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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자마자 VIP-150화 (150/345)

150화. < Chapter 28. 당신은 알고 있어요 - 3 >

강신혁이 휘두른 대낫의 끝에서 다른 대낫의 날이 돋아났다. 마치 날이 있는 부분만을 종이에 찍어 눌러 옆으로 펼쳐놓은 듯했다.

그 끝에서 다시 날이 하나 더 돋아나고, 또 돋아나고, 다시 돋아났다. 그렇게 순식간에 수십 개의 날이 돋아나 이어지니, 그것은 이미 대낫이 아닌 날카로운 초승달 칼날의 채찍으로 보이는 수준이었다.

[그로잉 사이드(Growing Scythe)]

[SS+랭크]

[특수능력 - 성장, 증폭, 포착, 분열]

*성장 - 대상을 강화한다. 모든 능력이 30% 상승한다.

*증폭 - 대상을 거대화한다. 모든 능력이 30% 상승한다.

*포착 - 목표물을 정하면 결코 놓치지 않게 된다.

*분열 - 여럿으로 나뉘어 작업 능률을 더한다.

그로잉 사이드. 과거 모루가 만들어 헤일로에게 넘겼고 헤일로가 소중히 보관해온 그 낫에는 무기를 강화해주는 여러 가지 특수능력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으뜸가는 것은 바로 분열이었다.

아마도 제작 당시에는 낫을 여럿으로 불려 동시에 풀을 여럿 벨 수 있게끔 하려는 의도였겠지만 결과는 이렇게 되었다. 낫의 본체와 연결되는 날을 수십 개나 만들어내는 것.

그 끝은 이을 수도 있고, 분리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강신혁의 황룡투기와 영력으로 인해 끈끈하게 이어진 그 날 모두가 강신혁의 뜻에 따라 움직이며…… 낫이 지닌 또 하나의 특수능력, 포착에 의해 정확히 대상을 노리고 날아든다는 것이다.

- 카우그아아아아……!

그것은 마법과도 같은 광경이었다. 강신혁이 제자리에서 낫을 휘둘렀을 뿐인데 어느덧 거대한 대낫의 날이 거인의 복부에 꽂혀 있었으니까.

신음소리는 놈의 복부에 달린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안에서 튀어나오려던 무엇인가가 치명적인 위력의 날에 베여 차마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고 고통의 신음을 흘렸다.

- 유독성의 생물입니다. 그것을 내부에서 터트려 적에게 데미지를 입히고 있습니다. 회원님의 발 빠른 대처에 감탄한 관리자의 1,000HP 보너스!

“배 안에서 유독성의 생물을 만들어낸다니 진짜 괴물이네……."

놈의 복부에 열린 거대한 입 안에서 독성의 연기가 스르륵 피어나는 것이 보였다.

만약 강신혁이 아니었더라면 눈 깜짝할 사이에 회장에 중급의 독 내성으로는 대처하지 못하는 맹독이 퍼졌으리라.

그 광경을 본 다른 이들 역시 그 거인의 위험성을 즉각적으로 알아차렸다.

“빌어먹을, 주위 경계해! 또 어디서 나올지 몰라.”

“신은혁 저 사람 원래 능력이 저거였나?”

“아티팩트!”

- 아직, 아직…….

"흡!"

혼신의 힘을 다한 기습이었지만 이것만으론 놈을 제압하기 힘들다.

그런 판단을 내린 강신혁은 바닥을 박차고 놈에게로 돌진하며 대낫, 그로잉 사이드를 힘차게 휘둘렀다.

대낫과 연결된 수십 개의 낫이 현란하게 사방의 빛을 반사하며 날아들더니 거인의 몸통을 감싸고 일제히 조였다.

놈의 복부에 열린 입을 꽁꽁 틀어막는 모양새였다.

- 이, 기운…….

몬스터의 뒤틀린 목소리가 강신혁의 고막을 두드렸다.

강신혁은 직감적으로, 놈이 떠들게 놔두는 것은 그리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으려면, 죽이는 수밖에 없다.

