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화. < Chapter 30. 3차 해방 - 4 >
[소울 커넥테 [SS 랭크]
[특수능력 - 영사, 영주(靈主), 영화(靈化), 난쟁이의 손]
*영사 - 영사(靈絲)이며 영사(影絲). 영혼의 힘을 물리력을 가진 실로 빚어내 사출한다. 실은 영혼의 힘이 소실되지 않는 한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 실은 그림자를 통해 이동할 수 있다.
*영주(靈主) - 당신은 영혼의 주인이다. 이 무구를 착용하고 있을 때에 한해 영력이 한 단계 증폭되며, 타인의 영혼에 대한 간섭력이 증대된다.
*영화(靈化) - 대상을 영혼의 실로 감싸 한층 강화한다. 스스로에게도 적용되어, 힘과 민첩, 체력이 한 단계씩 증폭된다.
*난쟁이의 손 - 손과 관련된 모든 동작, 스킬에 30%의 긍정적인 보정을 가한다.
[가이아의 눈이 닿지 않는 영역에서 발생한 돌연변이들은 어두운 벽을 손톱으로 긁어내 차원의 벽을 뚫었다. 끔찍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손톱을 영혼의 대장장이가 자신의 방식으로 빚어내, 안정성 있는 무구로 완성시켰다. 단 영혼의 힘을 다루지 못하는 자는 만질 수도 없다는 것이 난점.]
- 현재 수준으로 다룰 수 없어야 할 재료를 놀라운 손재주와 뛰어난 동료의 도움을 빌어 안정적으로 다듬어 [소울 커넥터(SS)]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야금술 스킬이 S-랭크로 성장합니다. 감정 스킬이 A+랭크로 성장합니다.
- 동기화가 극적으로 가속됩니다. 현재 동화율 48.5%
“와아......."
물건이 완성되었을 때, 이나희는 그저 멍하니 작업대 위에 놓인 한 쌍의 붉은 장갑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일반적으로 SS랭크가 초인이 이를 수 있는 능력의 한계라고 여겨지듯, 아티팩트의 랭크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물며 SS랭크의 아티팩트쯤 되면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초고위 게이트에서 얻어온 물건이라야 가능성을 간신히 점쳐볼 수 있었다.
“SS랭크의 아티팩트가 세상에 100점도 채 되지 않는다던데…… 그중 하나가 여기에 있네.”
“그렇게 들으니까 많아 보이네요.”
“이 넓은 세상에 딸랑 100개라고!”
지구는 히어로 유니버스의 다른 회원들이 속한 세상들과 비교하면 제법 수준이 떨어진 세상인 것 같은데 그런 지구에도 SS랭크의 아티팩트가 100개라면, 다른 세상은 어떨까.
여태껏 강신혁이 회수한 모루의 작품 중에는 SS랭크에 미달하는 것도 제법 있었는데, 그렇다면 어째서 그 물건들은 다른 회원들의 극찬을 받았던 것일까.
강신혁은 그 부분에 살짝 괴리감을 느꼈으나, 관리자가 그의 마음을 읽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대꾸했다.
- 회원님께서 제작하시는 물건은 랭크와 관계없이 특출난 것입니다. 특히 영력을 다루는 분야에 있어선 그 누구도 쫓을 수 없었지요. 그렇기에 회원님께서 만드신 무구는 설령 A랭크라고 해도, 영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SS랭크의 아티팩트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던 것입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그것은 이번에 만들어낸 아티팩트도 마찬가지였다.
영력을 다루는 데에만 철저하게 특화된 무구!
심지어 영력을 다루지 못하는 이는 만지지 못한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시험 삼아 장갑을 이나희에게 내밀자 그녀는 정말로 그것을 만지지 못하고 허공을 더듬을 뿐이었다.
"어, 어라? 제작과정엔 나도 참여했는데 왜?”
“아직 나희 선배한테 부족한 게 있다는 얘기죠. 그게 뭔지 깨달으면 선배도 앞으로 쑥쑥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좀 약 오르는데……."
이나희는 붉은 장갑을 어떻게든 터치하려 용을 썼지만 무리였다.
강신혁은 피식 웃으며 그것을 양손에 착용했다.
분명 금속으로 만들었지만 부드럽게 착 달라붙어선 조금도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마지막 옵션인(아마도 이나희의 특성이 발휘된 결과 생성되었을 옵션) ‘난쟁이의 손’ 덕분인지, 맨손보다도 편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건 계속 착용하고 다녀야겠네요.”
“세련되게 잘 만들긴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눈에 좀 띄지 않아? 신은혁으로 활동할 때만 끼는 게……."
“짜잔.”
강신혁이 장갑을 손에 착용하고 자신의 영력을 불어넣었다.
마치 신체의 일부가 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장갑을 감지하고 조종할 수 있었는데, 그것을 이용해 아주 약간의 조작을 가하자…….
"안 보이잖아!?"
"만져볼래요?”
