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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 < Chapter 19. 여름의 시작 - 1 >

- 질서에 해를 끼치는 존재를 제압했습니다! 회원등급에 보너스! 780,000HP를 얻었습니다! VIP 보너스로 보상의 50%에 해당하는 HP를 추가로 얻어, 총 1,170,000HP를 얻었습니다!

- 환룡무 스킬의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윈드 마스터리 스킬이 C+랭크로 성장합니다! 레지스트 포이즌 스킬이 A랭크로 성장합니다!

강신혁의 공격으로 여왕말벌이 목숨을 잃는 그 순간, 그의 눈앞에 몇 줄인가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HP 획득이야 이 이레귤러 게이트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거의 수천만에 가까운 양을 얻었으니 별 감회도 없었지만, 윈드 마스터리와 레지스트 포이즌이 성장한 것은 큰 소득이었다.

강신혁의 수준보다 높은 랭크의 게이트를 단독으로 토벌한 것이 아마도 스킬 숙련도 상승에 큰 영향을 끼쳤던 것이리라.

- 모든 에너지를 잃은 이레귤러 게이트가 소멸합니다. [여왕말벌의 날개 팔찌(S-)]를 얻었습니다!

“읏!?”

그러나 그 모든 정보는 맨 마지막 줄에 비하면 빛이 바랬다. 여왕말벌의 날개 팔찌, 명백히 아티팩트의 이름이 아닌가.

누누이 말하건대 현대의 대부분 장인이 만들어내는 아티팩트는 게이트에서 발견되는 아티팩트의 하위호환에 불과하다. 그만큼 인공의 아티팩트와 천연 아티팩트 사이에 큰 격차가 있다는 얘기다.

물론 히어로 유니버스로 넘어가면 당장 강신혁의 전생인 모루를 비롯해 천연 아티팩트를 뛰어넘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이도 많지만, 지구에 국한해 얘기하자면 대야장이라 불렸던 이만우 정도나 되어야 천연을 뛰어넘는 아티팩트를 만들어냈다고 말하고 다닐 수 있었다.

훌륭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천연 아티팩트는 얻기가 힘들다. 높은 수준의 게이트라고 무조건 아티팩트를 품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강한 몬스터라고 해서 아티팩트를 착용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니까.

오직 운, 그리고 상황이 허락해야만 천연 아티팩트를 구할 수 있었다. 따라서 제아무리 안 좋은 성능의 아티팩트라도 천연이라는 것이 증명되면 최소 수억에서 수십억에 이르는 가격을 형성하게 된다.

‘그런데 그게 이렇게 뜨네.’

전생을 기억해낸 후로 여러 아티팩트를 만들어보고 만져보기도 했지만 천연 아티팩트를 직접 얻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S-랭크라니, 역시 방금 그가 상대했던 여왕말벌은 S-랭크의 보스 몬스터였단 말인가? 독거미줄 함정이 제대로 먹혀들어 정말 다행이었다!

‘그리고 보상이 자동 루팅 기능으로 직접 인벤토리로 수거된 것도 다행이야.’

강신혁은 여전히 두 눈을 멍하니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초인협회 특무부 대원들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만약 게이트가 소멸되며 여왕말벌의 날개 팔찌가 나타나는 순간을 직접 보였더라면 어마어마한 난리가 났으리라.

- 그렇습니다. 히어로 유니버스가 제공하는 모든 기능은 완벽합니다.

‘음…… 거기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이번에 한해서는 틀리지 않았으니 다물고 있을게요.’

강신혁은 인벤토리 안의 내용물을 보며 여왕말벌까지 완벽하게 루팅된 것을 확인하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슬쩍 보았을 뿐이지만 분명히 스킬 스톤이었다.

이레귤러 게이트로 사람들을 해치려 한 것은 괘씸한 일이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자신에게 많은 선물을 안겨주어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 할 정도였다. 물론 놈들에게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겠지만.

“마지막 게이트까지 사라졌다!”

“초인협회 소속 초인인가본데! 못 보던 사람인데 초인인가?”

“분명히 랭커일 거야.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한 마리도 빠져나오지 못하게 가둬두고 전멸시키는 걸 봤어!”

아무래도 상황이 완벽하게 종료된 듯, 강신혁에게로 쏠리는 시선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 아마 이 타이밍도 신은아가 조절한 것이겠지?

그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난장판이 된 회장 한가운데서 사람들을 통솔하던 신은아와 눈이 맞았다.

그녀는 그를 본 순간만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띠었지만, 곧 원래의 싸늘한 표정으로 돌아와 고개를 돌렸다. 그 대신 귓속말이 날아들었다.

- 은아 님의 귓속말 : 고생했어. 어필은 충분히 했으니 이제 적당한 데서 가면 벗고 돌아와. 관계자한테 물어보니 상황이 정리된 후에 관계자들만 모아 시상을 계속할 거래.

