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화. < Chapter 22. 헤일로 퀘스트 - 1 >
S랭크로 강화되며(극천신주를 끼워 넣은 상태에서는 SS랭크) 무게와 예기가 더해진 신살검이 어떤 저항도 없이 스피네 로세의 몸을 반으로 가른 직후, 둘로 나뉜 그녀의 몸이 허공중에서 깔끔하게 소실되었다. 아마도 자동 루팅 기능이 발동했을 것이다.
직후, 게이트 내 모든 것이 진동하며 무너져 내렸다. 일행의 눈앞에 가이아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질서에 해를 끼치는 존재를 제압했습니다! 회원등급에 보너스! 1,200,000HP를 얻었습니다! VIP 보너스로 보상의 50%에 해당하는 HP를 추가로 얻어, 총 1,800,000HP를 얻었습니다!
- 게이트 [장미정원(A+)]이 클리어되었습니다. 게이트가 재구성에 들어갑니다. 일정 시간 후 게이트 내부의 모든 이를 외부로 배출 합니다.
이번엔 그래도 게이트가 소멸하지는 않겠구나, 하고 강신혁이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덜떨어진 감상을 떠올리고 있자니 어느덧 옆으로 다가온 엘레노어가 그를 멍하니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 고야……? 내 힘이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순간 네가 혼자서.”
“아…… 그렇네, 옆에서 보면 되게 이상해보이긴 했겠네요.”
기껏 여기 있는 전원을 강화시켰는데, 그렇게 한 보람도 없이 다음 순간 혼자서 보스를 죽여 버리다니. 물론 강신혁이 전원을 강화하는 능력을 새로이 각성했기에 특성의 진화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지만 엘레노어가 그것을 알 턱이 없었다.
“제 특성이랑 관련된 일이라.”
“혹시 특성진화!?”
이미 신영 내부에 강신혁의 특성이 진화했다는 말이 떠돌아다니고 있던 만큼 엘레노어가 진실에 이르는 것도 빨랐다. 강신혁이 고개를 끄덕여주자 그녀의 두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특성이 두 번이나 진화하다니. 세 번도 있을 고야.”
“저도 연금술사 좋아해요.”
이중의 의미로 말이지. 강신혁이 속으로만 그렇게 중얼거리며 피식 웃자 엘레노어는 의아해져 고개를 갸웃했다.
더구나 사실 이번 특성진화는 두 번째가 아니라 세 번째 진화였다. 이무기는 아룡이 되었다고 환룡이 되었고 다시 황룡이 되었다. 환룡에서 어떻게 황룡이 되었는지는 강신혁도 이해할 수 없다.
대체 다음엔 뭐가 나올까. 분명한 것은 그 다음도 확실하게 있다는 것이다.
그의 몸에 흐르는 새로운 힘을 느끼며 그 다음을 상상해보던 강신혁은, 자신의 뺨에 꽂히는 엘레노어의 시선을 깨닫고는 크흠,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어쨌든 게이트는 무사히 클리어했네요. 보스가 제 생각보다도 강해서 놀랐는데…… 둘 다 큰 상처 없이 클리어해서 다행이에요.”
“윽, 그러고 보니.”
엘레노어가 급격히 풀죽었다.
“내 실력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실수만 잔뜩하고 창은 부숴먹고……."
“실력은 확실하게 봤으니까 풀죽지 마요. 게다가 현혹 능력이 터무니없기도 했고.”
이번 게이트에서는…… 엘레노어는 정말이지 운이 없었다. 스피네 로세를 상대로 보여준 일점 돌파력과 파괴력은 과연 강신혁도 흉내 내기 어려운 대단한 일격이었다. 하필이면 스피네 로세가 피를 매개로 강력한 현혹 능력을 구사하는 네임드였던 것이 패착이었다.
그것만 없었으면 엘레노어 혼자서 압도적으로 스피네 로세를 매장할 수 있었으리라. 그랬으면 강신혁의 특성 진화도 뒤로 늦추어졌을 테니 이번엔 오히려 그녀의 실수에 감사해야 한다.
“터무니없었던 건 그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친 시뇩인데……."
“글쎄 시뇩 금지라고.”
그때였다. 게이트의 재구성에 따른 붕괴가 가속되며 일행을 게이트에서 튕겨내려는 압력이 강하게 덮쳐왔다.
그는 엘레노어와 마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이야기는 나가서 하자는 암묵적인 동의였다.
그들 주위로 몰려든 와이번들을 눈치챈 것은 그 직후였다.
‘이 녀석들은 어떻게 되지? 재구성된 게이트로 이동되는 건가.’
