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화. < Chapter 32. 새로운 차원 퀘스트 - 1 >
- 오늘의 로그인 보너스로 속도 증가 버프를 얻었습니다! 만으로 24시간 동안 모든 움직임이 30% 빨라집니다!
금요일 아침, 강신혁은 방에서 일어나자마자 간단하게 씻곤 방 안에서 간편식으로 식사를 해치웠다. 3배는 아니고 30% 빠른 움직임으로.
식당 같은 델 간다고 또 밖으로 나섰다간 사람들에게 시달릴 것 같았으니 오늘은 가능하면 밖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
S급 게이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귀찮게 굴 게 뻔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SS-급 게이트에 휘말렸었지만, 그때 내가 활약을 했다는 건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그때는 백인하도 다른 무수한 초인들에 묻혀 그저 ‘몬스터들에게 밀리지 않고 맞서 싸웠다’는 정도로만 알려졌으니.
물론 그것만도 화제성이 높지만, S급 게이트를 멀쩡하게 정복한 것은 또 한 차원 다른 얘기가 된다.
특히나 뱅가드의 엘리트 전투초인으로서 명성이 높은 안형주가 너덜너덜해져 나타났음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러면 어떻게 한다. 어제 작업을 이어서 할까?’
일단 이나희에게 문자를 넣어봤지만, [구해줘]라는 답이 돌아올 뿐이었기에 스윽 화면을 닫았다.
물론 그녀는 자신이 읽씹 당한 것을 알고는 흥분하여 곧장 문자를 추가로 날려왔다.
[나희 선배 : 야 구해달라고!]
[나 : 실습 수고하세요^^]
[나희 선배 : 선배한테 수고한다는 표현을 쓰면 돼? 어?]
[나:Latte is horse..]
강신혁은 벌새의 날개처럼 맹렬히 진동하는 스틱을 품에 집어넣어버렸다.
아무튼 이나희와의 작업은 물 건너간 셈.
하지만 어차피 클레어와 신은아에게 줄 선물은 혼자 작업하려고 마음먹고 있었으니 별 문제는 없었다.
“그냥 내가 조금 더 고생하면 되지.”
실은 어제 오전, 바를 오픈할 준비를 마치고 저녁까지 남는 시간 동안 마이 룸에 들어가 쇠를 두드리고 있었다.
마음을 진정시키기에는 역시 쇠가 최고였으니까.
전투를 벌일 일도 없다보니 황룡투기와 영력을 모조리 쏟아부어가며 작업을 했는데, 그것이 좋게 작용했는지 기본적인 정련작업은 차고 넘치도록 되었다.
‘아예 시리즈로 만들어볼까. 같은 시리즈의 넘버링 부여…… 감성 있어.’
사실 두 사람에게 줄 선물은 같은 물건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클레어의 선물을 본떠 신은아의 선물을 추가로 만들려는 것이었지만. 더 나아가자면 전날 이나희와 작업한 물건도 이것과 같은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었으니 벌써 세 개를 만들게 되는 셈이다.
덤으로 강신혁도 이것을 다루는 데에는 제법 자신이 있었으므로 자신 몫도 만들어둘까 싶었다.
이것을 다룰 에너지원만 있으면 저마다 자신의 특성을 살린 공격이 가능해지니까…….
‘하는 김에 엘레노어 선배랑 백인하 것도 만들어두자.’
엘레노어라면 아마 이것으로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을 터.
백인하는, 앞으로 함께 행동할 일이 많아질 테니 만들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다.
녀석은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순간까지도 망설이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무척 운이 좋았음을 알 필요가 있었다.
지금 이렇게 아티팩트를 만들어주는 멤버의 공통점이라면 바로 팀, 마스크드 바커스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백인하는 그렇지 않다고? 무슨 소릴, 녀석도 훌륭한 팀의 일원이다. 이제부터 그렇게 된다.
클레어와 이나희, 엘레노어와 같은 팀으로 묶인다고 하면 녀석도 환호를 하면 했지 싫어하진 않으리라.
“그럼 시작해볼까!”
그는 마이 룸에 입장했다.
시간비율이 1대3으로 조정된 덕에 어지간한 차원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보다도 이곳에서 작업을 하는 쪽이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비록 그동안 차원 퀘스트를 별로 클리어하지 않아 마이 룸 내부 정경은 그리 변하지 않았다.
아직 제대로 된 모루와 화로가 설치되지 않아 간이 세트로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사실 대장일을 하기에는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불 붙이고.”
타오르는 불을 보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전날 라이트 마스터리를 익혀서 그런지 조금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듯하기도 했다.
역시 파이어 마스터리도 얻고 싶은데. 강신혁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망치와 정을 들어,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 정밀부품제작 분야의 장인이라고 해도 믿겠습니다. 섬세한 부품들이 많은데 능숙하시군요. 주조도 아니고 단조인데요.
“푸른 소 개조 부품을 만들 때 질리도록 해봤으니까요. 이젠 오히려 이렇게 만드는 쪽이 더 편해요.”
