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화. < Chapter 25. 알아볼 수도 없어 - 3 >
- 츠쿠요 님의 귓속말 : 너무해라, 정말이지 너무해라.
- 츠쿠요도 차원 퀘스트를 냈으면 될 텐데.
미로토즈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겪고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일을 마친 후 지구로 돌아온 다음 날 아침.
로그인 보너스를 챙기고(주인의 공격을 대신 맞아 파괴된다는 훌륭한 옵션을 지닌 소모품이었지만, 생긴 게 완전히 저주에 쓰이는 짚 인형과 같아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들게 했다.) 아침운동을 하고 있자니 츠쿠요로부터 귓속말이 날아들었다.
드물게도 어린아이 같은 말투로 투정을 부리기에 무슨 일인가 했는데 아무래도 그가 헤일로의 요청을 받아 미로토즈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고 심통이 난 모양이었다.
- 츠쿠요 님의 귓속말 : 저도 모루와 만나고 싶었는데…….
- 그러니까 츠쿠요도 차원 퀘스트를 냈으면 되잖아요.
- 츠쿠요 님의 귓속말 : 실로 애석하게도 제가 머무르는 차원에 모루의 손을 빌려야 할 만큼 다급한 사안이 없답니다…….
아무래도 차원 퀘스트를 발생시키는 데도 강신혁은 잘 알지 못하는 복잡한 조건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어쩌면 VIP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츠쿠요를 꺼려하는 관리자가 중간에 개입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 츠쿠요 님의 귓속말 : 정말 샘이 났는걸요. 당신이 만든 물건으로 대신 만족하려고 해도, 요즘은 만드시는 무구의 숫자도 줄어들었고…….
- 미안해요, 다른 연구를 하느라.
- 츠쿠요 님의 귓속말 : 이미 들은 얘기랍니다.
역시 그냥 투정이 부리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강신혁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자니 츠쿠요로부터 무척 노린 듯한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 츠쿠요 님의 귓속말 : 저도 이렇게나 당신을 원하는데…….
- 여러 가지 단어가 중간에 빠져있는데요.
- 츠쿠요 님의 귓속말 : 어라,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걸요.
-.......
츠쿠요는 그 후로도 얼마간 더 강신혁을 놀리고서야 간신히 만족했는지 물러나주었다.
다만 강신혁이 그녀에게 계속 어울려주지 않으면 저번 이상으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암시를 은근슬쩍 뿌려놓는 점이 실로 악랄했다.
- 츠쿠요 님의 귓속말 : 아, 그리고 모루?
다 끝났으려니 안심하는 틈을 파고드는 츠쿠요에게 움찔하고 있자니 영문을 알 수 없는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 츠쿠요 님의 귓속말 : 천한 것들에게 너무 물들지 않도록 주의하시는 게 좋답니다?
그 말은 한창 상냥한 어조의 츠쿠요에게 적응해가던 강신혁에게 새삼, ‘그러고 보면 이 여자는 이런 말을 하는 여자였지’하고 현실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어쩌면 자신이 모루로 인정받지 못하던 때 그녀는 자신도 천한 것 취급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 물들어?
- 츠쿠요 님의 귓속말 : 예에. 그 세상, 한창 흔들리고 있으니까요. 시끄럽지요?
- 대역류? 요르문간드를 말하는 건가요?
- 츠쿠요 님의 귓속말 : 후후. 굳이 단어 하나로 묶을 필요는 없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답니다.
굳이 단어 하나로 묶을 필요는 없다고? 그 말이 뜻하는 바를 강신혁은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
또 츠쿠요의 독단과 아집인지, 아니면 정말로 강신혁이 주의해야 할 뭔가가 지구에 있다는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보다 정확히 말해 주는 편이 좋을 텐데…….
- 츠쿠요?
- 츠쿠요 님의 귓속말 : 그럼 관리자가 시끄러우니 오늘은 이 정도로 하지요. 단지 저는 항상 모루의 곁에 있다는 것, 잊지 마시길.
그 말을 끝으로 메시지가 뚝 끊어졌다. 찜찜해하고 있는 강신혁에게 관리자가 짧게 말했다.
- 역시 저 불여우는 히어로 유니버스에서 퇴출시키는 게 좋겠습니다.
강신혁은 츠쿠요의 말의 의미에 대해 관리자에게 물어볼까 잠시 고민했으나 곧 그만두었다. 만약 그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관리자가 진즉 말해줬을 테니까. 결국 그는 무난한 대꾸만 하고 말았다.
