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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화.  < Chapter 38. 첫눈 - 6 >

“은아 지금 바빠!?”

[움직이고 있어. 최대한 빨리 대응하겠지만 200개 게이트를 뒤지는 건 불가능해.]

“몬스터의 마력 패턴…… 아, 이것도 다 달라. 진짜 미치겠네!”

[기어오는 약자의 박수]

이 게이트는 철저하게 테러 행위에 중점을 맞추고 있는 게이트였다.

게이트에서 등장하는 모든 몬스터의 외형은 비슷하나 생체를 구성하고 있는 정보가 모조리 달라 추적하기에 적합하지 않았고, 공통적으로 갖추고 있는 텔레포트 능력은 특히나 까다로웠다.

방어력과 생명력이 지나치게 낮은 것은 그만큼 다른 능력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 결코 쉽게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움직일 수 있는 길드에는 모두 요청했어. 하지만…… SS급인 거지?]

“응, 아무나 보내면 안 돼.”

[요즘 SS급이란 단어가 너무 쉽네.]

“내 말이!”

클레어는 신은아와 통화를 하며 아래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강신혁에게 무전을 날렸다.

“신혁아, 혼자서 게이트 마무리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이 둘은 다른 데로 보내.]

“알았어, 그러면 인하랑 엘레노어는 지금부터 내가 말해주는 좌표의 게이트로 이동해!”

[네!]

클레어는 강신혁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벌레들이 이동할 수 있는 영역 내의 게이트를 정리했다.

그리고 신은아와 협력하여 현재 그 게이트 내부에 들어가 있는 이들을 파악하고, 구조해야 할 사람이 있는 게이트의 좌표를 우선적으로 두 개 찍어 백인하와 엘레노어를 각각 보냈다.

상황이 어지간하면 둘을 묶어 보내겠지만 지금은 언제 어디서 사건이 터질지 모른다. 각각 SS급 몬스터 한 마리 정도는 얼마든지 상대할 기량이 되는 이들이었기에 단독으로 보낸 것이다.

[클레어도 가. 여긴 거의 다 정리됐어.]

“하지만 보스가……."

[혹시 포션 가지고 있는 거 있으면 줘. 그거만 있으면 되니까 클레어는 얼른 사람 구하러 가.]

“……알았어. 하나 만들어둔 게 있어.”

클레어의 모든 영력을 쏟아 부어 만드는 특제 초월 포션.

재료도 희귀해서 구하려면 품이 많이 들고, 제작과정에서 영력을 워낙 많이 소모하는데다, 결정적으로 너무 효과가 충격적이라 클레어는 이것을 판매용으로 생산하지 않았다.

세계 각국 정부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사람을 대상으로밖에 효과를 못 본다며 상품과 레시피를 모두 비밀리에 붙이고 있었다.

그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영력을 수족과 같이 다루는 강신혁이 어마어마한 효과를 볼 수 있는 포션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설령 영력을 다루지 못하는 이라고 해도 포션으로 얻은 수 있는 강화효과는 터무니없는 수준이었으니까.

어차피 많이 만들 수도 없는 물건인지라 그녀는 이것을 강신혁 전용 포션으로 놔두고 있었다.

그녀는 곧장 지상으로 하강해, 게이트와 대치하고 있는 강신혁에게 포션이 담긴 병을 건넸다.

“여기. 조심해.”

“고마워. 클레어도.”

클레어는 강신혁에게 포션을 건네주곤 그에게 짧게 입을 맞추었다.

그녀가 바이크를 돌려 날아오르며 이나희에게 손짓하자, 이나희는 드론에 타고 다가오며 심통스런 표정을 지었다.

“지금 저 보라고 일부러 그러는 거죠.”

“응 빨리 가자."

“뇌제 님한테 다 이를 거다 뭐.”

“그럼 우리 다 죽는데?”

“……응, 그러네. 미안해요. 빨리 가요, 언니.”

두 사람이 떠나가고 마스크드 바커스의 일원은 강신혁 혼자가 남았다.

그는 포션병을 든 채 가만히 게이트를 주시했다. 보스가 나타나는 순간 들이킬 셈이었다.

보스가 걱정이 되어서가 아니라, 보스를 해치운 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SS급 몬스터를 막으려면 최소한 중위권 길드 이상 가는 이들이 움직여줘야 하는데, 지금 서울에서 바로 움직일 수 있는 초인의 숫자는 적어. 어떻게든 이 게이트를 빠르게 정리하고 내가 조력해야 돼.’

일반 몬스터의 반응은 느껴지지 않았다.