전생의 기억을 되찾는다는 것은 곧 수십 년간 먹고 싸고 자는 것 외에는 대장일에만 매달렸던 근성 노가다 장인의 기억을 되찾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강신혁은 0.001mm 단위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섬세한 기계부품을 정으로 깎아 만들면서도 조금의 피로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단순한 노가다만이 아냐. 넘버링마다 다른 특색을 부여할 테니까.’
기본재료는 모두 같은 난쟁이의 손톱.
하지만 넘버링마다 조금씩 다른 재료를 추가했다.
백인하의 것에는 히어로 유니버스에서 판매하는 푸른바람호랑이의 눈과 푸른 소의 외장을 만들고 남은 푸른 합금을.
엘레노어의 것에는 이전 합금을 만든 후 남겨두고 있던 스피네 로세의 가시들과 말벌들의 독침. 과감하게 모두 투자했다.
클레어의 것에는 그녀 본인이 어레인지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생각했으므로 기본을 충실하게, 대신 영력을 듬뿍 담아냈다. 그리고 그녀만을 위한 특별한 기능을 추가했다.
신은아의 것은, 사실 굳이 그녀의 것까지 만들 필요가 있나 싶기는 했지만, 그래도 일단 정성을 담아 만들었다.
여기에는 섀도 엘레멘탈의 파편과, 백인하의 것과 마찬가지로 푸른 소의 외장과 같은 재질의 푸른 합금을 더했다.
“후, 이쯤인가. 완성에는 본인의 마나가 필요하니 이 단계에서 스톱하는 게 좋겠어요. 역시 나희 선배의 인챈트도 받을 수 있으면 받고 싶기도 하고.”
- 작업 속도가 굉장히 빠르시군요.
“틀은 이미 대부분 만들어뒀었으니…… 제가 얼마나 했죠? 아, 한 다섯 시간 남았나.”
마이 룸을 이용 가능한 10시간 중 5시간이 남았다는 것이 아니라, 시간비율로 인해 세 배로 늘어나 30시간이 된 데에서 5시간이 남았다는 얘기였다.
심지어 이것도 오늘 하루 그에게 주어진 속도 30% 증가 버프의 덕을 본 것이니 그가 해치운 작업량을 가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어쨌든 다른 사람에게 줄 것은 모두 마감 작업만을 남겨두고 있으니, 이제 자신의 것을 작업하기로 했다.
참고로 강신혁의 것은 두 개를 만들기로 했다.
두 개가 모여 있는 편이 훨씬 간지가 나기 때문이다.
‘좋아, 재료는 충분히…… 아니 좀 지나친가? 몰라, 다 갈아.’
우선 첫 번째 물건에는 섀도 엘레멘탈들의 파편을, 거기에 더해 혼돈의 침전물이 남긴 마석까지 갈아 첨부했다.
나온다면 나온다고 말이나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전투가 끝나고 자동으로 루팅되어 인벤토리 안에 처박히는 바람에 강신혁도 이것을 찾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던 물건이다.
너무 높은 랭크의 마석을 쓴 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이미 저지른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거 내가 다룰 수 있겠지……? 좋아, 괜찮을 것 같아.”
- 회원님도 이제 가이아 시스템의 랭크로만 따져도 SS-랭크에 해당하는 초인이 되셨으니까요.
“믿기지가 않지만 그렇네요.”
엄밀히 말하면 그의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힘은 SS-랭크가 되었지만 민첩과 체력이 아직 S+랭크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초인이라면 마력이 있어야 할 특수능력 자리에 [영력]과 [황룡투기], 무려 두 가지의 능력이 존재하며 둘 다 SS-랭크에 달했다는 점에서 크게 가산점을 얻었을 가능성이 컸다.
거기에 황룡투와 영혼독을 비롯해 희귀도가 높은 스킬들을 익히고 있다는 점도 플러스가 되었겠지.
- SS랭크도 머지 않았습니다.
“하하, 그러면 탑 랭커라는 이름이 아까워지지 않을 정도는 되겠네요.”
아무튼 방금 자신이 만들어낸 물건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선 후에는 바로 두 개째 작품의 제작에 돌입했다.
여기에는 백인하와 신은아의 물건을 만들고도 남은 푸른 금속을 모조리 때려 부었다.
거기에 더해 요즘 쓰지 않고 있던 여왕말벌의 날개 팔찌를 넣기로 했다.
사물에 진동의 힘을 더하는 물건으로, 상당히 강력하지만 여태껏 다른 능력을 쓸 때 조화롭게 다루지 못했다.
그래서 이대로 놔두느니 차라리 아티팩트의 재료로 쓰는 게 나으리라는 판단을 내린 것.
- 이미 완제품인 아티팩트를 재료로 삼아 물건을 만드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네. 이제 가능할 것 같아요.”
전날 모루의 기억에서 읽어낸 바에 따르면 지금 강신혁의 수준으로도 충분히 가능했다.
관리자는 그의 자신어린 대꾸에 당분간 답이 없더니, 곧 짤막한 메시지만을 출력했다.
- 10HP 보너스.
“고마워요.”
