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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화. < Chapter 25. 알아볼 수도 없어 - 2 >

그로부터 당분간 오닉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녀석은 무수한 합금 쓰레기가 잠들어있는 심연, 쓰레기 창고 안으로 거침없이 몸을 던졌다.

완성된 무구 대신 금속을 내주는 것에 일말의 미안함을 갖고 있던 강신혁이었으나 오닉스는 그런 것 따윈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창고 안에는 그냥 쓰레기 금속이 아닌, ‘모루’의 영력이 듬뿍 깃든 쓰레기 금속이 들어차 있었던 것이다.

비록 무구에서 얻을 수 있는 특수능력을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성공적으로 합금을 만들어내기까지의 모루의 무수한 노력의 흔적, 모든 세상에 걸쳐 존재하던 금속의 잔재를 흡수할 수 있게 되었으니 오닉스의 전반적인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금속을 먹는 몬스터라면 나도 몇 종류 알고 있지만 저건 실로 묘하군. 재미난 생물이야.]

“당분간 녀석한테 들어갈 밥값이 굳어서 다행이죠.”

[영감에게는 잘 어울리는 애완동물이 아닐까.]

솔직히 오닉스가 얼마나 성장할지도 기대가 되었으나 한가로이 오닉스의 먹방이나 지켜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강신혁은 곧장 합금 작업을 재개했다.

물론 그러고도 당분간은 쓰레기가 나와 즉시 창고에 내용물을 보충하는 신세가 되었으나, 한 나절이 지나고 하루를 꼬박 새며 어느 정도 모루가 다루던 합금 기술의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 동기화가 가속됩니다. 현재 동화율 34.7%

그동안은 정말 대단한 무구를 만들어내야 동화율이 1% 조금 넘게 오르는 정도였는데, 놀랍게도 하루 만에 동화율이 2%가 넘게 상승했다.

그 시점에서 간신히 강신혁은 푸른 소의 재질과 비슷한 합금을 만들 재료의 선정 작업을 끝마쳤다. 자신 안에 조금씩 스며 나오고 있는 모루의 직감이 이 재료로 하면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다고 속삭여주고 있었다.

“스피네 로세의 가시 줄기에 라이트닝 골렘의 핵, 케나이언 조금과 가시늑대의 가시.”

스피네 로세의 전리품에는 사실 여태까지 손을 대지 않았었지만 이제 와서 참을 것도 없어졌다. 아니, 이젠 이걸 제대로 다룰 수 있으리라는 자신이 붙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강신혁이 나열한 재료 중에서는 유일하게 라이트닝 골렘의 핵만이 히어로 유니버스 거래 게시판에서 구한 물품이다.

라이트닝 골렘은 S랭크의 희귀 몬스터로, 말할 것도 없이 푸른 소의 능력과 어울릴 것이라는 판단 하에 거금 600만 HP의 지출을 감수하고 집어왔다.

마구 벌어들일 땐 부자라도 된 것 같았지만 막상 쓰다 보니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HP의 잔량을 보며 살짝 허무해지긴 했지만 지금은 쓸 때였다.

“그러면 해볼까.”

강신혁은 마지막으로 푸른 소의 표면을 쓰다듬으며 그 구조를 훑어본 후, 감각을 몸에 새기듯 눈을 감았다 떴다. 그리고 모든 재료를 과감하게 화로에 때려 박았다.

[과감하구만, 영감.]

“실험은 끝났어요. 이제 실전이죠.”

강신혁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입을 굳게 다물곤 화로에 달라붙어 풀무질을 개시했다.

겉으로 보기엔 여전히 작은 인간일 따름이나 그의 몸에는 이미 S+랭크에 달하는 힘이 깃들어있다. 체력 또한 그와 같으니 어지간한 작업으로는 땀 한 방울 나지 않을 터였다.

“후우, 잘 안 녹는데……."

가지고 있던 융금목 장작을 모조리 쏟아 붓고 나서야 재료들이 한데 녹아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걸 그냥 놔두면 꿀꿀이죽처럼 마구 섞여, 서로의 능력을 조화시키지도 못하고 쓰레기로 굳어버릴 뿐.

강신혁은 미리 마련해둔 판에 화로의 내용물을 붓고는 그것에 영력을 쏟아 부었다. 재료 하나하나가 가진 의미를 속으로 되새기며 지속적으로 적절한 자극을 가했다. 원래 마법금속의 합금이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어느덧 그는 자연스럽게 특성을 발동하고 있었다. 황금빛의 기운이 합금을 감싸고 있으면 어쩐지 실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되었다.