놈들의 정체를 파악하기까지가 조금 늦었지만, 암탄을 쏘아내 게이트 외부로 나오는 몬스터를 틀어막은 후부터는 단 한 놈도 공간이동을 하지 못하게 묶어놓고 전부 죽이는데 성공했으니까.

보스 몬스터가 없다면 한꺼번에 많은 숫자의 일반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고 보통 그대로 게이트가 축소되어 사라지는데, 지금도 게이트의 원천 에너지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보스 몬스터는 있다.

그 순간 게이트 안에서 거대한 에너지가 부풀어 오르는 반응이 잡혔다.

- ‘기어오는 약자의 박수’의 네임드 보스 몬스터, ‘루인 드러머(SSS)’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주의하세요! 월등히 높은 수준의 적입니다!

그 메시지를 본 순간 강신혁은 아무 망설임 없이 포션을 들이켰다.

- 연금술사의 애정이 담긴 특제 초월 포션(SS+)을 섭취합니다!

- 애정의 힘으로 한계를 초월해 완성된 포션이군요. 회원님 외의 제작자가 SS+등급을 띄우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입니다.

그 메시지에 아까운 포션을 조금 뿜어낼 뻔했지만 간신히 포션을 목으로 넘기고 나자, 여태껏 게이트를 통제하느라 소모했던 영력이 쭈욱 회복되고도 모자라 한계를 돌파하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 치명상 이하의 모든 상처가 완쾌됩니다. 포션에 포함된 영력을 효율적으로 받아들여 효과가 증폭되었습니다. 모든 상처와 상태이상이 완쾌되며, 남은 치유력이 당분간 육신에 감돌며 당신을 보호합니다!

- 일시적으로(15분) 모든 스테이터스가 두 단계 상승합니다. 포션에 포함된 영력을 효율적으로 받아들여 효과가 증폭되었습니다. 일시적으로(30분) 모든 스테이터스가 세 단계 상승합니다! 영력이 추가로 한 단계 상승합니다!

- 포션에 담긴 영력의 근원과 연결되어, 포션의 효과를 받는 시간 동안 영력이 보다 굳건해지며 침투력이 강화됩니다. 포션의 효과가 10분 추가됩니다!

- 힘, 체력, 영력이 한계점(SSS+)에 도달합니다. 이 이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특별한 경험으로 한계를 돌파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던 메시지들과 상상도 못했던 메시지들이 번갈아 나타나며 눈을 어지럽혔지만 강신혁은 그것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또.’

대지의 보주를 꺼내, 그것을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벨트에 끼워 넣었다.

그 순간 두 줄의 메시지가 추가되었다.

- 금강, 지령, 거신의 효과가 발휘됩니다.

- 메긴기요르드의 효과로 모든 특수능력의 효과가 1.2배로 증폭됩니다.

그가 별 조정을 한 것도 아닌데도 허리띠에 힘이 꽉 들어가며 그의 허리를 조였다.

많이 불편하지도 그렇다고 편하지도 않은 절묘한 수준.

벨트의 효과는 간단하다. 슬롯이 있고, 그 슬롯에 보주를 넣으면 그 보주의 효과를 적용시켜주는 것이다.

보주가 없으면 의미가 없는 아이템이지만 여러 개의 보주를 갖고 있는 강신혁에게는 의미가 컸다.

특히 허리띠를 조이는 것은 상징적인 행위이고, 실은 이 벨트를 착용하고 여기에 황룡투기를 흘려보내는 것으로 벨트에 착용한 구슬의 특수능력 효과를 증폭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후우우…… 히어로라도 된 기분인데요.”

- 멋집니다, 회원님.

관리자가 짧게 메시지를 던진 직후, 게이트가 폭발하듯이 팽창하며 그 안에서 머리 크기만 수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괴물이 솟구쳤다.

- 쿠오오오오오오!

“칫!”

강신혁은 일단 놈을 피해 뒤로 물러나며, 삽시간에 하늘을 찌를 기세로 고개를 쳐드는 괴물의 전신을 훑었다.

몸에 무수한 다리를 달고 있는, 배가 툭 튀어나온 것이 유난히 두드러진 굉장히 징그럽고 거대한 지네 모습의 괴물.

그것을 보며 강신혁은 직감했다. 어째서 저 벌레가 루인 드러머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것인지.

놈이 드럼을 치기도 전에 상황을 종료시켜야 한다는 것을!

- 쿠오오오…….

“어림도 없어!”

놈은 강신혁을 내려다보며 비웃는 듯한 울음소리를 흘리며 무수히 달린 다리를 움직였지만, 강신혁이 전력을 다해 쏘아낸 어둠의 탄환이 놈의 하체를 통째로 집어삼켜 놈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빨리 끝내자……!”

