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화. < Chapter 33. 이면과 닿다. - 4 [8권 끝] >
- 꾸아아아아아아아!
바실리스크의 단말마가 하늘을 가득 채웠다.
둘둘 말린 놈의 몸통을 그대로 관통하고 뒤로 빠져나온 강신혁과 푸른 소는 놈의 녹색 피로 샤워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가 되어 있었다.
- 끔찍한 독이 체내로 침입해왔으나, 영혼독(SSS) 스킬이 이에 완벽하게 저항했습니다. 영혼독(SSS) 스킬의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심지어 독까지. 저 새끼 완전 종합재앙이었네.”
- 회원님의 멋진 활약에 감동한 관리자의 170,000HP 보너스!
관리자의 보너스에도 불구하고 강신혁은 견딜 수 없는 찝찝함에 한숨을 푹푹 흘리며 검을 거두었다.
그 두꺼운 뱀의 몸통을 그대로 관통했음에도 신살검에는 이가 나간 부분이 없었다.
그래도 오늘 저녁에는 녀석을 정성들여 손질해주어야 하리라.
신살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 질서에 해를 끼치는 존재를 제압했습니다! 회원등급에 보너스! 550,000,000HP를 얻었습니다! VIP 보너스로 보상의 50%에 해당 하는 HP를 추가로 얻어, 총 825,000,000HP를 얻었습니다!
그때 짧지만 굉장히 충격적인 문구가 그의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8억!? 아무리 강한 몬스터라지만 한 마리 잡았을 뿐인데 8억이라니!
이전 라이트 마스터리(SS)의 스킬 스톤이 35억 HP에 출품된 것을 놓고 관리자가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이라고 했었는데, 그것을 이제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었다!
- 전리품을 수거합니다.
그러나 더 놀라운 일이 다음 순간 일어났다.
목숨을 잃은 바실리스크의 사체가 허공에서 산산이 분해되며, 그중 전리품이라 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이 그의 인벤토리로 자동 수납된 것이다.
그와 함께 그의 눈앞을 주르륵 채우는 메시지가…….
- 라이트 바실리스크의 빛의 볏(SSS)을 얻었습니다.
- 라이트 바실리스크의 마안(SSS)을 얻었습니다.
- 라이트 바실리스크의 뼈와 가죽을 얻었습니다.
- 라이트 바실리스크의 고기를 얻었습니다.
- 라이트 바실리스크의 독혈을 얻었습니다.
하나하나 무지막지한 것들뿐이었다.
뒤의 세 가지는 등급이 없다는 게 아니라, 아직 추가적인 손질을 해야 해서 등급이 나타나지 않았을 뿐. 실질적으로는 전부 SSS등급에 해당하는 전리품일 터였다.
“SSS급 몬스터였냐……."
- 그중에서도 보스급에 해당하는 개체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것이 약화되는 이 세상이었기에 회원님께서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비록 처음엔 강신혁도 키엘론의 법칙에 속박되어 약화되었지만, 어떻게든 제약을 극복하고 반대로 적을 수호황룡의 힘으로 약화시킬 수 있었다.
그 덕에 적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적이 지니고 있던 석화니, 빛이니 하는 특수능력이 하나같이 강신혁과 상성이 좋았던 덕도 있었지만.
“스테이터스 포션을 마셨으면 더 쉬웠을까…… 아니, 아마 별 의미 없었겠지.”
이번엔 사실상 영력과 황룡투기로 전투를 치른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신체가 강건해지면 황룡투기도 그에 따라 조금씩 강해지니 아예 의미가 없지는 않았겠지만 이런 격전에서는 오차 범위 수준이었겠지.
아마 앞으로 이런 괴물들과 맞서 싸울 일이 늘어날수록 스테이터스 포션의 역할은 점점 더 줄어들게 될 것이다.
‘더구나 상급 포션으로도 SSS랭크까지밖에 커버를 못한다고 하니.’
그렇다. 이젠 강신혁도 SSS랭크를 ‘까지밖에’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결코 적의 주축도 아닌 선발대에 불과한 몬스터가 SSS랭크인데, 이 위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더욱이 헤일로를 비롯해 히어로 유니버스에서 오래 묵은(?) 회원들은 대체로 SSS랭크를 뛰어넘은 수준이라는 것이 관리자를 통해 밝혀진 바.
