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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 Chapter 20. 특무부의 비밀병기 - 2 >

자랑은 아니지만, 신은아는 자신이 지금 활동하는 20-30대 초인들 중에서는 누구보다도 많은 수라장을 넘어왔다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 만큼 무수히 많은 초인과 같은 전장에 섰고, 또한 무수히 많은 초인과 적대했다.

하지만 그중 어떤 이도 지금 강신혁과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미 A+급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는데…… 어떻게?’

강신혁의 열 손가락이 허공에서 화려하게 춤을 추면 눈앞에 있는 적이건, 등 뒤에서 그를 덮치려던 적이건, 땅에서 솟아나건 하늘에서 떨어지건 상관없이 평등하게 붙잡히고 베이고 찢겨나가고 있었다.

그의 인지능력이 랭크의 한계를 벗어나 있다는 것은 진즉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기에 그것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그가 다루는 무기의 파괴력과 그 무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강신혁의 재주였다.

- 캬악!

“좋아, 이걸로 이쪽은 다 끝났습니다.”

분명 지금 그가 다루는 실에서 한계가 느껴지기는 했다. 아무리 날카로워도 소재의 한계가 있는 법이고, 능력자의 힘을 온전히 싣지 못하는 공격은 일정 랭크 이상의 적을 베어 넘기지는 못할 터였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해내고 있었다. 본인이 말하길 바람의 힘을 더하는 것으로 위력을 늘리고 있다고 했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다.

모든 무구를 강화하는 그의 특성과, 모든 무술의 극에 이르게 하는 특성 스킬이 이치를 무시하고 공격의 위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어떤 무기든 자신에게 맞는 형태의 무술로 다루는 능력. 게다가 아직 진화 가능성이 남아있기까지. 이건…… 설령 영력이 없었다 해도 터무니없는 힘이야.’

어쩌면 강신혁 본인조차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신은아가 강신혁과 보다 일찍 만났더라면, 설령 마력이 없다고 해도 그의 특성만으로 얼마든지 활약할 수 있게끔 보조해줄 수 있었을 터였다.

하물며 지금은 영력에, 심지어는 자신의 상상을 무기로 구현화할 수 있는 대장장이로서의 능력마저 되찾았다. 그렇다면 그는 대체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을 것인가.

아니, 어쩌면 야금술로서 극에 이르렀던 그이기에 비로소 금안의 환룡이라는 특성을 개화할 수 있었던 것일까……? 대체 뭐가 먼저지?

“선배?”

"윽."

강신혁의 특성에 대한 생각을 하던 찰나 강신혁이 그녀를 불렀다. 가벼운 손동작으로 실을 수거한 그가 어느덧 신은아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능력을 구사할 때면 찬란한 황금빛으로 빛나는 그의 눈동자는, 같은 금색인 자신의 눈동자도 이럴까 싶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신은아는 그를 직시하지 못해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이건 이상하다.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충동을 잠재우려 그녀는 차분히 심호흡을 했다.

"왜 그래요?”

"......아무것도 아냐."

둘만 있으니까 반말로 해줬으면 좋겠다…… 고는, 지금은 도저히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신은아는 제정신을 차리려는 듯 제 뺨을 톡톡 두들기고는 말했다.

“이걸로 전부 파악 끝났어. 지금 시스템은 후배에게 무슨 랭크를 주고 있어?”

“A+랭크네요.”

강신혁의 신체 스테이터스는 민첩만 A+에 힘과 체력은 A에 머무르는 수준이었으나, 얼마 전 영력이 S-랭크에 이르면서 종합평가가 바로 A+로 상승했다. 강신혁에게 관련된 모든 능력을 끌어올려주는 영력이 성장했으니 종합평가가 오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랄 수 있었다.

“응, 내가 보기엔 그것보다도 높은 수준인 것 같아. 저번에 이레귤러 게이트를 통째로 처치한 것도 그렇고, 초인협회는 후배에게 S-랭크까지 인정해줄 거야. 모든 상황에서 능히 S-랭크의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인증하는 거지.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

“인간의 기준이 가이아 시스템보다 정확하다? 혹은 인간의 기준은 가이아 시스템과는 다르다?”

“아니. 그것도 아깝긴 한데.”

신은아는 강신혁의 말에 피식 웃곤 답했다.

