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 Chapter 14. 대야장의 손녀 - 1 >
“부단장은…… 엘레노어 R. 알제는 내 아내가 되어줄지도 모르는 여자였다.”
그렇게나 위세가 당당했던 더글러스 페인은 지금 쪼그라든 풍선처럼 쭈글쭈글해져 소파에 제 몸을 구겨 넣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그 발언은 왠지 엘레노어가 죽기라도 한 것처럼 들리니까 그만둬줬으면 좋겠다.
“그녀라면 나를 따라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부단장으로 만들었고…… 그녀에게 와이번을 맡겼지. 용의 증표를 그녀에게 맡겼던 것도 그래서였다. 그녀라면 믿을 수 있었으니까. 그것이 나와 그녀 사이의 신뢰를 나타내는 증표가 되어 주리라 믿었다.”
인도인도 깜짝 놀랄 만큼 황당무계한 얘기였지만 강신혁은 어딘가 모르게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지금 그의 모습이야말로 한국의 전통적인 아버지상이지 않은가. 평소 아내에게 욕설을 내뱉고 폭력까지 행사하지만 힘들게 일해 돈을 많이 번 날에는 병든 아내를 위해 설렁탕 한 그릇을 사들고 돌아가는…… 아니 엘레노어는 안 죽었다니까!
자신의 마음을 터놓고 드러내기엔 부끄럽기에 겉으로는 강압적인 태도를 유지하던 더글러스 페인은, 그런 식으로밖엔 자신의 마음을 전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정말이지 어설픈 것도 정도가 있지.’
김첨지가 사랑을 받는 것은 그게 소설 속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실제론 아내를 때리는 남편은 헌법으로 처벌받아야 할 가정폭력범이고, 와이번이니 안장이니 자신이 감당해야 할 것을 모두 엘레노어에게 떠넘기고 방치한 더글러스 페인은 단순히 민폐남일 뿐이다.
설마 그런 것으로 자신의 마음이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거야말로 깜짝 놀랄 일이었다. 어째선지 강신혁은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말았지만.
“그런데 그녀가…… 네놈을 데리고 왔다.”
거기서 비로소 더글러스 페인이 강신혁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외부인을 이 일에 끌어들이다니, 믿을 수 없었다. 그녀의 잘못을 징계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데 심지어는 네놈을 단원으로 만들기까지. 대화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 그녀에게 제대로 된 길을 알려주고, 그래. 나라는 남자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겠다고도."
요는 원래는 고장 난 용의 증표를 가문의 능력으로 고칠 자신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굳이 엘레노어에게 맡긴 것인데, 그녀가 강신혁을 끌어들이는 바람에 자신도 단단히 뿔이 나 가문을 끌어들인 것이라고.
결과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페인 가문의 장인들은 물건을 수리하기는커녕 훌륭한 리액션을 해준 후 본가로 복귀했고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더글러스 페인은 급기야 엘레노어와 진검승부를 벌여 패배한 후 단장직을 반납하기에 이르렀다.
……정말이지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건지 강신혁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착각하고 있었던 거야. 내 뒤를 따라오리라 믿었던 여자는 제 능력을 감추고 있었고, 하물며 내게 호감
따윈 갖고 있지도 않았다……. 하하하, 내가 그녀를 지켜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으음......."
그는 쓰디쓴 커피를 원샷하며 인상을 팍 찌푸렸다. 뺨에 눈물이라도 한 방울 찍어주면 완벽할 것 같았다.
“사실은 그녀가 투왕이 되었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어. 하지만 난 그저 대진운이 좋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했지. 빌어먹을 백가 놈의 자손에게 약점을 공략당한 탓에 8강에서 고꾸라졌지만, 그놈은 그것뿐인 놈이니까. 실제로 마도왕, 그 얍삽이에게 발목을 붙잡혀 그대로 패배했지.”
"으음......."
“그러니 투왕이든 아니든 그녀는 나보다 약한 여자고, 그렇기에 내가 지켜줘야 하는 존재라고…… 그렇게 생각한 거다. 하지만 그건 그저 단순한 내 아집이었군. 아집……."
