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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자마자 VIP-133화 (133/345)

133화. < Chapter 25. 알아볼 수도 없어 - 1 >

- 야누스 님의 귓속말 : 그 둘을 섞겠다고. 할배는 역시 바보라니까.

- 시끄럽다, 이놈아.

그리 넓지 않은 공방, 화로에 타오르는 불꽃만이 광원이 되어주고 있는 그곳에서 대장장이는 오늘도 쇠를 만지고 있었다.

그러나 쇠를 만지고 있다고는 해도 무구를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두 가지의 금속을 섞어 합금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재료는 그가 만든 무구를 팔아 번 돈으로 거래게시판에서 사 모은 금속들이었다.

- 야누스 님의 귓속말 : 몬스터의 부산물이든 마법금속이든 가리지 않고 싹 긁어모았던 게 그것 때문이었어? 헛수고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영감다워서 재밌기는 하지만.

- 글쎄 시끄럽다고 하지 않았느냐.

- 야누스 님의 귓속말 : 성과는 좀 어때?

악우의 질문에 대장장이는 잠시 침묵했으나, 이내 솔직하게 대꾸했다.

- 쓰레기만 늘어나고 있다. 이놈의 마법금속이란 것들은 대체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일단 섞어놓으면 분리가 되질 않는구나.

- 야누스 님의 귓속말 : 그래서 헛수고라니까? 두 가지를 섞어 더 나은 무언가가 나오는 경우는 오리지널부터가 폐급이었던 경우밖에 없어. 당장 드래곤의 비늘이나 드래곤의 뼈는 그 자체로 완전한 재료야. 그 이상 가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는 없는 거야.

- 놔둬라.

대장장이를 걱정하는 듯한, 그러면서도 놀리는 듯한 친구의 귓속말에 그는 귀찮다는 투로 대꾸하곤 작업을 재개했다.

그도 성공확률이 희박한 일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의 고집이었다.

더 이상 아무것도 새로운 게 탄생하지 않게 된 이 세상에서 홀로 살아남은 대장장이가 어떻게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부리는 고집이며 발악.

그렇기에 행위 그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성과가 따라준다면 무척 기쁘겠지만…… 그는 그저 자신이 이렇게 시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뻤다.

삶에 대한 의지마저 희박해진 늙은 육신이, 잠시나마 살아있음을 실감할 수 있게 되니까.

- 야누스 님의 귓속말: 하여간, 내가 이래서 할배를…….

- 죽기 전에는 반드시 드래곤의 뼈를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테니, 두고 봐라.

분명 실패가 계속되고 있을 뿐이지만, 그럼에도 데이터는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대장장이는 자신의 망치와 함께 춤추는 영력과 함께 무수한 세상의 금속을 분석하고, 그것들이 다른 금속과 섞여 변화하는 모습을 마음에 새겼다.

한 덩이의 실패작이 새로 생겨날 때마다 합금의 새로운 가능성이 조금씩 불어났다. 실제로, 미약하긴 하나 성공작도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쇳물이 흐른다. 좁디좁은 공방에서 늙은 대장장이는 천천히 모든 금속을 이해해나가고 있었다.

- 야누스 님의 귓속말: ……지금 할배 모습, 보고 싶네.

- 쉰 소리하지 말고 생겨난 쓰레기들을 처분하는 것이나 좀 도와다오.

- 야누스 님의 귓속말 : 응? 아아, 그렇네. 하긴 그냥 버릴 수도 없나.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한데 몰아넣고 영감만 관리할 수 있도록 내가.......

@@@

강신혁은 무수한 마력구동 바이크의 설계도를 뜯어보고 연구한 끝에 푸른 소에 가장 어울리는 내장을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작업을 시작한지 고작 일곱 시간 만에 얻은 성과였다.

[허어, 영감에겐 그런 재주도 있었구만.]

“영력은 본질을 보는 힘이니까요. 그걸 조합해 옮겨낼 손재주만 있으면 누구든 얼마든지.”

[.......]

헤일로가 침묵했다. 영력이라는 기본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부터가 어렵지만, 영력으로 파악한 사물의 본질을 고스란히 옮겨낸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하물며 여러 사물의 본질을 파악해 그것을 조합하는 것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더더욱 그러했다.

“그러면 시작해볼까.”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강신혁은 푸른 소의 외갑을 분석했다. 최대한 내장에 들어갈 파츠를 푸른 소의 그것과 비슷하게 맞추고 싶었기 때문이다.

- 회원님, 그렇다면.

“네. 합금에 도전해보려고 해요."

합금이라고 해도 물론 지구에서 쓰이는 티타늄 합금이나 텅스텐강 따위의 합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마법금속과 몬스터들에게서 얻은 생체금속을 가지고 만들려는 것이다. 바로 전생의 모루가 가장 신경 써서 하던 작업 중의 하나였다.

