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 Chapter 31. 액셀러레이터를 당기다. - 4 >
백인하는 오만과는 거리가 먼 인종이었다.
동세대의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재능, 압도적인 마나량을 타고난 그였으나, 오만하기에는 그의 주위를 둘러싼 인간들이 너무나 강했기 때문이다.
“뛰어난 아이야.”
“이대로 자라나준다면 백양의 마스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하, 농담을. 이 아이는 너무 늦게 태어났어. 인간은 세월이 흐르면 노쇠하지만, 정말로 강한 초인은 세월이 흐를수록 강해지지.”
“하긴. 백양의 마스터 자리를 노리는 이가 한둘이 아니니. 마스터께서 말씀하셨다지, 기준에 미달하는 이라면 친족이라 해도 자리를 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래, 벌써부터 경쟁이 살벌하잖은가. 이 아이가 거기 끼어들기에는……."
하다못해 10년만 더 일찍 태어났더라면, 이 아이가 백양의 주인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눈부신 재능을 굳이 감추지 않고 행사해온 백인하는 아주 어릴 적부터 그 얘기를 듣고 자라났다.
그것은 찬란히 빛나는 그의 재능을 알아본 이들이 던지는 일종의 덕담이었으며 동시에 아쉬움을 표하는 말이기도 했지만, 백인하에게 그것은 자신을 비웃는 것으로만 들렸다.
‘일찍 태어나지 못한 건 내 잘못이 아냐. 내 잘못은 세월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을 만큼 약하다는 것, 그것 하나뿐이야.’
백인하는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
‘너무 늦게 태어나서’, ‘좋은 아티팩트를 얻지 못해서’, 혹은 ‘너무 심성이 착해서’와 같은 말들은 결코 칭찬이 아니라, 그를 좌절시키려는 말에 불과하다는 것을.
사람을 달리게 하는 말이 아니라 주저앉게 하는 말이라는 것을.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변명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짜증이 나 견딜 수가 없었다.
그가 외부의 평판을 신경 쓰지 않게 된 것은 이 즈음이었다.
타고난 재능이니, 시간이니, 노력이니 하는 말들도 그저 우습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멋대로 재단하는 모든 놈들에게 엿을 먹이고 싶었다.
말투가 가벼워지고 행동거지가 어설프게 된 것도 어쩌면 이 시기였는지도 모른다.
짓궂은 사춘기 남자애의 심보였다.
겉만 보고 판단하는 머저리들에게, 자신을 우습게 여기도록 만들었다가 더 크게 반격해주고 싶은 심술 탓이었다.
결과적으로는 편해졌다. 그에게 겉만 번지르르한 말을 늘어놓는 이들도 사라졌고, 그의 재능이 아쉽다느니 헛소리를 뱉는 이들도 어느덧 보이지 않게 되었으니까.
능력의 발전은 경이적이었다. 애초에 천재의 한계를 범인이 멋대로 정하는 것부터가 넌센스였다.
그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성장했다.
자신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으므로 외부의 평가를 받을 일도 없어졌고, 따라서 지금 자신이 어느 수준인지도 정확히 알기가 힘들어졌지만, 그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오직 스스로를 강하게 단련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나이를 조금 먹고 슬슬 흑역사라는 말을 기억하게 되었을 즈음, 그는 자신이 알던 것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는 좀 더 행동거지를 바르게 해라.”
자신이 어떻게 하고 다니던 별 신경을 쓰지 않던 할아버지…… 그러니까 백양의 마스터인 백주인이 직접 그를 불러 이렇게 말한 것이다.
“백양의 주인이 될 놈이 그렇게 엉덩이가 가벼워서야 남들에게 어찌 보일까 생각해보란 말이다.”
“네? 누가요?”
“너 말이다.”
“백양의 주인?”
“그래, 길드 마스터.”
백주인은 단호하게 선언했다.
“그 자리 네 앞으로 돌려놨다. 내가 죽기 전까지는 여기로 올라와라.”
“아니 왜요?”
어처구니가 없어 반문하는 그에게 백주인은 코웃음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봐가면서 속여야지. 어찌 탕아 코스프레를 제법 잘 하고는 있더라만은.”
“이야 우리 할아버지 코스프레라는 말도 아시고…… 으칵!”