“우와아……."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깔끔하게 소멸한 덕에 더글러스 페인의 정신은 그로기 상태였다. 그 와중에도 자신을 이긴 백인하를 디스하는 것은 잊지 않았으니 철두철미한 쫌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좌우지간 더는 듣고 싶지 않다. 진짜 이 자리에 있고 싶지 않다. 하지만 지금 강신혁은 더글러스 페인과 1대1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럴 수도 없었다.
덤으로 말하자면, 지금 그들은 로열 클래스의 공용 휴게실 안에 있었다. 강신혁이 자신은 들어올 일도 없으리라 여겼던 바로 그 공용 휴게실에.
안에 들어와 보니 말이 휴게실이지 고급스러운 소파와 테이블, 심지어는 각종 다과와 차, 음료수까지 비치된 카페 같은 장소였다.
그 넓디넓은 카페 같은 휴게실 안에 지금 들어와 있는 사람이 강신혁과 더글러스 페인 단 두 명!
소파보다 덩치가 큰 고릴라 같은 사내놈과 연약하디 연약한 미소년 타입의 강신혁 단 두 명!
“정말로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녀는 네놈을 선택한 것 같군. 요즘 조금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건 인정하지. 아티팩트와 관련된 능력을 갖고 있으니 그녀를 옆에서 보조해줄 수도 있겠지. ……다만 명심해라, 너처럼 약한 놈에겐 그녀를 내어줄 생각은 없으니까. 헛꿈 꾸지 말라는 얘기다.”
음, 아마 이것이 더글러스 페인이 그를 따로 불러낸 이유인 모양이었다. 강신혁은 그의 손 안에서 산산 조각나는 머그컵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의 말에서 수정해주고 싶은 것은 여러 가지 있지만 우선은…….
“엘레노어 선배님과 저 사이에 남녀 관계는 없습니다. 그분도 저를 이성으로 보지 않고, 저도 딱히 연애감정은 없어요.”
“뭐?”
더글러스 페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조금 기분 나빴다.
“담백하게 말하자면 친구를 통해 도움을 요청받았을 뿐인 관계죠. 단원도 임시로 맡은 것에 불과하고요.”
"......."
“하지만 단장님…… 아니, 부단장님은 여전히 강한 능력을 갖고 계십니다. 여자와의 관계에서 무조건 자신이 주도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세요.”
방금 더글러스 페인은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그것이.
“꼭 내가 대상보다 강해야만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지키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분명 그분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분이 자신의 힘을 감춰야 했던 사정까지 생각하신다면, 더더욱 부단장님께서 그분께 도움을 드릴 방법이 있을 겁니다.”
"흠......."
더글러스 페인은 그의 말을 듣고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사실 이것은 강신혁 나름의 조치였다.
엘레노어의 태도나 의지가 어쨌든 결과적으로 그녀는 2학년생으로서 투왕은 물론이고 비룡기사단장까지 차지한 셈이 되었다. 앞으로 많이 귀찮아질 것이고, 강신혁은 거기에 연관될 생각이 없다. 그러니 대신 더글러스 페인이라도 그녀를 도와주도록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가 엘레노어에게 연애감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은 아주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사고방식을 조금만 수정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봤다. 그런 속셈이 없었다면 아무리 그에게 불렸다고 해도 이 불편한 자리에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문…… 그래. 그녀의 가문에 사정이 있다고 했지. 그래. 좋아.”
그리고 그것은 아주 훌륭하게 먹혀들었다.
“네놈, 약아빠진 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제법 뜨거운 말을 할 줄 아는 녀석이었구나. 내가 그녀보다 약해도 지킬 의지만 있다면 지킬 수 있다고? 그 말, 마음에 들었다.”
더글러스 페인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거인의 체중에 혹사당한 최고급 천연 소가죽 소파가 끼이이익, 소리를 내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좋다. 한 번 닿지 않았다 해서 포기할 내가 아니다. 내 마음이 닿을 때까지 그녀에게 다가가겠어. 그리고 곁에서 그녀를 지켜낼 것이다. 하지만 역시 내 여자보다 약한 채로 있는 건 기분이 나빠. 그래, 다시 한 번 승부를 청해 이기는 순간 프로포즈를 해야겠군. 기뻐해라, 네놈도 결혼식에는 불러주마.”
“아, 네……."