"......."
분명 장갑을 끼고 있을 터인데 어느덧 이나희의 눈에는 강신혁의 맨손밖에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대충 결과를 예감하면서도 정중히 양손으로 강신혁의 손을 붙들었다.
역시나 장갑의 감촉은 느껴지지 않았고, 강신혁의 손이 만져질 뿐이었다.
“이러면 정말 속일 수 있겠네……."
“언제까지 만지고 있을 거예요?”
“장갑을 탐색해보려고 한 것뿐이거든?”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곧 그의 장갑의 기운이 늘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그녀의 특성인 발아의 룬이 발동한 모양이었다.
“내가 이 물건의 제작자 중 한 명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야. 역시 SS랭크 아티팩트야.”
“성능은 여러모로 실험해볼 여지가 있겠네요. 지금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본 능력을 아직 발휘하지 않았음에도 영력을 포함해 모든 스테이터스가 한 단계 증폭되는 것만 봐도 아티팩트의 우수함은 납득이 간다.
물론 영력이 없으면 착용조차 할 수 없는 물건이지만, 현재 자신의 랭크와 관계없이 무조건 스테이터스를 높여준다는 것은 큰 강점이었다.
- 회원님께서 전생에 만들어냈던 명작들과도 자웅을 겨룰 수 있는 물건입니다. 만약 이 물건을 거래게시판에 올린다면 다들 난리가 나겠군요.
‘앞으로 차근차근 만들어봐야죠.’
- 관리자의 예상대로 되었습니다. 아직 전생의 모든 것을 되찾지 못했음에도 회원님께선 이미 전생의 경지를 되찾아가고 계시지요. 모든 기억을 되찾을 즈음엔 감히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결과물을 내실 수 있을 겁니다.
아직 그의 야금술은 S-랭크이고, 동화율은 50%에 못 미친다. 하지만 강신혁은 SS랭크의 아티팩트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재료도 물론 좋았다고는 하지만 신풍의 보주나 극천신주 같은 귀물도 아닌 평범한 몬스터의 부산물이었다. 푸른 소의 개조 작업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업적이다.
물론 속단할 수는 없지만, 빠른 시간 내에 전생의 경지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헤일로의 얘기를 들은 이후로는 강신혁 또한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희 선배가 도와준 덕도 크긴 한데.’
- 쳇.
차마 부정은 하지 못하고 혀를 차는 시늉을 하는 관리자의 메시지에 강신혁은 픽 웃어버리고 말았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느꼈다. 이나희의 특성은 확실히 자신의 야금술과 궁합이 잘 맞았다. 결과물을 보면서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확신했다.
“그럼 이제 선배가 쓸 아티팩트를 만들죠. 그 후로도 할 작업 많아요.”
“정말 사람을 빡세게 부려먹네. 저번 주도 내내 붙들어뒀으면서.”
“동업이잖아요?”
“그래, 동업. 너랑 내 사업. 그게 아니었으면 주말에 나를 독차지하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야. 잘 기억해두도록 해.”
이나희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조금 기쁜 표정이었다.
아마 그녀도 자신의 성장한 능력으로 이전보다 향상된 작품을 만들게 되어 뿌듯한 것이겠지.
강신혁은 이나희가 알았더라면 벌컥 화를 냈을 법한 생각을 하며 인벤토리에서 재료를 꺼냈다. 자신의 장갑을 만드는 데 썼던 바로 그 난쟁이들의 손톱이다.
"뭐 만들고 싶은 거 있어요?”
"응, 내가 클레어 언니를 보면서 생각했던 건데......."
그녀의 요구는 바로 받아들여져, 작업이 재개되었다.
아마 클레어가 이걸 보면 부러워하겠지, 강신혁은 멍하니 생각하다가.
결국 클레어의 몫도 하나 만들어두기로 마음먹었다.
@@@
강신혁이 방에 돌아온 것은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였다. 그런데 어쩐 일로 오닉스가 쓰레기 창고 안에 들어가 있지 않고 방 중앙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뀨웃!
“오, 웬일로 네가 마중을 다 해주냐.”
- 뀨뀨뀨웃, 뀨뀻!
항상 뭔가를 먹거나 자고 있기만 하던 아기돼지 녀석이, 라는 말은 일부러 생략했는데 아무래도 오닉스는 생략된 부분을 알아차렸는지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더니 일부러 몸의 가시를 살짝 세우곤 돌진해와 그의 발등을 쿡쿡 찍었다.
어디까지나 애교에 가까운 짓이었지만 아프긴 아팠다. 녀석은 강신혁이 울 때까지 찌르는 것을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
“무슨 지거리야!”
- 뀨뀨웃, 뀨우우우웃!
강신혁이 화를 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여 바락바락 기어오르는 오닉스.
기어오른다는 것은 물리적인 의미였다. 몸의 가시를 날카롭게 세우고 강신혁의 발등에서 시작해 정강이와 무릎을 지나 기어이 허벅지까지 올라 안착했다.