“너무 무리하지는 말아요, 관리자님.”
- 친절한 배려심을 발휘하는 회원님께 500HP 보너스…….
아무래도 관리자에게 강신혁의 말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던 모양인지 평소보다 보너스가 조금 짰다. 처음 히어로 유니버스에 접속 했을 때와 비교하면 여전히 많은 양이긴 했지만.
“그럼 슬슬 출발해볼까.”
오전 수련도 마치고 아침도 먹었다. 깨끗이 씻었고, 옷도 깔끔하게 입었다. 선물은 진즉 마련해놓았다.
채비를 차린 강신혁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애완동물용 침대에서 자고 있던 오닉스에게 말을 걸었다.
“오닉스, 너도 갈래?”
-뀨우…….
요 며칠 쓰레기 창고라는 이름의 낙원에서 포식을 즐기던 오닉스는 섭취한 금속을 소화시키느라 몽롱한 상태였다. 저러다가 또 어느 순간 보면 그곳에 풍덩 빠져 헤엄을 치고 있었지만.
- 뀨뀨우.
오닉스는 한참 고민하는 것 같더니 뀨뀨 소리를 내며 기어와 강신혁의 어깨에 철퍼덕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차피 소화시키는 동안은 아무것도 못하니 같이 가려는 모양이었다.
“그래, 애들이 좋아할 거야.”
- 뀨우……?
고개를 갸웃하는 오닉스를 쓰다듬어주며 함께 방을 나왔다.
이젠 같은 층을 쓰게 된 백인하의 방에 잠시 들러 다녀오겠다며 인사를 하고(녀석은 방학 마지막으로 누님들과의 뜨거운 밤을 불태우러 가는 거냐며 강신혁을 노려보았다.) 기숙사를 나와 출발.
목적지는 서울 근교의 한적한 갈대숲 근처에 있는 별빛 고아원. 원래 이렇게 한적하진 않았다. 3차 대역류 당시 몬스터들에 의해 반 강제적으로 동네 하나가 갈아엎어지고, 땅 주인도 대부분 죽어 국가에서 환수하여 여러 시설을 지었다.
당시 부모를 잃은 아이도 제법 있었기에 고아원도 하나 지어졌는데, 이 별빛 고아원의 운영을 성당에서 맡았다. 처음엔 신부님도 계셨지만 안타깝게도 돌아가셨고, 그 후론 인력부족으로 누가 새로 오는 일 없이 수녀님 한 분이 아이들을 맡아 길러냈다.
“건강은 괜찮으시려나 모르겠네.”
버스의 차창 너머로 흘러가는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던 강신혁은 문득 수녀님의 얼굴을 떠올리곤 인상을 찌푸렸다. 얼마 전 통화를 할 땐 건강한 목소리였지만…….
그분께 미약하나마 신성력이 깃들어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녀의 강한 믿음에서 비롯된 힘은 비록 정식 초인으로 활동도 하지 못할 만큼 적은 양이라고는 하나 그래도 신체를 활성화시켜주고 건강을 유지해주는 데에는 탁월한 효과를 보여주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그녀 혼자 수십 명 아이들을 키워내고 돌보기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애들도 잘 있을지 걱정되고……."
- 아마 걱정하실 필요 없을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로부터 1시간 후, 강신혁은 관리자의 말이 정말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왜냐면 고아원 건물이 그가 알던 건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야 정부에서 직접 지은 건물인 만큼 판잣집까지는 아니었어도 결코 안락한 장소라고는 할 수 없었던 고아원이 반짝이는 신소재로 코팅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뿐인가, 위로 옆으로 확장되어 있는 것이 전보다 족히 두세 배는 넓어져 있었다.
딱 봐도 알 수 있다. 몬스터 부산물을 섞어 어지간한 일로는 부서지지 않게, 혹여 몬스터가 침범해와도 버틸 수 있게 강화한 특수 건자재다. 이 정도 규모라면 아무리 싼 걸로 잘 구해도 수십억은 들었다.
“어, 어어……?”
“신혁이 형 왔다!”
“오빠다!”
- 뀨!?
“고슴도치다아아아!”