그렇다면 스테이터스 포션은 어디까지나 히어로 유니버스가 시스템적으로 ‘아직 많이 모자란’ 회원을 빨리 성장시켜주기 위해 팔고 있는 서비스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강신혁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 천재적인 두뇌의 회원님께 전율한 관리자의 120,000HP 보너스!
“글쎄 보너스가 너무 많다고요.”
관리자의 말에 언제나처럼 피식 웃으며 대꾸해줄 수 있을 정도로 여유를 되찾은 그때였다.
바실리스크가 튀어나왔던 구멍이 재차 일렁이며, 그 너머로 무언가 굉장히 거대한 그림자가 지는 것이 보였다.
“어……."
그것도 굉장히 여러 개의 그림자가.
“한 마리로 끝날 거라고는 생각 안 했지만 설마 저렇게 많을 줄은 몰랐는데.”
- 괜찮으십니까, 회원님?
방금 죽인 바실리스크 같은 놈이라면 최대 한 마리 정도는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두 마리 이상이라면 무리다. 왕국이고 자시고 튀어야 한다. 아니, 그냥 저기 아래서 벌벌 떨고 있는 인간들을 통째로 데리고 튀어야 할 정도다.
‘어떻게 하지? 극천신주로 빨아들인 힘도 방금 대부분 다 쏟아냈는데……. 아니, 그나저나 온다는 지원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강신혁이 구멍 너머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그림자의 괴물들을 보며 잔뜩 긴장하고 있던 그때, 하늘의 반대편에 새로운 구멍이 열렸다.
- 다행히 내가 늦지 않은 모양이군.
거대한.
아주 거대한.
태양이라도 집어삼킬 수 있을 만큼 거대한 늑대가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
그 늑대는, 너무나 커서 정말로 늑대가 맞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은색의 길고 아름다운 털을 지니고 있었으며 눈은 투명한 녹옥 처럼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으며, 그의 전신을 휘도는 막대한 마력은 마력을 인지할 수 있는 모든 이의 눈이 멀어버릴 만큼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 모루,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니 반갑기 한량없네. 미랑, 미랑일세. 알아보겠는가?
강신혁은 그 늑대가 아군이라는 사실에 일단 안도했다.
만약 적이라면 대체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차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 내가 거대화되어 있는 상태가 맞는 거겠지……?'
자신을 미랑이라고 칭한 그 늑대는 너무나 거대해서, 거대화한 강신혁이라고 해도 그의 전신을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아마 이 늑대는 헤일로에 준하는, 못해도 헤일로의 분신과 동일한 힘을 지닌 회원이다. 강신혁은 확신했다.
- 이 세상의 제약은 대충 알겠군. 제법 까다로운 제약이야. 하급 세계이니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겠지만.
미랑은 강신혁이 얼어붙은 사이에도 휘휘 주위를 둘러보며 그런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아마도 그는 강신혁처럼 굳이 용을 쓰며 노력하지 않더라도 키엘론이라는 세상이 주는 압력을 간단히 이겨낼 수 있는 것이리라.
- 오, 저것들이 이제 흘러나오는군. 내가 처리하겠네. 그동안 모루, 그대는 저 미물들을 진정시켜주는 것이 좋겠어.
“미물……?”
강신혁은 미랑이 자연스럽게 발산하는 기세에 압도되어 힘겹게 반문했다.
미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발을 뻗어 지상을 가리켜보였다.
과연, 저 아래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조그마한 인간들이 강신혁의 눈에도 보였다.
- 히어로 유니버스.
- 마음에 들지 않아. 빨리 처리하려고 했는데.
-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지만.
그때 반대편 구멍에서 뱀이 대리석 바닥을 기어가며 내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강신혁은 그것만으로 자신이 저들과 감히 대적할 수 없음을 파악했다.
"부탁해도 될까요?”
- 물론. 그러려고 온 것이니까. 다만 나중에 부탁을 하나 들어줬으면 좋겠어. 그대의 작품을 원하거든.
“그 정도라면 얼마든지요.”
- 아주 좋아. 그럼 바로 시작하지!
늑대는 히죽 웃으며(아마도 웃음이었을 것이다.) 허공을 박찼다.
세상이 뒤집어지는 듯한 충격이 강신혁을 덮쳐와, 그는 마력의 기류에 자신도 휩쓸리지 않도록 푸른 소를 꽉 붙들고 버텨야 했다. 그 과정에서 절로 신체가 다시 축소되고 말았다.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시선을 돌리니, 구멍에서 빠져나온 뱀과 같은 형태의 거대한 몬스터들이 늑대의 발톱에, 이빨에, 꼬리에서 튀어나온 도끼에(그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베이고 쓸려나가는 것이 보였다.