“경쟁자들을 방심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면 어림없다. 앞으론 네가 백양의 얼굴이다. 덤벼드는 놈들 모두 정면에서 맞서 싸워, 꺾어라. 그 정도 기백이 없으면 이 자리에 못 앉는다.”
“아니 할아버지, 그러니까 왜……."
“네가 친족 중에 제일 강하니까. 뻔한 거 아니냐.”
백주인의 두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능력이 되면 외부인도 상관없다느니, 그건 머저리들을 충성하게 만들려는 거짓말이었다. 내가 가꾼 자리야, 내 친족 아니면 못 넘긴다.”
“그런 개구라를 당당히…… 아걋!”
“하지만 놈들이 그걸 눈치를 채면 안 되지. 그러니 실제로 네가 백양의 주인에 걸맞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지금부터 시작하는 거다. 알았냐?”
“……그렇다면야.”
“일단은 신영에서부터 시작이다. 학생회장, 할 수 있겠지.”
“네이네이.”
그렇게 백인하는 정식으로 백양의 후계자가 되었다.
그날 소박한 깨달음도 같이 얻었으니, 아무리 겉을 꾸미더라도 결국 알아보는 이는 알아본다는 것.
역시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은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자신이 교류해야 할 대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알게 되었으니까.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또래의 남자애와 만나게 된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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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멋대로 판단해온 건 나였는지도 모르겠는데 이거.’
위기상황에서 강신혁의 들러리가 된 것은 이걸로 몇 번째일까?
백인하는 어둠으로 가득 찬 주위에서 흔적도 없이 기어오는 섀도 엘레멘탈들을 경계하며 입맛을 다셨다.
‘모르는 사이에 이런 잘 빠진 바이크도 뽑고 말이야.’
강신혁에게 푸른 소를 빌린 것은 자신의 마력이 슬슬 떨어져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푸른 소에 타 움직이는 데 들어가는 마나를 아끼고 모두를 공격에 쏟아 부으면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버틸 수 있을 듯했다.
이건 그만큼 굉장한 아티팩트였다. 지금도 백인하의 움직임을 능동적으로 보조해주는 것이, 마치 자아라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틀림없어. 이게 나한테 힘을 빌려주고 있는 거야. 내 공격에 바람이 더해지는 것이 느껴져.’
그런데 연금술사 누님이 얼핏 흘린 말에 따르면, 놀랍게도 강신혁은 이걸 직접 만들었다는 것 같지 않은가.
반년 만에 터무니없는 힘을 쌓은 녀석이다. 수련만 하기에도 부족했을 시간에 어떻게 다른 능력까지 발전시킨 것일까. 그 시간 동안 자신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자신과 비교할 생각 없이 사귄 친구와 나를 비교하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더라.’
강신혁은 마나가 없는 능력자였다. 하지만 당당히 신영에 입학했고, 주위 누가 뭐라 하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매진했다.
백인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그의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강신혁 본인에게 말하면 뺨을 맞을 일이지만, 그는 둘이 본질적으로 무척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타인을 정말로 신경 쓰지 않고 노력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백인하도 해봤기에 잘 안다.
그런데 강신혁은 도저히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거대한 핸디캡을 안고도 굴하지 않고 노력을 거듭했고, 결국 일반의 범주에서 벗어난 힘을 얻어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신인왕까지는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어. 하지만 '신은혁'은 아니었지.’
자신을 뛰어넘어 빠르게 성장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마냥 기쁘기만 했다고 답한다면 거짓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기쁨 외의 감정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왔는가.
그것을 인정하기 쉽지는 않았지만, 결국 백인하는 자신도 자신이 비웃었던 다른 사람들과 별 다를 바 없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자신이 친구와 스스로를 비교하고, 질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물론 이번에도, 편하게 포기하고 주저앉을 생각은 없었다.
백인하의 삶의 태도는 바뀌어선 안 된다.
강신혁이 바이크를 만들든 실을 쏘아내든, 붉은 머리 미녀와 연애를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백인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아갈 뿐이다.
그래야만 했다.
‘아니, 그래도 역시 그건 신경이 좀 쓰인단 말이지, 대체 어떻게 클레어 누님을 꼬셨…… 쓰읍.’
- 뀨우웃!
“뭐라는 거야, 고슴도치가.”
