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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자마자 VIP-161화 (161/345)

161화. < Chapter 29. 교차하며 가속하다. - 6 [7권 끝] >

[따라서 한국의 초인 신은아를 새로이 국제 초인 랭킹 1위로, 같은 한국의 초인 신은혁을 국제 초인 랭킹 5위로 인정합니다. 이의가 있는 분은 손을 들고 발언해주시기 바랍니다.]

화면 너머에서 세계초인회의의 의장 샬럿 자드 마콩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처음 세계초인회의가 열렸을 때 적의 독에 당해 피거품을 뿜어내기는 했지만, 지금 그녀의 몸에선 부상의 흔적을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어쩌면 이전 그런 식으로 갑작스럽게 중지되었던 세계초인회의를 이렇게 빨리 재개한 것은, 샬럿 자드 마콩을 비롯한 초인들의 건재한 모습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도 있을지도 모른다.

‘샬럿 자드 마콩, 게이트에서도 제법 활약했지.’

물론 오주영을 비롯한 보스급의 적은 포션을 마신 강신혁과 신은아가 주로 상대했지만, 대부분의 하이랭커들이 있으나 마나 했던 그 최악의 게이트 안에서 그나마 눈에 띄는 결과물을 냈다는 것만 해도 저 아줌마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알 수 있었다.

[신은혁, 죽음의 인형사.]

[그 남자라면 얼마든지 인정해야겠죠.]

[그걸 본 사람이라면 감히 토를 달 수 없을 텐데.]

[물론. 5위라면 너무 낮을 정도야.]

[이로써 한국에만 탑 랭커가 두 명인가.]

재개된 세계초인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당연하지만 전원이 SSS급 게이트 안에 빨려 들어갔던 이들.

강신혁에게 구출되어 밖으로 탈출한 이들도 있으며, 그와 함께 전투를 치른 자도 있다.

그런 그들이 강신혁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런 태도를 유지해야만 했다.

신은아? 신은아에 대해서는 이미 누구도 간섭이 불가능했다.

그녀는 이미 오주영을 월등히 뛰어넘는 무력을 갖고 있음을 입증했으며, 하물며 그것이 강신혁처럼 일시적으로 유지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럼 이것으로 제 15회 세계초인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이번 사건을 모두 똑똑히 기억하고, 각국은 긴밀히 협력하여 요르문간드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수호해야만 할 것입니다.]

샬럿 자드 마콩의 위엄어린 목소리가 회의장을 사로잡았다.

강신혁 역시 13층에 있던 다른 일행들과 함께 모니터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이전과 달리 그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박수를 치고 있던 이나희가 문득 단단한 바닥을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고작 며칠 만에 이만한 건물을 복구하다니 대단하네.”

“핵심 기능이 들어간 자재들은 대부분 멀쩡한 상태였으니까요. 그렇다곤 해도 대단하긴 하죠.”

강신혁이 맞장구를 치며 주위를 휙 둘러보았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다름 아닌 프랑스 초인협회 본부.

며칠 전의 공습 당시 무너졌던 바로 그 건물이었다.

건물 안에서의 중복되는 게이트 침식으로 인해 원형을 찾아볼 수 없도록 붕괴되었던 프랑스 초인협회를, 기어이 세계초인회의가 재개되는 날짜에 맞추어 복구한 것이다.

인간의 집념이란 실로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갔지만 말이죠.”

뒤에서 그들의 대화에 첨언을 한 이는 다름 아닌 강신혁의 담임 시아라 베르트랑.

어딘가 지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묘한 애수를 불러일으켰다.

“힘들었어요. 유명하다는 생산계 초인이란 초인은 전부 프랑스로 불러 모았으니까…… 연금술사님의 도움도 많이 받았죠.”

“과연, 그래서.”

실은 그 충격적인 키스 이후로 그녀와 얼굴을 한 번도 못 봤다.

강신혁도 그 직후 다른 충격적인 일을 알게 되어 솔직히 정신이 없었으므로 별로 신경을 못 썼는데, 클레어가 이 건물을 재건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라면 납득이 간다.

“나도 일단 유력한 생산계인데.”

“선배의 특성이 진화한 걸 사람들이 모르잖아요.”

이나희의 특성 [인챈트(A+)]는 [발아의 룬(S+)]이라는 고유의 특성으로 진화했다.

바탕이 되는 인챈트의 랭크가 원래부터 높아서 그런지 진화 또한 파격적인 결과를 낳았다. 단숨에 세 단계나 성장한 것!

금세 으쓱대며 자신에게 자랑을 하는 이나희의 모습이 얄밉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솔직하게 자신의 특성이 SS랭크까지 진화했음을 말해주자 단박에 풀이 죽긴 했지만…….

또 바로 기운을 되찾곤 한 번만 더 특성진화를 하면 그땐 자신도 SS랭크 혹은 SS+랭크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열정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선배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딴판이다.