몇 만 단위로 쏟아부어주던 보너스보다 10HP 보너스가 더 인상 깊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알 것 같았기에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는 입을 열지 않고 작업에 매진했다.
뼈대를 만들 재료에 모든 부재료들과 여왕말벌의 날개 팔찌를 함께 넣고 녹여 합금으로 만든다.
영력과 황룡투기를 붓고, 자신의 특성을 발동시켰다.
섞고, 차분히 지켜보고, 다시 섞었다.
얼마나 그렇게 시간을 보냈을까, 다행히 마이 룸에서 쫓겨나기 전에 목적했던 물건이 만들어졌다.
- 고급 아티팩트를 통째로 재료로 써서 특수한 목적성을 띈 합금을 만들어냈습니다! 바람의 영향으로 진동을 일으키는 이 금속은 굉장한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 하지만 너무 특수한 금속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야금술 스킬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그것은 신묘한 푸른빛을 띠는 금속이었다. 바람의 힘을 초진동으로 치환하는 특별한 금속.
만약 강신혁이 여기에 이름을 붙인다면 그것만으로도 합금은 무척 유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 이 자리에서 소진해 없앨 금속이었으니 이름을 붙일 필요성은 없다.
- 회원님, 이 합금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관리자 님도 눈치를 못 채셨어요? 그렇게 저한테 권해놓고는.”
- 관리자가 권했다는 말씀입니까? 대체 무엇을…… 아, 혹시.
짐작이 가는 것이 있었는지 관리자가 느낌표로 가득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여전히 이런 서비스가 귀엽다.
그렇다. 강신혁은 바로 빔 병기를 만들어낼 셈이었다!
‘라이트 마스터리를 얻은 순간부터 구상은 하고 있었는데.'
스킬을 획득하는 순간, 신기하게도 마법적인 빛의 파괴력과 원리에 대해 대강이나마 머릿속에 이론이 정립되었다.
다만 그것을 그대로 물건으로 옮겨내기에는 안타깝게도 그가 지니고 있는 스킬의 숙련도나,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재료의 한계가 극명했다.
그래서 고민하던 중 꿈을 꾸었다.
이미 완성된 아티팩트를 재료로 삼아 새로운 가능성을 얻는 꿈을.
“그것을 실행에 옮긴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이 합금입니다.”
- 놀랍습니다. 이것은 전생과는 다른 영역의 발상입니다.
이 합금은 바람의 힘으로 진동을 조절하게끔 하는 마법금속이다.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는 17세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사람들에 의해 치열하게 연구되어 왔지만 결국 결론이 나지 않은 채.
빌어먹을 양자역학의 배만 불려줄 뿐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라이트 마스터리]로 인해 탄생하는 이 공격성 높은 빛의 힘은 외부 진동의 개입에 의해 강화되고 압축되는 파동의 성질을 강하게 띠고 있다는 것이다.
- 바람 속성을 강조하는 진동의 금속이라 관리자는 회원님께서 바람과 번개의 힘을 띤 아티팩트를 만들어내실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만…….
“그건 너무 단순하죠. 마치 백인하에게 만들어줄 이 아티팩트처럼.”
- 스스로의 성과를 띄우기 위해 스스로의 작품을 부정하는 것조차 개의치 않으시는군요. 감탄한 관리자의 50,000HP 보너스!
단순히 빛의 힘을 가두는 것뿐만 아니라, 진동이라는 요소를 더해 그 통제력과 위력을 높인다.
자신의 기술력과 지식의 한계를 특별한 재료를 더한 합금으로 뛰어넘는 이 경험은, 성공적으로 완수되기만 한다면 그에게 끝내주는 성과를 안겨줄 터였다.
“흠, 그러면……."
한정된 재료, 실수는 있을 수 없다.
강신혁은 신중하게 작업을 시작했다.
실은 그것을 모두 사용해 자신의 아티팩트를 만들려다가, 특별히 인심을 써서 백인하의 물건에도 이 금속으로 만든 부품을 조금 추가 해주기로 했다.
“완성.”
마이 룸에 들어온 지 29시간째.
비로소 강신혁은 모든 작업을 마치고 한숨을 불어냈다.
어제의 작업보다도 훨씬 밀도가 높은 작업이었다.
영력과 황룡투기가 거의 바닥을 찍고 있는 것만 봐도 그가 이번 작업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 부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때요.”
- 이것을 전부 완성시키면 야금술의 랭크가 성장할 것 같군요.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즉흥적인 발상으로 만들어낸 시리즈지만 이게 상당히 훌륭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진짜 고위 장인들이 겪는 창조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아마 이걸 이만우에게 보여주면 ‘네가 No.1이다!’라는 답이 돌아오겠지만 강신혁은 거기까진 알 수 없었다.
“그럼 이제 돌아가서 무기술 수련이나 해야겠네요.”
- 회원님, 죄송합니다만 차원 퀘스트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의뢰?”
보람찬 일과를 마치고 신체단련으로 하루를 끝마치려던 강신혁을 관리자의 메시지가 붙들었다.
- 키엘론에서 발생한 차원 퀘스트입니다.
어째,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