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하자마자 VIP-105화 (105/345)

105화. < Chapter 20. 특무부의 비밀병기 - 1 >

방학 첫 주,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자정.

- 연금술사 특제 칵테일 포션 ‘신데렐라’를 마셨습니다. 앞으로 두 시간 동안 이동속도가 50% 증가하며, 공격속도가 20% 증가합니다.

- 연금술사 특제 칵테일 포션 ‘골든 메달리스트’를 마셨습니다. 앞으로 두 시간 동안 화염저항이 40% 상승하며, 10% 확률로 공격에 D랭크 아이스 속성이 추가됩니다.

“맛도 맛이지만…… 효과가 굉장하네요.”

“엄연히 포션이니까. 괜히 돈 받고 파는 게 아냐.”

아르바이트를 마친 강신혁은 클레어가 직접 타 준 두 잔의 논 알콜 칵테일을 마시고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확인하며 감탄하고 있었다.

클레어는 한창 칵테일을 포션으로 만드는 그녀 고유의 연금술을 탐구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는데, 바에 찾아오는 많은 손님들을 대상으로 실험에 실험을 거듭한 결과 현재는 일인당 최대 두 잔, 지속시간 두 시간에 이르는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연구를 거듭한다면 언젠가는 온갖 효과가 달린 포션을 몇 잔씩 마시고 전력을 뻥튀기시킬 수 있게 될지도 몰랐다.

“몇 잔 더 만들어줄 테니까 인벤토리에도 넣어가지.”

“아뇨, 어차피 목숨이 위험할 일은 없으니까…… 이 정도면 됐어요. 고마워요, 누나.”

강신혁은 손님이 없는 플로어를 휘휘 둘러본 후 장비 슬롯 기능을 발동, 이전 경연회장에서 활약했던 초인협회 특무부 대원 신은혁의 모습으로 변장했다. 클레어가 눈을 반짝이며 그의 장갑이며 가면이며 여기저기를 만져대기 시작했다.

“완벽해…… 최고야!”

“왤까요, 누나가 이렇게 기뻐하고 있는데 떨떠름한 심정을 금할 수 없는 것은……."

“실도 한 번 쏴주면 안 돼?”

“어쩔 수 없지.”

사실 대충 예상하고 있던 반응이었다. 강신혁이 번개거미줄을 만든 데에는 ‘혹시 클레어 누나가 이런 장비를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마음도 적잖이 섞여 있었으니까.

그는 동시에 양손을 교차시키며 번개거미줄과 독거미줄을 쏘아냈다. 찬란하게 허공을 수놓는 열 가닥의 실가닥!

그런데 그것이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허공에서 흔들리며 궤도가 수정되더니 이윽고 한 점에 얽히기 시작했다. 강신혁이 손가락을 몇 번 더 움직이자 얽히고설킨 실 덩어리가 구체적인 형태를 이루었다.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창과도 같았다. 첨단의 예리함은 오히려 진짜 창보다 더하다.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 없는 조작이었다.

“오오오오오오오오!”

“윈드 마스터리가 성장한 덕분에 간신히 섬세한 조형이 가능해졌어요. ……사실 준비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리는 지금은 실전에서 써먹기는 영 글렀지만.”

이렇게 실의 창을 만들고 있을 시간에 그냥 진짜 커다란 창을 꺼내서 던지는 게 훨씬 낫다.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순수하게 겉멋에 치중된 기술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멋지잖아!”

“그렇죠, 멋지죠.”

“정말 최고야……! 아, 동영상 찍어도 돼?”

“안 돼요.”

그는 기술을 해제해 실을 되돌렸다. 독거미줄도 훼손되지만 않으면 그대로 회수해 양분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마침 그때가 되어 출입구의 종이 딸랑였다.

“준비 됐어?”

문을 열고 나타난 것은 강신혁과 동일하게 특무부 제복을 입은 신은아였다. 그녀와는 월요일부터 함께 던전에 들어가기로 약속한 바, 정확히 월요일이 시작되는 지금부터 강신혁과 함께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강신혁은 의욕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신은아를 보며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제부턴 단둘이 다닐 테니까 반말해도 되는데.”

“은아 너.”

벌써부터 어리광부릴 기세로 만만인 그녀를 보며 클레어가 눈을 가늘게 떴다.

“단 둘이 있다고 이상한 짓 하지 마.”

“난 클레어가 아냐.”

“나도 이상한 짓 안 하거든!?”

둘이 정겹게 잡담을 나누는 사이 완벽하게 준비를 마친 강신혁은 신은아에게 다가가 붙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출발하죠.”

“앗, 응.”

“다녀올게요, 클레어 누나.”

“으응…… 다녀와.”

신은아는 강신혁의 한 손을 꼭 붙들고는, 입 속으로 짧게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직후, 두 사람의 눈앞에 부정형의 안개 같은 기운이 휘몰아치는 게이트가 나타났다.