이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들의 능력을 구사하는 조건은 박수였다. 아마도 저 보스 몬스터 역시 자신의 다리를 움직여 내는 소리를 트리거로 능력을 발동할 터.

그는 잽싸게 신살검을 들어 거기에 흑영신주를 끼웠다. 그리고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무시한 채 바닥을 박차 놈에게 돌진했다.

“쳐먹어!”

그리고 암탄에 맞아 굳어있는 놈의 하체에 있는 힘껏 신살검을 찔러 넣으며 다른 한 손에 들린 총을 놈의 몸통에 대고 미친 듯이 연사했다!

어둠의 마나를 강제로 적에게 주입하는 탄환. 신살검의 ‘흑영’은 그것을 베이스로 삼아 적의 육신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 흑영의 능력으로 적을 그림자로 빨아들입니다.

- 꾸아아아아아악!?

쉴 새 없이 연사되는 탄환이 놈의 몸을 어둠으로 오염시키면, 신살검을 통해 쏟아 부어진 막대한 영력이 그것을 잉크 삼아 놈의 몸통을 마구 휘저었다.

- 꾸익, 꾸에엑!?

작디작은 인간이 쏘아낸 총탄에 하체가 마비되었던 거대지네는 당황하며 ‘자신의 능력을 발동’하려 했지만 그러기엔 이미 늦어있었다.

놈의 다리가 하나도 움직이지 않게 된 것이다.

- 설마 정말로 한 번도 발동하지 못하게 막으시다니.

그의 눈부시게 빠른 대처에 관리자가 진심으로 감탄했다.

강신혁은 충분한 양의 탄환을 쏟아낸 후 총을 인벤토리에 던져 넣고, 신살검을 두 손으로 움켜쥐어 검신을 놈의 몸통에 더욱 깊이 찔러 넣었다.

놈은 자신의 부하들과 똑같이 SSS급치고는 방어력이 제법 낮은 편이었고, 힘 SSS+랭크에 더해 대지의 보주의 특수능력까지 부여받아 강화된 강신혁의 공격력에 두부처럼 부드럽게 파여 버렸다.

‘한 번에 보낼 수 있을까? 아니, 한 번에 보내야 돼.’

이를 질끈 악물고 검손잡이를 쥐며 영력을 체크했다.

클레어가 준 포션의 힘은 과연 대단하여, 영력의 거의 7할을 놈에게 쏟아 부었음에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재차 싹싹 긁어모아 검신에 담으며 자신의 특성을 한층 강화시켰다.

그의 눈이 찬란한 황금색으로 빛나는 것과 동시에, 그는 전신의 힘을 검극에 집중시키며 그대로 검을 쳐올렸다!

“뒈져!”

검손잡이에서 시작된 용의 꼬리가 검신을 타고 점점 길게 늘어나며 용의 몸통을 형성하더니, 검극을 타고 빠져나온 기운이 끝내 놈의 몸통 속에서 아가리를 벌리고 뛰어올랐다.

- 캬아아아악!

강신혁이 늘어트린 그림자 속에 갇힌 괴물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비명을 지르는 일뿐이었다.

검에서 튀어나온 황금룡은 놈의 꼬리에서부터 머리에 이르기까지 일직선으로 질주하여, 끝내 놈의 머리통을 가르고 뛰쳐나와 하늘로 승천했다.

그리고 정점에 이른 순간, 번개가 되어 재차 놈을 강타했다.

- 콰과과광!

강신혁은 잿더미에서 신살검을 빼내 흑영신주를 분리했다.

일격으로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낸 흑영신주를 인벤토리에 넣고, 신살검도 함께 넣었다.

둘 다 휴식이 필요할 것이다.

워낙에 많은 양의 영력을 소모한 나머지 지친 강신혁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리는데, 뒤늦게 잿더미가 무너지며 마치 눈처럼 휘날렸다.

“올해 첫눈은 진짜 쥑이네……."

잿빛 눈을 맞으며 한숨을 내쉬는 강신혁의 눈앞으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요르문간드의 주력 몬스터이니 당연히 보상 HP가…….

- 질서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존재를 제압했습니다! 회원등급에 보너스! 52,000,000HP를 얻었습니다! VIP 보너스로 보상의 50%에 해당하는 HP를 추가로 얻어, 총 78,000,000HP를 얻었습니다!

- 루인 드러머의 스킬 스톤을 얻었습니다!

“잠깐."

강신혁은 두 눈을 비볐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스킬 스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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