자신이 그녀에게 불을 붙였다는 사실을 조금쯤 자각하고 있는 강신혁의 입장에선 그걸 기쁘다고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그래서 지금은 그녀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잘 되지가 않았다.

……전생의 기억은 이런 쪽으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흥, 이제 곧 다들 내 능력을 알게 될 거야. 그리고 영광스러운 첫 걸음을 네가 함께 걷는 거지. 고맙지?”

“이 선배는 하여간 기를 세워주면 바로 잘난 척을 해.”

“후후, 두 사람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시아라 베르트랑은 언제나처럼 투닥거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또 오해를 하고 있었지만 새삼스럽지도 않았기에 무시했다.

그 옆에서 못마땅한 눈초리로 쏘아보는 엘레노어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회의도 끝났겠다, 그럼 전 이제 돌아갈게요.”

“파티는?”

“이미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사람들한테는 다 찍었으니까. 선배는 놀다 올 거예요?”

“아니, 너 없으면 재미없고. 같이 밥이나 먹자.”

“응, 그럼 나도.”

이나희가 아무렇지 않게 그런 대담한 말을 하며 강신혁의 한 팔을 붙들었다.

그러자 그 옆에서 엘레노어가 자연스럽게 그 말을 받으며 강신혁의 나머지 한 팔을 잡았다.

한편 카렌은 불퉁한 표정으로 강신혁을 째리곤 흥, 콧소리를 내며 물러났다.

그 일련의 상황에, 무수한 유력인사들이 모여 있는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많은 사람의 시선이 그들 쪽으로 쏠렸다.

“……어라?”

“와, 시뇩아. 죽어. 죽어!”

마무리로 백인하의 물 흐르듯 자연스레 흘러나온 저주까지 상황적으로 모든 것이 완벽했다. 강신혁은 한숨을 내쉬며 두 사람의 구속을 벗겨냈다.

“혼자 있고 싶어서 그래요.”

“언니 만나러 가?”

“아뇨.”

강신혁의 즉답에 이나희가 놀란 얼굴로 그에게서 물러났다.

“그렇다면야, 뭐…… 미안?”

“미안할 것까지는 없고요.”

강신혁은 이나희의 말에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녀는 항상 마이페이스인 주제에 이상하게 물러나야 할 타이밍을 잘 파악한다.

어쩌면 그녀도 강신혁이 영력을 다루는 것처럼 직감적으로 상대의 본질을 살피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응……? 신혁, 무슨 일이 있었어?”

“별 것 아녜요. 그럼 가볼게요.”

강신혁은 일행에게 손을 휘적휘적 흔들어보이곤 그곳을 빠져나왔다.

대부분 사람들은 회의가 끝난 지금부터가 파티의 시작이라는 듯 잔뜩 흥분해 있었지만, 강신혁은 지금 그런 분위기에 어울려주고 있을 정신이 없었다.

호텔로 돌아온 강신혁은 현재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부터 내일 오전 체크아웃까지 대략 15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즉 미로토즈 기준으로는 22시간 반.”

- 미로토즈로 가시겠습니까?

“네. 헤일로와 직접 만나고 싶네요.”

우선 마이 룸으로 들어가서, 거기서 다시 미로토즈로.

그가 미로토즈의 숙소에 도착하자, 침대 맡에 놓여있던 나뭇잎이 미약한 빛과 함께 헤일로의 목소리를 토해냈다.

[모루 영감, 왔군.]

“만나고 싶었어요, 헤일로.”

[난감하구만,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네 ]

- 헤일로님.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한 농담일세, 관리자.]

강신혁은 나뭇잎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강신혁이 헤일로와, 두 개의 대낫의 힘을 빌려 만든 밭에서 엘프들이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미 한 차례 수확을 마쳤고, 지금은 두 번째의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루님!”

“모루님이 오셨어!”

“더 멋져지셨는걸.”

어쩌면 엘프들은 강신혁이 영혼독을 각성하고 보다 강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지도 모른다.

단순히 강신혁에게 호감도를 사기 위해 그런 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부정은 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족쇄를 만들러 오셨나요?”

“응, 그것도 있고. 잠깐 헤일로를 보러 갈게.”

엘프들과 적당히 인사를 나누고, 푸른 소를 꺼내 타고 곧장 헤일로에게로 향했다.

헤일로와 얘기를 나눌 뿐이라면 나뭇잎을 통해서 하면 충분하겠지만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까놓고 말해 대화뿐이라면 굳이 미로토즈에 올 것 없이 히어로 유니버스의 귓속말 시스템을 이용해도 되는 것이다.

“이쯤 앉을게요.”

[그러시게.]

헤일로의 중턱 부근까지 푸른 소를 타고 올라간 강신혁은 그것을 다시 인벤토리 안에 넣고 높은 나무의 한중간에 툭 튀어나온 나뭇가지 위에 걸터앉았다.

