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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화. < Chapter 21. 마지막 휴가 - 5 >

- [장미정원(A)]의 숨겨진 위협이 드러납니다! 알라우네의 네임드 [스파인 로세(SpineRosse)]를 깨우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게이트의 수준에 맞지 않는 적입니다!

- 장미씨앗의 피해가 거의 없습니다. 스파인 로세의 수준이 높아지며 스파인 로세의 권속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 장미묘목의 피해가 없습니다. 스파인 로세의 권속의 수준이 높아집니다.

- 그레이트 웜의 피해가 없습니다. 모든 그레이트 웜이 스파인 로세의 양분이 되어 그녀의 능력을 더욱 키웁니다.

- 그레이트 록 웜이 스파인 로세에게 흡수되어 그녀의 능력을 더더욱 키웁니다.

- 숨겨진 모든 조건이 달성되어 스파인 로세의 능력이 극대화됩니다. [스파인 로세(S)]가 [장미정원(A+)]을 깨워냅니다!

강신혁은 가이아 시스템의 메시지가 이렇게 폭주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그도 숨겨진 조건을 찾아내는 것으로 게이트의 난이도가 높아지거나 보상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건 숨겨진 요소가 오히려 더 많게 느껴질 정도가 아닌가!

“설마 그레이트 웜들이 저렇게 훅 갈 줄은 몰랐네요.”

“그레이트 록 웜은 나타나지도 못하고 죽어쏘……."

지상에 만발하는 붉은 안개 속에서 말라죽는 그레이트 웜들을 보며 강신혁과 엘레노어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자신이 피어나게 도와준 지렁이들을 골수까지 빨아먹다니 근로기준법과 노동보호법은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지렁이를 한 마리도 죽이지 않은 덕에 아무래도 완전체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모양이지만…….

- 후우우우.......

높이 피어난 장미나무의 꼭대기에 맺힌 장미꽃이 피었다. 그 안에서 인간의 형태를 취한 무엇인가가 눈을 떴다.

붉은 머리카락, 녹색 눈동자를 지닌 새하얗고 부드러운 살결의 미녀. 장미꽃잎을 마치 드레스처럼 몸에 두른 그녀는 몇 번인가 눈을 깜박이더니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 정말 좋은 기분이야. 이제 다들 일어나렴, 늦잠꾸러기들!

그녀의 손에는 장미 꽃줄기처럼 뾰족한 가시가 빼곡히 매달린 가시채찍이 들려있었다. 그것을 들어 허공을 한 번 후려치자, 그녀의 뒤를 따라 장미정원을 메울 기세로 피어난 장미꽃밭에서 일제히 그녀와 같은 형태의 몬스터들이 눈을 떴다.

- 여왕님!

- 드디어 우리의 시간이 왔군요!

- 인간이다, 저기 인간이야!

- 꺅, 저게 뭐야. 야만스런 와이번들도 전부 살아 있잖아!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몬스터…… 아니, 알라우네의 목소리를 들으며 엘레노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가이아 시스템의 메시지로 보나, 몬스터들이 뿜어내는 기세로 보나 알라우네는 가장 약한 개체도 족히 A+랭크에 달하는 힘을 갖고 있었다.

“알라우네는 식물 마법을 장기로 삼는 몬스터…… 만약 그대로 지상에 있었더라면 정원에 만발한 가지의 공세에 찢겨죽었을 거야.”

“아니죠. 그 전에 저 붉은 안개에 갇혀 죽었을걸요.”

“그렇구나.”

역시 이 던전에서 와이번의 조련은 권장이 아닌 필수임에 분명했다. 강신혁은 그 사실에 퍽 만족스러워하며 신살검을 꺼내들었다.

“엘레노어 선배, 할 수 있죠?”

“신혁이 괜찮다면, 나는 얼마든지.”

랜스를 치켜들고 스파인 로세를 노려보며 망설임 없이 대꾸하는 그녀의 모습에 강신혁은 그만 미소를 짓고 말았다.

평소 대련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그녀가 투왕전에서조차 진면목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음을 지금 그 반응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단언컨대 그녀는 가문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순간 더욱 강해질 수 있으리라.

“그럼 해보죠. 다들 준비해!”

-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

- 그루아아아아!

플레임 와이번의 기세 넘치는 울음소리에 호응하듯 도합 열네 마리에 달하는 와이번들이 일제히 고함을 내질렀다. 그것은 단순한 고함이 아니라 뚜렷한 스킬의 형태를 가진 피어가 되어 지상의 알라우네들을 압박했다. 그것을 눈치챈 스파인 로세가 재차 채찍을 허공에 휘두르며 외쳤다.

- 얘들아, 우리를 괴롭히던 참새들을 찢어 죽여!

- 찢어 죽여!

- 죽어랏!

예쁘장한 꽃의 요정처럼 생긴 여자들이 일제히 험악한 말을 해대며 나무 줄기에 매달린 가시들을 쏘아냈다. 상공 수백 미터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세를 잃지 않고 솟구치는 가시들. 와이번들은 다급히 회피기동을 실시했다.