“후배의 특성과 특성 스킬이 랭크에 비해 보다 뛰어난 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것. 스스로도 알고 있을 거야. 명명할 수 없는 병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데서 얻는 상황적 이점은 랭크 하나 정도의 차이는 우습게 메울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제가 검을 들게 되면 랭크가 다시 내려간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거짓말. 검을 들면 더 강해지잖아?”

신은아의 날카로운 지적에 강신혁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 말대로다. 비록 신살검무를 다른 무기를 통해서도 재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나 그래도 아직은 검으로 다룰 때 가장 강했으니까.

“어떻게 알았어요?”

“움직임을 보면 알아. 하지만 언젠가 후배의 모든 무기술이 평준화되면, 그땐 정말 시스템보다 평가 랭크가 두 단계, 아니 세 단계 치솟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

“하하……."

과연 하이랭커다운 안목이었다. 강신혁은 본능적으로 허리춤의 칼집이 있던 자리를 더듬으며(지금 신살검은 인벤토리에 들어가 있었다.)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이제 다음 게이트로 넘어가나요? 원래 여기는 제 능력 평가를 위해 찾아왔던 곳이니까.”

“응.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몬스터를, 개인전에서부터 집단전까지 모두 경험해봤으니까. 충분한 것 같아.”

“아쉽네요. 기왕 온 것 보스 정도는 잡아보고 싶었는데.”

“보스라니 무슨.”

신은아가 그녀답지 않게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벨라토스는 대표적인 미공략 게이트인데. 여태까지 이 던전의 보스를 잡아본 사람은 없어.”

"응?"

"응?"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갸웃했다. 강신혁이 신은아에게 먼저 말해보라는 제스쳐를 취하자, 그녀는 당황하면서도 순순히 말했다.

“벨라토스는 공략된 적이 한 번도 없어. 워낙 인기가 많아 몬스터들이 제때제때 정리된 덕에 범람한 적이 없을 뿐, 보스가 있는 곳을 누구도 찾아내지 못했거든.”

“그래도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거예요?”

“안전할 수밖에. 이 던전 안에 있는 초인들의 숫자와 랭크를 봐.”

“아, 과연.”

보스가 공략되지 않은 게이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도 같다. 게이트는 그 게이트를 통솔하는 보스의 뜻에 따라 가동하기 때문에 보스가 원한다면 그 안의 몬스터들이 인간을 죽이기 위해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단, 지금 이 게이트 안에는 몬스터를 사냥하러 몰려온 많은 초인들이 있다. 그들 중에는 A랭크를 넘어가는 초인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게이트의 시스템 평가 랭크는 A+랭크. 보스가 제아무리 강해봤자 게이트 랭크에서 한 단계 위의 S-랭크에 불과하니, 만약 보스가 튀어나온다면 모두가 힘을 합쳐 잡을 뿐인 것이다. 오히려 미공략 게이트의 보스를 잡게 되는 것이니 다들 좋아하며 덤벼올 것이다.

“그래서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거구나. 과연…… 이 던전은 여러모로 사람 수로 밀어붙이는 던전이네요.”

“그런 셈. 그래서? 후배가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니지 않아?”

신은아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아마도 강신혁이 처음 말을 꺼낸 의도를 알아차린 것일까. 그는 머쓱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보스가 있는 곳을 찾아낸 것 같아서요. 아직 잡히지 않았으면 제 힘으로 잡아보고 싶어서 말한 거였는데 설마 아직 미공략 상태였을 줄은.”

역시 그랬던가. 신은아는 감탄했다. 벨라토스는 게이트 발생 당시부터 많은 사람의 관심을 모았으며, 게이트의 마나 농도와 내부의 방대함으로 누구나가 큰 보상을 기대하고 덤벼들었던 곳이다.

족히 수만에 이르는 초인이 게이트를 공략해보겠다고 나섰으며 그 가운데에는 막 신영을 졸업하고 초인협회 특무부에 배속되었던 신은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많은 이들이 끝내 찾아내지 못했던 것을, 고작 능력을 시험해보려 잠깐 들렀을 뿐인 강신혁이 찾아내다니.

“후흐…… 설마 첫 게이트 입장으로 미공략 게이트 클리어라는 업적을 세울 줄은 몰랐어. 역시나네. 그러고 보면 그로마스에서도 그랬지.”

“아직 찾은 것도 아니고 잡은 것도 아닌데요.”