“알고 있었겠지만, 야누스에 대한 얘긴데요.”

[영감과도 연락이 되지 않는가. 그 녀석이라면 모루 영감한테 정도는 한 마디 남겨두었을 줄 알았거늘.]

조금 정도는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헤일로 역시 야누스와는 연락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강신혁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덧붙여 말했다.

“대신 야누스에게 만들어주었던 갑옷을 입은 놈이 지구에 쳐들어왔어요.”

[허어, 그랬나.]

헤일로는 그 사실 자체에는 별로 놀란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것만 말해두자면, 아마 야누스는 건강할 거야. 그놈은 죽여도 안 죽거든.]

“그럼 야누스가 배신자라는 얘긴가요?”

[상황을 너무 단편적으로만 판단해선 안 되네, 모루 영감. 자네가 믿는 야누스를 믿게.]

“제가 믿는 건 저뿐이에요.”

[이거 졌구만.]

“그런데.”

강신혁은 관리자에게도 물어보지 못했던 것을 그에게 묻기로 했다.

“그 갑옷을 입은 놈이 저를 아버지라고 불렀단 말이죠. 정확히는 저를 모루라고 부르면서, 아버지라고 했어요.”

[자네 생전…… 생전이라고 하면 이상하군. 전생에 자네가 만들었던 무수한 무구들, 그 가능성의 씨앗들은 히어로 유니버스에 속한 이들뿐만 아니라 우리와 적대하는 요르문간드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으니까.]

“그것만 가지고 아버지라고 부른단 말이에요?”

[흐음, 그렇지…… 모루 영감. 영감은 몬스터가 태어나는 조건에 대해 알고 있나?]

그 말을 듣는 순간 강신혁은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입속으로 방금 헤일로가 뱉은 단어를 되뇌었다.

“몬스터가 태어나는 조건……."

- 헤일로님.

[관리자, 내 보기에 모루는 이미 결단을 내렸네. 모루는 지금 비로소 히어로 유니버스를, 전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어. 그러니까 나를 찾아온 것이지. 그렇지 않나?]

틀리지 않다.

강신혁이 히어로 유니버스와 맺고 있던 관계는 지극히 소극적이었다.

VIP의 자격으로 차원 퀘스트를 몇 차례 수행했을 뿐, 그가 히어로 유니버스와 관련된 대부분의 요소는 그와 같은 지구의 회원인 신은아, 클레어를 교집합으로 삼는 것뿐이었다.

그것은 강신혁이 전생의 야금술을 아직 되찾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렇다고 다른 회원들과 견줄 수 있는 무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조금 다르다.

비록 헤일로와 같은 어마어마한 존재와는 감히 견줄 수 없겠지만, 그래도 강신혁은 영혼독을 획득함으로써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었다.

이젠 히어로 유니버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아나갈 때가 된 것이다.

지금 지구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알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과연, 그래서…… 하지만 그렇다면 번지수가 틀렸구만.]

"음?"

[영감이 히어로 유니버스에 들어온 계기는 바로 야금술이 아닌가.]

“그건……."

[영감의 전투능력은 여전히, 미안하지만, 별 볼 일이 없네. 하지만 야금술은 그렇지 않지. 그러니 이쪽과 깊이 연관되고자 한다면…… 역시 자네는 망치로 모루를 두드려야 하는 것이야.]

희귀도만 놓고 보면 SSS랭크에 달하는 전대미문의 스킬을 획득한 강신혁에게 별 볼 일이 없다고 가차 없이 잘라 말할 수 있는 존재는 아마 헤일로 정도이리라.

하지만 그가 맞았다. 강신혁의 전투능력은 히어로 유니버스의 회원들에 비하면 여전히 떨어지는 수준.

강신혁도 그들과 견줄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저 간신히 여기에 발을 들이밀 자격을 갖추었다 생각했을 뿐이었다.

[아직 영감은 스스로 만들어낸 무구들이 얼마나 엄청난지 모르는 모양이구만.]

그것만은 전생의 모루와도 공통되는 점이었다.

헤일로는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일단 정답부터 말해줌세. 몬스터는, 우리 존재를 비추는 거울에 불과하네.]

"음?"

[거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우리와 몬스터가, 히어로 유니버스와 요르문간드가 마주 보고 있다는 말일세.]

그렇기에, 하고 헤일로는 말을 이었다.

[자네가 역사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무구를 만들어낸 것으로 무수한 몬스터가 탄생하게 된 것이지. 그런 의미에서만 보자면, 분명 자네는 누구보다도 많은 몬스터를 낳은 아버지라고 할 수 있을 게야.]

애당초 생각했던 것과는 스케일이 달라도 너무 다른 얘기에 강신혁은 얼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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