- 이 상황이 됐는데 시상을 한다고!?

그건 그만큼 이 대회의 이름이 가볍지 않다는 뜻일까? 물론 초인협회에서 즉각적인 대응으로 민간인 피해를 막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놀라운 일이었다.

- 은아 님의 귓속말 : 이런 상황이 됐으니 더더욱. 이 정도 테러로는 끄떡없다는 걸 과시하기 위해서도.

- 그렇구나…….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실로 터프하구나……. 강신혁은 알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는 슬쩍 주위 상황을 살폈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에게 다가오지 못하고 멀리서만 떠들고 있었으나(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았다.) 조금 전까지 그와 얽혀있던 특무부 대원들은 직접 그에게 말을 걸려 하고 있었다.

“와, 능력이 어떻게 돼요? 제가 어지간한 국내 S랭크 초인들은 다 알고 있는데 이렇게 공격력 특화형 특성을 지닌 사람은 처음 봤어요.”

“신은아 조장님께서 숨겨두실 만한 이유가 있었군. ……하지만 왜 하필 오늘이었던 거지? 신은혁 씨, 괜찮다면 같은 특무부대원끼리 얘기 좀 하지 않겠습니까?”

"......."

가만.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일반인도 아니고 초인협회 특무부에 소속된 초인들이 그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 우선 마이 룸에 들어갔다가 그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하지만 이 자리 그래도 나오게 되면 그대로 들키는 거잖아요.’

- 관리자 서비스로 적당히 좌표를 조작해두겠습니다.

역시 히어로 유니버스가 최고였다.

“사라졌어!?”

“와, 심지어 공간계열 능력까지 있었단 말이에요?”

“과연 뇌제의 동생다운 능력이야. ……진짜 동생 맞겠지?”

사람들이 웅성이던 와중, 마이 룸에서 가면과 무장을 해제하고 교복 차림으로 돌아온 강신혁이 적당히 사람이 없는 기둥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관리자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한순간을 정확히 노려 그를 전송해준 것이다.

"후."

어떻게든 됐다. 그렇게 생각하며 기둥 뒤에서 한 발짝 뻗는데, 그의 어깨에 턱하니 손을 올려놓는 이가 있었다.

“후배, 그런 재밌는 짓을 할 거면 나한테도 알려줘야지.”

“쉿, 쉬이이잇.”

다름 아닌 이나희였다.

“진심 개쩔던데? 황금거미줄은 그렇다 치고 그 독 뿜는 거미줄은 뭐야, 그게 더 세보이던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장난기 반, 경탄 반을 담아 물어오는 이나희의 모습에 강신혁은 휘파람을 불며 모르는 체 했다. 그녀는 킥킥 웃으며 그의 어깨를 찰싹 때렸다.

“알겠어. 나중에 부실에서 얘기해.”

“할 얘기 없거든요? ……아무튼 선배도 무사해서 다행이네요.”

“응. 근데 있잖아, 너 이 난장판의 한중간에 있었던 것 치고 옷이 너무 깨끗해.”

“아."

사태가 터지자마자 곧장 갈아입고 날뛴 덕에 그의 교복은 먼지 하나 묻지 않은 깔끔한 채였다. 사람들 앞에 나서면 오히려 더 튀어보이리라. 그는 적당히 근처 벽의 먼지를 훑어내 자신의 교복에 대고 문질렀다.

“이제 좀 어때요.”

“여전히 부자연스럽지만 아까보단 낫네. 그럼 가자. 우리 시상식 다시 해야 된대.”

“들었어요.”

“호, 누구한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

나중에 크더라도 연기는 하지 말아야지, 강신혁은 굳게 다짐하며 이나희와 함께 발을 옮겼다. 이나희는 몇 번 더 그를 놀리려 들었지만 그가 완력행사에 나서자 곧 조용해졌다.

“신영 초인양성학교 관계자 여러분 계십니까! 아, 이쪽입니다!”

“지금으로부터 5분 후에 다시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아직 몸에 이상을 느끼시는 분은 이쪽 휴게실로 와주세요!”

“행사 중 불편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사죄의 의미에서 행사가 끝난 후 30층 호텔 레스토랑에서 디너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비록 끔찍한 규모의 테러가 있었다지만 뇌제 신은아의 신속한 대처 덕에 호텔 건물은 그리 큰 피해를 입지 않았고, 그나마도 복구능력을 지닌 능력자들이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려놓은 덕에 모르는 이가 보면 공격을 당했다는 것도 모르고 넘어갈 정도로 멀쩡해졌다.