다소 과장된 신은아의 말투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강신혁은 자신 있게 앞으로 나섰다.

사실 그도 그냥은 알 수 없었으나 A+랭크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게이트의 심부에 이른 지금은 내부의 기이한 흐름이 보이고 있었다. 본래 보스 룸이 겉에 드러나 있지 않은 이상 게이트 내부의 게이트가 있게 마련인데, 그 게이트로 인해 뒤틀린 흐름이 느껴지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나도 그 비슷한 것을 느끼긴 했어. 하지만 끝내 게이트를 ‘열’ 방법을 찾지 못했어.”

“아마 그랬을 거예요. 저도 게이트 안에서 흘러나오는 영력이 아니었으면 읽어내지 못했을 테니까.”

“영력.”

“하지만 일단 읽어낸 이상은……."

강신혁은 신은아를 이끌고 보다 높은 곳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참고로 지금 그들이 위치한 곳은 울퉁불퉁한 바위가 곳곳에 튀어나온 바위 언덕. 공중형 몬스터와 바위로 위장한 골렘, 땅 속에 굴을 파는 지렁이들이 시시때때로 덤벼드는 벨라토스 내 최대의 위험지대였다.

“근처에 사람은 없나요?”

“조금 전까지 있었지만 쫓아냈어.”

“과연.”

특무부 제복을 입은 두 사람은 아무래도 눈에 띈다. 그중 한 명이 뇌제라는 것이 치명적이고, 나머지 한 명은 그 뇌제와 이름이 비슷 =한 신은혁이라는 점은 결정타다. 한 마디로 지금 초인사회에서 가장 핫한 소재라는 얘기다.

그 둘이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게이트 안에 어슬렁어슬렁 기어들어왔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었겠는가. 다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신은아는 그들을 일부러 내버려두고 있었다. 강신혁의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벨라토스의 보스 룸을 찾아냈다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게이트를 공략한 다음에는 협회의 입장 상 공개하는 것이 좋겠지만, 첫 공략은 방해를 받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안심하고 열어도 돼.”

“네, 그렇다면.”

가장 짙은 기운이 흘러나오는 지점에 도달한 강신혁은 바닥에 손을 대고 집중했다. 그에게서 흘러나온 영력이 대지로 퍼져나갔다. 그는 지금 자신의 영력으로 이 일대 전체를 스캔하려 하고 있었다.

“흡……!”

이전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영력이 S-랭크가 된 지금은 감당할 만하다는 느낌이 컸다. A+랭크와 S-랭크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존재하는 것이다.

"끄읍......."

그래도 역시 신음이 터져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한 번에 워낙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다보니 뇌에 과부하가 온 것이다.

“괜찮아, 할부지?”

“괜찮아요, 잠깐 어지러웠을 뿐이니까.”

무심코 할부지라고 불러온 신은아를 타박할 여유도 없었다. 강신혁은 자신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신은아를 안심시켜주고는 지그시 눈을 감고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를 정리했다.

“좋아, 그러면.”

그리고 자리를 조금 옮겨 근처의 바위에 손을 얹고는 재차 영력을 뻗어냈다. 다만 그것은 이전과 달리 규칙적이며, 섬세한 움직임이었다.

그도 당연했다. 지금 그가 하는 일은 주인이 단단히 숨겨놓은 문의 열쇠구멍을 찾아, 열쇠 대신 철사를 이리저리 꼬아 자물쇠를 열려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러던 어느 순간.

- 찰칵

아마 실제로 그런 소리가 나진 않았겠지. 하지만 강신혁은 자신이 단단히 잠겨있던 자물쇠를 여는 데에 성공했다는 것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의 영력을 받아들인 바위가 절로 밀려나며 바닥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제 들어가죠.”

그는 담담히 말하며 한쪽 입 꼬리를 끌어올려 작게 웃었다.

신은아는 불과 조금 전까지 감히 마력을 지배한다고 자부할 수 있는 자신조차 이 장치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에 어처구니가 없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먼저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 강신혁의 등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었다.

‘영력으로 만물과 소통하는 능력이 있다면…… 혹시 미공략으로 남아있는 세상의 모든 게이트를 공략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녀는 그저 조금이라도 더 할부지와 오래 붙어있기 위해 그와 함께 게이트에 들어왔을 뿐이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 그들이 뻗는 한 걸음은 모든 초인에게 있어 역사적인 한 걸음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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