최대한 빠르게.

가능하면 일격으로.

‘충전량은 충분한가…… 그래, 충분해.’

그는 그로잉 사이드를 당겨 놈의 몸통을 더욱 세게 조이며 다른 한 손에 쥔 대낫, 폴링 사이드를 휘둘렀다.

허공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검은 초승달의 궤적.

지금 강신혁의 전력에 비해 명백히 월등한 수준의 거력을 담은 그 궤적은 몬스터의 목을 아무런 막힘없이 베어냈다.

- 질서에 해를 끼치는 존재를 제압했습니다! 회원등급에 보너스! 1,500,000HP를 얻었습니다! VIP 보너스로 보상의 50%에 해당하는 HP를 추가로 얻어, 총 2,250,000HP를 얻었습니다!

“일격!?”

“저 인간 뭐야!”

거인의 목이 허공에 두둥실 떠오르는 순간 장내에 동요가 내달렸다.

그도 그럴 것이다.

처음 튀어나온 작은 피라X…… 난쟁이들만 해도 상대하기 힘들었는데, 좌중을 압도하는 기운을 뿜어내는 거인이 튀어나오자마자 선공을 하질 않나, 가볍게 낫을 휘둘러 목을 베어내질 않나.

“하이랭커……."

“아니, 저건 하이랭커 중에서도 최상위권이야.”

그러나 그들의 인식에는 오류가 있었다. 강신혁이라고 이렇게 강한 일격을 펑펑 쏘아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방금의 일격이 완성되기까지, 사실은 상당한 운과 시간을 필요로 했다.

[폴링 사이드(Falling Scythe)]

[SS랭크]

[특수능력 - 수확, 추수, 대지의 소통]

*수확 - 대상을 수확할 때에 한해 치명타 확률이 극도로 높아진다. 반복 작업을 할 때마다 무기의 성능과 효과가 영구적으로 증폭된다.

*추수 - 무기를 잡고 있을 때에 한해 이동속도와 공격속도가 30% 증폭된다. 가을이 되면 그 효과가 두 배가 된다.

*대지의 소통 - 땅에 기운을 나눠주거나 나눠받는 것이 가능하다. 땅을 밟고 있을 때 힘이 강화된다.

그로잉 사이드가 언제 어느 때든 상관없이 무기 자체의 위력을 극대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다른 하나의 낫, 폴링 사이드는 대개 때와 시기를 가리는 특수능력뿐이었다.

수확은 대상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릴 때에 한해서만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옵션이 붙어있고,

추수는 가을에 한정해서 특수능력의 효과가 증폭되는 옵션이 있고,

대지의 소통은 전장이 땅이 아니면 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지금 강신혁은 이 세 가지의 조건을 모조리 갖추고 있었다. 만약 게이트가 침식형이 아니었더라면 마지막 조건은 달성할 수 없었겠지만 다행히도 게이트가 발동하며 바닥이 ‘땅’으로 변화했으니까.

‘그 덕에 기운도 나눠받을 수 있었고.’

게이트 침식이 발발한 순간 강신혁이 취한 행동은 바로 폴링 사이드를 땅에 꽂아 넣는 것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땅의 기운을 효과적으로 받아올 수 있다는 것을 미로토즈에서 학습했기 때문이다.

아니 물론 미로토즈의 땅에는 기운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강신혁이 기운을 불어넣어줘야 했지만 말이다.

‘처음엔 이 기운이라는 게 막연히 생물을 더욱 빨리 자라나게 해주는 지력(地刀)과 일맥상통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아니, 어쩌면 그 지력이 맞는지도 모르지만, 단지 그것뿐만이 아니다.

마력과도, 황룡투기와도, 물론 영력과도 다른 땅의 기운은 낫으로 끌어올리는 순간 막강한 파괴력으로 전환된다.