“이쪽도 공격해! 브레스!”

그러나 와이번들은 잠잠했다. 강신혁의 통솔력에 한계가 와서? 아니었다. 그저 와이번이라고 모두 브레스를 쏘아낼 수가 없었던 것 뿐이었다!

그나마 눈을 빛내며 입가에 기운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 강신혁이 탄 플레임 와이번과 후열에 있던 멜로이 정도였다.

“에이, 나머지 녀석들은 곧장 돌격! 잡몹들 처리해!”

- 쿠우우우우우!

- 키이이이이!

브레스를 쏘아낼 수 없는 서러움을 고함소리에 담아 토해내며 하강하는 와이번 무리!

- 꺄아아악!

- 지긋지긋한 참새들!

- 끄아악!

녀석들이 한데 뭉쳐 하강하며 만들어내는 바람은 알라우네가 쏘아내는 가시의 궤도를 비틀 정도였다. 녀석들의 일제 폭격에 장미정원의 일각이 쑥대밭이 되자 알라우네들을 부리던 스파인 로세가 짜증스런 신음을 냈다.

- 쿠오오오오오오!

“좋아, 쏴!”

마침 그 타이밍에 브레스가 준비되었다. 플레임 와이번의 입가에 이글거리는 화염구가 맺힌 순간, 강신혁은 동시에 두 가지의 능력을 발동했다. 하나는 물론 불의 힘을 키워줄 윈드 마스터리였고, 나머지 하나는 그 능력을 더욱이 강화해줄 자신의 특성!

그의 눈동자가 찬란한 황금빛으로 빛나는 순간 화염구의 크기가 순식간에 세 배까지 부풀어 올랐다. 플레임 와이번은 증폭되는 힘을 느끼며 있는 힘껏 그것을 쏘아냈다! 순간 세상이 붉게 물드는 것만 같았다.

- 콰아아아아아아!

- 꺄아아아악!

압도적인 기세로 분출된 불꽃이 장미정원을 불살랐다. 직후 멜로이의 브레스가 거기에 더해져 그 규모를 더욱 키우기까지!

스파인 로세는 급히 나무줄기로 방어막을 만들어내어 그것을 막았지만, 다른 알라우네들은 그것을 막아낼 만한 능력이 없었다.

거대한 규모의 정원의 4분의 1이 순식간에 타버리고, 실시간으로 불길이 다른 구역으로 번져가며 알라우네들을 태워 죽였다. 강신혁은 눈앞에 실시간으로 떠오르는 HP 정산 알림에 정신이 없었다.

- 쿠오오오오, 쿠아아악!

“그래그래, 잘했어.”

강신혁이 자신의 브레스를 강화시켰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것이겠지. 여태 강신혁에게 마지못해 굴종하던 와이번이 날개를 호들갑스럽게 펄럭이며 그에게 아양을 떨었다. 과연 힘의 논리, 간단해서 좋지 않은가. 강신혁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웃었다.

- 용서 못해에에에에!

하지만 스파인 로세는 자신의 정원을 물들이는 불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채찍을 들어 재차 허공을 후려갈기자, 그녀가 피어난 장미나무에서 수백 줄기의 나뭇가지가 뻗어 나와 플레임 와이번을 노리고 솟구쳤다. 수백 미터 늘어나는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그럼 갈까!”

“나도!”

“제가 뚫을 테니까 따라와요!”

강신혁은 검을 들지 않은 손으로 플레임 와이번의 목을 단단히 붙들고 매달렸다. 녀석은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재차 울고는 곧장 날개를 접고 하강했다.

가볍게 몸을 비트는 것만으로 스파인 로세가 쏘아낸 나뭇가지들을 여유롭게 피하는 재주가 정말 놀라웠다.

‘혹시 이 녀석 네임드 아냐?’

어쩌면 네임드가 되기 직전에 있는 녀석인지도 모르지. 나중에 자세히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검을 쥐었다. 날카로운 바람의 날이 그의 검을 감쌌다.

- 쿠아아아아아!

- 건방진 참새 놈이!

순간 플레임 와이번이 수직으로 몸을 꺾었다. 녀석의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그에게 날아드는 나무줄기의 채찍! 강신혁은 몸을 숙여 피하지 않고, 그것을 향해 마주 검을 휘둘렀다.

- 기기기기기기!

- 꺄아아악!

그는 분명 검을 휘둘렀을 뿐인데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소리가 났다. 여러 가닥으로 꼬여있던 나무줄기가 처참하게 잘려나가는 것과 동시에 그의 귓가를 어지럽히는 스파인 로세의 고통스런 목소리!

자신이 태어난 나무와 생명을 공유하고 있기에 가지를 잘라내는 것만으로 그녀에게 데미지를 준 것이다.

