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 Chapter 16. 멸망한 세계의 스캐빈저 - 1 >
신은아는 전도유망한 두 명의 엘리트 초인의 결합으로 탄생한 아이였다.
뛰어난 자질과 국가에서는 손꼽히도록 훌륭한 가문, 분에 넘치는 야망을 지니고 있던 둘의 결합은 지극히 의도적이었고, 신은아의 탄생 역시 그 연장선에 있었다.
당시 국가는 인공적으로 초인을 탄생시키는 비밀 실험에 주력하고 있었다. 납치, 감금, 약물, 폭력과 신체개조…….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비난과 질타를 면치 못할 비인륜적인 일들이 자행되고 있었으나, 초인 부부는 가문의 힘을 이용해 이 실험에 주도자로 끼어드는 데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지.”
“절대자의 탄생에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 변변찮게 태어나 변변찮게 죽을 당신들의 인생에 크나큰 족적을 남겨주고 있잖아요?”
오직 그 누구보다도 강한 한 명을, 가문과 국가를 반석에 올려놓을 진정한 [초인]을 낳기 위해.
부부는 사랑이 아닌 욕망으로 움직였고, 자신들이 낳게 될 아이에 스스로의 모습을 투영했다.
무수한 희생이 있었고, 무수한 실패가 있었다. 부부는 타인의 희생을 짓밟고 나아간 끝에 그 실험의 유일한 성공사례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아니, 그것은 실험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당연히 실패해야 마땅한 일에서 단 한 차례 기적이 일어났을 뿐인 일. 그렇기에 ‘유일’, 두 번 다시는 없을 최초이자 마지막의 성공사례였다.
신은아는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다.
“넌 우리의 보물이야.”
“착한 아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태어나준 착한 아이……."
신은아는 부부의 욕망에 정확히 부합하는 아이였다. 태어나면서부터 세계최고 랭크인 SS랭크의 특성을 타고났을 뿐더러 두뇌도 우월했고, 하물며 외모조차 부부의 장점만 빼닮아 지극히 아름다웠으니까.
부부는 아이를 전력을 다해 키웠다. 사물을 알아볼 나이가 되었을 때부터 철저한 교육을 실시한 덕에 아이는 고작 다섯 살에 중학교 졸업 수준의 교육을 받고, 마력은 이미 어지간한 초인보다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엄마, 나 쉬고 싶어요.”
“마력을 순환하렴. 피로가 가실 거야. 밀라 선생님한테 배웠잖니?”
“하지만 나 누워서 쉬고 싶은데……."
“은아 지금은 공부해야 해. 엄마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지?”
"......응."
당연하지만 그 과정에 아이의 의지는 조금도 개입되지 않았다. 놀고 싶을 때 놀지 못하고, 부모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아니…… 그녀는 ‘놀이’라는 것의 개념을 파악하기도 전부터 ‘휴식’을 바라게 되었다.
“실험은 대성공이야. 벌써 이만한 규모의 마력을 다루잖아.”
“당연한 거죠. 그 고생을 했는데…… 하지만 아직 부족해요. 이래서야 그냥 뛰어난 여러 명 중 한 명일 뿐이야. 최고가 되지 않으면.”
아이는 부부가 세운 거대한 계획의 핵심이었다. 부부가 세운 스케줄에서 조금이라도 엇나가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들은 아이의 교육자였으나 부모가 되어주지는 못했다.
“엄마, 나……."
“지금 공부 시간 아니니? 은아 착한 아이지? 착한 아이는 공부할 때 멋대로 빠져나오면 안 돼요.”
착한 아이. 부부는 그 단어로 어린 아이를 속박하고 세뇌했다. 그것이 옳다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배웠기에 아이는 무턱대고 부부의 말을 따랐다.
그런 과정에서 그녀의 마음속에는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만약 그것이 배출되지 못하고 계속해서 쌓이기만 했더라면 언젠가 그녀는 망가지고 말았으리라.
- SSS급 특성 [마나의 지배자]를 각성하였습니다. 두 개의 특성을 지닌, 인간이 만들어낸 첫 번째 신! 히어로 유니버스 접속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
- 새로운 접속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ID를 작성해주세요!
하지만 다행히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다섯 살의 나이에 새로운 특성을 각성한 순간, 그녀는 히어로 유니버스의 회원이 되었으니까.
막대한 능력자가 아닌 다섯 살 아이로서 그녀를 받아들여주는, 초월자들의 커뮤니티에 접속할 수 있었으니까.