물론 마땅한 양을 충전해야겠지만, 남에게 더럽혀지지 않은 땅일수록, 영양이 풍부한 땅일수록 많은 기운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물론이지만 몬스터들 외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던 게이트의 땅은 그 기운이 무척이나 풍부했다. 짧은 시간의 충전만으로 거인의 목을 베어낼 수 있을 만큼!

“연달아는 무리입니다. 다들 주위 경계해요,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니까!”

자신에게 시선이 몰린 순간 강신혁이 날카로운 악센트의 영어로 외치자, 그를 넋 놓고 바라보던 이들이 제정신을 찾곤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돌렸다. 그 덕에 방금 그가 쓰러트린 거인이 자동 루팅되어 그의 인벤토리 안으로 흡수되는 장면은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그 사이 관리자가 방금 강신혁이 쓰러트린 몬스터에 대해 해설해주었다. 놈을 발견하고 잡기까지가 워낙 빨라 설명을 해줄 시간도 없었던 것이다.

- SS랭크 몬스터 ‘독지기’입니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엘리트 네임드 취급을 받습니다. 요르문간드의 정예병으로, 놈들이 나타났다는 것은 일대의 모든 것을 지울 각오로 놈들이 쳐들어왔다는 뜻입니다.

“어쩌면 다른 곳에도?”

- 아마도요.

과연, 클레어와 신은아가 요르문간드가 독을 잘 쓴다며 레지스트 포이즌을 가장 먼저 익히라고 권유했던 이유를 이제야 몸으로 깨달았다. 아마도 그 둘은 괜찮을 것이다…… 둘?

“그러고 보면 관리자님 아까, 14층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은아 선배랑 클레어 누나는 괜찮을 거라고……."

- 그녀도 14층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 또한 오늘 랭크가 갱신될 예정이었습니다.

관리자는 그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답해주었다. 강신혁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은아에게는 무척 미안한 일이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떻게든 이곳을 빨리 빠져나가 14층의 게이트에 들어가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은아는 어디서든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하지만, 클레어는 본인의 능력이 훌륭할 뿐 전투력 자체는 그렇게 높지 않으니까 더 걱정이 되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아니, 실은 그저 클레어에게 더 마음이 갈 뿐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게이트를 부수는 수밖에 없겠네요.”

-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폴링 사이드를 휘두르는 것은 아끼셔야 합니다. 많은 기운을 응축시켜 단숨에 게이트를 파괴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알고 있어요.”

강신혁은 폴링 사이드를 들어 다시 바닥에 힘껏 꽂았다. 그리고 남은 한 손에 들린 그로잉 사이드를 이번엔 손잡이까지 통째로 복제해 양손에 나눠 들었다.

수십 개의 날이 한꺼번에 복제되며 허공에서 부딪쳐, 절그렁절그렁 섬뜩한 소리를 냈다.

이미 낫을 다루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그것은 그저 폭력의 덩어리였다.

- 우리의 대지……!

“나타났다!”

“공격해, 저 새끼 입 열리게 하지 마!”

- 상쾌한 공기가 느껴진다.

마치 강신혁이 준비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이곳저곳에서 동시에 ‘독지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신혁이라는 교본을 본 덕에 다른 이들의 반응도 무척 빨랐다. 반응속도에 한해서만은 누구보다도 빠른 백인하가 번개처럼 솟구쳐 독지기의 복부를 걷어차는 것을 시작으로 다른 이들도 저마다 전의를 고취시키며 독지기를 공격했다.

강신혁은 그 와중에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난쟁이들을 공격해 죽였다. 그러던 와중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으니, 놈들이 죽을 때마다 일대의 마나가 짙어져간다는 것이다.

‘혹시 저 자식들, 독지기를 소환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는 건가?’

평소 영력을 단련하는 덕에 기운을 감지하는 능력이 돌출된 강신혁이 아니라면 알아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한 번 그 기운의 흐름을 파악하고 나자,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그의 두 눈이 일대의 마나 흐름을 모조리 읽어내기 시작했다.