[호오.]

작업을 지켜보던 헤일로가 나직이 감탄사를 냈다.

사실 그는 금속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강신혁의 손아귀에서 만들어지는 합금이 점차 푸른빛을 띠는 것을 보며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관리자가 그 옆에서 거들었다.

- 푸른 소의 재질과 같아야 한다는 회원님의 생각이 금속을 푸른빛으로 바꿔놓고 있는 것입니다.

[의지로 인한 변화인가?]

- 특성으로 인한 변화입니다. 회원님께서 이번 생에 얻은 특성에는 관리자도 미처 이해하지 못하는 기묘함이 숨어 있습니다.

[장인을 위한 특성이로군.]

-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

강신혁은 내심 두 개째의 라이트닝 골렘의 핵을 구매할 각오를 하고 있었으나, 워낙 준비를 단단히 했던 탓인지 작업은 순조로이 끝났다. 푸른 소의 내장을 꾸미고도 남을 양의 합금이 완성된 것.

강신혁은 지금이라도 번개를 뿜어낼 것처럼 묘한 기운이 흐르는 합금 판 위를 두드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짓다가, 당황했다.

“너무 잘 만들었는데.”

[자화자찬도 제법 하는구만.]

“아니 그게 아니라, 너무 단단해요.”

물론 외견뿐만 아니라 내장도 완벽한 마력구동 바이크로 만들 생각이었던 만큼 부품은 단단할 필요가 있었고, 처음부터 그럴 생각으로 적당한 크기로 나눠 굳혔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완성된 합금의 경도가 너무 높았다.

“이거…… 가공이 힘들겠는데.”

[그냥 통째로 방패로 쓰시게나.]

헤일로의 농담을 무시하고 적당한 부품을 골라 성형을 시도했으나, 역시나 망치로도 연마기로도 금속을 두드려 변형시키거나 깎아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일일이 부품의 틀을 만들고 녹인 금속을 부어 굳히는 주조 방식을 택하자니, 완성된 합금을 어느 정도 이상으로 녹이는 순간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굳어버릴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시 말하지만 마법금속의 합금이란(이하생략).

“안 되겠다.”

만약 전생의 모루였더라면 영력을 능숙하게 다뤄 금속을 변화시켰을 것이다. 어쩌면 애초에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신혁은 아직 전생처럼 영력을 다루는 것이 불가능했고 엎어버린 물을 다시 담을 수도 없었으므로, 다소 억지를 부리기로 했다.

- 상급 힘 포션을 복용했습니다. 한 시간 동안 힘이 세 단계 증폭됩니다.

S+랭크의 힘으로 꺾을 수 없다면 SS+랭크의 힘으로 도전할 뿐! 마침 이것을 얻어두었던 게 다행이지 않은가!

강신혁의 생애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전능감이 일시에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다만 1시간이라는 제한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아무리 설계도를 미리 준비해놓았다지만 1시간 안에 모든 부품을 완성시키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그렇지!

“상급 민첩 포션과 체력 포션은 살 수 있나요!?”

- 죄송합니다, 회원님. VIP등급 3차 해방이 되면 구매하실 수 있으나…….

“그럼 중급 포션으로!”

- 즉시 구매하겠습니다.

이로써 강신혁의 민첩은 SS랭크가(원래 S랭크지만 일부러 베놈 프린세스 소울을 껴 S+랭크로 업그레이드한 상태에서 중급 포션으로 두 단계를 더 끌어올렸다.), 체력은 마찬가지로 SS랭크가 되었다.

세 종류의 신체 스탯만 놓고 보면 하이랭커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른 셈!

히어로 유니버스의 힘을 빌리면 단시간이나마 이런 말도 안 되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자신이 얼마나 큰 축복을 받은 것인지 알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어딘가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관리자님, 혹시 분신술 스크롤 같은 건 없나요?”

- 있습니다만 정신력도 분산되기에 고급 작업에는 결코 추천되지 않습니다.

“씁, 그러면 이대로 할 수밖에 없나.”

더는 투덜거리고 있을 시간조차 아깝다. 그는 전력으로 부품을 세공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연마기로는 버틸 수 없으니 정과 망치를 들고 재료를 가르고 깎아내고 두들기며 부품을 하나하나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우주 제일의 대장장이가 이런 막노동을 하는 장면을 보게 되다니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야.]