“최대한 푸른 소와 비슷한 재질로 만들어야 거부감이 적을 테니까.”

사실 합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기는 했다. 바로 녀석의 몸을 불리는 것.

푸른 소는 신체가 떨어져나가도 벼락을 흡수해 떨어져나간 부분을 흡수하는 ‘뇌신(雷身)’이라는 특수능력을 갖추고 있다. 즉 녀석의 신체를 떼어내고 전기를 흡수시켜 회복시키는 작업을 반복한다면 이론적으로 얼마든지 같은 재질의 금속을 양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야 푸른 소의 부담이 너무 심해진다. 가뜩이나 녀석은 아직 기능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 반복적으로 격한 부담을 주다 보면 본전도 못 찾고 침몰해버릴지도 몰랐다.

뭣보다 강신혁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요즘 여기저기서 전투를 반복하며 상당한 양의 금속을 모았다. 그러니 이제 슬슬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전생의 과업에.

“좋아, 종류는 충분해…… 그럼 시작해볼까.”

그는 인벤토리에서 화로를 꺼냈다. 얼마 전 대역류에서 활약하며 수천만 단위의 HP를 벌어들인 덕분에 구입한 1,500만HP짜리 이동식 대형화로.

당연하지만 아티팩트로, 제작 성공 확률을 높여주고 작업자의 피로도를 낮춰주며 완성된 물품의 품질을 높여주는 옵션을 품고 있는 고급 화로였다.

아무리 강신혁이 장인이라지만 그런 기능을 모조리 갖춘 화로를 직접 제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나 가까운 일. 그런 의미에서 역시 히어로 유니버스는 얕볼 수가 없는 곳이었다.

[이봐 영감, 이 자리에서 합금을…… 이런, 벌써 시작해버렸군.]

헤일로는 이 자리에서 아직 레시피도 없는 합금에 도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그를 말리려 들었으나 이미 때는 늦어있었다.

여러 가지 금속을 꺼내 녹이는 데에 집중하는 강신혁의 모습에 헤일로는 가지를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대체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 회원님의 집중력은 매우 뛰어납니다. 그것만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하지만 그 외의 다른 부분들은 제법 재밌게 변했어. 이전의 모루였다면 그와의 대화에서 만족감은 얻어도, 이런 즐거움은 얻지 못했겠지.]

- 글쎄요…… 어쩌면 회원님께선 이런 부분에서조차.

[음?]

- 아뇨, 헤일로님. 지금은 그저 지켜보시지요.

몬스터의 몸에서 얻은 금속(정확한 명칭은 아니나 편의상 강신혁은 이것을 생체금속이라 칭하기로 했다.)과 마법금속을 적절한 비율로 합금하는 것은 어지간한 경지의 야금술로는 감히 시도도 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강신혁의 동화율은 이제 32.5%. 별 것 아닌 재료로 전설을 만들어내던 전생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어도, 합금을 만들어내던 기억만 놓고 따지면 거의 7할 가까이 되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온 우주의 장인들이 목숨과 맞바꿔서라도 얻고 싶어할만 한 귀중한 지식이었다. 모루가 지닌 기술만큼이나, 20년간 히어로 유니버스의 터줏대감으로 머무르며 히어로 유니버스의 거래 게시판에 올라온 온갖 금속을 섭렵한 그의 지식 또한 대단했다.

"......으음."

그 지식은 처음 얻은 몬스터의 생체금속마저 샅샅이 분석해 합금의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게끔 만들었다. 몬스터는 무수히 많지만, 계통이 같은 몬스터의 생체금속은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물론 그럼에도 완벽하지는 않아서, 작업 도중에 생겨나는 쓰레기만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기에 강신혁도 파악하고 있었다.

단순한 마법금속의 합금이라면 녹여서 원래대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지만, 생체금속이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쉽게 분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어떻게든 그 성질을 살려낼 무구를 만들어내는 패자부활전을 거치든가 버리는 수밖엔 없다는 것을.

물론 대부분은 패자부활전에 도전하지도 못하고 탈락하곤 했다.

“그렇지, 이런 경우를 대비해 야누스가…… 야누스가아아아!?”

합금 작업을 시작하고 두 시간 정도 되었을까? 작업을 이어나가던 강신혁이 합금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 말고 번개를 맞은 듯한 깨달음의 외침을 내질렀다. 관리자가 기겁하며 그의 안부를 살폈다.

- 왜, 왜 그러시죠, 회원님? 회원님을 위해서라면 제아무리 상대가 야누스 님이라도 관리자는……!

[진정하시게, 관리자. 야누스가 모루에게 해의를 품을 리가 없거늘.]