직원들은 초인협회와 협력하여 회장의 복구를 마치고 전시품들을 있던 자리로 되돌렸다. 처음 습격을 받은 순간, 아티팩트들이 목적인 줄 알고 가장 먼저 그것들을 챙긴 덕에 잃어버린 물품은 하나도 없었다.

“초인협회 한국지부는 정말 우수하네요. 경상자가 조금 나오긴 했지만 죽은 사람 하나도 없이 상황을 정리하다니.”

“그 이레귤러 게이트는 대체 뭐였을까요. 아무래도 올해 세계초인회의도 요란하겠네요.”

“세계초인회의까지 기다릴 일이요? 각국 정부에서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지.”

“여러분, 자리에 앉아주세요! 곧 식이 재개됩니다!”

언제 테러가 있었냐는 듯 떠들썩해지는 경연회장. 강신혁은 새삼 초인사회의 현실을 실감했다. 하지만 방금 자신이 가면을 뒤집어쓰고 다른 사람 흉내를 냈던 것도 저들이 보면 놀라운 일이겠지. 그래, 그도 이 정신 나간 사회의 일원인 것이다.

“이번 월드 루키즈 크리에이터 경연대회의……."

- 은아 님의 귓속말 : 성공적이야. 벌써 대형 포털 메인에 후배의 사진이 올라갔어.

- 젠장…….

사회자가 다시 마이크를 붙잡고 떠드는 와중 신은아로부터 날아든 귓속말에 강신혁은 최대한 인상을 구겼다.

아니, 사태를 주도한 신은아도 아니고 하이랭커인 클레어도 아니고 하다못해 습격자들도 아니고 어째서 강신혁의 사진이 메인으로 올라간단 말인가?

- 은아 님의 귓속말 : 이 정도면 이제 어디서 어떻게 활동하든 태클이 걸릴 일은 없겠지.

- 정말 이래도 괜찮은 거였을까요. 그냥 적당히 초인협회 직원인 척 게이트에 들어갈 수만 있으면 되는 거였는데요…….

- 은아 님의 귓속말 : 할부…… 후배는 나만 믿어. 문제 전혀 없을 거야. ……어?

- 왜요?

- 은아 님의 귓속말 : 왜 다들 할부지가 내 동생이라고 하지!?

- 이름이 비슷한데 당연히 동생이라고 하지!

설마 이런 반응이 나올 줄 모르고 그랬단 말인가! 오히려 신은아의 반응이 더 놀라웠다. 강신혁은 이럴 때 자신과 함께 태클을 넣어 줄 수 있는 사람인 클레어를 찾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클레어는 침묵 상태였다. 강신혁이 그녀를 연거푸 부르자 이내 답이 돌아왔다.

- 바텐더 님의 귓속말 : 미안, 폰으로 동영상 보고 있었어.

- 무슨 동영상인데요?

- 바텐더 님의 귓속말 : 죽음의 인형사 신은혁 직캠 영상.

- 그게 왜 있어!?

대체 지금 인터넷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단 말인가!? 애초에 그걸 누가 찍었는가! 알아보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대상을 수상한 탓에 사람들 앞에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신영 아티팩트 제작 동아리 2학년 이나희 양, 1학년 강신혁 군! 나와주세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번 대회의 대상을 차지한 강신혁과 이나희에 대한 주목도는 높았다. 둘이 앞으로 나가자 시선의 열기가 더욱 높아졌다. 말할 것도 없이, 미남미녀였기 때문이다.

“정말로 고작 두 명이서 만들었다고…… B랭크의 아티팩트를!”

“인물들도 무척 좋은데. 스타성이 충분하겠어.”

“대야장의 제자와 손녀라는 말을 방금 들었는데.”

“하! 아주 기가 막히는데!”

“이레귤러 게이트에 죽음의 인형사, 거기에 B랭크 아티팩트를 만들어낸 청소년 팀까지. 세상이 시끄러워지겠어.”

강신혁은 주위에서 들려오는 말을 들으며 움찔거리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곳곳에서 들려오는 ‘죽음의 인형사’라는 말이 그의 정신을 연거푸 공격해대고 있었다.

모든 세상 사람의 감성이 같을 리는 없을 테니 누군가 처음 쓴 말이 확산된 것일 터, 언젠가 반드시 그 사람을 찾아 죽이리라 다짐했다. 덤으로 지금 그의 옆에서 그가 움찔거릴 때마다 웃음을 터트리는 이 여자도.

"큭, 끄윽큭큭……."

"선배 진짜 나중에 두고 봐요."

그날 신문에는 강신혁이 커다란 사진으로 두 개나 실렸다. 초인협회 소속의 새로운 S랭크 초인과 두 명이서 B랭크 아티팩트를 만든 청소년 팀이 신문 1면을 반반씩 차지했기 때문이다.

신은아는 그 사진을 이나희가 찍힌 부분만 잘라내고 스크랩해서 보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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