허공에서 분수처럼 솟은 뱀들의 피가 지상을 적시는 것을 보며 멍하니 굳어있던 강신혁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지상으로 바이크를 몰았다.
“모루!”
왕성 꼭대기로 올라온 밀리아가 강신혁을 부르고 있었다.
“저 독혈이 보호막을 뚫고 들어오면 끝장이야!”
왕성 꼭대기에 착지하자마자 밀리아가 그를 붙들고 외쳤다.
뭐? 하고 고개를 드니, 저기 먼 하늘에 재앙이라는 이름의 알을 까고 나온 듯한 뱀들과 그 뱀을 잡아먹는 거대 늑대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똑똑히 보였다.
문제는 뱀들이 늑대에게 상처를 입을 때마다 흘리는 피가 폭우가 되어 지상으로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다행히도 벨트의 특수능력이 발동해 생성된 영력의 방어막이 그것을 막아내고는 있었는데, 방어막에 튕겨난 독혈이 일대를 녹이는 모습이 워낙 섬뜩하여 강신혁도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전투를 직접 치르는 것도 아니고 여파만으로 이 지경이냐. 정말 지긋지긋하네.”
“저 괴물들은 대체 무엇이지. 멸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직접 종말을 집행하러 온 신의 대리자인가?”
“너까지 왜 그래? 그냥 인간의 번영을 띠꺼워하는 애들이 모여서 단체로 깡패 짓하고 다니는 그런 거야. 일단 지금은 저걸 막아내는 것부터 생각하자.”
“모루, 너는……."
“또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조금만 더 수고해줘, 가라!”
우선은 신살검에 영력을 담아 다시 허공으로 쏘아 보냈다.
허공에서 거대화한 신살검은 재차 수호를 발동, 형성된 방어막으로 위에서 쏟아지는 독혈들을 튕겨냈지만 역시나 여기에는 시간제한이 존재한다.
그 사이 강신혁은 자신이 가진 아티팩트들을 뒤져가며 이 상황에 적합한 게 무엇이 있을까 고뇌했다.
“소울 커넥터로 만들어낸 영력의 실을 거대화시켜 방어막을…… 아니 그렇게 하느니 차라리 수호를 유지시키는 게 더 효율이 좋겠지. 아아, 젠장. 진즉 방패라도 하나 만들어둘걸.”
- 죄송합니다, 회원님. 히어로 유니버스에도 이 세상에서 격을 유지할 수 있는 아티팩트는 회원님께서 직접 만드신 아티팩트 정도입니다.
그야 그렇겠지, 영력을 제대로 다루는 대장장이는 이전부터 모루 정도밖에는 없다는 얘기들을 했었으니까.
강신혁은 저 하늘 위에서 박진감 넘치게 허공을 밟고 질주하며 독뱀들을 물어뜯고 있는 초거대 늑대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는 독혈의 세례를 보며 이걸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닉스는?’
이 상황이라면 도시 밖에 나가 있던 사람들에겐 재앙 수준이 아닐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녀석은 이 난장판이 되자 사람들을 이끌고 다시 광산 안으로 들어간 모양이었다.
현명한 판단이다. 그 안의 땅지옥들은 이미 처리했고, 독혈이 넘쳐흘러 강을 이루더라도 그 높은 지대에 있는 광산까지 도달할 수는 없을 테니까.
‘우리만 해결하면 되겠어.’
거기서 다시 문제는 지금 이곳으로 돌아온다.
자, 이걸 어떻게 한다?
‘용기를 거대화해서 전부 받아낸다. ……단순한 용기가 이 세상에서 제 격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 각하.'
그로잉 사이드를 무한하게 분열시켜 쏟아져 내리는 독혈들을 받아내는 것 역시 영력 문제로 각하다.
결국 남는 방법은, 진짜로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제일 무식한 것뿐.
강신혁이 어떻게든 다시 거대화하여 직접 돌격, 왕국으로 쏟아져 내리는 독혈들을 직접 막아내며 한편으로 그것들에 수호황룡의 힘을 가하는 것이다.
강신혁이 저 독혈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아까 확인했을 뿐더러, 이미 독뱀들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독혈의 격을 억제하는 것도 쉬운 일일 터.
“좋아, 그럼 직접 가볼......."
“모루.”
그때였다.