- 뀨우우우웃뀨웃!
“어, 아, 아아아아!”
그제야 강신혁도 녀석이 뿔이 난 이유를 짐작했다. 아직 녀석과 프랑스에서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건축 자재를 먹어치우는 대가로 검을 하나 주기로 했었지.”
- 뀨우뀨우…….
강신혁의 말에 오닉스가 이제야 생각났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솔직히 대꾸할 말도 없었다.
파리의 참사 당시, 강신혁은 오닉스에게 건물 자재를 먹어치워 달라는 요청을 했었다. 마력을 담은 금속들을 먼저 빼내면 건물을 치워내 생존자들을 구출하기 쉬워지기 때문.
실제로 녀석이 맹활약한 덕에 구출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후일 건물 자재를 회수해 재사용하려던 건축가들이 금속이 빈 자리를 보며 아연해하긴 했지만 인명구출을 위한 희생이었으니 납득하고 넘어가줄 터였다.
아무튼, 그 후로 일어난 일들이 워낙 많기도 했고 강신혁도 정신적인 타격을 받았던 탓에 그만 새카맣게 잊어먹고 있었다.
오히려 여태까지 먼저 그를 보채지 않고 가만히 주기를 기다렸던 오닉스가 기특할 정도다.
“오닉스한테 줄 것 말고도 하나가 더 있기까지 했는데.”
다른 몬스터의 부산물들을 가지고는 작품을 만들기까지 했는데, 스스로도 그것을 잊어먹고 있었다는 사실이 기가 막혔다.
“줄게, 오닉스. 이리 와.”
- 뀨!
녀석은 강신혁이 그런 말을 하자마자 언제 화를 냈냐는 듯 가시를 눕히고 뿅뿅 뛰어 그의 어깨 위로 올라왔다. 정말 욕망에 솔직한 녀석이었다.
“어디 보자, 인벤토리에…… 찾았다.”
강신혁은 당시 SSS급 게이트 안에서, 인류의 배신자 오주영과 전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그로부터 두 개의 검을 빼앗았다.
사람들이 신검이라고까지 칭송하는 초인이었던 만큼 그가 지닌 검 하나하나가 평범하지 않았지만, 강신혁이 빼앗은 검들이 특별한 이유는 비단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놈의 특성이 반복적으로 발현된 결과 검의 성질이 영구적으로 바뀌었단 말이지.”
특성, 엑스칼리버(SS+).
검에는 강한 빛의 마력과 절삭력을, 검을 쥐고 있는 이에게는 괴력을 주는 정말이지 검사에게 있어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는 특성.
특성에 전설 속 검의 이름이 붙었다는 점이 조금 특이하기는 했다.
그리고 그가 꾸준히 특성의 힘을 담아냈던 검들은 나중에 가면 특성을 발휘하지 않아도 엑스칼리버의 성질을 일부나마 띠게 된다.
그래서 그가 아주 잠깐이라도 썼던 검들은 상당히 높은 가격에 팔리곤 했다. 강신혁도 과거 오주영이 썼던 검의 경매를 TV로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지금 내 손에 두 개.’
처음 놈에게서 빼앗은 검은 아마 평상시 자주 쓰는 검일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많이 봤다.
반면 두 번째로 빼앗은 검은 외부에 조금도 노출이 되지 않은 검이다.
그렇지만 실제 성능은 전자를 압도적으로 초월한다. 아마도 비장의 무기로 꽁꽁 감춰두고 있던 것이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엑스칼리버의 힘이 담기지 않았느냐면, 그 반대야.’
어쩌면 평소에 검에 꾸준히 자신의 기운을 담아왔던 것일지도 모르고, 죽기 직전에 자신의 특성을 담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후자가 아닐까, 강신혁은 생각했다.
그의 특성은 지극히 특수하다. 인간에게서 비롯되어 물건으로 넘어가 완성되는 특성.
물건에 특성의 힘이 담긴 상태에서 인간이 죽어버리면 그 힘은 어디로 갈까. 휘발되는 것일까, 아니면 물건에 그대로 남는 것일까.
그 답이 이 검에 남아있으리라 강신혁은 생각했다.
- 뀨우뀨우우우우!
“응, 안 되는 거 알지?”
- 뀨우우우
두 번째 검을 탐내던 오닉스는 강신혁의 단호한 목소리에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자신 몫의 검을 받아 물었다.
- 뀨우우우우웃!?
그러나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한 입 검을 깨물자마자 펄쩍 뛰어오르며 정신없이 검을 먹어치우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역시나 맛이 만족스러운 모양.
저 검을 다 먹어치우고 나면 아마 오닉스도 나름의 변화를 겪지 않을까. 강신혁은 흐뭇하게 웃으며…….
“신살검아, 너도 밥 먹자.”
오주영의 모든 것이 담긴 두 번째의 검을 신살검의 검신에 맞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