- 작업을 위해 아름다운 땀을 흘리는 회원님께 5,000HP 보너스! 추가로 7,000HP 보너스!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더더욱 강하고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강신혁은 황룡투기까지 끌어올렸다. 거기에 더해 특성을 극한으로 운용한다!

수호황룡의 힘이 강신혁의 몸을 감싸, 안 그래도 강화된 육신을 아예 그 너머의 경지로 보내버렸다. 원래부터 강한 영혼의 힘, 거기에 강한 육신의 힘이 더해져 완전체를 이룬다. 강신혁은 과거 그 어떤 상태보다도 강한 육신으로 1시간의 전쟁에 도전했다.

- 깡! 깡! 깡!

- 드륵! 드르륵! 기긱!

- 깡! 까아앙!

관리자는 혹시 자신이 강신혁에게 분신술 아이템을 가져다준 것인가 고뇌했다. SS랭크에 달한 민첩과 SS+랭크의 힘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강신혁은 무려 잔상을 남기며 동시에 여러 가지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으니까!

그 과정에서 몇 개인가의 망치와 정을 부러트리고(영력으로 철저하게 감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힘 조절에 실패해 부품도 몇 개 망가트렸지만, 망치와 정은 손실되는 순간 관리자의 센스로 즉각 조달했을 뿐더러 예비 부품도 많았으므로 그 부분은 문제가 없었다.

- 모든 스테이터스 증폭 포션의 효과가 만료되었습니다.

결국 그런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을 때엔, 이미 강신혁은 모든 작업을 마치고 손에서 다 망가진 망치와 정을 떨어트리고 있었다.

세공하지 못한 부품은 하나도 없었다. 푸른 소의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모든 내장을 완벽하게 만들어낸 것이다.

“하, 하아아……."

- 야금술 스킬의 숙련도가 A+랭크로 성장합니다. 모든 생산 작업의 능률이 추가로 20% 상승합니다.

“참 일찍도 뜬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강신혁이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가 자신이 망가트린 정을 밟고 쏜살같이 일어섰다.

“뚫릴 뻔 했네.”

- 죄송하지만 회원님, S+랭크의 체력은 그 정도로 뚫리지 않습니다.

관리자의 지당한 태클에 뭐라 대꾸해줄 기력도 없었다.

마음 같아선 그대로 자고 싶었지만 아직 중요한 작업이 남아 있었다. 그는 설계도를 꺼내어 마지막으로 확인 작업을 거친 후, 차근차근히 부품을 조립하고 나사를 조이며 용접을 했다.

"푸른 소, 준비는 됐어?”

- 꾸우우.

강신혁이 개고생을 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보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합금으로 완성된 바이크의 내장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처음엔 자신이 변형되는 것을 다소 꺼려하는 것처럼 보이던 푸른 소도 지금은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강신혁은 피식 웃으며 녀석의 등을 한 번 쓰다듬고는, 새 망치를 꺼내어 거기에 영력을 불어넣었다.

“그럼 조금만 외형을 손보자. 설마 너도 저항하는 건 아니지?”

- 쿠우우.

만약 녀석도 방금 완성된 이름 모를 합금처럼 구부러지지 않고 버티려 했다면 여기서 강신혁의 인내심은 끊어졌을지도 모른다.

“좋아, 내가 멋지게 잘라줄게.”

- 쿠우!?

내장 위에 그대로 씌우기만 하는 거라면 굳이 자를 필요는 없을 텐데!? 그러나 확실히 바이크의 설계도에는 바이크의 핸들 중앙부에 큼지막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내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구멍 근처로는 섬세한 마나 선이 달리고 있었다.

“뭐야, 설마 이대로 완성일 줄 알았어? 중요한 동력원이 없잖아, 동력원이.”

- 쿠우우?

동력원이라니, 내장은 그저 푸른 소의 움직임을 보조해주는 것이 아니었던가. 푸른 소의 자아가 미약한 의문을 발했다. 그러나 작업을 지켜보던 관리자와 헤일로는 어딘가 모르게 납득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신혁은 자아를 갖고 혼자 움직이는 푸른 소가 없어도 완벽하게 기동할 수 있을 마력구동 바이크를 설계하고 만들어내고 있었으니까. 물론 소재가 소재인만큼, 푸른 소와 융합시키는 만큼 어지간한 동력원이 아니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수 없겠지만.......

“이미 아주 좋은 동력원을 갖고 있단 말이지.”

강신혁은 씩 웃으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로부터 하루 후.

강신혁은 작업을 일단락하고 지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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