- 가장 강한 가지만을 모아 묶어 만든 채찍인데 어떻게!

“좋아, 다음은 맡겼다!”

그의 참격에 베인 나뭇가지는 그 끝에 머무는 바람이 강하게 회전하며 확산되는 과정에서 더욱 처참하게 찢겨나갔다. 눈앞을 산만하게 가로막는 나뭇가지들을 모조리 베어낸 강신혁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플레임 와이번과 함께 일단 이탈했다.

- 그루루루루아아아아아아아!

“흐오오오오오오!"

직후 그들이 있던 자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멜로이! 강신혁이 나뭇가지들을 베어낸 덕에 텅 빈 허공을 빠르게 돌진하며 가속에 가속을 더했다!

녀석의 등에 바짝엎드린 채 창을 단단히 붙들고 차징을 준비하는 엘레노어의 모습이 보였다. 기승 전투는 연습하지 않겠다더니 태어날 때부터 와이번 등에 타고 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아아아압!”

엘레노어가 새된 기합소리와 함께 전면으로 랜스를 내질렀다. 그녀의 작은 덩치에 비해 너무나도 큰 랜스의 극점에, 거인이 내지르는 주먹보다 더한 기세가 담겼음을 깨달은 스파인 로세가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 너!

콰아아아앙! 스파인 로세가 순간적으로 만들어낸 나무줄기의 방패와 엘레노어의 랜스가 격돌하며 굉음을 냈다.

“끄으윽!”

S랭크의 네임드 보스 몬스터가 만들어낸 방어벽을, 오직 한 점을 돌파하기 위해 갈고 닦은 랜스의 창끝이 파고들었다. 반탄력이 터무니없을 텐데도 불구하고 엘레노어는 창을 놓치기는커녕 오히려 힘을 더해 전면으로 내질렀다!

- 이 괴물 같은 것이!

“누가…… 할 소릴!”

엘레노어의 작은 몸에서 비롯된 막대한 마력이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을 들뜨게 했다. 보랏빛 눈으로 처절한 안광을 흘리며 내지른 일격이, 끝내 방어막을 뚫고 스파인 로세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 카학!

“핫, 꺄악!”

피격 순간, 스파인 로세의 복부에서 파도처럼 피가 흘러넘쳐 멜로이와 엘레노어의 몸을 적셨다. 때에 맞지 않은 비명소리가 짧게 울려 퍼졌다.

스파인 로세의 신경이 엘레노어에게 집중되어 있던 사이 와이번들을 수습해 불길에 괴로워하는 알라우네들을 편하게 해주고 있던 강신혁은 그것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혹시 독인가?”

- 신중하지 못했군요.

관리자가 짧게 말했다. 독은 아니라도 뭔가 몸에 안 좋은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플레임 와이번을 재촉해 스파인 로세를 향해 선회한 그때였다. 랜스를 뽑아낸 엘레노어가 멜로이와 함께 고개를 돌렸다.

“미안해, 신혁.”

보랏빛이던 그녀의 눈이 점차로 붉게 물드는 것이 보였다. 흑단 같던 머릿결도 마치 스파인 로세의 그것과 같은 붉은색이 되어 있었다.

“알라우네의 현혹 능력을 잊고 있어쏘……."

- 그루루루루루!

귀여운 목소리와 달리 강신혁을 향해 치켜든 랜스 창극이 살벌하게 번뜩였다. 멜로이가 구슬프게 울며 입을 벌렸다. 그것이 브레스의 전조임을 깨달은 강신혁이 다급히 플레임 와이번의 목을 치자, 녀석은 뒤늦게 상황을 깨닫곤 수직으로 비상했다.

- 날 아프게 한 대가를 몸으로 치르도록 해!

스파인 로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저것들을 모두 찢어죽이고 너도 죽어버려!

“미안해, 피해!”

- 그루루라아아아아아!

스파인 로세의 채찍이 허공을 찰싹 때렸다. 멜로이의 몸에 거증유의 마력이 깃들고, 직후 그것이 녀석의 입을 통해 브레스가 되어 쏘아내졌다!

- 회원님, 이 기회에 저 불여우를 매장해버리죠!

“관리자님, 지금 기뻐 하는 거 아니죠!?”

- 쿠아아아아아아!

플레임 와이번이 분노의 고함을 토해내며 날개를 펄럭였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를 장악하고 타오르는 열기를 느끼며, 강신혁은 이것 저것 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씁, 어쩔 수 없지.”

가능하면 안 보여주려고 했지만, 엘레노어라면 괜찮겠지.

강신혁은 인벤토리에서 보랏빛으로 찬란하게 반짝이는 구슬을 꺼내었다. 그가 그로마스에서 처음으로 올 크래프트로 빚어낸 막대한 에너지의 구슬, [극천신주(SS)]였다.

그리고 그것을 신살검의 힐트 중앙에 있는 구멍에 망설임 없이 박아 넣었다.

검룡전설…… 아니 , 환룡전설의 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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