지녀야 할 지식을 습득하기엔 썩 훌륭하지 않은 학기였지만, 대신 많은 대련과 실전을 치른 덕에 올해 1학년생은 단순전투능력만 놓고 보자면 기록적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런 엘리트들 틈에서 차석을 하건 수석을 하건 강신혁에겐 별 의미가 없었다.
히어로 유니버스까지 갈 것도 없이, 바로 일주일 전에 자신이 마스크드 바커스의 일원으로서 SS급 게이트를 소탕했던 것을 떠올리면 말이다.
‘그래도 신영의 졸업장은 중요하니까.’
졸업까지 쌓은 인맥도 더할 나위 없는 재산이다.
해리 x터만 봐도 에필로그를 보면 위X리 가문이 마법세계를 완전히 다 장악하지 않던가.
그게 다 인맥을 기가 막히게 이용한 덕이다. 인생 설계는 론 위X리처럼 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그럼 가볼까요.”
- 관리자는 버프의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사람 앞에 나서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만.
“버프가 아니라 디버프였어요?”
- 그건 아닙니다만…… 어쩔 수 없군요. 회원님께는 해가 되지 않을 테니까..
문을 열고 나가니 같은 로열 클래스에 방이 있는 백인하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
“어."
어정쩡한 인사를 나누고 둘이 같이 복도를 걷는데, 백인하가 문득 말했다.
“시뇩아.”
“그래, 새꺄. 죽을 때까지 그렇게 불러라.”
“부탁 하나 해도 되냐?”
엘레베이터 앞까지 왔다. 강신혁은 이 녀석이 자신의 다른 구슬을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신풍의 보주로는 만족을 못해서?”
“아니, 그건 열심히 쓰고 있고. 요즘 내 마나 느는 거 보면 모르냐.”
“모르겠고 그래서 부탁이 뭔데?”
강신혁이 퉁명스레 뱉은 말에 백인하가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혜나랑 한 번 자리를 만들어볼까 하는데.”
“됐다.”
“아니 그러지 말고.”
“나 엄청 띠꺼워 하던데 왜 걔랑 보면서 서로 띠꺼울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건데?”
강신혁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대꾸하며 일주일 전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인 강신혁을 쫓아 게이트 발생지까지 달려온 오혜나와 마주했던 그때.
하필이면 신은아와 클레어 둘과 밀접한 접촉을 하고 있던 상황에, 레드 슈즈까지 끼어들어 최고로 한심해 보이는 상황에 맞닥뜨린 그녀가 한 행동은 무엇이었던가.
바로 울며 뒤돌아 도망친 것이다.
아니, 걔가 무슨 심정이었을지는 얼추 이해가 간다.
아버지를 죽였지만 자신을 구해주기도 한 강신혁을 대체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가 발견한 강신혁의 지나치게 한심한 모습에 ‘우리 아빠가 이런 놈한테 죽었단 말인가’하고 망연자실하지 않았을까.
문제는 그것을 본 브리짓 폴센이 역시 자신의 말이 맞지 않았냐고 의기양양해하며 강신혁을 귀찮게 했다는 점이다.
“넌 내 심정을 알아? 그 후로 브리짓 폴센한테 엄청나게 시달리는 거 봤어, 못 봤어. 사각이다 오각이다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거.”
“그만한 여자가 귀찮게 달라붙는 건 포상 아니냐?”
“그래서 넌 그 오혜나라는 애랑은 어떻게 아는 건데.”
그때 엘레베이터가 도착했다.
거기에 타서 얘기를 이어가려는데, 뒤에서 엘레노어와 카렌이 다가와 같은 엘레베이터에 올라탔다.
“안녕하세요.”
“조, 좋은 아침……."
“아, 신혁이다! 신혁이 오늘 상장 같은 거 받아? 수석이잖아.”
엘레노어는 강신혁을 보고 수줍게 가슴 앞에서 손을 흔드는 반면 카렌은 곧장 덤벼들어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왔다.
강신혁은 카렌을 엘레노어 쪽으로 밀어내며 대꾸했다.
“그런 거 없어. 그냥 다음 년도 장학금이 조금 많이 나오는 정도.”
"우와, 신혁이 이제 돈 많은데 그런 거 아무 의미도 없잖아……. 저번 의뢰금 정산에서 네가 가져간 것만 400만 파운드가 넘는다며?”
“나희 선배 진짜 못쓰겠네. 뭔 얘기를 다 하고 다녀.”
“다!? 다로 퉁칠 정도로 우리 사이가 멀었다니!”
“그리고 파운드로 환산해서 말하지 마라.”
그는 엘레노어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엘레노어 선배는 겨울방학 동안 뭐해요?”
“한가해.”
“네? 그게 아니라 영국으로 돌아간다거나.”
“한가해.”
엘레노어는 입력된 키워드를 내뱉듯이 똑같은 어조로 그렇게 말하더니 덧붙였다.
“졸업하기 전까지는 안 돌아가. 그러니까…… 특훈, 이번에도 같이 할 수 있을까?”
“아, 네. 일주일 이상 전에 미리 일정을 정해놓는다면요.”
“웅. 그럼 지금 정하자.”
“아니 잠깐만.”
누가 관리자가 인정한 불여우 아니랄까 봐 잽싸게 강신혁과의 스케줄을 잡으려 드는 엘레노어를 제치고 백인하가 그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엘레노어 누님이랑 데이트하기 전에 일단 혜나랑 좀 만나자니까, 진짜.”