아니,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게이트 앞으로 이동한 것이다.

“와......."

순식간에 자신을 대동하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신은아의 능력에 감탄한 강신혁이 순수한 감탄사를 발하자, 그것을 감지한 신은아가 반짝이는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가본 적이 있는 곳의 좌표를 되짚어가는 기초적인 시공간계열 마법이야. 가르쳐줄까?”

“아뇨. 아마 이해 못할 테니까 됐어요.”

강신혁에게 있어 마법은 손이 닿지 않는 영역에 있는 것이었다. 신체 스테이터스는 그나마 죽어라 단련하면 조금씩 성장했어도 마력은 아예 가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력이 없는데 무슨 마법을 다루겠는가? 따라서 그는 마법에 관해서는 기초서적조차 읽어보지 않았고, 나중에 마법을 배우는 이들의 책을 힐끗 보고는 역시 자신에게 마법은 다른 나라 얘기라는 것을 확신한 바 있었다.

……더구나 지금 그녀는 기초적인 시공간계열 마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애초에 시공간계열 마법부터가 적성이 없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익힐 수 없는, 적성이 있어도 무지막지한 마력과 두뇌를 보유하지 않은 한 손도 댈 수 없는 악독하기 그지없는 계열이었다.

두 개의 특성과 압도적인 재능을 타고난 신은아 정도가 아니고서야 시공간계열 마법을 이렇게 가볍게 입에 담지는 못하리라.

“특무부다.”

“뇌제의 단독임무…… 아니군. 저기 봐, 혹시 저 동행……."

“맞는 것 같은데. 신은혁이야.”

둘이 돌연 게이트 앞에 나타나자, 그들의 모습을 발견한 주위 사람들이 소곤거렸다. 자정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게이트 근처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심지어는 게이트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푸드 트럭까지 줄지어있을 정도였다.

“인기 엄청 많은 곳이네요.”

"규모가 크면 사람이 많이 몰려. 사람이 많이 몰리면, 상대적으로 안전해져. 게이트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면 몬스터 생성도 제법 활발해지고…… 게이트가 버텨준다는 가정 하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건 마냥 나쁜 일은 아냐.”

“과연.”

지금 그들이 도착한 게이트는 한국 최대 규모 던전으로 유명한 [벨라토스(A+)].

강원도 평창 산골짜기에 위치한 던전으로, 처음 이 게이트가 예보되었을 땐 압도적인 마력 수치가 측정되어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근접한 나라에서 출동 준비를 할 정도였다.

그러나 막상 게이트가 개방되고 보니, 워낙 크기가 커 마력 수치가 높았을 뿐 난이도는 그렇게까지 높지 않아 다들 안심하게 된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게이트, 벨라토스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본래 흡수형 게이트는 그 내부 환경이 다른 세계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정교하게 짜여있는 것이 특성인데, 이 벨라토스는 크기가 거대한 만큼 다양한 환경을 품고 있어 정말이지 작은 행성을 하나 통째로 옮겨왔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 안에서 나타나는 몬스터의 수준도 F랭크부터 A랭크까지 다양하여, 그러고자 한다면 이제 갓 등록증을 얻은 초인이 A랭크가 될 때까지 이 게이트에서만 뻐기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시원하게 사냥하기는 힘들어. 한계를 체험할 수도, 능력을 빠르게 키울 수도 없어. 애매한 곳이야.”

혹시 초인협회 특무부에는 죄다 이런 전투민족만 모인 것일까, 강신혁은 잠깐 생각했다. 하지만 그도 심정적으로는 신은아에게 가까웠으니, 과연 특무부 제복을 입을 만한 자격은 있다고 할 수 있으리라.

“대신 1대1로 몬스터를 붙잡고 싸우기엔 괜찮다는 거죠.”

“응. 그럼 들어가자.”

신은아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는 주위 사람들을 싸늘한 눈짓 한 번으로 쉽게 떨쳐내고는 강신혁을 잡아끌었다.

그는 신은아와 발걸음을 맞추면서도, 가면 너머로 보이는 많은 초인들, 그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상인들의 열기를 느끼며 후우, 깊은 호흡을 했다.

이제야 간신히 진정한 초인사회의 일원이 된 느낌이었다.

‘특무부 제복을 입고 테러범들 상대로 날뛸 때도 이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우습네.’

그는 픽 웃곤 신은아를 따라 게이트 안에 발을 들여놓았다. 순간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 A+급 게이트 ‘벨라토스’에 진입합니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밤하늘이 보이는 곳에 있었는데, 게이트 너머는 완연한 낮의 풍경이었다. 이미 몇 번 겪어본 일이긴 해도 새삼 초인들이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

눈앞에 펼쳐진 초원은 많은 몬스터와 그들을 상대하는 초인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강신혁은 ‘안전하다’는 게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했다. 같은 파티건 같은 파티가 아니건, 얼마든지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거리가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지금도 실시간으로 몬스터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 여기서 몬스터는 위험한 적이 아닌, 자신에게 돈과 경험을 안겨주는 선물. 만약 몬스터를 상대로 위험에 처하는 이가 생기기라도 하면 그를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몬스터를 죽일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게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었다.