“자, 잠깐만. 잠깐만요.”

강신혁은 작업을 멈추고 차분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언제나처럼 그 안에 잠자고 있던 오닉스를 깨웠다.

- 뀨? 뀨뀨우!

“응, 안 돼.”

일어나자마자 본능적으로 눈을 깜박이며 애교를 한 번 부려준 후 망설임 없이 푸른 소를 향해 다가가던 오닉스의 꼬리를 강신혁이 잽싸게 붙잡았다.

“대신 이건 어때?”

- 뀨…… 뀨우우우웃!

요즘 들어 강신혁의 몬스터 사냥이 활발해지면서, 오닉스는 그가 사냥한 몬스터의 생체금속을 적어도 한 번씩은 맛보고 있었다. 녀석은 성능을 떠나 일단 새로운 금속이라면 환장하고 덤벼들기 때문.

여태까진 그저 먹보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새로운 금속과 무구를 먹기를 반복하며 어느덧 B랭크에 이른 지금, 녀석의 그 특성을 살릴 새로운 가능성이 보였다.

- 뀨우! 뀨웃뀨우우우웃!

“그래, 역시 먹고 싶어?”

-뀨뀨뀻!

오닉스가 열정적인 반응을 하며 금속 더미에 덤벼들었다. 그래, 방금 강신혁이 만들어낸, 어쩔 수 없이 쓰레기라고 불러야 할, 그러나 영력은 충분히 스며들어있는 합금 더미에.

“……기회야.”

- 하긴 회원님께서 어느 순간부터 급성장을 거듭하며 오닉스가 전력적인 도움이 될 수 없게 되었었죠.

“스테이터스 증폭 포션의 효과를 공유해도 여전히 제쪽의 성장이 빨라서…… 뭐 여전히 소소한 도움은 될 수 있다고 보지만요.”

예를 들어 어느덧 숙련도가 B랭크에 이른 오닉스의 은신이라든가.

은신은 경지에 오르면 자신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는 사람까지 함께 감춰줄 수 있다고 하던데, 그렇게만 되면 굳이 거래 게시판에서 흉내 내기 두루마리를 살 필요도 없이 강신혁도 은신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솔직히 매력적인 스킬이라고 생각해 거래 게시판을 몇 번 뒤져봤지만 안타깝게도 은신의 스킬 스톤은 단 한 번도 매물로 나온 적이 없다는 모양이었다.

“어때, 맛있어?”

- 뀨우우우우!

이제 막 일어나서 배가 고팠던 것일까, 아니면 애초에 한계따윈 없었던 것일까. 오닉스는 강신혁이 두 시간 동안 끙끙댄 결과 탄생한 쓰레기들을 순식간에 정리하곤 기분 좋게 울고 있었다.

“어디......."

[오닉스 - B+랭크]

[신체능력]

힘 - C+

민첩 - A-

체력 - B

[특수능력]

금마력 - A-

[스킬]

쇠붙이 포식 (S+) - B

구현(SS) - B+

방어자세 - A-

은신(A+) - B

[상태]

강신혁에게 종속 - 충성도 81

강신혁은 슬쩍 녀석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다. 분명 소환했을 때까지만 해도 B+랭크에 머무르고 있던 녀석의 금마력이 어느덧 A-랭크로 성장해 있었다! 더구나 은신은 아예 희귀도에 +가 붙기까지. 이 정도면 이미 훌륭한 현역 초인 수준이다!

“좋아, 가능하겠어.”

- 뀨우?

뭐가 됐든 자신에게 나쁜 이야기는 아니라는 사실을 파악한 오닉스가 귀엽게 울며 그의 발치를 맴돌았다. 강신혁은 씩 웃으며 친구에게 귓속말을 넣었다.

- 야누스.

- 야누스 님의 귓속말 : 할배! 드디어 신살검을 만들 준비가 됐어?

- 열쇠 줘.

- 야누스 님의 귓속말 : 저번엔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더니, 이제 다시 합금에 도전하는 거야?

- 겸사겸사.

- 야누스 님의 귓속말 : 뭐, 원래 모루 할배 거니까.

그로부터 얼마 후, 야누스로부터 선물이 도착했다.

본래 선물은 상대와 자신의 격과 선물의 가치에 따라 그 대가가 제법 비싸지지만…… 대여의 형태로 맡겨두었던 물건을 되찾는 정도라면 지금의 강신혁도 아무렇지 않게 되돌려 받을 수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작은 열쇠였다. 강신혁이 떠올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억 속에서, 모루는 야누스의 도움을 받아 만든 이 열쇠를 통해 합금 작업으로 탄생한 쓰레기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래.

이 열쇠로 인해 열리는 고유의 공간 속에, 모루가 평생 만들어낸 모든 합금 쓰레기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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