- 야누스 님의 귓속말 : 야 은아야, 그 두 번째 특성이라는 거는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마라. 특히 네 부모라는 것들한테는 절대로.
- 하지만 착한 아이는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 야누스 님의 귓속말 : 세상에는 착한 거짓말이라는 게 있어. 착한 아이로 있기 위해서 거짓말을 쳐야 할 때가 있다는 얘기지.
- 착한 거짓말……! 응! 알았어!
온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능력자들만 모여 있는 히어로 유니버스의 회원들조차 신은아가 각성한 두 번째 특성이 지닌 끔찍한 가능성에 경악했으나, 그것을 알게 된 이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그녀를 ‘배려’하는 일이었다.
- 모루 님의 귓속말 : 장난감이 없다고? 이런, 안 될 말이구나. 그러면 이 할애비가 하나 만들어주마.
- 장난감! 할부지…… 장난감! 은아 장난감 좋아! 할부지도 좋아!
- 모루 님의 귓속말 : 하지만 이건 부모님한테는 비밀이다. 어디서 났는지 들키면 안 되니까. 히어로 유니버스는 비밀이라고 할애비가 그랬지?
- 응! 착한 거짓말! 은아 착한 아이 하려면 착한 거짓말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야누스가 그랬어!
- 모루 님의 귓속말 : ……야누스 그 망할 놈이?
굴곡진 삶을 살아온 히어로 유니버스의 회원들은 은아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 수련이 아닌 사랑과 관심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베풀어주었다.
- 헤일로 님의 귓속말 : 다섯 살…… 인간의 기준으로도 턱없이 짧은 세월이다. 아이야,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 얘기해줘. 은아 얘기하는 거 좋아해.
- 헤일로 님의 귓속말 : 내가 제일 못하는 것이지만…… 음, 그래. 그렇다면 세계가 탄생한 시절의 이야기를 해볼까.
좁디좁았던 어린 소녀의 세계는 그 순간 크게 확장되었다. 정신없이 몰아치기만 하던 나날들에 비로소 숨을 쉴 틈이 생겨났다.
아이는 처음으로 부모에게 비밀을 갖게 되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아이를 더욱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흘러 히어로 유니버스에서 새로 만난 동갑내기 친구로부터 부모에 대한 반항심을 배우게 되었으나,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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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아는 계속해서 스왈로잉 펑거스를 빨아들이고 또 빨아들였다. 그녀에게 한계란 없는 것처럼 보였다.
“SSS급 특성, [마나의 지배자]. 그 능력은 지금 보고 있듯이 무한의 마나를 다루게 되는 것. 더불어 모든 마법의 적성도 함께 얻는다는데 정확히 어떤지는 나도 잘 모르고.”
“SSS급 특성이라니 처음 듣는데요…… 아니, 그럼 그냥 은아 선배가 끝판왕인 거잖아요.”
강신혁은 그 말을 들으며 어처구니가 없어 말했다. 클레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잖아. 자원이 무한이라도 출력이 부족하면 질 수도 있어. 힘의 총량이 아닌, 한 번에 발휘할 수 있는 양 말이야.”
“그래서 지금 선배의 출력이 딸린다고요?”
“글쎄 어떨까, 아마도 아직은? 너 세계 랭킹 1위 만나본 적 없지?”
있을 리가 없다. 강신혁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자 클레어는 으음, 하고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짧게 설명해주었다.
"은아라고 출력이 딸리는 건 아냐. 하지만 1위부터 7위까지의 ‘탑 랭커’들에게는 정말 숨겨둔 커다란 한 방이 있거든? 그래서 아직 은아가 그들과 겨뤄 이긴다고 장담할 수는 없어.”
뭐, 물론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아 뒤집어지겠지만, 하고 나지막이 덧붙이는 클레어.
강신혁은 어느덧 이 거대한 공동을 가득 채우고도 넘쳐나는 양의 스왈로잉 펑거스를 여유롭게 감당해내며 미소를 짓고 있는 신은아 보다도 강한 존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에 그저 허허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저도…… 저도 빨리 강해지고 싶네요.”
“넌 강해질 거야. 어쩌면 너야말로 은아보다 빨리 강해지지 않을까?”
“이 타이밍에 그렇게 노골적인 립서비스를 받아도 별로 기쁘지 않은데요?”
“진심인데. 넌 강해지기에 적절한 조건들만 골라서 갖추고…… 음?”
신은아의 위용에 기가 죽은 강신혁을 달래려 무슨 말인가를 더 하려던 순간, 눈앞에서 빛이 번쩍였다. 신은아가 뿜어내는 빛이 스왈로잉 펑거스에게로 옮아가고 있었다.