강신혁의 시선을 받고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에게로 고개를 내밀며 애교를 피우는 와이번들.
강신혁이 광범위하게 펼친 강화를 받은 탓인지 몰라도 그에게 무척 친밀하게 굴고 있었는데,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째 다들 몸에 황금색 줄무늬가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좋겠지만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 게이트에서 탈출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도중에 눈앞의 풍경이 바뀌었다.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에 보았던 시내의 풍경이다. 재구성에 들어간 게이트는 비활성화 되어있었고, 강신혁은 여전히 플레임 와이번의 등에 타고 있었다.
“다른 와이번들은…… 역시 없네.”
“있었으면 대형사고죠.”
“그래도 너라면 혹시나.”
엘레노어 역시 강신혁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게이트 밖으로 나온 것은 강신혁과 엘레노어, 그리고 둘을 태우고 있던 플레임 와이번과 멜로이 뿐이었다.
- 구우…… 쿠아아아!
플레임 와이번은 판이하게 뒤바뀐 풍경이 신기한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지만, 이윽고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다는 듯 기세 좋게 울었다. 여태껏 자신이 통솔하던 와이번 무리가 통째로 사라졌는데도 신경 쓰이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 괜찮습니다, 회원님. 와이번들은 죽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면 뭐 괜찮지만요.’
- 더 자세히 안 물어보십니까?
‘3차 해방이 될 때쯤엔 알 수 있지 않을까요?’
- 동기화가 완료되면 알게 되실 겁니다.
역시 지금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히어로 유니버스가 게이트의 발생에 관여되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별 충격 없이 담담히 받아넘길 수 있었지만. 언젠가 알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만도 감지덕지였다.
“그러면 이제 돌아가자.”
“이 녀석은 어떻게 하죠. 더글러스 페인한테 줄까.”
“그대로 네가 관리하면 돼. 논 차기 단장이니까.”
“전 퇴부할 거라니까요.”
강신혁과 엘레노어는 하핫, 후훗, 하고 의미 없는 웃음을 주고받고는 무표정으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당연하지만 비룡기사단에 새로운 와이번이 늘어났다는 소식은 여름방학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삽시간에 학생들 전원에게 알려져 일대 소동을 일으켰지만 강신혁은 플레임 와이번을 축사에 밀어 넣고 곧장 자신의 기숙사방에 틀어박혔으므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알 바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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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혁 - S랭크](동화율 25.5%)
[특성]
수호황룡(守護黃龍)(SS) - 지키는 자, 무리를 이끄는 자. 육체가 지닌 원초의 가능성을 가다듬어 용의 투기로 바꾼다. 그 육체는 강건해지며 무거워지고, 모든 형태의 싸움에 있어 결코 불리해지지 않는다. 만물에 용의 힘을 담는다. 자신과 아군의 힘을 강화하며, 적의 힘을 약화시킨다.
[신체능력]
힘 - S
민첩 - S
체력 - S+
[특수능력]
영력 - S
황룡투기 - S
[스킬]
황룡투(SS+) - A
윈드 마스터리(S) - A-
야금술 - A-
감정 - A
[내성]
레지스트 포이즌(SS+) - A
레지스트 파이어(S) - A
방에 틀어박힌 강신혁이 무엇을 했느냐 하면, 바로 성장한 자신의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뭐 그리 심한 변화는 없었다.
기껏해야 특성이 S랭크에서 SS랭크로 진화하고, 모든 신체 스테이터스가 평균적으로 두 단계 증폭되고 하는 김에 영력도 한 단계, 재생력에 이르러선 황룡투기라는 영문을 알 수 없는 특수능력에 흡수되어 S랭크로 성장했을 뿐이다.
덤으로 환룡무도 SS+랭크의 황룡투라는 뻑적지근한 이름의 스킬로 바뀌었다. 아니, 환룡무도 만만치 않게 뻑적지근했지만.
“어떡하지……."
강신혁은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수치상으로는 분명 앞선 두 번의 진화와 비교해 그리 격한 변화가 아닐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강신혁이 A랭크의 막바지에서 단숨에 S랭크의 벽을 뚫어버렸다는 것이 문제였다. 더구나 특성에 이르러선 SS 랭크. 하이랭커들이나 갖고 있을 법한 랭크였다.
하지만 자신을 강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무기와 아군을 강화하며, 나아가 적을 약화시키기까지 하는 버프를 겸하는 특성이니 SS랭크로 인정을 받을 만도 했다.
“더글러스 페인보다 스테이터스가 높아진 것 같은데.”