- 뀻!?
자신에게 멋대로 한계를 부여하려는 이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이 자기 스스로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백인하는 친구로부터 빌린 바이크의 손잡이를 꽉 쥐고는 이를 악물었다.
“내가 고작 이 정도로 죽을 것 같냐.”
- 뀨우우웃!
한 손으로 액셀을 당기며 한 손으로는 단검을 쥐었다. 마나를 한껏 끌어올려 단검에 실었다.
이 바이크의 속도와 맞춘다면, 놈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견제하며 지금 이 위치를 사수하는 것 정도야 얼마든지 가능할 터.
- 샤아아아아
- 키힉, 키히잇!
섀도 엘레멘탈들이 내는 소리가 지척에서 들렸으나 그는 방심하지 않았다.
놈들의 울음소리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안다. 집중해야 할 것은 놈들의 마력이다.
음차원의 마나. 자신의 마나를 갉아먹고, 신체를 잠식하는 독과 같은 마나다.
- 우우웅
바이크가 믿음직스럽게 진동했다.
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는 모르나 상쾌한 바람의 마나를 머금고 있는 이 아티팩트는 주인도 아닌 백인하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바람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것이 섀도 엘레멘탈들의 마력을 밀어내고, 백인하의 마력을 북돋웠다.
“흡!”
- 샤아아악!
눈을 감고 집중하던 백인하가 손잡이를 잡고 바이크를 틀며 가속했다.
다음 순간, 바닥에서 솟아나던 섀도 엘레멘탈이 날카롭게 갈린 프론트 펜더에 찍혀 비명을 질렀다.
“뒈져!”
- 키악!
백인하는 눈으로 확인하지도 않고 단검으로 그것을 찍어버렸다.
한순간 일점에 집중된 마력이 백인하의 평소 움직임처럼 가속하며 섀도 엘레멘탈을 저 멀리 튕겨냈다.
놈은 마치 검은 레이저 범이라도 된 것처럼 수 킬로미터를 쭈욱 밀려나며 다른 섀도 엘레멘탈들을 끌어들여, 끝내 폭발해 죽었다.
‘어라.’
자신이 주입한 힘보다 어째 훨씬 더 끝내주는 결과가 나온 것 같은데, 착각일까.
아니, 착각이 아니었다. 같은 행동을 몇 번 반복하는 사이에 분명하게 깨달았다.
‘이 바이크냐!?’
기승형 아티팩트가 주인의 능력을 키워준다는 얘기는 간혹 가다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극적인 변화를 낳는다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물론 그것은 강신혁이 푸른 소에 신풍의 보주를 융합시킨 채 놔두었기 때문이지만 백인하가 그것을 알 턱이 없었다.
푸른 소의 능력은 백인하의 특성과 너무나 궁합이 좋았다.
그저 빠르게, 또 빠르게.
광범위한 영역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한순간에 인식하고, 효율적인 경로를 작성해,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여 대응한다.
백인하는 안형주를 눕혀둔 곳을 중심점으로 삼아 푸른 소를 타고 정신없이 움직이며 섀도 엘레멘탈들을 걷어내고, 또 걷어냈다.
그 모습이 마치 지상에서 치는 번개와도 같았다.
‘아니, 이거 실제로 스파크가 튀네. 바람에 더해 번개까지 진심 뭔데 이렇게 쩌냐!’
백인하는 푸른 소가 서늘한 바람의 마력을 뿜어내 그와 소통하며, 그의 마력을 증폭시켜주는 과정에 깊이 감응했다.
방심하는 순간 SS급 몬스터들에게 당해 큰 부상을 입을지 모르는 순간임에도 푸른 소와의 교감이 주는 아찔한 느낌에 빠지고 말았다.
‘시뇩이한테 똑같은 걸로 만들어서 팔라고 하면 만들어줄까.’
아마 이런 걸 다시 만들긴 힘들겠지.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최대한 기억해두는 수밖에 없다.
이 기적의 바람이 만들어내는 흐름을, 증폭되며 가속하는 자신의 마나의 흐름을.
그리고 어느덧 자신이 어느 상황에 처해있는지, 어디에 있는지도 잊어버릴 만큼 그것에 집중했다.
- 스으으으
어느 한 순간, 그의 전신에서 녹색의 마력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실체는 없지만 무척 서늘하고, 경쾌한 마력이었다.