혹시 자신이 잘못 찾아왔나 얼을 타던 그때, 마당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강신혁을 발견하곤 눈을 반짝이며 뛰어와 안겼다. 한 팔에 한 명씩 애들을 안아든 강신혁이 오닉스에게 정신을 팔고 있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시우랑 민서. 저거 어떻게 된 거냐?”
“예쁜 언니가 새로 지어줬어!”
“신혁이 형이 착한 일 많이 해서 지어주는 거랬는데!”
보통 여자가 말하는 예쁜 언니란 마음씨가 예쁜 언니 혹은 진짜 너무 예쁜 나머지 이쪽과는 앞으로 별 연관될 여지가 없는 언니 두 종류로 나뉘지만 민서는 아직 때가 많이 타지 않은 만큼 순수하게 예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후보가 너무 많다. 아직 여섯 살인 민서의 기준으로는 까놓고 말해 강신혁과 알고 지내는 어떤 여자든 다 예쁜 언니의 범주에 속할 터였다.
“야 강신혁!”
그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견습 용병으로 활동하며 고아원에서 살고 있는, 같은 나이의 남자애인 이진석. 별명은 당연히 이진수였다.
“이진수 되게 오랜만……."
“강신혁 너 미친 새끼야 연금술사랑 친분이 생겼으면 형님한테 먼저 보고를 했어야지!”
“아."
아무래도 예쁜 언니라는 건 클레어를 가리키는 것이었나 보다. 강신혁은 고민거리가 해결되어 상쾌한 표정을 짓다가는…… 다음 순간 그 의미를 깨닫고는 재차 눈을 크게 떴다.
“클레어 누나가!?”
@@@
“우리 아들 손도 참 빨라요. 어느 틈에 그런 여자를 낚아가지고.”
“어머니……."
강신혁에게 차를 내어주며 고아원의 어머니인 에스델 수녀가 흐뭇하게 웃었다. 강신혁은 차를 호로록 마시며 괜히 그녀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애들이 오닉스를 데리고 정원에서 노는 모습을 한참 보다 고개를 드니 ‘Stellar’라는 간판이 고아원 입구에 당당하게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 저 센스는 분명 클레어의 것이다…….
“아니, 저한테 말도 안 하고 이런 일을……."
“부끄러웠던 게 아닐까? 사귀는 남자가 있던 고아원을 개수한다니 솔직히 평범한 사람이 할 발상은 아니잖니.”
“그…… 솔직히 안 믿으시겠지만, 어머니. 안 사귀어요. 그냥 누나동생 사이?”
“응, 안 믿는다.”
솔직히 강신혁도 안 믿을 것 같았다. 하지만 클레어라면 가능하다. 온갖 로망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그 사람이라면 서울 근교의 고아원에 로망을 갖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 누나가 혹시 이상한 걸 요구하지는 않았죠?”
“가끔 찾아오겠다더구나. 그리고 방 하나 달라기에 줬다. 어차피 본인이 만든 거니까.”
“역시 그렇구만…… 그건 그렇다 쳐도, 진짜.”
화는 나지 않았다. 클레어가 평소부터 엉뚱한 짓을 자주 한다는 거야 알고 있었던 일이고, 자신이 고아원 출신이라는 것도 감춘 적은 없다. 나쁜 짓을 한 거라면 몰라도 아이들을 위해 고아원을 번듯하게 다시 지어줬으니 감사하지 않을 턱이 없었다.
“하, 진짜.”
어떤 사람은 간섭이라며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부담스러워할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규모가 규모이지 않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혼자 해치운 것도 괘씸한 일이다.
하지만 강신혁에게는…… 적어도 요 몇 달간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다소는 성장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그에게는, 클레어의 호의를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했다.
다시 반했다. 어쩌면 이제 헤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 고백은 찼지만.’
남녀 간의 감정은 아니더라도 진짜 동생 같은 아이로 생각해주고 있다는 뜻일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누가 동생 같은 남자를 위해 이런 일까지 해준단 말인가.
저번 데이트 때나 요즘 나누는 메시지를 생각해보면 그래도 제법 희망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여태까지 사귄 애들하곤 얼마 못 갔잖니. 이렇게까지 하는 애는 드문 거 알지? 능력이 되도 마음이 안 되는 애들도 많은데 말이야.”
“저도 알아요. 되게 좋은 사람이에요. 사귀고 있진 않지만.”
“분명히 잘 될 거야. 주님이 오늘 꿈에서 그러셨어. 그러니까 이번엔 좀 잘해봐. 가능하면 아예……."