- 원래부터 영력과 재생력을 동원하면 얼마든지 압도할 수 있는 상대였습니다.
“그럼 지금은요?”
- 황룡투기만 쓰면 5초, 영력까지 쓴다면 3초 만에 떡을 칠 수 있습니다.
“말투 좀!”
강신혁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문제였다. 그보다 더한 문제가 무엇인가 하면, 이렇게나 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은아의 경지는 멀어 보인다는 것이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 그 여자는 무력으로만 따지면 히어로 유니버스에 가입한 순간부터 이미 상위권이었습니다. 어디까지나 대장장이로서 히어로 유니버스에 가입한 회원님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야…… 그렇긴 한데요.”
스스로도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살짝 분한 마음이 드는 것은 강신혁이 여전히 어린아이라는 증거일까. 하지만 관리자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 다만…… 어쩌면 관리자도 회원님의 잠재력을 모두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구한 존재의 역사에서 세 번 까지 진화하는 특성은 지극히 드물었습니다. 더욱이 황룡투기라는 특수능력 또한 회원님께서 처음으로 개화하신 것이죠.
"즉?"
- 특성의 진화여부에 따라, 어쩌면 대장장이로서의 능력을 제외하고도 히어로 유니버스의 회원권한을 획득하실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회원님께서 그 두 가지를 함께 갖고 계신 이상 의미가 없는 가정입니다만.
놀랍게도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강신혁은 괜히 헛기침을 하며 어린아이 같은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 5,000HP 보너스!
아니, 역시 들킨 것 같았다.
강신혁은 머쓱해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려다 말고 아직 확인해야 할 것이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그의 특성이 진화하는 순간 그와 마찬가지로 변화를 맞이한 그의 무기, 신살검이었다.
극천신주나 신풍의 보주를 끼우지 않은 상태에서도 S랭크를 유지하게 된 신살검은 처음 무기점에서 뽑았을 때와는 완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게이트 안에서 헤어졌던 와이번들이 그러했듯, 칠흑의 검신 위로 희미하게나마 황금의 각인이 내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신살검]
[S 랭크]
[특수능력 - 날붙이 포식, 회귀, 살의제어, 수호]
[특수능력 개방- 가중]
[영핵(靈核) - 없음]
*가중 - 검의 무게를 늘린다. 영력을 주입하여 그 정도를 보다 강화할 수 있으며, 검의 주인은 무게를 무시할 수 있다.
신살검이 S랭크로 진화하며 추가된 능력은 굉장히 직관적이었다. 무게는 곧 힘이다. 무거운 무기는 그만큼 끔찍한 파괴력을 낳는다. 힘과 체력이 S랭크가 넘어가는 랭커쯤 되면 수십 킬로그램의 무기를 뿅망치처럼 가볍게 휘두르고 다니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신살검은 놀랍게도 무기에 무게를 더하면서, 그것을 사용자 본인은 무시할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무거운 무기를 저항감 없이 빠르게 휘두를 수 있다면 당하는 놈들 입장에서는 재앙이 된다. 어쩌면 특성이 진화한것보다도, 이 옵션 하나가 더해진 것이 더욱 놀라운 변화일지도 몰랐다.
- 이 정도라면 이제 괜찮을지도 모르겠군요.
관리자의 말에 강신혁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무슨 말이죠?”
- 차원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친구등록이 된 ‘헤일로’님으로부터 지명 의뢰가 들어와 있습니다. 회원님께서 과거에 만드신 무구를 회수하는 일도 연관이 되어 있으니 수행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지명 의뢰도 가능해요!?”
- VIP 회원이라면 가능합니다. 이 외에도 네 건이 더 있습니다만, 나머지는 회원님의 능력으로는 아직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보류해 두었습니다.
역시나 아득한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강신혁은 우선 질문했다.
“급한 일이에요?”
- 18년 전에 들어온 의뢰입니다만, 헤일로 님께선 앞으로 100년 정도는 여유가 있다고 답변하셨습니다.
"......."
그 말에 여러모로 태클을 걸 여지를 느끼면서도, 강신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의뢰, 받을게요. ……사흘 정도만 몸을 가다듬고요.”
- 1,000HP 보너스!
강신혁은 한숨을 내쉬며 그 자리에 발라당 엎어졌다.
무지막지하게 많은 일을 겪은 기분이었지만, 이제 겨우 여름방학의 둘째 주가 끝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더욱이 지금부터는 쉴 틈도 없겠지, 막연히 그런 확신을 하며 그는 눈을 감았다.
그로부터 정확히 사흘 후, 그는 차원 퀘스트를 받으려 마이 룸에 입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