안형주는 여전히 기절해 있어서 보지 못했지만, 오닉스만은 그것을 똑똑히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생각했다.
혹시 이 녀석도 주인님의 새로운 펫이 되려는 건가! 그래도 내가 먹을 쇠는 절대 나누어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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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서에 해를 끼치는 존재를 제압했습니다! 회원등급에 보너스! 27,000,000HP를 얻었습니다! VIP 보너스로 보상의 50%에 해당하는 HP를 추가로 얻어, 총 40,500,000HP를 얻었습니다!
실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이전 똑같은 등급의 보스 몬스터인 포이즌 미스트(SS+)를 처치했을 때보다도 조금 더 높은 양의 HP가 들어온 것이다.
아마도 그만큼 이번 적이 까다로운 상대였다는 얘기겠지.
저번 싸움이나 이번 싸움이나, 적에게 하드 카운터 속성을 갖고 있던 강신혁에게는 해당사항 없는 얘기였지만 말이다.
- 흑영신주가 섭취 한계 이상의 어둠을 섭취했습니다. 흑영신주가 소화 작업에 돌입합니다. 소화가 끝날 때까지 흑영신주의 능력이 일시적으로 봉인됩니다.
“신살검으로도 모자라 이 녀석까지 소화를 한다고 난리네. 설마 플러스 정도는 붙겠지. 믿는다, 흑영신주.”
강신혁이 식사를 마친 흑영신주를 뽑아 인벤토리에 넣는 것과 거의 비슷한 타이밍에, 게이트의 침식이 해제되며 자연스러운 밤하늘이 게이트 내에 돌아왔다.
- 이레귤러 게이트 [어둠에 잠식된 모형정원(SS)]이 클리어되었습니다. 게이트가 소멸합니다. 게이트 내부의 모든 이를 외부로 배출합니다.
이제 곧 게이트 안의 모든 이가 외부로 튕겨나게 될 것이다.
혼돈의 침전물을 죽이고 허공에 붕 뜬 채였던 강신혁은 몸을 아래로 향하고는 발밑에서 공기방울을 터트려 자신의 몸을 지상으로 튕겨냈다.
전투 중에 익숙해지고 나니 이것만큼 편한 게 없었다.
그렇게 쏜살같이 지상으로 향하는데, 다 무너진 성벽의 잔해 위에 푸른 소에 걸터앉아 두 눈을 감고 있는 백인하의 모습이 보였다.
“뭐냐, 혹시 전부 새하얗게 불태워버린 건 아니지?”
농담이었다. 아직 영력을 뻗어 살펴보진 않았지만 그에게선 명백히 생기가 느껴졌으니까.
덤으로 이 던전에 들어온 순간부터 도움이 되지 않았던 짐 덩어리 안형주 역시 여전히 기절한 채이기는 했지만 추가로 상처는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고…….
- 뀨! 뀨웃뀻꿋!
“그래, 너도 멀쩡한 것 같고. 잘했어, 오닉스.”
지상에 충돌하기 직전 바람을 반대쪽에서 살포시 터트려 충격을 줄인 후 부드러운 착지.
10점 만점에 10점짜리 착지를 완수하고 내심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에게 덤벼드는 오닉스를 받아 안는데, 녀석은 아무래도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응? 어디 다쳤냐?”
- 뀨! 뀨뀨!
자신의 안전보다 더 급한 일이 있다는 투로 오닉스가 강신혁의 뺨을 가시로 쿡쿡 찔렀다. 녀석은 여전히 두 눈을 감고 있는 백인하를 경계하는 것처럼 보였다.
“백인하? 진짜 무슨 일이냐?”
“시뇩아……."
백인하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강신혁을 바라보는 녀석의 두 눈이…… 어째설까, 에메랄드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나 이 바이크 빌려주라.”
“싫어.”
“뭐든지 해줄 테니까 빌려줘! 빌려주세요!”
“절대 싫…… 방금 뭐든지라고 했겠다.”
“시, 시뇩아?”
친구 사이에 뭐 꿔주는 거 아니라고 똑똑한 사람들이 말했다.
밝고 건전한 준법사회, 꿈과 희망이 가득한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강신혁은 일단 계약서를 준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