“은아야, 왜 그래!?”
“선배!”
이상현상에 당황한 클레어와 강신혁이 동시에 외쳤다. 그제야 그들은 신은아가 나서서 스왈로잉 펑거스를 막는다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러나 그들이 허둥대면서도 제 병장기를 꺼내들려던 그때, 여전히 허공에 둥둥 뜬 채 스왈로잉 펑거스를 빨아들이며 신은아가 나직이 말했다.
“괜찮아.”
“아니 지금은 괜찮아도 이것들을 죽여야 근본적인 해결을……."
“괜찮아. 클레어, 네 말이 맞았어. 이거 몬스터 아냐. 생물도 독도 아냐.”
“뭐, 그럼 대체 뭔데……?”
그때였다. 쿠우우웅! 끔찍한 굉음과 함께 천장이 무너져 내리며, 그 너머로부터 막대한 양의 스왈로잉 펑거스가 짙은 안개처럼 몰려들었다. 당연하지만 그것도 모조리 신은아에게로 흡수되었다.
마치 이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던 스왈로잉 펑거스가 신은아 한 명을 노리고 모여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니, 아마 실제로도 그럴 것이다.
- 통신이 회복되었습니다.
“와, 진짜 의미 없다.”
뒷북을 치듯 단말에서 그런 소리가 흘러나왔다. 설마 하늘이 뚫려서 통신이 회복되었다거나 그런 걸까? 이미 관전자가 되어 가만히 신은아를 바라보고 있는 것밖에는 할 일이 남지 않은 강신혁이 실소를 흘리는데.
- 제14대피소에 녹음 기록이 하나 남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재생할까요?
“인류의 마지막 메시지려나. 재생해봐.”
- 재생합니다.
점점 더 많은 스왈로잉 펑거스가 모여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듯 나직이 웃음을 흘리고 있는 신은아. 딱히 할 일도 없어졌으니 메시지를 재생하기로 했다.
[이것을 듣고 있는 이가 누가 되었든, 다시는 우리가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해 이 메시지를 남긴다.]
"음?"
그 안에 담겨있던 것은 터무니없는 고해였다.
[스왈로잉 펑거스는 아직 그 세상에 있는가? 그럴 것이다. 아직 아티팩트의 연성과정이 끝나지 않았으니까.]
“이 아저씨가 지금 뭐라는 거야?”
[인류는 요르문간드와의 싸움을 이겨내기 위해 과거 도달하지 못했던 초월영역의 힘에 도전했으며…… 수백 년의 연구 끝에 끝내 인간의 힘을 선천적으로 끌어올리는 병기(아티팩트)의 개발에 성공했다.]
“병기?”
말하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병기란 저 스왈로우 펑거스를 말하는 모양이었다. 그야 병기이긴 하지. 세상의 모든 것의 씨앗을 말려버리는 병기.
그런데 가만, 요르문간드? 요르문간드라는 세력이 원래 세상을 넘나드는 세력이었단 말인가?
[그것은 착용자의 마나와 싱크로하는 것으로, 착용자의 신체를 비롯한 모든 것을 진화시켜 신의 힘을 얻게 하는 병기. 통제할 수 없는 외물이 아닌, 인간 자체를 생체병기화하는 것으로 우리는 신의 권좌에 오르고자 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실패였다. 신을 상상하고 만든 그 물건은 자신에게 마땅히 어울리는 주인을 요구했으나…… 우리 중에는 신이 없었으니까. 우리는 그것을 통해 신이 되고자 했지만, 실상은 반대였던 것이다.]
[모두가 죽었다. 주인을 인식시키는 과정에서 그것은 폭주했고, 자신의 주인을 찾아 아무에게나 달라붙기 시작했다. 도시가, 나라가 사라졌다. 요르문간드는 진즉에 퇴각했고, 인류는 도망칠 곳을 찾지 못했다.]
[우리는 그것에 스왈로잉 펑거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거짓말이고 변명이었다. 대피소는 그 병기를 만든 것과 같은 재질로 만들어, 그나마 그것의 침입을 늦출 수 있을 터이나…… 언젠가 병기가 대피소 시설마저 자신과 같이 오염시키고 나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강신혁은 그 말을 들으며 멍하니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지저왕국을 그대로 쓸어버릴 기세로 덮쳐온 스왈로잉 펑거스는 이제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도 온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던 그것이 모조리 신은아에게로 흡수된 것이리라. 그녀의 신체는 여전히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후우......!"