인생을 정말 즐겁게 사는 것 같아 부러운 사람이다. 강신혁이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도 더글러스 페인은 머릿속으로 착착 망상을 진행시켜나가더니, 끝내 세 번째 아들의 결혼식까지 시뮬레이션을 완료하고는 두꺼운 손을 뻗어 강신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기억하겠다. 강신혁, 너는 제법 쓸 만한 남자다. 그녀를 아내로 받을 때 너도 함께 가문으로 데려가주지.”
"글쎄 저는 그 선배님과는 단순한 계약관계…… 아.”
더글러스 페인은 제 할 말만 마치고는 먼저 휴게실을 나가버렸다. 홀로 남은 강신혁은 따끈한 우유와 설탕을 듬뿍 넣은 커피를 마시고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이걸로 내가 귀찮을 일은 줄어들겠지.”
- 영악한 불여우에게 무식한 고릴라를 붙여놓는 회원님의 천재적인 전술에 감동한 관리자의 1,500HP 보너스!
“관리자님, 영문을 알 수 없는 보너스가 역대 최고로 높은 수준인 건 아무리 그래도 좀 이상하지 않아요?”
- 1,000HP 보너스!
“그러니까 대체......."
- 2,000HP 보너스!
“알았어요, 내가 잘못했어요.”
강신혁은 관리자에게 HP 보너스로 실컷 혼나고 나서야 제 잘못을 시인했다. 관리자는 무척 기분이 좋은 것처럼 보였다.
@@@
“너어는 정말로 나빴다!”
다음날, 전모를 파악한 카렌은 제갈량도 울고 갈 강신혁의 계책에 전율하며 외쳤다.
시간은 일요일 오후, 그는 엘레노어와 화끈한 대련을 마친 후 그녀의 권유를 받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지금 방 바깥에서는 어떻게든 다른 여선배들이 이 공간을 훔쳐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지만 택도 없다.
“그, 그 남자……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엘레노어 역시 무척이나 거북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물론 강신혁도 그 정돈 알고 있었다. 싫다는 사람 억지로 부단장직에 앉혀놓고 와이번이니 안장이니 괴롭힌 끝에 끝내는 능력을 드러내게 만들기까지 했으니 더글러스 페인에 대한 그녀의 호감도가 높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에게 도움이 될 남자를 무조건 내치는 것도 결코 현명한 일은 아니다.
“진짜로 사귀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선배님, 잘 생각해보세요. 무력으로 선배님께 밀렸다고는 해도 그 남자는 여전히 무척 강한 사람이고, 이끌고 있는 세력도 많죠.”
더글러스 페인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엘레노어에게 패배했다. 그러나 그것이 한심하게 보였냐고 한다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저 엘레노어가 너무 대단했을 뿐, 오히려 더글러스 페인은 어떻게든 그녀를 이기려 자신의 한계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며 갤러리를 긴장시켰다. 결과만 놓고 보면 한심하지만 과정은 대단했다. 그것이 어제 있었던 결투의 실체였다.
그랬기에 그의 추종자들이 떨어져나가는 일은 없었다. 단장에서 부단장으로 강등되었음에도 여전히 그는 비룡기사단에 속한 남성 단원 대다수를 이끌고 있는 강자였고, 그런 남자와 척을 지는 것보다는 적당히 협력하는 것이 앞으로 그녀의 학교생활에도, 외부활동에도 도움이 될 터였다.
“뭣보다 가문. 들어보니까 페인 가문 진짜 대단하던데요. 그 정도면 충분히 선배를 지켜줄 수 있는 것 아니에요?”
“하지만 그건…… 빚이야.”
“그 정도는 나중에 성공해서 갚아주면 되죠. 빚을 꼭 몸과 마음으로만 갚으란 법 있어요?”
“신혁이 너 진짜 대단하다……."
즉 강신혁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든 그녀의 뺨에 뽀뽀 한 번 해보자고 정성을 다하는 남자를 이용할 대로 이용한 끝에 화폐로 셈을 치르라고.
사실 그것은 고등학생으로선 쉬이 해낼 수 없는 발상이었다. 그와 동기화된 모루의 풍부한 사회경험과 지혜가 있기에 이런 파렴치한 발상이 가능했다. 자신의 전생에 아주 조금 미안해졌다.
“어제도 말했지만 선배님의 능력을 감춘다는 건 애초에 무리에요. 게다가 왕실 권위 다툼이라는 게 선배님이 싫다고 쉽게 피할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럼 능력을 드러내놓고 세력을 키워야죠. 외부에서 협력해줄 사람들도 구하고, 그 사람들을 이용해서 자원을 불리고 능력도 키우고, 그렇게 해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자기 자리를 확보하는 거죠. 삼국지 게임 안 해보셨어요?”