확실했다. 난쟁이들은 처음부터 전투를 상정하고 나온 게 아니라, 스스로의 몸을 바쳐 독지기를 불러내기 위해 희생되는 것에 불과했다. 놈들이 죽을 때마다 분명히 알 수 있을 만큼 일대의 ‘침식율’이 높아져가고 있었다.

‘이렇게 됐으면 망설일 것도 없겠군.’

강신혁은 인벤토리에서 보랏빛으로 영롱한 기운을 발하는 보주를 꺼냈다.

극천신주, 모든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귀물이다.

“그대로 말려 죽여주지!”

수십 개, 아니 둘로 나뉘어 거의 백여 개에 달하는 거대한 날들이 한순간, 대낫 본체에서 떨어져 나와 허공에 떠돌았다.

칼날들이 제각기 흩어지며 빛을 난반사하는 모습에 아군들마저 현혹되고 말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강신혁이 만들어낸 바람이 그 칼날들을 조종해 난쟁이들을 일시에 베어내기 시작하자, 그들은 정신이 확 드는 것만 같았다.

- 윈드 마스터리(S)스킬의 숙련도가 A+랭크로 성장합니다. 바람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됩니다.

때마침 반가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어쩌면 강신혁이 그만큼 집중해서 바람을 다루고 있다는 증명일지도 몰랐다.

그가 만들어낸 바람을 따라 낫들의 움직임은 더욱 격렬해져갔고, 일대를 휩쓰는 칼날의 공세에 난쟁이들은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 하고…… 아니, 저항도 하지 않고 죽어갔다.

그러나 놈들이 한꺼번에 죽어나가며 막대한 기운이 해방되려는 그 순간, 강신혁의 손에서 던져진 극천신주가 그것을 모조리 빨아들여 스스로의 안에 가두었다.

- 음?

- 의식의 방해를 받고 있어.

- 저걸 잡아!

하지만 자동 루팅 기능에는 본인이 투척한 투척물의 회수 기능까지 붙어있다. 난쟁이들이 죽으며 흘러나온 기운이 극천신주에 모조리 흡수되는 순간, 당연하게도 그것은 난쟁이들의 사체와 함께 강신혁의 인벤토리에 자동으로 수거되었다!

- 저놈이다!

- 지금 보니 땅의 기운도 빨아들이고 있어.

- 놈을 막아!

음? 강신혁은 놈들 중 한 마리가 흘린 말에 뭔가 마음이 걸리는 것을 느꼈다. 무엇일까, 간과해선 안 될 무언가를 방금 선명하게 느꼈는데.

그것은 불완전한 발상. 로봇과 로봇을 드릴로 뚫어 합체시키는 것만큼이나 억지스러운 발상이다. 하지만.

“가능하겠어.”

강신혁은 재차 윈드 마스터리를 발동, 백 개의 날로 자신을 지키는 칼날의 방어막을 만들었다.

자신을 중심으로 삼아 칼날의 방어막을 회전시키니, 그에게 덤벼들던 몬스터들도 함부로 그것을 뚫지 못하고 물러나야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긴 틈을 다른 능력자들이 공략해 착실하게 놈들을 약화시키기까지!

“좋아, 해보자고.”

아주 약간의 여유시간이 생겼다. 강신혁은 그로잉 사이드를 내려놓고, 땅에 박아놓은 채인 폴링 사이드를 다시 붙들었다.

그리고 남은 한 손에는 극천신주를 꺼내어 쥔 채 영력으로 둘과 동시에 소통하고자 했다.

모든 기운을 빨아들이는 극천신주와, 땅의 힘을 나누어받는 폴링 사이드.

두 능력을 한데 조합할 수만 있다면 난쟁이들의 기운을 빼앗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로 조잡하고 즉흥적인 발상.

하지만 원래 모든 발명은 바로 그러한 발상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천재는 그 발상을 현실로 옮겨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된다.’

강신혁은 바로 그 천재였다.

그의 영력이 한계를 넘어 폭주하는 순간, 폴링 사이드가 극천신주와 동조하며 선명한 보랏빛의 기운을 뿜어냈다.

게이트의 모든 기운이 폴링 사이드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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