“혜나?”
“데, 데이트……."
“그래서 걔랑 네가 무슨 관계냐니까?”
갑자기 모르는 여자의 이름이 나오자 카렌이 귀를 쫑긋거리고 엘레노어는 데이트라는 말에 반응해 얼굴을 붉혔다.
그 둘을 무시하고 강신혁이 추궁하자, 백인하는 두 여자를 힐끗 보다가는 이내 한숨을 쉬며 솔직히 털어놓았다.
“어릴 때부터 좀 알고 지내던 애야.”
“한국 1, 2위 길드끼리 친목을 도모하는 그런 느낌으로?”
“비슷해. 그 일 있은 후로 나도 연락 안 했었는데, 저번 일 있고 연락이 와서……."
“무슨 소리야. 걔는 네가 마스크드 바커스인 거 모를 거 아냐.”
“모르지.”
“무슨 얘기야?”
“쉿."
제법 심각한 얘기라는 것을 깨달은 엘레노어가 근질거리는 입을 주체 못하는 카렌을 단속하며 조금 더 강신혁에게 가까이 다가가 붙었다.
엘레베이터가 멈추고, 1층에 내려와 밖으로 나온 그들은 한데 붙어 가며 얘기를 나눴다.
“그런데 왜 갑자기 너한테 연락을 해. 게다가 나를 만나자는 건 또 뭐야.”
“간단해. 걔가 네 정체를 알아봤어. 걔가 이번 년도 신인왕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었거든. 너 이번에 검 들고 싸웠다며?”
어쩐지 불안하더라니, 아니 걔는 무슨 신인왕전을 예습을 해?
“그때 네가 내 이름을 불러서 알아본 거 아니고?”
“아니, 오히려 나는 못 알아봤어. 그래서 내가 더 피곤해졌지.”
백인하의 곤란한 표정을 짓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정말 그런 것처럼 느껴졌다.
“네 이름을 죽일 것처럼 부르면서 오빠는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모르네 어쩌네. 네가 내 입장이 돼서 생각해봐. 거기다 대고 실은 그때 나도 거기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냐?”
"......."
“왜 그런 눈으로 보는데?”
“아니, 되게 새삼스러운 거긴 한데.”
강신혁은 팔에 돋은 소름을 벅벅 긁으며 말했다.
“널 오빠라고 부르는 애도 있긴 있구나.”
“시비 거냐? 이게 다 네가 아저…… 오주영을 죽여서 그런 거잖아. 다른 사람한테 넘겨줬으면 될 걸.”
“나 아니었으면 그 사람 못 죽였어, 마.”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걷던 중 1학년 교실 앞에 도착했다.
엘레노어는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 미적대다가 1학년생들이 주목하자 아쉬운 한숨을 토해내며 떠나갔다.
“오늘 선배 왜 저래?”
“아침까진 괜찮으셨는데, 너희가 다른 여자애 얘기만 하니까 그런 거 아냐?”
- 전달력 때문입니다.
도움이 되는 법이 없는 카렌 대신 관리자가 답을 주었다.
강신혁이 자세히 캐묻자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 전달력은 자신의 모든 행동을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다른 이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는 능력입니다. 상대가 자신에게 호감을 품은 상태라면 그 호감이 극대화될 것이고, 만약 증오를 품은 상태라면…….
‘아, 이해했어요.’
이래서 관리자가 안에만 처박혀 있으라고 했던 것인가. 어쩐지 백인하부터 시작해서 다들 상태가 이상하다 싶었다.
“어, 수석이다.”
“강신혁!”
“이나희 선배랑 사귀는지 알제 선배랑 사귀는지 확실히 말하라고! 그래야 한 명이라도 자유로워질 거 아냐!”
“둘 다 아니라고!”
“자, 다들 자리에 앉아요.”
적절한 타이밍에 담임 시아라 베르트랑이 들어와 시끄러웠던 교실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강신혁은 자신에게 미소를 보내오는 담임을 무시하고 자리에 앉으며, 양아치처럼 옆자리 학생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앉는 백인하에게 조용히 말했다.
“만나면 뭐할 건데.”
“왜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얘기한다든가.”
“그럼 걔가 참 좋아하겠다. 와, 우리 아버지는 죽을 수밖에 없었구나! 하고?”
오히려 더 분노하면 모를까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
강신혁이 예상하는 전개는 ‘당신이 신은혁이라는 사실을 신영 측에 밝히겠어!’ 정도였다.
“아 그러면 시원하게 한 판 붙든가.”
“좋아, 그걸로 하자.”
“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하는 백인하의 이마에 딱밤을 먹이며 강신혁이 코웃음을 쳤다.
“일단 좀 얻어맞다 보면 걔도 마음이 풀리겠지.”
“아니 변태도 아니고 무슨……."
“그래서 언제?”
어차피 내년에 후배로 들어올 녀석을 언제까지고 피할 수도 없고, 미리 만나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백인하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인데."
“오늘 오후.”
설마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오늘 오후라고?”
“자, 종업식에 앞서 올해 1학년 전체 수석을 차지한 강신혁 학생에게 상장 수여식이 있겠습니다!”
“상장 없다면서!”
“실은 제가 만들었답니다!”
“으아……."
강신혁의 파란만장했던 1년이 끝나기까지 아직 조금의 시련이 더 필요한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