“……안 해봤오.”
“그럼 지금부터 해보세요. 대충은 방법이 보일지도 모르죠. 아무튼 그 남자를 선배님 편으로 돌려드렸으니 저는 이 이상 괴롭히지 마세요. 물론 대련은 저한테도 도움이 되니까 앞으로도 계속 부탁드리고 싶지만…… 음?”
강신혁은 거침없이 말하곤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그러나 그 전에 엘레노어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
“네 말에 동의해. 학교 내부에서 미리 세력을 만드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고 생각해. ……난 그 첫 번째가 너였으면 좋겠어.”
“어라, 전하. 제가 첫 번째 아니었어요?”
“앗!"
카렌이 섭섭한 목소리로 하는 말에 엘레노어가 당황했다. 그녀는 볼을 발갛게 물들이며 그렇지 않다고 작게 고개를 저었다.
“카렌은 이미 내 편이니까. 학교의 세력이 아닌 왕실의 세력이니까……."
“아하, 그런 의미였구나. 전 또.”
“이상한 의미는 없었어. 신혁은 능력도 좋지만 심성도 훌륭해. 무기를 맞대고 느꼈어. 그러니까 나와 같이 해줬으면 좋겠어. 넌…… 믿을 수 있오.”
- 불여우년.
관리자가 일부러 자그마한 폰트로 메시지를 보냈다. 여기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강신혁은 나지막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절 높이 사주시는 건 감사한데 전 아직 저 자신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다른 사람까지 돌볼 능력이 안 되네요.”
“그렇구나.”
“하지만 앞으로도 당분간 망토는 달고 다닐게요. 이 말 무슨 뜻인지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크게 귀찮은 일만 아니라면,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선배님과는 계속 교류하고 싶네요.”
“……이해했어.”
엘레노어는 강신혁의 말에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는 기브 앤 테이크. 강신혁이 협조한 만큼 그에게 돌아오는 것이 있다면 그도 무턱대고 내칠 이유는 없었다.
뭣보다 엘레노어가 순탄하게 단장이 된 지금, 비룡기사단의 망토는 강신혁의 몸을 보호해줄 힘이 되어줄 수도 있었다. 그가 감수해야 하는 귀찮음보다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압도적으로 좋다는 얘기다.
그리고 사실 그런 이해타산적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인간적으로 호감이 갔던 것도 사실이니까.
엘레노어도 그랬던가, 강신혁과 무기를 맞대고 느꼈다고. 강신혁도 마찬가지였다. 우직하게 꾸준히 수련한 자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기운이 그녀에게선 느껴졌다. 싫지 않은 사람이었다.
‘왕족인 탓에 어쩔 수 없이 타고난 기질들이 상황을 조금 피곤하게 만들긴 했지만, 그정도 결점도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 사이보그겠지.’
자신을 할부지라고 부르며 매달려오는 25살 철부지 소녀에 비하면 선녀다. 다시 볼 것도 없이 선녀 같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슬슬 망치질이 하고 싶어 몸이 쑤시네요.”
“구경하고 싶다.”
“나중에.”
강신혁은 그의 대답에 만족한 듯 보이는 엘레노어와 카렌에게 손을 슥슥 흔들어주곤 방을 나왔다. 밖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여선배들이 꺅깍 소리를 내며 무슨 얘기를 했냐고 달라붙었지만 전부 쿨하게 떼어냈다.
- 쿠르르르르.......
“그래, 내일 또 올게.”
새로운 단장을 맞이해 위험성이 사라진 멜로이도 지금은 훈련소 근처를 걷거나 날아다니며 자유를 즐기는 중. 그는 잽싸게 자신에게 다가온 녀석의 턱을 몇 번 긁어주곤 숲을 벗어나 비룡관으로 향했다.
“안녕. 오랜만이네.”
"......!?"
그런데 부실 안에는 언제나 있던 할아버지 교사가 아닌 라틴계 미소녀가 있었다.
신영 학교축제 인기투표 2년 연속 1위에 빛나는 학교 제일 미녀, 이나희와 ‘재회’한 순간이었다.