“이건 꼭 게임의 필드 사냥 같네요.”

“그래서 난 여기가 싫어.”

신은아는 언짢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곤 강신혁을 이끌었다. 아니 , 그녀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고 생각한 순간 눈앞의 광경이 바뀌었다. 그녀가 재차 공간이동을 구사한 것이다.

“B랭크부터 시작할게. 괜찮을까?”

“물론이죠.”

그들이 벨라토스에 찾아온 것은 어디까지나 강신혁의 전투능력을 신은아가 완벽하게 파악하게 하기 위해서.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몬스터를 상대하게 해 그의 능력 범위와 한계를 파악하고, 그에게 적합한 게이트를 찾아 성장시키는 것이 신은아의 목표였다.

“엇, 야, 저기.”

“응? ……헐. 뇌제?”

“특무부잖아.”

“신인 대원 교육인가. 뇌제가 직접?”

“바보야, 목소리 크다고.”

아무래도 B랭크쯤 되면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초인의 숫자도 적어지는 만큼 주위의 인구 밀도가 그리 높지 않았고, 자연히 강신혁과 신은아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졌다.

“첫 번째 목표물은 제트 혼 버니야.”

“뿔 달린 토끼 말이죠. 이것도 뭔가 정석 같은 느낌이라 좋네요.”

하지만 신은아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주위 모든 것을 깔끔하게 무시하며 강신혁을 이끌 뿐이었다. 강신혁은 그녀를 따라 불필요한 것들을 무시하려 노력했다.

“상대해봐.”

“알겠습니다.”

강신혁은 신은아가 가리킨 적…… 대략 1미터 정도 크기의 사냥개와 비슷한 몸집을 지닌 녹색 뿔을 지닌 토끼를 향해 왼손을 뻗었다. 순식간에 뻗어나간 다섯 줄기의 황금빛 거미줄이 제트 혼 버니를 칭칭 묶었다.

- 캬아아악!

"후."

삽시간에 제압당한 제트 혼 버니가 머리를 강신혁에게로 향한 순간, 강신혁이 주먹을 꾹 쥐었다. 놈의 몸을 묶고 있던 거미줄이 예리하게 번뜩이며 살 속으로 파고들어 놈을 산산조각 냈다.

"음."

그것을 지켜보던 신은아는 제트 혼 버니의 머리에 여전히 뿔이 단단하게 달라붙어 있는 것을 확인하곤 침음을 흘렸다.

사실 제트 혼 버니는 B랭크 몬스터 중 반응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유명한 몬스터로, 일단 적이 자신에게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면 그 순간 머리의 뿔을 쏘아내는 습성을 지니고 있었다.

적에게 명중하기만 하면 폭발하여 큰 데미지를 입히는 만큼 B랭크 몬스터 중에서는 상대하기가 제일 까다롭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강신혁은 놈이 뿔을 미처 쏘아낼 틈도 없이 제압, 처리까지 완료했다. 특수한 무장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 정도라면…….

“원거리의 적을 상대하는 데도 그 정도 반응속도. 가능하면 다대일로 확인해보고 싶은데…… 무리겠네. 미안, 내가 잘못 판단했던 것 같아.”

이게 다 할부지가 있을 수 없는 속도로 성장하는 게 잘못이다, 신은아는 속으로 그렇게 투덜거리며 그에게 말했다.

“B+랭크는 건너뛰고 바로 A랭크로 가자. 아마 A+도 가능할 것 같지만 일단 A로.”

“알겠습니다.”

강신혁은 재차 실을 뻗어내 드롭품을 회수하고는(자동 루팅 기능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았다.) 다시 신은아의 손을 잡았다. 신은아는 순간적으로 볼에 홍조를 띄우면서도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공간이동 마법을 시전했다.

순식간에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잔혹하게 해체된 제트 혼 버니의 사체와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다른 초인들뿐이었다.

“이게 뭔……."

“실? 실로 죽인 거야? 제트 혼 버니를?”

“특무부는 대체 어디서 저런 인재를.”

“아니 그보다 못 봤냐? 저거 완전 뇌제 이거 아니냐, 이거?”

두 사람이 떠난 자리에 남은 초인들은 저마다 마음대로 지껄이며 난리를 피웠다.

그중 마지막,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흔들며 저속한 표현을 하던 남자가 지나치게 흥분한 나머지 그만 이제 막 태어난 제트 혼 버니의 어그로를 끌어 뿔에 팔을 뚫리는 사고가 있었지만, 누구도 신경을 써주지 않았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