“주님 좀 그만 팔아먹어요, 어머니. 수녀로서 해선 안 될 손동작은 그만두시고요……. 건강하시다는 건 잘 알겠어요.”
강신혁은 에스델 수녀 용으로 준비한 선물을 주곤 나와 아이들에게도 선물을 돌렸다. 그리고 아까부터 그를 기다리고 있던 이진석과 함께 고아원 옥상으로 올라갔다. 당연하지만 옥상도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진석이 너도 이젠 제법 실……."
“소개 좀 시켜주세요.”
뭔가 얘기를 해보기도 전에 이진석이 다짜고짜 강신혁 앞에 큰 절을 했다. 강신혁은 조금 놀라면서도 단호히 대꾸했다.
“돌아가.”
“누가 네 여자 넘본대냐? 난 그 인맥을 원해! 솔직히 지역구 단위로 노는 용병단에선 출세가 힘들어.”
“클레어 누나도 딱히 용병단과 커넥션이 있진 않을 텐데.”
용병. 각성하지 못해 마나를 다루지 못하거나, 각성했어도 별 볼 일 없는 능력을 갖고 있어 어지간한 초인양성학교조차 졸업하지 못 하는 이들이 몬스터와 싸우기 위해 선택하는 길이다.
그들은 주로 마석과 결합된 현대병기를 이용해 몬스터를 상대하며, 한계가 극명한 탓에 고랭크의 몬스터는 잡지 못하지만 그중에서도 숙련된 용병은 한 번에 다수의 몬스터를 처리하기도 해 방출형 게이트 대처 작전 때 특히 활약하기도 한다.
이진석은 3차 게이트 대역류 당시 강신혁과 똑같이 부모를 잃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강신혁은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특성이나마 각성을 했고 그는 각성을 하지 못했다는 것.
그래도 그는 몬스터들을 증오했고, 강신혁은 모든 무예에 뛰어난 자신의 특성을 살려 이진석을 단련시켜주었다. 사실 이 고아원에는 이진석과 같이 강신혁에게 도움을 받아 단련한 아이들이 제법 많았다.
“맨땅에서 헤딩하는 것보단 나을 거 아냐! 진심 은혜 갚을 테니까 부탁합니다! 형님!”
“이 새끼 그랜절을 하다니 제법인데……."
강신혁은 나직이 한숨을 쉬면서도 나쁜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용할 수 있는 건 모두 이용해 강해지는 것이 정답이 아니겠는가. 강신혁의 입장에서도 용병이라는 영역에서 활동하는 지인이 있는 건 나쁘지 않았다.
“혜나는? 걔도 너랑 같이 움직이냐?”
“뭐든 다 해도 걔는 못 준다.”
“헛소릴 하는 걸 보니 아직 여유가 있네.”
별빛 고아원에서 강신혁과 같은 나이의 아이는 그를 포함해 네 명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일반 고교에 진학했고, 이진석과 또 한 명, 유혜나라는 여자애는 용병을 지망하고 있어 12살 때부터 강신혁에게 단련을 받았다.
그들 위로도 몇 명 형누나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일반인의 삶을 택했고, 어린애들 중에는 신영에 합격한 강신혁을 롤모델로 삼아 초인이 되겠다며 애를 쓰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그 아이들도 모두 강신혁이 단련시켰다. 그는 제법 좋은 교관이었다.
“클레어 누나는 아니지만 용병단에 커넥션이 있을 만한 사람이 짐작이 가거든. 그 사람한테 얘기는 해볼 테니까 기대는 하지 말고 기다려라.”
“야 잠깐만, 그러면 운형이도.”
“……걔 아직 중학교 다니잖아.”
“그만뒀어.”
“진짜 잘들 한다.”
수녀님 억장이 무너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강신혁은 한숨을 내쉬며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런데 어느덧 그랜절을 마치고 일어난 이진석이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왜?”
“연금술사가 아니면 누구한테 부탁하려고?”
“있어. ……협회 쪽 사람.”
“협회!? 미친! ……혹시나, 혹시나 해서 묻는데.”
이진석이 벌써부터 결말을 예상한 듯 밝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
“여자냐?”
“응.”
“빌어먹을 미남만 다 가져가는 세상! 멸망해라! 멸망해버려라!"
하지만 세상은 멸망하지 않았고, 강신혁은 다음날 개학을 맞이하여 신영에 등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