보다 아름답게.
보다 강하게.
보다 완벽하게.
보다 자연스럽게.
숙주의 가능성을 인정한 신의 파편이, 인공적인 신에 불과했던 그녀를 진정한 신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대가 어떻게 살아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인간이여, 앞으로도 살아남고 싶다면 감히 신을 논하지 말지어다.]
[신이 그대를 벌하러 올 테니까.]
메시지가 끊기는 것과 동시에 변화가 끝났다. 신은아가 천천히 하강하여 바닥에 착지했다. 강신혁과 클레어가 동시에 뛰쳐나가 그녀를 붙들고 살폈다. 메시지를 다 들었으니 그녀가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몸은 괜찮아요!?”
“막 인간을 죽이고 싶다든가 하는 생각은 안 들어?”
“멀쩡해. 그리고 나 이런 건 익숙하니까.”
그 많은 양의 스왈로잉 펑거스를 모조리 빨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멀쩡한 모습. 물론 얼굴 인상이나 몸의 라인이 달라지긴 했으나 그것은 지극히 긍정적인 방향의 변화였다. 클레어 역시 그것을 눈치 챘다.
“헐. 은아 개이득이네! 늘어난 컵이 한 개, 아니 두 개…… 가만, 그럼 혹시 이거 G……!”
“후배 듣잖아!”
"컥!"
자신의 가슴을 만져보고는 이어서 은아의 것을 터치하며 어림짐작하던 클레어를 신은아가 냅다 밀쳤다. 힘도 많이 늘어난 것인지 클레어는 그대로 쭈욱 밀려나 벽에 부딪혔다.
“이, 일단…… 끊어진 브라 먼저 어떻게 해봐, 커흑.”
“클레어 누나아아아아!”
강신혁이 클레어를 받아 안았다. 신은아는 뺨을 새빨갛게 물들이곤 다급히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졌다. 그 즉시 벌떡 일어난 클레어가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은아 본인이네.”
“누나, 꼭 그렇게 과격한 방식으로 확인해야만 했어요?”
“아니 그 망할 메시지가 겁을 잔뜩 주니까. 신이라느니 생체병기라느니.”
“진짜.”
그러나 강신혁 역시 내심으로는 안도했다. 아무리 그녀가 먼저 강신혁을 따라오길 원했다고는 해도 자신의 차원 퀘스트에 말려든 그녀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강신혁은 죄책감에 어쩔 줄 몰라했을 것이다.
- 정보 락이 해제되었습니다. 스왈로잉 펑거스의 정보를 정정합니다. 시설과 동일한 재질에서 비롯된 극소규모의 마나 입자 응집. 세상에 퍼진 모든 입자 중 67%는 개체 신은아에게 흡수되어 완전소멸했습니다.
단말에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뒷북을 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강신혁이 슬슬 이건 부숴도 되는 게 아닐까, 하고 단말 무용론을 떠올리고 있던 그때.
- 남은 33%는 영구변이를 일으켰습니다.
"응?"
- 생체병기화에 실패하고 남은 잔여물이 각 대피소 시설에 스며들어, 모든 베나딜라이트를 한 점으로 응집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가 실패할 때를 대비한 if 시나리오, 마도병기 연성에 돌입하였다고 판단됩니다.
"......응?"
- 사령관,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곧 시설은 모든 기능을 잃고, 골렘의 의식 또한 소멸합니다.
이 세계에선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외의 일들밖엔 일어나지 않는구나. 강신혁이 허탈한 웃음을 흘리고 있자니.
- 들고 계신 단, 말 또한 베나딜라이트…… 의 일부이며 강, 한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으…… 스왈로잉 펑거스, 단말을 중심으로 모일 …… 단말을 시설 바닥에, 응집을…… 유, 도…….
그것을 마지막으로 단말에서 흘러나오던 목소리가 뚝 끊겼다. 아마도 마지막 저항이었던 것이리라, 이번에야말로 시설이 완전히 무너질 것처럼 진동하기 시작했다.
“마도병기? 혹시 그거 꽂으면 이번에도 뭐 나오는 거 아냐? 이걸 한국어로 뭐라고 하더라. 일타쌍피?”
“한국어는 다시 배워야겠네요, 클레어 누나.”
강신혁은 자신의 손 안에서 우우웅, 진동을 시작하는 베나딜라이트 단말을 보며 어깨를 으쓱하곤, 자신에게 있는 영력 전부를 그것에 쏟아부었다.
“이건 콩고물 주워먹기라고 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것을 있는 힘껏 시설 바닥에 꽂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