강신혁이 있는 머리 없는 머리 짜내가며 대책에 고심하던 그때,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밀리아가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건을 거대화하는 것은 꼭 네가 가져온 물건들에만 가능한 일인가?”
“어? 아니, 그건 아냐. 물건의 격이 충분히 높기만 하다면 다른 것도 얼마든지……."
“그럼 되었다.”
밀리아가 곧장 성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강신혁은 그녀가 하고 있는 생각을 얼추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세상의 법칙에 당연하다는 듯이 순응해 살아온 이들이 이제와 반기를 드는 모습은 상상도 할수 없었으므로…… 안타깝지만 그녀에 대한 기대는 버리기로 했다.
“그럼 막아야지.”
강신혁은 바이크를 타고 다시 허공중으로 솟구쳤다.
이미 한 번 거대화했었던 터라 그 요령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영력과 황룡투기를 소모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대로 수호의 의지에 내장된 영력을 소모하기만 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훨씬 싸게 먹힐 터였다.
“역시 히어로는 싸울 때보다 지킬 때 더 빛나는 법이지.”
- 150,000HP 보너스!
“아 젠장, 저 방금 말했어요?”
히어로 유니버스에 입성한 이후로 혼잣말이 늘어난 것은 자각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런 부끄러운 말을 입에 스스럼없이 담게 될 줄이야.
강신혁은 혀를 차며 거침없이 자신의 격을 확장시켰다.
그래도 두 번째라고 복잡한 중간과정을 싹 날려버리고 거대화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녹색의 비가 그를 적셨다.
“앗 따거."
- 영혼독을 수련하기에 좋은 날이로군요.
“그러게요.”
그는 음울하게 대꾸하며 허공에서 홀로 방어막을 펼치고 사투하고 있던 신살검을 낚아챘다.
그리고 쏟아져 내리는 빗방울들을 향해 영력의 실을…….
- ……회원님.
“네?”
- 정말로 회원님께서 나서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이 독혈들이라도 개인적으로 회수해두시죠.
관리자의 태도가 일변했다.
“네? 하지만 그러면 영력의 소모가……."
- 그 전에 해결될 테니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강신혁은 관리자의 답변을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순순히 실을 뻗어내 쏟아지는 빗방울들을 한데 그러모았다.
거대화한 자신에게 딸려 함께 거대화한 용기를 꺼내 그러모은 독혈을 담았다. 이 세상의 법칙에 따라 곧 용기도 그 안의 독혈도 자동으로 크기가 줄어들 터였다.
삽시간에 2리터는 되지 않을까 싶은 양의 독혈이 모이자 그는 가득 찬 용기의 마개를 담아 인벤토리에 던져 넣고는 새로운 용기를 꺼내들었다.
당연하지만 이대로 무한히 영력의 실을 뻗어 독혈을 수집하는 방법을 쓸 수는 없다.
강신혁이 슬슬 영력을 충전시킬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그때.
허공중의 독혈들이 모두 그 자리에 정지했다.
"응......?"
혹시 나 자신이 모르는 사이 중력, 혹은 시간, 혹은 공간 관련 특성이라도 각성했단 말인가.
그러나 강신혁 자신에게 달라진 점은 없었으므로…… 그는 혹시나 하는 심정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에 거대화한 밀리아의 모습이 있었다.
그 품에는 그녀 자신과 마찬가지로 거대화한 물의 보주가 들려 있었다.
“어……."
- 히어로 유니버스의 신규 회원 ‘물여우’입니다.
“그 닉네임 관리자 님이 강요했죠.”
- 어떻게 그 사실을!?
관리자가 경악하고 강신혁은 조금 다른 의미로 혼란스러워 하는 사이, 밀리아는 물의 보주를 조작해 떨어져 내리는 독혈들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독혈이 하나의 흐름을 이루어 그녀가 바라는 대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물의 보주란, 단순히 물을 만들어내는 아티팩트가 아니라 원래 ‘모든 액체’를 조종하는 희대의 보물이라는 얘기였다.
그게 아니면 단지 밀리아가 물을 다루는 권능을 각성했을 뿐이든가.
- 슬슬 마무리할까!
그때 위에서 거대 늑대의 씩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상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날뛰는 거대 늑대, 또 한 바가지 독혈을 쏟아내는 거대 뱀들.
그리고 그 독혈들을 일제히 통제해내고 있는 밀리아와 물의 보주.
강신혁은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차례가 완벽하게 끝났음을 깨닫곤, 어깨를 으쓱이며 거대화를 풀었다.
실로 파란만장한 차원 퀘스트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